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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피지컬 괴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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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5.12 10:25
최근연재일 :
2021.06.25 22:41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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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61
추천수 :
495
글자수 :
130,231

작성
21.06.0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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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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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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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변화(1)

DUMMY

이곳은 로칸폴트.

레인벨에서는 제법 거리가 떨어진 상업 도시다. 잘 닦여진 거리와 규격화된 건물들은 보는 차분한 느낌을 선사했는데 확실히 레인벨과는 전혀 달랐다.

그런데 설마 바로 여기까지 오게 될 줄이야.


“우욱!”


옆에서 루나가 헛구역질해댄다. 워프 게이트를 세 번 연속 갈아탄 후유증이었다.

이쯤 되니 델라가 본인이 가기 싫어 억지로 떠넘긴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아니 근데 이게 맞는 거야?

고작 무급 마수를 잡으려고 워프 게이트를 세 번이나 타야 한다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었다.


아무도 안 맡는 의뢰라는 건 대게 이런 식인 모양이었다. 멀고 보수는 적고, 막상 나타난 마수라 해봐야 위험도 1의 무급 마수.


차라리 정말 위험한 마수였다면 황실에서 직접 나서 토벌하겠지만 이도 저도 아니니 그냥 방치돼 버리는 것이었다.


“돌겠네.”


심지어 아직 목적지에 도착하지도 못했다.

워프 게이트는 그저 대도시 간에만 운영이 되기에 보일레 마을까지는 육로로 이동해야만 한다.


설상가상으로 내일 있을 수업을 무사히 참석하기 위해선 이 모든 과정을 오늘 안에 끝마쳐야만 했다.

그야말로 살인적인 스케쥴이었다.


“빨리 가자.”


난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호엔과 루나를 잡아끌었다. 오늘 안에 임무를 마치려면 최대한 서둘러야 했다.


상대가 무급 마수인 게 어찌 보면 다행이었다. 일단 목적지에 도착하기만 한다면 막상 마수를 상대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테니까.


난 한참을 헤맨 후에야 서문에 있는 간이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혹시 보일레 마을까지 갈 수 있겠습니까.”


콧수염이 난 마부가 우리를 흘깃 쳐다본다. 표정을 보니 그다지 내키지 않는 모양이었다.


“돈은 두 배로 드리겠습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요. 그 근방에 마수가 출몰한다는 말이 있소. 돈을 얼마를 준다 한들 가려 하는 사람은 없을게요.”


그제야 사내가 내켜 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사내도 괜히 마수와 마주쳤다가 목숨을 잃고 싶지는 않을 터였다.


“아!”


난 품에서 학생증을 꺼내 들어 사내에게 보였다.


“저희는 마수를 처리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여기에 온 겁니다. 마수에 관해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 레인벨 아카데미!”


아카데미의 문양을 보자 사내의 안색이 환해졌다. 정식 마수 사냥꾼은 아니지만 레인벨 아카데미의 명성은 익히 알려져 있었으니까.


“그런 거라면 내 도와주겠소. 그동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거든.”


그는 곧이어 바로 옆 마구간에서 튼튼해 보이는 말 하나를 끌고 와 마차에 매었다,


“타시오. 안 그래도 마을에서 한참 소식이 없길래 걱정하던 참이었는데 잘됐소.”



*



다그닥. 다그닥.


약 두 시간쯤 갔을까. 조용히 마차를 몰고 있던 마부가 입을 열었다.


“거의 다 왔소. 저기 보이는 마을이 바로 보일레 마을이오.”


앞쪽을 보자 허리춤까지 자라있는 작물들 사이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이 보였다.


마을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대략 10가구에서 15가구 정도가 모여있는 소규모 마을.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너무 조용한데.”


근처의 밭은 물론이고 마을 내부를 들여다봐도 단 한 명의 주민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마치 아무도 살지 않는 것처럼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순간 불길한 느낌이 엄습했다.

벌써 마을 사람 모두가 마수에게 당한 건가?


비록 위험도 1의 마수라고는 하지만 일반인들이 당해내기는 힘들었다. 단신으로 마을 하나를 몰살시키는 것도 마냥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우리는 마차가 멈추자마자 황급히 마을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으··· 꺼림칙해.”


마을 입구에 다다르자 끈적한 액체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소름 끼치는 느낌이 전신을 뒤덮는다.

루나 역시 뭔가를 느꼈는지 몸을 으스스 떨었다.


“일단 나뉘어서 살펴보자.”


일단 우리는 마을 이곳저곳을 살펴보기로 했다.


