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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피지컬 괴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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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5.12 10:25
최근연재일 :
2021.06.25 22:41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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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8
추천수 :
495
글자수 :
13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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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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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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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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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레인벨 아카데미(3)

DUMMY

로니아는 자신의 앞에 서있는 사내를 쳐다봤다.


‘내 목숨을 노리는 건가?’


하지만 그렇다기엔 너무 허술한 점이 너무 많았다.


애초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 대로변에서 암살을 노린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질 않는다.

아무리 목격자들도 전부 죽여없애면 암살이라곤 하지만 이건 좀 심하다.


그렇다면 대체 무슨 의도로 마차 앞을 가로막았냐는 것인데···.


‘아니지. 진짜 문제는 그쪽이 아냐.’


사실 저 사내가 마차 앞을 막았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될 상황은 아니었다.


감히 가문의 마차를 보고도 비키지 않은 건 괘씸했지만 겁만 좀 줄 생각이었지 다치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사내가 크게 다치지 않도록 미리 마법도 준비하고 있었다.


문제는 사내를 본 골렘이 보인 이상행동이었다.


‘마치 겁에 질린 것 같았어.’


기본적으로 골렘은 술사와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로니아는 느낄 수 있었다.


골렘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노라고.


하지만 문제는 그게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골렘이 겁을 먹는다니. 그게 말이 돼?’


골렘은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그게 상식이다.


술사의 감정에 골렘이 동조하는 경우는 있다고 들었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그게 가능하다면 그건 이미 골렘의 영역을 벗어난 게 아닌가?


하지만 방금 자신에게 전달된 감정은 분명했다. 아직도 등골이 저릿할 정도로 선명한 공포.

대체 무엇이 골렘을 그토록 겁에 질리게 만든 것일까.


‘겉보기에는 특별할···.’


아니, 자세히 보니 뭔가 좀 수상하다.


리테인 가의 마차를 박살 내고도 태연한 저 얼굴.


그 분위기는 마치 노련한 맹수를 연상시켰다. 포식자만이 가지는 여유로운 분위기 말이다.

거기다 육체를 어찌나 단련한 것인지 전신이 징그러울 정도로 근육으로 가득 들어차 있다.


정확히 뭔가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었지만 뭔가 위험한 기운이 사내의 근처에 도사리고 있었다.


‘이거 위험할지도?’


로니아는 정녕 그렇게 느꼈다.

어릴 적부터 리테인 가의 혹독한 훈련을 이겨내고 작금에 이르러선 차기 가주의 재목이라 평가받는 그녀임에도.


“너 조심해··· 요.”


로니아는 슬쩍 사내의 눈치를 살폈다. 저도 모르게 존대가 튀어나올 정도였다.

이쯤 되니 아까 대뜸 소리 지른 것이 후회되기 시작한다.


“괜찮습니까?”

“히끅!”


맹수의 울음을 닮은 나지막이 깔린 목소리가 들려오자 로니아는 급히 숨을 들이켰다. 고양이 앞에 쥐가 된 기분이다.


‘나 원래 이러진 않는데···.’


제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로니아는 좀처럼 겁이 없는 성격이었다. 가문의 어르신들이 자신을 보며 어린놈이 맹랑하다며 헛웃음을 지어 보이던 게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그런데 대체 왜 고작 이 사내 앞에서 이토록 작아지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사실 이는 「신혈」에 영향을 받은 골렘의 감정이 로니아에게 일부 흘러들었던 탓이지만 그녀가 거기까지 알 도리는 없었다.


“···두고 봐.”


마치 삼류 악당들이 남길법한 대사를 끝으로 로니아는 골렘을 끌고 황급히 자리에서 벗어났다.

이대로 더 있다간 못 볼 꼴을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



“뭐야?”


난 황급히 멀어지는 로니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뭐랄까 꼭 오줌마려운 개를 보는 것 같달까.


“아!”


화장실이 급했구나!

이제야 마차가 왜 그토록 빨리 달렸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급해 죽겠는데 그런걸 신경 쓸 겨를이 어딨단 말인가.

그 성격 지랄 같은 로니아가 한마디도 못 하고 도망갈 정도였으니 오죽했을까 싶다.


“나중에 만나면 사과해야겠어.”


이 빌어먹을 특성 때문에 로니아에게 안 좋은 인상을 준 것만 같았다. 게임을 진행하는데 필수적인 주연급 캐릭터와 사이가 틀어지는 건 사양인데···.


뭐 이미 찍힌 거 같긴 하지만.



*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난 성문을 지키고 있는 경비병에게 수험표를 건넸다.


“오! 입학시험을 보시는 모양이군요.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랍니다.”


