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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피지컬 괴물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종주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5.12 10:25
최근연재일 :
2021.06.25 22:41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4,159
추천수 :
495
글자수 :
130,231

작성
21.05.13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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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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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입학(2)

DUMMY

이른 아침.


레인벨 아카데미의 정문에 벽보가 붙었다. 간밤에 진행된 입학시험의 합격자 명단이었다.


합격 인원은 단 500명.

지원자들의 대다수는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하지만 그게 자신은 아닐 것이란 희망과 함께 레인벨 아카데미의 정문에는 일찍부터 사람이 북적였다.


“또 떨어졌어······”

“젠장!”


아니나 다를까. 명단을 보고는 고개를 푹 숙이고 떠나가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였다. 정말 합격권에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명단을 보러 올 이유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충분히 합격할 만한 성적임에도 굳이 이곳까지 찾아온 사람들도 분명 존재했다. 바로 나처럼 말이다.


[7위. 아휀 록스너 96.8 / 륭]


“오······”


내가 7위라니!

뭔가 기분이 좀 이상하다.


륭관의 모든 거점을 통과한 이상 어느 정도 성적이 괜찮을 것임은 예상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점수가 짠 륭관의 특성상 잘해봐야 두 자릿수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설마 7위 안에 들어갈 줄이야.


아마 「거력」 특성 덕분에 절벽 구간을 빨리 올라서 점수가 높게 나온 모양이다.

굳이 여기까지 찾아온 보람이 있는 느낌이었다.


난 주위를 둘러봤다.

아마 나 말고도 성적 우수자 7인을 노리는 생도들은 전부 참석했을 터다. 이게 또 엘리트들끼리의 자존심 싸움이거든.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벌써 저기 한 명 보인다.


옅은 보라색의 단발머리에 차가운 인상의 미인. 특이하게도 의사 가운 같은 흰색 가운을 걸치고 있었는데 어깨에 그려진 리테인 가의 문장이 눈에 띈다.


그녀는 명단을 확인하고는 기분이 좋지 않은 듯 미간을 잔뜩 찌푸린 상태였다.


[4위. 로니아 리테인 97.7 / 설]


4위라서 열 받았나 보다.

내가 봤을 땐 저것도 충분히 잘한 거다. 입학시험에서는 마도구를 이용하는 게 불가능했으니까. 참고로 골렘도 마도구로 취급된다.


손발이 다 잘린 거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4등을 할 정도면 로니아의 기본기가 얼마나 탄탄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애초에 7인 안에 들었다는 것 자체가 동년배 중에선 대적할 자가 없는 괴물이라는 얘기다. 아, 물론 나는 제외하고.


그때 내 시선을 느낀 것인지 그녀가 이쪽을 향해 홱 고개를 돌렸다. 순간 눈이 마주쳤고 로니아가 살벌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뭐야 왜 일로 오는 거야?


성큼성큼.


[특성 「야수의 심장」이 살기에 저항합니다.]


당황한 것도 잠시. 특성의 효과로 평정심을 되찾은 나는 담담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봐.”


싸늘한 음색이 고막을 두드린다. 그 와중에 목소리는 예쁘네.


“무슨 일이지?”


그에 뒤지지 않는 낮게 깔린 묵직한 저음. 내 목소리지만 멋있다. 아휀이 하드웨어만큼은 어디 내놔도 빠지진 않는단 말이지.


“너 이름이 뭐라 했지?”

“아휀 록스너다. 전에 말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로니아는 내 말을 무시하고선 명단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마 내 이름을 찾는 모양. 그리고 이내 놀란 듯 두 눈이 동그랗게 떠진다.


“···륭관이라고?”


로니아는 내가 7위라는 사실보다 륭관 출신이라는 사실이 더 믿기지 않는 듯했다. 륭관에 관한 소문이 워낙 흉흉해야 말이지.


단적인 예로 륭관에서 나 다음가는 점수를 가진 녀석이 200위가 넘는다. 어마어마할 정도의 간극이다.


“말도 안 돼. 네가?”


아니 날 대체 어떻게 보는 거야 얘는. 말은 그렇게 해도 사실 좀 찔리긴 했다. 어찌 보면 이건 내 실력으로 나온 결과라고 하기엔 애매했으니까.


