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종주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피지컬 괴물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종주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5.12 10:25
최근연재일 :
2021.06.25 22:41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4,119
추천수 :
495
글자수 :
130,231

작성
21.06.16 23:57
조회
240
추천
8
글자
11쪽

변화(4)

DUMMY

“교장님. 부탁하신 자료입니다.”

“고맙습니다. 니켈.”


유그리드는 니켈이 건네준 서류 뭉치를 한 장씩 펼쳐보았다.


최근 들어 마수들의 동향이 심상치가 않다는 보고가 속속 들어 올라오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갑자기 부서진 숲의 결계 까지.


상황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자명한 일이다. 이제는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그 대책을 세워야 할 시기였다.


‘이대로 놔둘 수는 없어.’


가장 시급한 것은 원인을 파악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누군가 직접 영원의 숲 안으로 들어가 보는 수밖에 없었다.


똑똑.

그때 누군가 집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교장님! 황제 폐하의 연락이십니다!”


그 말에 유그리드는 황급히 통신실로 향했다.


황제가 이 늦은 시각에 연락해올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뿐이다. 아마 영원의 숲과 관련된 얘기일 터.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통신실 안으로 들어선 유그리드는 수정구를 통해 벽에 투영된 황제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는 즉시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예를 차렸다.


-겉치레는 그만하면 됐소. 그대 같은 제국의 영웅에게까지 과한 예우를 받고 싶지는 않으니.

“헌데 어쩐 일로 친히 연락을 주셨습니까.”

-듣기로는 결계 문제로 고민이 많다고 알고 있소만 내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오.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지닌 제국의 황제였음에도 유그리드를 대하는 태도는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2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제국을 지켜온 유그리드의 존재는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단순히 가진 무력을 넘어 사람 대 사람으로서도 유그리드는 충분히 존중받을 만한 인물이었다.


“도움말이십니까?”

-대륙 전역의 마탑에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 놨소. 총책임자는 그대이니 다른 걱정은 하지 말고 결계를 복구하는 것에만 총력을 기울여 주시오.


쉽게 말하자면 이거였다.

돈과 인력을 무한정 제공해줄 테니 결계만 복구시켜달라.

그야말로 황제만이 할 수 있는 스케일의 발언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황제의 말에 유그리드의 표정은 되려 어두워졌다.


“···폐하. 외람된 말씀이지만 파손된 결계를 완전히 복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결계란 것이 본디 그렇습니다. 한 번 구멍이 생겨버리면 아무리 구멍을 메우려 해봐야 밑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 없습니다.”

-그럼 다시 처음부터 결계를 만들면 될 일 아니오.


결계를 처음부터 다시 세우려면 상상을 초워할 정도의 비용이 든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황제의 태도는 태연했다.


“그건 근본적이 해결책이 되지 않습니다.”


반면 유그리는 회의적이었다.

다시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해 결계를 새로 만든다면 당장의 고충은 사라질지도 몰랐다.


하지만 유그리드가 겪은 바로는 이건 그저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물론 당장 몇 년 동안은 아무 문제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십 년, 이십 년, 그래 운이 좋아 이번에도 이백 년까지 버틴다고 치자. 하지만 그 이후엔?


이 정도로 광범위한 결계를 설계할 수 있는 마법사는 자신이 유일하다. 자신이 죽고 나면 그땐 대체 누가 결계를 유지한단 말인가?

이건 그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후손들에게 떠넘기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후 유그리드가 입을 뗀건 꽤 오랜시간이 지난 후였다.


“저 혼자서 해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무슨 뜻이오?

“제가 직접 영원의 숲에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대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곳이 마음대로 들락날락 할 수 있는 곳이 아님은 그대가 가장 잘 알지 않소?

“네. 그렇기에 더더욱 제가 가야합니다.”

-···.


황제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만큼 유그리드의 말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영원의 숲이 어떤 곳이던가. 과거 쟁쟁하던 제국의 수많은 강자들의 무덤이 되었던 곳이 아니던가.


물론 그때와는 달리 영원의 마녀가 죽은 상태였지만 숲속에는 엄청난 수의 마수들이 산재해있었다.

