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라인알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에서 시한부는 죽어갑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외로운해
작품등록일 :
2021.02.12 20:36
최근연재일 :
2021.04.09 17:56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39,028
추천수 :
1,702
글자수 :
268,502

작성
21.03.05 12:15
조회
918
추천
42
글자
16쪽

021. 죽음과 소생

DUMMY

도키메 산맥의 지리를 미리 알고 있던 케이몬은 앞장섰다.

그의 뒤를 따라 심기가 잔뜩 불편해 보이는 호스가 묵묵히 걸었다.


"여기다."

"여기는··· 그냥 절벽이 아니잖아?"

"협곡이나 절벽이나 그게 그거지."


케이몬이 도착한 곳은 단순한 낭떠러지가 아닌, 거대한 규모의 협곡이었다.

협곡 밑바닥 부분에는 빠른 물살의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래서, 내기란 게 뭐지?"

"간단하다. 내가 저기 절벽 끝에 서지. 그 다음 떨어지려는 날 잡거나 구하면 네 승리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내 승리다."

'이런 미친놈을 봤나!'


처음에는 단순 허세인 줄 알았지만,

케이몬은 진짜 자신의 목숨을 도박 패처럼 여겼다.

적어도 이런 계곡에서,

그것도 무예 능력이 아닌 이가 아무 준비 없이 떨어진다면 죽는 게 자명한 사실이었으니까.


"···내가 그 소리를 어떻게 믿지?"

"정 그러면 이 칼날도 버리겠다."


케이몬은 미련 없이 칼날을 허리 아래로 내렸다.

아직 버리지는 않았지만,

언제든 버릴 의사가 있다는 표시의 발로였다.


"그리고 내가 떨어질 자리의 지근거리에서 네가 서 있을 수 있도록 하지. 그러면 되겠나?"

"···역시 수상해. 무슨 꿍꿍이지?"


호스는 불신 어린 말투로 물었다.

케이몬이 내 건 조건은 자신이 실패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호스는 무예 능력으로도 나이대에 비하면 수준급에 속했다.

그런 실력을 가지고 육체 능력이 고작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케이몬을 못 붙잡을까.


'저 녀석도 그걸 모를 리 없는데 말이야···.'


호스는 미심쩍어하면서도 은근슬쩍 말을 내뱉었다.


"먼저 그것부터 땅에 떨어뜨려. 그러면 받아들이지."

"상관없다."


케이몬은 칼날을 주저 없이 떨어뜨렸고,

호스는 이때가 기회다 싶어 움직였다.


'조금 전은 방심해서 그런 거였지만··· 심혈을 기울이면 바로 제압할 수 있다.'


더는 개수작을 부리지 못하도록, 이번에는 철저히 제압하리라.


호스는 내기고 뭐고 간에 무작정 케이몬과 자신 사이의 짧은 거리를 주파했다.

이대로라면 케이몬은 내기를 하기도 전에 꼼짝없이 잡힐 상황.


"그럴 줄 알았다."


그러나, 케이몬은 이미 그의 행동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몸의 균형을 뒤로 모았다.

호스는 케이몬이 협곡에 몸을 던지는 것을 보며 똥 씹은 표정을 지었지만,

멈추기에는 이미 멀리 와버린 후였다.


호스는 케이몬의 몸을 붙잡았다.

그와 동시에 둘의 몸이 속절없이 추락했다.


*


풍덩――!


몰 속에 빠진 두 사람.

호스와 케이몬 둘 다 정신을 잃을 정도로 다치지는 않았다.

수면에 막 닿을 때 단단한 호스의 몸이 먼저 닿은 탓이었다.


'이 개자식이!'


호스는 거품을 꼬르륵거리며 발버둥 쳤다.

등 뒤에 있는 케이몬이 그의 목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었다.

호스는 그를 아무리 때어내려 발버둥쳐 봤지만,

강한 물살에 떠밀리는 상황에 평상시처럼 힘을 발휘하기는 어려웠다.

거기다가 물속에서 싸울 일이 호스라고 해 봐야 얼마나 있었을까.


'이거 놔, 놓으라고―!'

'······.'


호스가 암만 난리를 쳐도 케이몬은 굳은 의지로 절대 놓지 않았다.

하지만, 의지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었다.

케이몬 또한 점점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푸하!"


그 사이, 호스는 압박이 헐거워진 틈을 타 바깥 공기를 들이마셨다.

조금만 늦었다면 익사로 어처구니없게 죽을 뻔했다.


호스는 거센 물살 속에서 빠르게 눈을 굴려 살 방도를 궁리했다.