“···하긴 뭔가 평범한 것 같진 않았어. 그보다 오늘은 왜 무서운 느낌이 들지 않는 거지? 분명 착각은 아니었는데···. 골렘에게만 작용하는 걸까나? 흥미로운걸.”


로니아가 나를 힐끗 보며 뭐라 중얼댔고 이내 혼자 납득한 듯 고개를 주억였다.

그리고는 대뜸 내 앞으로 다가와 악수를 건네온다.


“로니아 리테인. 알고 있겠지만 정식으로 소개할게.”


뭐 하는 건가 싶어 멀뚱멀뚱 쳐다보자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뭐해? 팔 아프잖아.”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갑자기 사람이 바뀐 듯한 느낌이다.

난 마지못해 로니아의 손을 마주 잡았다. 그러자 그녀가 눈을 가늘게 좁히며 묘한 미소를 짓는다.


“너 재밌는 녀석이었잖아? 탐구대상이야.”

“뭐?”


···아무래도 제정신은 아닌 거 같은데. 로니아가 원래 이런 성격이었던가?


내 기억상의 로니아의 이미지는 굉장히 쌀쌀맞고 재수가 없는 모습이었다.

호감도가 오르기 전에는 입만 열면 ‘흥미 없어.’, ‘거슬려.’, ‘꺼져.’ 등등의 말만 일삼아서 괜히 한 대 때려주고 싶었던 기억이 있다.

아무리 친해져도 저런 식으로 말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아, 그러고 보니 그녀의 성격이 180도 변해버리는 경우가 있기는 했다.


바로 골렘에 관한 연구를 진행할 때.

그럴 때면 그녀는 아이같이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여주고는 했다.


뭐야? 그럼 날 골렘이랑 똑같이 봤다는 거야? 왠지 기분 나쁜데.


뭔가 찝찝한 느낌이 남아있었지만, 그녀가 내게 관심을 가지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었다. 어찌 됐건 앞으로 그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은 반드시 나올 테니 말이다.


“그럼 다음에 또 봐.”


그녀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겨두고는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그제야 난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다. 꽤 많은 사람이 이쪽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다.


로니아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자연스레 내게도 시선이 집중된 것이다.

그렇다 해도 너무 뚫어지게 쳐다보는 거 아냐?


괜히 민망한 기분이 들어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



레인벨 아카데미의 입학식은 아카데미의 본관 옆 강당에서 진행된다.


적당히 학교 체육관 정도의 느낌을 생각했었는데 막상 와보니 굉장히 화려했다.


“뭐 이렇게 넓어?”


상상 이상의 규모다. 고작 신입생 입학식에 이 정도까지 해야 할지 의문이 들 정도.


하기야 여기엔 신입생뿐만 아니라 2, 3학년은 물론이고 유명 길드의 관계자들도 참여한다.

아카데미의 권위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출 필요는 있었겠지.


나는 한참을 돌아다닌 후에야 내게 배정된 좌석을 찾을 수 있었다.

신입생들의 좌석은 가장 구석에 배치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이거 취급이 영 꽝이다.


내가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자 옆좌석에 있던 녀석이 대뜸 말을 걸어왔다.


“하하! 너무 꽁해있지 말라고 친구. 신입생들의 대우가 좋지 않은 건 당연한 얘기야. 우리 중 절반 이상은 죽거나 포기하게 될 테니 말이지.”


너무 스스럼없이 말을 걸길래 순간 ‘아는 사이던가?’ 착각할 정도였다.

난 말없이 녀석을 쳐다보았다.


이리저리 멋대로 뻗쳐있는 적갈색의 머리카락, 짙은 눈썹에 부릅뜬 눈이 인상적이다.

전체적으로 수사자를 연상케 하는 인상이었는데 연신 웃는 표정을 짓고 있어 그리 무섭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녀석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대뜸 자기소개를 건네왔다.


“난 호엔 라이델트. 친구 네 이름은?”

“···아휀 록스너.”


전체적인 생김새와 라이델트라는 성. 떠오르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사자왕(獅子王) 드히켄 라이델트.

제국 제3석을 담당하고 있는 세계관 최강자급의 존재다.


아마 이 녀석은 그 라이델트 가의 일원인 모양이었다.


‘호엔? 들어본 것 같은데.’


슬아생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를 알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비중 있는 캐릭터들은 대부분 기억하고 있었다.


거기다 호엔 같은 명문가의 자제라면 꽤 주요 인물로 등장했을 터. 그렇다면 내가 모르는 게 이상했다.


