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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피지컬 괴물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종주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5.12 10:25
최근연재일 :
2021.06.25 22:41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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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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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5
글자수 :
13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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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0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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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마수학 실습(2)

DUMMY

“이건?”


내가 건넨 시약병을 받아 든 호엔이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화염초를 갈아서 만든 증폭제야. 혹시 모르니 가지고 있어.”


덧붙인 말에 더욱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다.


“···이걸 사용하면 실습을 하는 이유가 없지 않은가.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아휀.”


증폭제란 보유한 마력의 출력을 급격히 증가시키는 약물이다.

가격이 제법 나갈뿐더러 부작용도 있어서 현직 마수 사냥꾼들도 정말 다급한 상황이 아니면 잘 사용하지 않았다.


“여차하면 망설이지 말고 써.”


내가 답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였다.

호엔에게 대뜸 3급 마수와 싸울 준비를 하라고는 할 수 없었으니까.


그동안 나름대로 어떻게 하면 이 사건을 문제없이 끝낼 수 있을까 제법 고민했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이거다.


호엔에게 증폭제를 쥐여 주는 것.


녀석이 증폭제를 복용한다면 적어도 몇 분 동안은 3급 마수를 압도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나와 루나가 가세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을 이 사건에 끼워 넣는 것보단 이편이 훨씬 깔끔할 터.


“이만 가자.”


난 호엔의 미심쩍은 시선을 애써 무시한 채 방을 나섰다.


이제 곧 마수학 실습이 시작된다. 제시간에 도착하려면 지금쯤엔 출발해야만 했다.



*



레인벨을 빠져나와 북쪽을 향해 조금 걷다 보면 얼마 안 가 영원의 숲과 마주칠 수 있다.

본래 온갖 마수들의 근원지로 악명 높았던 숲이었지만 영원의 마녀가 죽은 이후 조금씩 안정화가 진행되는 중이었다.


물론 그렇다 해도 굉장히 위험한 지역인 것은 틀림없다. 숲의 중심부에는 여전히 무시무시한 마수들이 도사리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교장이 펼쳐놓은 결계덕에 숲의 외곽지역만큼은 마수들로부터 안전했다.

때문에 이곳은 생도들의 실전감각을 향상시키기 위한 훈련장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마수학 실습 또한 이곳, 영원의 숲 외곽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오! 이것 좀 봐라. 루나!”

“조용히 좀 해!”


호엔이 숲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요란을 피워댄다. 워낙 목청이 큰 탓에 다른 생도들이 따가운 눈길을 보내왔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결국 루나가 그 옆을 따라다니며 호엔을 뜯어말리고 있었다.


난 녀석들에게 신경을 끄고 잠시 주위를 둘러봤다. 이렇게 보니 호엔이 난리를 피우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갔다.


영원의 숲은 그 이름처럼 굉장히 신비로운 모습이었다.

분진이 흩뿌려진 듯 허공이 반짝반짝한 입자들로 가득 차 있었으며 숲 여기저기에선 독특한 모양과 색감의 식물들이 한껏 자태를 뽐내고 있다.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곳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숲에 난 길을 따라 걸어가던 생도들의 눈앞으로 거대한 원형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건물 앞에는 특이한 차림의 한 사내가 생도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오효효! 빨리 오세요. 빨리!”


사내는 마수학 수업의 담당 교수, 롱퐁이었다.

그는 붉은색 깃털이 잔뜩 박혀있는 망토를 두르고 있었는데, 닭 볏을 연상케 하는 헤어스타일과 어우러져 상당히 특이한 인상을 주었다.


···몇 번을 봐도 저 이상한 웃음소리와 생김새는 도저히 적응되질 않는단 말이지.

아무리 게임이라곤 하지만 컨셉이 너무 과했다.


“이쪽이쪽!”


롱퐁의 안내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건물 중앙에 위치한 사각형의 무대와 그 주위를 둥그렇게 둘러싼 관중석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관중석을 가로질러 생도들을 무대 위로 데려갔다.


“요호호! 다들 주위를 둘러보세요!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나요?”


롱퐁이 날갯짓하듯 망토를 펄럭이며 제자리에서 한 바퀴 빙그르르 돈다.


그의 말대로 무대 위에서 관중석을 둘러보자 왠지 모를 압박감이 느껴졌다. 관중이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음에도 말이다.

그가 이곳에 우리를 데려온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저··· 교수님. 오늘 수업은 여기서 진행하는 건가요?”


그때 짧은 머리의 한 남자 생도가 롱퐁에게 질문했다. 아무리 봐도 이곳은 마수학수업과는 별 관련이 없어 보였으니까.