특히 심층부에 자리를 잡은 괴물들은 단 한 마리만 빠져나가도 대륙을 초토화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대가 그리 판단한다면 그렇게 하시오.


그런데도 황제는 유그리드의 뜻을 존중하기로 결정했다. 적어도 영원의 숲에 한해서만큼은 그보다 잘 아는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뚝.

연락이 끊기고 투명하게 변한 수정구를 바라보던 유그리드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가 판단했을 때도 이건 너무 성급한 결정이다. 좀 더 상황을 지켜보고 계획을 세운다면 더 나은 방법이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그리드에겐 그럴만한 여유가 남아있질 않았다.


하루하루 마력이 줄어드는 것이 느껴진다. 겨우 붙들고 있던 육신이 결국 수명을 다해가고 있었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이제 와서 죽음이 두려운 것은 아니다.

다만 그전까지 이것만큼은 자신의 손으로 해결해야만 했다.


‘내가 마무리 지어야만 해.’


결자해지(結者解之).

자신이 숲의 전역을 결계를 뒤덮기로 했을 때부터.

아니, 어쩌면 원정대의 일원이 되어 숲에 발을 들여놨을 때부터 이미 이 이야기의 결말은 정해졌던 것일지도 몰랐다.



*



“마녀님 결계의 힘이 눈에 띄게 약해진 것 같습니다.”

“흘흘. 결계의 중추를 박살 냈으니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일 게다. 그나저나 드디어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구나.”


확실히 대단한 결계였다.

그녀가 살면서 봐왔던 그 어떤 결께보다도 뛰어났다. 설마 이걸 뚫는 데 이리도 오랜시간이 걸릴줄은 꿈에도 몰랐다.


“능구렁이 같은 늙은이.”


결계의 구조식을 보다 보면 그 빌어먹을 놈의 얼굴이 절로 떠올랐다.

저를 똑 닮은, 토악질이 나올 만큼 역겨운 구조식이었다.


총 1800만 개에 달하는 마법진들이 불규칙적으로 얽혀있다. 거기다 마법진 하나하나 이중 삼중으로 꼬여있어서 한번 봐서는 도통 뭐 하는 마법진인지 예상조차 불가능하다.


심지어는 모든 마법진들이 제각기 다른 패턴을 띄고 있었으며 주기적으로 형태가 변했다.

악랄하다는 말이 무색하리만큼 끔찍하기 그지없는 결계였다.


사실 결계를 뚫게 된 것도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었다. 어찌 된 일인지 한 달마다 형태가 변화하던 마법진들이 벌써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상태로 유지되고 있었으니까.


‘무서운 놈!’


이런 복잡한 결계를 인간의 머리로 생각해냈다는 게 도무지 믿기질 않는다. 인정하기 싫지만, 이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간이었다.


“어디 보자.”


그녀는 고개를 들어 캄캄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결계의 힘이 약해지니 그녀의 장기 중 하나였던 점성술을 사용하는 게 가능해졌다.


“별을 헤아려보니 이 땅의 생명이 곧 다하겠구나. 이참에 자리를 떠야겠다.”

“네? 그럼 남아있는 녀석들은 전부 어떻게 합니까?”

“쓸모 있는 놈들만 골라갈 생각이다. 어차피 잔챙이들이야 다시 만들면 그만이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놈들 하나하나에 그녀의 피와 땀이 스며들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대의의 꽃은 어느 곳에서나 피울 수 있는 법이지.”


그렇다고 망설이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괜히 이곳에 남아있다가 레인벨의 그 늙은 괴물과 마주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이 허접한 껍데기로는 상대조차 되지 않을 게 분명했으니.


“서둘러 떠날 채비를 하자꾸나.”

“허면 마녀님. 옥타 녀석은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그 청개구리 녀석은 내버려 둬라. 희귀한 능력이라 아쉽긴 하지만 그런대로 미끼로 써먹을 수는 있겠지.”


그리 말한 그녀는 허리를 두드리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제한 시간 내에 당신의 힘으로 ‘테오 로드메인(가명)’을 처치하십시오.]


난 기숙사 침대에 누워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내가 직접 나서라 이거지?’


보통 저런 식의 문구가 있다면, 내가 테오 공략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해야만 인정을 해주겠다는 의미였다.