“아휀! 네가 그 소문의 녀석이었구나! 어쩐지 심상치 않아 보이더니!”

“소문?”

“하하! 정작 당사자는 모르고 있었구나! 아카데미 200년의 역사 중 처음으로 륭관의 정상에 오른 사내에 관한 소문을 말이야!”


듣자 하니 아무래도 나에 관한 소문인 모양.


“아카데미의 전설이 될 사내와 인사를 나누다니 이거 영광이군!”

“···그보다 좀 조용히 해주지 않을래?”


그보다 이 녀석, 기차 화통을 삶아 먹었는지 목청이 쩌렁쩌렁하다. 때문에 괜히 이쪽으로 시선이 쏠리는 기분이었다.


“음! 미안하다!”


그게 조용한 거냐!

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호엔을 자세히 살폈다. 분명 들어 봤던 것 같은데···.


호엔은 라이델트 가의 특징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는 녀석이었다. 남 눈치 보지 않는 성격 하며 은연중에 드러나는 거침없는 투기(鬪氣)까지.


대체 뭐 하는 녀석이었지?

첫인상으로 판단했을 때는 단순한 엑스트라로 끝날만 한 녀석은 절대 아니었다.

「야수의 심장」이 절로 반응 하는 것으로 봐서 적어도 로니아급의 실력자.


난 연신 머리를 굴리며 녀석을 떠올리려 애를 썼다.


‘아!’


그러다 보니 떠오르는 게 하나 있었다.


마수 난입 사건.


첫 마수학 실습 당시. 갑자기 등장한 3급 마수를 1학년 생도가 해치웠다는 소문이 돈 적어 있었다.

그 생도는 결국 목숨을 잃었지만 그 덕에 별다른 피해 없이 사건이 마무리될 수 있었다.


그 생도가 분명 라이델트 가의 자제라고 했었지.


졸업생들도 잡기 힘든 3급 마수를 고작 1학년에 불과한 생도가 처치함으로써 꽤 이슈가 됐던 사건이다.


하지만 워낙 초반부에 일어났던 일이고 금방 스쳐 지나갔던지라 곧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난 새삼스러운 눈으로 호엔을 바라봤다. 이 녀석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단 말이지?

이러면 지금까지 구상해놨던 계획을 전면 수정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때 강당 내부에 안내방송이 울려 퍼졌고 난 잠시 생각하던 것을 멈췄다.


-레인벨 아카데미 입학식에 참여해주신 생도 여러분, 그리고 귀빈 여러분. 모두 환영합니다. 곧 교장님의 연설이 있을 예정이니 모두 착석해 주시길 바랍니다.


방송이 나오자 짜기라도 한 듯 다들 일사불란하게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우왕좌왕 하는 건 신입생들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휘잉-


한 줄기 바람이 강당 내부를 스치고 지나갔다. 바람이 향하는 곳은 중앙의 단상이었다.

바람은 조금씩 그 세기를 불려 나가 이윽고 단상 위에 커다란 회오리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휘오오오!


엄청난 압력이다. 자칫 잘못하면 바람에 휩쓸려 그대로 빨려들어 갈 것만 같다.

실제로 바람을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납작 엎드린 녀석들의 모습도 보였다.


뚝.

일순간. 거짓말처럼 바람이 멎는다.


-레인벨 아카데미의 교장이신 유그리드 헤이실론님이십니다!


어느샌가 단상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대략 10세 전후로 보이는 남자아이. 그 의외의 모습에 신입생들 사이로 웅성거림이 퍼져나간다.


‘뭐야?’

‘꼬마?’


꼬마라니 그런 실례되는 말씀을.

저건 그저 겉모습일 뿐 그 속에 숨어있는 건 어마어마한 괴물이다.


“엄청나군!”


호엔이 옆에서 탄성을 터트린다. 그 말대로다.

단상 근처의 공간만이 일렁이듯 진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별다른 행동도 하지 않았음에도 그 존재감만으로 숨이 턱 막힐 지경.


그렇다. 저 꼬마처럼 보이는 자가 바로 이 레인벨 아카데미의 교장.

과거 ‘영원의 마녀’를 처치한 원정대의 일원이자 20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온 위대한 마법사.

유그리드 헤이실론. 그 본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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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레인벨 아카데미(2) +3 21.05.12 1,024 2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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