“아뇨, 아뇨. 이곳은 앞으로 여러분들의 종합평가 치러질 필레임 스테디움이에요. 사실 한번 구경이나 해보라고 그냥 데려와 봤답니다. 매도 미리 맞아 보는 게 낫잖아요? 요호호!”


뭐가 그리 즐거운 듯 롱퐁은 한껏 자지러지게 웃더니 돌연 허공을 향해 망토를 세차게 휘둘렀다.


촤아악!

그러자 망토에 박혀있던 수백 개의 깃털이 일제히 허공을 향해 쏘아진다. 그렇게 허공을 가득 수놓은 깃털은 이내 어떤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이건 숲의 약도입니다! 보시다시피 숲의 외곽은 총 열네 개의 구역이 존재한답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을 열네 개의 조로 나눠서 각 구역에 한 조씩 보낼 생각이에요.”


쏴악!

그가 다시 요란하게 망토를 두르자 순식간에 깃털들이 돌아온다. 어떻게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신기한 기술이다.


그는 깃털이 전부 돌아온 것을 확인 한 후, 품안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 들었다.


“이름하야 보물찾기! 제가 미리 이 구슬을 각 구역에 하나씩 숨겨놨답니다. 여러분들은 이걸 찾기만하면 되는 거예요. 간단하죠? 아 참! 그리고 숲 곳곳에는 마수들이 존재한답니다. 수업 시간에 배웠던 지식을 실전에 적용해 볼 기회인 셈이죠! 자 그럼 바로 조를 나눠볼까요?”


그는 즉석에서 14개의 조를 발표했다. 나와 루나는 3조, 호엔은 12조였다.

일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하려는지 상당히 빠른 속도의 진행이었다.

그렇게 생도들이 전부 조별로 모인 것을 확인한 롱퐁은 뜬금없이 생도들을 향해 작별 인사를 건넸다.


“요호호! 다들 이따 봐요!”


그가 두 팔을 활짝 벌리자 망토에 꽂혀있던 깃털들이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그리고 생도들의 사이를 비집고 땅에 틀어박히며 기하학적인 문양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마법진?”


눈치 빠른 생도 한 명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의 말대로 바닥에 틀어박힌 깃털은 영락없이 마법진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파아앗!

이윽고 깃털로 이루어진 마법진이 빛을 뿜어내며 주변을 섬광으로 물들였다.



*



“여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루나였다.

갑작스레 전이 마법에 당했음에도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었다.


“여기가 2구역인 모양이야.”


주위는 온통 푸른 녹음(綠陰)으로 뒤덮여있었다. 아무래도 외각 2구역에 진입한 듯했다.


“으으···.”


루나와 잠시 주위를 둘러보는 와중 같은 조원들이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한다.


2조의 총인원은 10명이었는데 그중 내가 아는 얼굴은 없었다.


“다들 정신 차리세요.”


전부 혼이 쏙 빠진 듯 멍하니 앉아있는 모습에 답답해서 내가 먼저 나섰다. 마법의 후유증이 제법 심한 모양이었다.


모든 조원이 정신을 차리자 난 그들에게 미리 생각해둔 계획을 말했다.


“저희 둘은 따로 움직이겠습니다. 서로 나뉘어서 구슬을 찾아보도록 하죠.”

“네?”


내 갑작스러운 말에 다들 당황한 듯한 표정이다. 루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에? 그게 무슨 소리야 아휀! 숲에는 마수가 나온다고 했잖아.”

“걱정 마. 어차피 무급 마수 중에서도 약한 개체밖에 없을 거야.”


이번 시험에서 등장하는 마수들은 롱퐁 교수가 직접 선별한 마수들이다. 첫 실전인 만큼 마수라고는 하나 정말 약한 놈들만 풀어놨을 터.


“다들 성적 잘 받는 게 목표잖아? 내 생각엔 우리가 뭉쳐 다니면 찾는데 오래 걸릴 수밖에 없어.”

“그건 그렇지.”


이 중에선 내 입학시험 성적이 가장 높은 만큼 다들 내 말에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이후로 계속해서 대화가 오갔지만 결국 내 말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나와 루나는 동쪽, 나머지 인원은 서쪽으로 가게 되었다.


“루나. 달려!”

“뭐, 뭐? 기다려!”


그렇게 다른 생도들이 시야에 안보일 때쯤. 난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위치가 너무 멀어.’


내가 있는 3구역과 호엔이 있는 12구역은 사실상 정반대나 다름없었다. 호엔이 언제 마수와 마주칠지 알 수 없었기에 최대한 서둘러야만 했다.


“대체 왜 그러는 거야!”


내 돌발행동에 황급히 따라온 루나가 화난 듯 따져 묻는다. 하긴 그녀로선 어이가 없을 테지.