“누구 계십니까?”


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말을 건네 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뿐. 결국 아무런 수확 없이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혹시 어찌 된 일인지 알고 계십니까?”

“글쎄···. 이 마을에 사람이 드나들지 않은 지 벌써 한 달이 넘었소. 나도 그것 말고는 듣은 게 없소.”


난 혹시나 뭐라도 알고 있을까 싶어 마부에게도 물어 봤지만 그도 딱히 아는 눈치는 아니었다.


“어! 사람이야!”


그때, 루나가 뭔가 발견한 듯 손으로 한곳을 가리켰다. 그곳을 바라보자 정말 한 사내가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뭐지?”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그 사내의 모습이 이상하다.

마치 꼭두각시 인형처럼, 관절을 기이한 각도로 꺾으며 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평범한 사람이라 생각되지는 않았다.


잠깐만, 꼭두각시 인형?


순간 머릿속에 스쳐 가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슬아생에 존재하는 마수의 종류는 정말 많다. 아무리 나라도 그걸 전부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중에서 인상적이었던 녀석들은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있었는데 지금 말하려는 녀석도 그중 하나였다.


로터스.

생물의 정신을 갉아먹는 몽환의 마수.


내가 로터스를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녀석이 원작에 가장 처음으로 등장한 정신계 마수였기 때문이었다.


본래는 새로운 공격패턴을 소개하기 위한 예행 연습에 불과한 마수였지만 그 악랄한 난이도로 인해 ‘뉴비절단기’라는 별명까지 붙었던 녀석이다.


나도 로터스를 처음 마주쳤을 땐 상당히 고전했었다. 녀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면 사실상 공략하는 게 불가능에 가까운 마수였으니.


그런데 2막 이후에나 등장할 마수가 벌써 모습을 드러내다니 이상한 일이었다.


“이봐요!”


루나가 다가오는 사내에게 계속해서 말을 건넸다.

그러나 아무리 불러봐도 대답없이 걸음을 옮기는 사내.


소용없는 일이다. 이미 저 사내의 정신은 마수에게 잠식당한 상태. 말이 통할 리가 없었다.


“크아아!”


근처까지 다가온 사내가 갑자기 괴상한 소리를 내지르며 달려들었고 호엔이 검을 빼 들었다.


“죽이면 안 돼!”


단순히 조종당하고 있을 뿐이지 사내 또한 이 마을의 주민일 터. 무고한 생명을 해쳐서는 안 됐다.


내 말에 호엔이 잠시 멈칫거리자 루나가 달려 나와 사내의 팔을 꺾어 제압한다. 하지만 사내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팔이 부러지는 것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친다.


퍽!

결국 호엔이 검 손잡이로 사내의 뒤통수를 내리쳐 기절시켰다.


“이게 무슨···.”


루나가 침음을 흘렸다.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사람의 모습은 아니었으니까.


“마수의 짓이야.”

“뭐? 마수가 이런 것도 할 수 있단 말야?”

“그래.”


2막 이후라면 모를까 지금 시점에서 정신계 마수는 흔치 않았다. 루나가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난 기절한 사내의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로터스는 훗날 2급 마수로 분류되는 마수다. 정신공격의 위험성을 상당히 높이 평가했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정신을 보호할 수 있는 특성이 없다면 스펙이 아무리 뛰어나도 상대하기 정말 까다로운 녀석이긴 했다. 그런데도 고민을 하는 건 내게 그런 특성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이걸 어떻게 하나.’


로터스가 아닌 다른 2급 마수였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갔을 거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상대가 되지 않을 게 뻔했으니까.


그러나 로터스라면 얘기가 좀 달랐다. 녀석은 본체만 놓고 본다면 2급 마수는커녕 어지간한 3급 마수에도 미치지 못했으니까.

정신공격을 파훼할 수단이 있다면 난이도가 극단적으로 낮아진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고민이다.

지금 녀석을 해치운다면 시스템에서 주는 최초처치 보상은 물론 아카데미 측에서도 상당한 포인트를 제공해 줄 터.

얻는 이득에 비해 감당할 리스크가 그리 크지 않았다.


“아빠!”


그런데 그때, 근처 집의 문이 벌컥 열리더니 대략 10살 전후로 추정되는 여자아이 한 명이 이쪽을 향해 뛰어왔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바닥에 쓰러져 기절해있는 사내를 향해서였다.


“으아앙! 아빠!”


다가온 아이가 기절한 사내를 붙잡고 울음을 터트린다.


아무래도 사내의 정체는 이 아이의 아버지였던 모양이었다.