때마침 툭 튀어나온 하나의 암초를 발견한 그는 눈에 이채를 띠었다.


'저거다.'


물살에 휩쓸려 암초를 스쳐 지나가려는 순간.

호스는 잽싸게 팔을 뻗어 암초에 손을 걸쳤다.

그리고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기적적으로 육지 위로 기어 올라왔다.


"하아··· 하아··· 하아···."


차가운 숨을 거칠게 내뱉으며 호스는 허물어지듯 주저앉았다.


"진짜, 죽는 줄 알았네, 하아···."


수중 훈련을 받은 적은 있지만, 그것도 막상 써먹을 데가 없어서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

호스는 자신이 살아난 게 정말 기적이라 생각했다.


"으윽······."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낮은 신음.

호스는 이마에 혈관을 그리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등 뒤에 있던 케이몬을 패대기쳤다.


"하아···. 이제는 더이상 못 참아. 임무고 뭐고 죽여버려야겠어···!"


케이몬에게는 불행한 일이지만 호스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은 여전히 잘 매달려 있었다.


"너를 원망해라. 그러게 왜 발버둥을 쳤어···. 어차피 나는 죽일 생각이 없었는데··· 어떡해? 이제는 아니게 됐잖아!"


광분한 호스의 머릿속에 더이상 임무는 들어있지 않았다.

단지 케이몬을 당장 처죽이고 싶다는 충동을 느낄 뿐이었다.


호스는 검을 빼 들었다.

스산한 검명과 함께 빠져나온 검을 그는 양손으로 쥐었다.

그리고는 케이몬을 발로 걷어찼다.


엎드려 있던 케이몬은 몸이 뒤집히자 어렴풋이 눈을 뜨며 호스를 응시했다.


"보고 있어? 이게 네 심장에 박힐 거다. 생각만 해도 짜릿하지 않아? 응?"


그토록 죽이고 싶었던 녀석 중 한 명을 드디어 죽인다는 생각에 호스는 감정이 격양됐다.


희열에 찬 표정으로 케이몬을 내려보던 그는 검을 역수로 쥐고 장엄하게 들어 올렸다.


"잘 가라."


푹――!


망설임 없이 내리꽂힌 검이 가슴을 꿰뚫었다.


"커헉!"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며 케이몬은 피가 섞인 가래를 토해냈다.


"어때? 아프지? 아파? 응? 왜 말을 안 해!"

"으윽···."


케이몬은 괴로운 듯 인상을 찌푸리며 신음했다.

이미 한번 가격당한 부위를 후비는 고통은 이루어 말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는 옆으로 기운 세상을 허망하게 응시하며 생각했다.


'정말, 이대로 죽는 건가···.'


주머니에 있는 이동 마법구를 미처 쓸 틈도 없었다.

이제는 손을 까딱할 힘도 남아 있지 않았고 의식도 점점 뿌옇게 흐려갔다.


죽음은 불현듯 찾아온다고 했던가.

케이몬은 이미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를 차차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죽음은 그에게도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


서늘한 공기가 전신을 감싸자 케이몬은 마치 죽음이 머지않음을 직감했다.


"······."


정말 기구한 죽음이 아닌가.

죽기 전, 가보고 싶었던 곳이 묫자리가 되고.

사랑하는 사람이랑 나누고 싶었던 풍경을 자신을 살해한 자와 나누게 되었다.


뭐하나 뜻대로 풀리는 일 없이 죽음이라는 최악의 선물까지 받다니···.


케이몬은 신을 믿지는 않지만, 어딘가에 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하소연하고 싶었다.


이건 너무하지 않냐고,

죽음을 거부할 생각도 없었지만, 너무 갑작스럽다고,

기왕 죽일 거면 하나의 바람 정도는 이루게 해 주면 어디가 덧났냐고···.


모두 부질없는 투정이었다.


'그래도··· 기왕이면 정상에서 죽고 싶었는데.'


시야에 담기는 게 어두컴컴한 협곡이고,

들리는 소리가 거센 강물 소리라서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셀레네가 기다리고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몸은 점점 차게 식어갔고,

겨우 붙들고 있는 정신은 계속 놓칠 것 마냥 위태로웠다.


케이몬은 흐릿한 시야 사이로 셀레네의 얼굴이 보이는 듯했다.


하얗고 사랑스러워서 지켜주고 싶었던 그녀.

환상 속 그녀는 어째선지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이 얼굴이 일그러진 상태였다.


이제는 저 얼굴을 다시 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뚫린 가슴이 채워지다 못해 먹먹했다.


언젠가 죽기 전에 셀레네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

그러나 기어코 전하지 못한 말을 케이몬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애써 입 밖으로 꺼냈다.