레인벨 아카데미 입학시험의 지원 자격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적어도 수험표를 받고 입학시험을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은 것만으로도 그 실력과 신원을 보장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경비원도 별다른 조사 없이 나를 레인벨 안으로 들여보내 주었다.


“와아!”


성문 안으로 들어온 나는 연신 감탄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거리를 지나는 수많은 사람과 생전 처음 보는 독특한 양식의 건물들.

새삼 내가 게임 속으로 들어왔다는 게 실감 난다.


“저쪽 방향인 거 같은데.”


상상 이상으로 도시가 넓어서 잠시 당황했지만, 주위를 살펴보자 레인벨 아카데미의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향하는 곳이 있었다.

아마 그쪽이 레인벨 아카데미로 향하는 방향일 터였다.


레인벨은 제국 동부, ‘영원의 숲’과 맞닿은 접경지역에 지어진 거대한 성채를 일컫는 말이다.


본래 영원의 숲에서 빠져나오는 각종 마수(魔獸)들을 대처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략적 요충지였으나 지금으로부터 약 이백 년 전, 숲의 지배자였던 ‘영원의 마녀’를 처치한 이후부터 그 쓸모를 다했다.


이후 덩그러니 남겨진 성채를 군사들의 훈련소로 사용하게 되었고 그것이 레인벨 아카데미의 시초였다.


“근데 그런 것 치고는 너무 화려한데.”


제복을 입은 무리를 쫓아 도착한 레인벨 아카데미의 모습은 사실 훈련소를 연상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내성이 통째로 아카데미의 건물로 사용되고 있었는데 벽면에 붙어있는 번쩍이는 물체들 때문에 저녁 무렵임에도 주위가 대낮처럼 환했다.

마치 네온사인이 가득한 도심지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아카데미의 정문에는 전신을 무장한 경비병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유력가문의 인사들이 모이는 만큼 보안에 철저한 듯한 모습이다.


“수험생이십니까?”

“네.”


내가 수험증을 건네자 경비병이 손에 들고 있던 금속 막대기를 수험증에 가져다 댔다.


저건 수험증이 진짜인지 판별하는 도구였다. 수험증에는 특수한 마법적 처리가 되어있기 때문에 아무리 뛰어난 마법사라 해도 위조가 불가능했다.


“아휀 록스너, E1423”

“코드와 일치합니다.”


이름과 코드가 일치하자 경비병이 수험증을 다시 반듯하게 접어 내게 건넨다.


“륭관으로 가시면 관리인이 임시 숙소를 배정해 줄 겁니다. 시험 일정은 별도의 안내가 있을 예정이니 편히 쉬고 계시면 됩니다. 아, 그리고 혹시라도 수험증을 분실하게 되면 재발급이 불가능하오니, 주의해 주시길.”


난 경비병이 가리킨 방향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아카데미의 내부는 생각 이상으로 넓었다. 게임에서는 클릭 한 번으로 휙휙 넘어 다녀서 몰랐는데 실제로 와보니 어지간한 대학교 저리 가라 할 정도다.


어느 정도 걷다 보니 하늘 위로 길게 뻗어있는 커다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제 사관 륭(嶐)’


마치 산을 형상화한 듯 웅장한 형태의 건물. 앞에 서 있기만 해도 태산이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이 느껴진다.


“륭이라···.”


분명 경비병은 시험 일정은 별도의 안내가 있을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난 그게 새빨간 거짓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안내는 개뿔. 그냥 들어가면 바로 시작할 거면서.”


저곳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바로 시험이 시작될 거다. 이미 수차례 슬아생의 엔딩을 본 나다. 시험내용은 이미 줄줄이 꿰고 있었다.


“그런데 왜 하필 여기냐.”


레인벨 아카데미의 입학시험은 총 네 종류가 존재한다.


제 일관 호(虎)

제 이관 설(雪)

제 삼관 철(鐵)

제 사관 륭(嶐)


수험생은 이 네 개의 시험관 중 하나를 배정받으며 시험관의 특성에 따른 시험을 진행하게 된다.


시험관마다 배출하는 합격자의 수는 비슷했지만 어느 정도 난이도의 차이는 분명 존재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특히 륭관이 유독 어려웠다.


“이거 빡세겠는데?”


륭관의 시험은 다른 말로 FM의 시험이라고도 불렸다. 꼼수를 통해 고득점을 노릴 수 있는 나머지 시험과는 달리 그 어떠한 꼼수도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일반적인 유저들은 입학시험에 륭관이 걸리면 그냥 포기하고 다시 시작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안 그래도 어려운 게임인데 처음부터 꼬인 상태에서 시작할 이유가 전혀 없었으니까.


하지만 난 도전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자그마치 2주를 매달려서 륭관을 정복했던 전적이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릴 정도였다.


“수험증.”