쉽게 말해서 남들의 손을 빌려 테오를 처리하는 걸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일 거다.


‘가명이라···.’


거기다 가명이라는 단어 또한 신경 쓰인다. 굳어 저렇게 적어놨다 함은 분명 뭔가 의도가 있음이 분명했다.


머릿속으로 예상이 되는 게 몇 가지 존재했다. 하지만 한 번도 겪지 못했던 루트인 만큼 더 신중히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뭐 아직 시간은 많으니 말이지.’


[제한 시간; 60일]


기간은 상당히 널널했다. 하지만 이건 좋은 소식임과 동시에 나쁜 소식이기도 했다.

기간이 널널한 만큼 그 난도가 높을 것임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였으니까.


‘그러고 보니···.’


이 두 달이라는 기간이 대체 어떻게 나왔을까 생각해보는데 떠오른 게 하나 있었다.


지금부터 두 달 후라면 레인벨 아카데미가 주최하는 축제. ‘벨라토르’가 개최되는 시기이다.

또한 원래 스토리 대로라면 테오가 폭주해 날뛰는 중간 보스전이 예정되어있는 시기기도 했다.


아무래도 원작의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기 전에 승부를 보라는 말인 것 같은데···.


절레절레.


‘아냐. 이건 나중에 생각하자.’


난 고개를 저으며 밀려오는 테오에 대한 생각을 떨쳐냈다. 이건 앞으로 천천히 고민해보면 되는 문제였고 그보다 시급한 문제가 있었다.


바로 내일 정산 될 포인트에 관한 일이었다.


포인트는 슬아생에서 가장 중요한 재화다.


각종 이벤트에서 랜덤으로 주어지는 보상과 달리 이 포인트를 이용하면 자신에게 필요한 품목을 선택해 구매할 수 있었다.


원하는 특성, 아이템, 스킬 등 캐릭터의 성장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들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말이었다.

때문에 소위 말하는 ‘잡캐’가 되지 않기 위해선 이 포인트를 적재적소에 활용해 주어야만 했다.


나 같은 경우, 이미 성장의 방향성은 결정 됐다. 이미 고유특성을 4개나 보유했으니 말이다.

이제는 그것들을 완벽하게 어우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흐음.’


그렇게 난 기억 속에 있는 여러 가지 정보들을 되짚으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카데미의 피지컬 괴물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공지입니다 +1 21.07.26 95 0 -
공지 제목변경 21.05.18 391 0 -
25 카포타르(2) 21.06.25 155 5 13쪽
24 카포타르(1) +1 21.06.23 196 7 11쪽
» 변화(4) 21.06.16 241 8 11쪽
22 변화(3) 21.06.15 260 7 10쪽
21 변화(2) +1 21.06.11 275 9 12쪽
20 변화(1) +1 21.06.08 280 10 12쪽
19 헤르비크(3) 21.06.05 347 12 11쪽
18 헤르비크(2) +3 21.06.02 361 16 12쪽
17 헤르비크(1) +1 21.05.31 382 13 11쪽
16 테오 로드메인(2) +3 21.05.29 445 14 11쪽
15 테오 로드메인(1) 21.05.28 449 14 11쪽
14 마수학 실습(4) +1 21.05.25 497 21 14쪽
13 마수학 실습(3) +1 21.05.22 564 25 13쪽
12 마수학 실습(2) +1 21.05.20 606 28 13쪽
11 마수학 실습(1) +1 21.05.18 631 27 13쪽
10 수업(3) +1 21.05.17 639 27 14쪽
9 수업(2) +1 21.05.16 662 24 14쪽
8 수업(1) +1 21.05.15 673 32 14쪽
7 입학(3) +2 21.05.14 705 25 11쪽
6 입학(2) 21.05.13 734 25 11쪽
5 입학(1) 21.05.12 757 29 12쪽
4 레인벨 아카데미(3) 21.05.12 859 25 13쪽
3 레인벨 아카데미(2) +3 21.05.12 1,021 29 11쪽
2 레인벨 아카데미(1) +2 21.05.12 1,113 33 11쪽
1 프롤로그 +2 21.05.12 1,265 30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