난 잠시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호엔이 위험해.”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정말이야. 믿고 따라와 줘.”


그제야 장난치는 게 아님을 느꼈는지 덩달아 표정이 심각해진다.


“···무슨 일이야?”

“설명은 나중에. 일단 서두르자.”


난 더욱 속도를 높여 달리기 시작했다.



*



촤악!

시뻘겋게 달궈진 칼날이 마수의 몸통을 갈랐다. 갈라진 몸통 사이로 자욱이 수증기가 뿜어져 나온다.

이로써 벌써 네 마리째였다.


“우와!”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생도들이 감탄을 터트린다.


“대단해!”


그만큼 호엔이 보여준 실력은 놀라웠다. 군더더기 없는 몸짓은 물론 망설임 없이 마수를 베어내는 냉철함까지.

도저히 같은 생도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의 수준 차이가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연공법의 숙련도 또한 엄청났다. 마력을 운용하는 게 겉으로 드러날 정도라니! 이미 완숙에 가까운 기사의 모습이다.


“음!”


조원들의 기대 어린 시선을 뒤로하고서 호엔은 절제된 동작으로 납검(納劍)했다. 이 이상 검을 휘두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너무 약해.’


이곳에 등장하는 마수들은 자신의 상대가 되질 못했다. 가문에서 상대했던 마수들과 비교한다면 그야말로 어린애 장난 수준.


“나머지는 너희들이 처리하는게 좋겠다.”


호엔은 그때부터 일절 마수에 손을 대지 않았다. 자신이 마수를 잡기 시작한다면 다른 생도들의 실전기회를 뺏는것이나 다름없다 생각했으니까. 정작 자신에겐 도움도 되질 않는데 말이다.


호엔이 참여하지 않기 시작하자 12조의 진행 속도는 한층 느려졌다. 하지만 그 누구도 호엔에게 불만을 표하지는 못했다. 그가 망설임 없이 마수들을 베어내던 장면을 이미 모두가 지켜봤던 까닭이다.


그렇게 간간이 습격해오는 마수들을 처리하며 숲을 돌아다니기를 한참.

12조 생도들은 결국 롱퐁이 숨겨놓은 구슬을 발견해 낼 수 있었다.


“어! 저기!”


사실 숨겨져 있지도 않았다. 구슬을 어떻게 찾으라는 정보도 주질 않더니 애초부터 이럴 속셈이었던 모양이었다.


연못 위로 떠 있는 알록달록한 빛의 구슬.


저걸 얻기 위해선 연못을 가로질러야 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물밑으로 시커먼 그림자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레클루였던가.”


분명 마수학 수업에서 녀석에 대해 배운 적이 있었다.


레클루.

인적이 드문 연못 속에서 종종 발견되는 두꺼비 형태의 마수.

개체 하나하나는 그리 강하지 않지만, 군집을 이룬 채 물속에 숨어있다면 상대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녀석들이었다.


하지만 그래봐야 등급도 받지 못한 무급 마수. 약점은 명확했다.


“내가 처리하겠다.”


스르릉

호엔이 검을 뽑으며 앞으로 나섰다. 녀석들의 약점은 불. 자신과는 상극인 셈이다.


“흐읍!”


집중하며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하자 몸 주위로 희미한 열기가 피어오른다.

아직 아직 구체화(具體化)단계에 이르지 못했기에 직접적으로 불을 만들어 낼 수는 없었지만, 마력으로 주위를 달구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다.


호엔이 시뻘겋게 달궈진 검을 들고 천천히 연못으로 다가간다.

그런데 그때.


쐐애액!

잔뜩 예민해진 호엔의 기감으로 갑자기 자신을 향해 쏘아지는 물체가 포착되었다.


챙!


“윽!”


반사적으로 검을 내질러 쳐냈지만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고 말았다. 엄청난 위력이었다.


‘뭐지?’


갑작스러운 충격에 경련을 일으키는 손을 겨우 진정시키고 앞을 바라본다.


꾸르륵!

먹잇감을 탐색하는 듯 이리저리 움직이는 샛노란 빛의 눈동자. 어찌나 덩치가 큰지 몸의 절반이 연못 위로 삐져나와있다.


어느새 집채만한 두꺼비 한마리가 연못에 앉아 이곳을 노려보고 있었다.


‘레클루?’


아니다. 저건 레클루 따위가 아니다.

생김새는 비슷했지만 그런 허접한 마수와는 차원이 다른 괴물이다.

놈이 뿜어대는 압도적인 살기에 온몸에 닭살이 돋아날 정도였으니 말이다.


호엔은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검을 고쳐 잡았다. 아무래도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 것만 같았다.


작가의말

휴재 죄송합니다. 부처님은 오셨는데 저는 오질 못했군요....ㅜ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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