내가 륭관의 입구로 다가가자 입구에 서 있던 사내가 말을 건네왔다.


늦가을이 생각날 듯한 서늘한 음색.

짙은 청색의 머리카락에 특유의 시큰둥한 표정이 인상적이다.

난 자동으로 머릿속에 한 사람을 떠올렸다.


청염(靑炎)의 기사, 시온 델파이드.

마수 사냥꾼 출신으로 오십이 넘는 1급의 마수들을 베어 넘기며 이름을 떨쳤고, 결국엔 황제에게 직접 청염의 기사라는 호칭을 공인받은 인물이다.


제국 7석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마수 사냥꾼들 사이에서도 그 강함을 인정받은 실력자.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슬아생에서 그는 레인벨 아카데미의 검술교관을 담당하고 있었다.


“···아휀 록스너. 상당히 단련된 육체로군. 너 정도라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겠지.”


수험표와 나를 유심히 살펴보던 시온이 격려의 말을 건넨다. 그는 내가 제법 마음에 든 눈치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휀 록스너의 껍데기가 마음에 든 거겠지만.


“무운을 빌지.”


아마 다른 사람 같았으면 고작 숙소에 들어가는데 그게 무슨 소리냐 되물었을 테지만 난 이후에 펼쳐질 일을 전부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더더욱 들어가기가 망설여진다.


[특성 「야수의 심장」이 두려움에 저항합니다.]


알았어! 갈게 가면 되잖아.


난 확 문을 열어젖혔고, 동시에 환한 빛이 눈을 덮쳤다.



*



“드디어 마지막이군.”


마지막 인원까지 륭관으로 들여보낸 후 시온은 벽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 막상 한 것도 없는데 괜히 피곤한 기분이다.


아직도 이곳의 평화로운 분위기가 영 익숙지 않았다. 하긴 평생을 피 튀기는 전장 속에서 살아왔는데 쉽게 익숙해지는 것도 웃긴 얘기겠지.


“아무래도 난 교관 체질은 아닌 모양이야.”


그에게 아카데미의 생활은 너무 무료했다. 사실 지금도 온몸이 근질거린다.

당장이라도 마수들의 피를 흠뻑 뒤집어쓴 채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러나 이젠 그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신세였다.


“으음···.”


발목으로부터 저릿한 통증이 올라온다. 평소엔 멀쩡하다가 가끔 이렇게 말썽이다.


3년 전, 특급의 마수를 상대하며 얻은 발목 부상. 놈의 독이 골수까지 스며들었던 상태라 완치는 불가능했다. 오히려 걸어 다닐 수 있는 것만 해도 천운이나 다름없었다.


그길로 시온은 마수 사냥을 멈췄다. 조금만 움직임이 격해져도 발이 말을 듣질 않는데 마수는 무슨 얼어 죽을.


그 뒤로 레인벨 아카데미에 초청받아 교관 노릇을 하고 있긴 했지만, 그는 이 생활이 너무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샌님들을 상대하는 건 너무 피곤하단 말이지.”


레인벨 아카데미의 들어오는 자들 대부분은 유력가문의 자제들이다. 가문에서 공들여 키운 탓에 나름대로 실력은 있는 모양이었지만 시온의 눈에는 그저 같잖을 뿐.


“실전 한 번 겪어보지 못한 애송이들.”


그런 주제에 콧대들은 더럽게도 높아서 짜증이 절로 치밀 지경이다.

장담컨대 그놈들 대다수는 마수와 직접 마주한다면 아마 오줌을 지릴 거다.


그래서 시온은 이 륭관의 시험을 좋아했다.

샌님들이 울고 불며 눈물을 질질 짜는 모습이 퍽 웃겼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마냥 어중이떠중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뭄에 콩 나듯 싹수가 있어 보이는 녀석들이 간혹 보이긴 했으니까.


“아까 그 녀석.”


아휀 록스너라고 했나.

수없이 단련한 흔적이 육체에 고스란히 남아있던 녀석.

그 맹수와 같던 눈빛이 지금도 기억이 난다. 오늘 본 지원자들 가운데에서도 단연 독보적이었으니까.

시온 답지 않게 말이 많아졌을 정도였다.


“혹시 모르지. 7인 안에 들어갈지.”


입학시험 성적 우수자 7인.


제국 7석을 모방하여 만들어진 이 7인에 륭관 출신이 들어간 적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없다.

이것 때문에 여러모로 말이 많긴 했지만, 교장의 생각이 워낙 확고해서 지금까지 바뀌지 않고 있다.


뭐 사실 시온도 정말 그 녀석이 7인에 들어가리라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이건 그저 이 무료한 생활에 있어 잠깐의 유흥 거리에 불과할 뿐이었다.

이런 사소한 기대감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는 게 바로 인간이라는 생물이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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