아이는 5분은 더 울고 나서야 간신히 진정했다. 그리고 우리는 아이에게서 자세한 사정을 들을 수가 있었다.


“마을 사람 전부 숲으로 사라졌다는 말이지?”

“흐윽. 네.”

“혹시 그게 언제쯤이었는지 기억해?”

“오늘 아침에요오.”


말을 들어보니 마을 사람 전부가 로터스의 정신지배에 당한 것 같았다.

모든 사람을 끌고 숲에 틀어박힌 것을 보면 이미 둥지를 완성 시킨 모양이었다.


놈은 인간의 정신을 망가뜨리고 거기서 뿜어지는 사념을 먹는다. 이대로 놔두면 마을 사람들의 목숨이 위험할지도 몰랐다.


턱.


“걱정하지 마라. 내가 구해주겠다.”


말을 듣던 호엔이 아이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선 몸을 일으켰다. 표정을 보니 이미 숲쪽으로 가기로 마음을 먹은 듯했다.


“근데 우리끼리 괜찮을까? 아무리 봐도 평범한 마수가 아니잖아.”


반면 루나는 이성적이었다. 함부로 마수의 소굴로 들어가는 게 망설여지는 모양.


냉정하게 보자면 루나의 말을 따르는 게 옳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마수가 보이면 도망가라는 것이 이 업계의 지론이었으니까.

하지만 난 이번만큼은 호엔의 손을 들어 주기로 했다.


“우리끼리 어떻게든 해보자.”


마수의 정체를 미리 알고 있지 않았다면 나 역시 호엔을 뜯어말렸을 거다. 마을 사람들이 안타깝긴 하지만 여기서 개죽음을 당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허나 난 로터스의 모든 패턴은 물론이고 녀석의 습성 또한 기억하고 있다. 사실상 질 수가 없는 싸움이었다.


“으··· 진짜.”


루나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가슴을 쳐댔지만 나와 호엔이 무작정 숲으로 향하기 시작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 뒤를 따랐다.



*



숲에 들어오자 마을에서도 느껴졌던 묘한 기운이 한층 더 강해졌다.


“잘 생각해봐. 뭔가 불길하다니까?”


루나가 저렇게까지 말할 정도면 정말로 불안한 모양이었다. 심지어는 호엔도 표정이 딱딱히 굳어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음산한 분위기가 감도는 숲길을 한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날카로운 소음이 숲속에 울려 퍼졌다.


츠르르릇!

동시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운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음?”


[특성 「야수의 심장」의 효과로 「정신지배」에 저항하였습니다.]


마수의 짓이었다.

난 즉시 호엔과 루나의 상태를 확인했다.


“으어어.”


아무리 녀석들이라 한들 로터스의 정신공격을 버틸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초점이 사라진 채 가래 끓는듯한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확실히 2급 마수가 내뿜는 정신공격은 굉장히 강력했다. 호엔과 루나가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당해버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이리 멀쩡할 줄은 놈도 몰랐을 거다.


츠르릇!

다시 한번 쏘아지는 꺼림직한 기운.


[특성 「야수의 심장」의 효과로 「정신지배」에 저항하였습니다.]


“소용없어 새꺄.”


주위를 재빨리 훑었다.

빽빽이 솟은 나무 너머로 마을 주민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이곳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아마도 놈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거겠지.


그리고 정신을 장악당한 것은 그들 뿐만이 아니었다.


챙!


어느샌가 호엔이 내게 다가와 검을 휘두른다. 아무래도 본판 자체가 강하다 보니 조종당하고 있음에도 공격이 매서웠다.


그렇게 호엔과 루나의 공격을 막으면서 주변을 살피길 한참. 마을 사람들이 어느덧 근처까지 다가왔을 무렵이었다.


“찾았다!”


쐐액!

난 느닷없이 한 곳을 향해 검을 내던졌다.

가지고 있는 유일한 무기를 버리는 것과 다름없는 행동이었지만 망설이지 않았다. 그만큼 확신에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푹!


“키에에엑!”


순식간에 날아간 검이 무언갈 뚫고 멀찍이 떨어진 나무둥치에 틀어박혔다. 그리고 동시에 고통스러운 비명이 숲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들으며 난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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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마수학 실습(1) +1 21.05.18 634 27 13쪽
10 수업(3) +1 21.05.17 642 27 14쪽
9 수업(2) +1 21.05.16 663 24 14쪽
8 수업(1) +1 21.05.15 674 3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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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레인벨 아카데미(2) +3 21.05.12 1,024 2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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