끝까지 제멋대로여서 죄송합니다······.


*


'케이몬은 도대체 어딨는 거지?'


셀레네는 케이몬을 찾아 산 정상을 하염없이 달렸다.


조금 전. 아르콘에게 케이몬이 가려던 곳을 전해 듣고.

셀레네가 급히 향한 곳은 비싼 돈을 내고 사용할 수 있는 공용 통신구가 있는 장소였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급히 연락해 이동 마법구를 구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간청했다.

백작은 딸의 음성에서 이상함을 눈치채며 무슨 일이냐 물었고.

자초지종을 들은 그는 망설임 없이 마탑에 연락해 이동 마법구를 딸에게 내주었다.


이동 마법구를 받은 셀레네는 좌표를 지정한 후, 망설임 없이 도키메 산맥으로 이동했다.


그녀가 사용한 이동 마법구는 일회용이라 도착하자마자 바스러졌다.

돌아갈 일이 문제였지만, 셀레네는 그보다 급한 게 있었다.

바로 위기에 처해있을지도 모를 케이몬을 찾는 것.


하지만 넓은 산 정상에서 케이몬을 찾기란 어려웠다.

무작정 찾아 헤매고는 있지만 이러다가 혹시나 늦어버리는 건 아닐지.

셀레네는 걱정이 되어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그렇게 한참 달리던 중.


"끄아아악――!"


길쭉한 비명이 들려왔다.

셀레네는 바로 방향을 돌려 비명이 들린 곳으로 향했다.


"여기는··· 협곡인데?"


까마득한 깊이의 협곡을 보고 그녀는 중얼거렸다.


"분명 소리는 여기서 난 게 맞는데···?"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의문을 품던 셀레네는 우연히 움직이는 두 형상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반가움보다 심각함이 크게 번졌다.


"케이몬······."


뭍을 기고 있는 체격 좋은 한 남자와 그에게 겨우 매달려 있는 또 다른 남자.

매달려 있는 남자의 정체는 케이몬같았다.

아니, 케이몬이었다.


셀레네는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협곡에 몸을 던졌다.


풍덩――!


강한 충격도 몸을 강화하여 어느정도 상쇄시켰다.

그녀는 흐르는 물살에 잠시 몸을 맡겼다.


'정확히 멈춰야 해. 잘못하다가는 이대로 그냥 휩쓸려 버릴 수도 있어.'


셀레네는 물속에서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정면에 나타난 암초.

셀레네는 그것을 붙잡고 물의 흐름을 거부했다.


"푸하!"


힘겹게 수면 위로 올라온 그녀는 이번에는 뭍으로 올라가려 몸짓했다.


팍――!


그녀가 잡고 있던 암초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부서졌다.

그 바람에 위험할 뻔했지만,

셀레네는 간발의 차로 뭍에 올라올 수 있었다.


"···케이몬."


무의식적으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셀레네는 어렵지 않게 케이몬을 찾았다.


"······."


하지만 그의 모습을 담은 셀레네의 하얀 눈동자는 더없이 커졌다.


'케이몬······.'

"뭐야? 벌써 죽었나? 응? 야, 대답해, 대답 안 해? 응?"


케이몬의 얼굴을 한 사내가 잔혹하게 걷어찼다.


'어째서······.'


땅바닥에 쓰러진 케이몬의 가슴에 박혀 있는 검이 보였다.

그리고 검 주위로 붉게 물든 하얀 셔츠.

그 위로 핏기없는 그의 얼굴은 마치 죽은 사람 같았다.


"허··· 진짜 죽었나 보네. 너무 쉽게 죽어버렸는데······."


아쉬운듯 말하는 저 목소리에 셀레네의 분노가 무참히 타올랐다.


경황이 없어 검을 가져오지는 못했다.


하지만, 셀레네는 형용할 수 없는 분노에 자신의 능력을 극한으로 운용했고.

이내 어렴풋한 형태의 검이 그녀의 손에 쥐어졌다.


"응? 이게 뭐···"


하나의 실선이 허공에 그어졌다.


호스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지만,

그래봤자 이미 늦은 뒤였다.


툭, 떼구루루.


"······."


셀레네는 고저없는 눈으로 자신의 앞에 떨어진 호스의 목을 응시했다.


촤아악―


주인을 잃은 몸이 뒤늦게 피 분수를 뿜으며 앞으로 고꾸라진다.


셀레네가 쥐고 있던 검은 재처럼 흩날려 사라졌다.


터덜터덜.


그녀는 힘없는 발걸음으로 죽은 듯이 누워있는 케이몬에게 다가갔다.


"······."


가까이서 그를 마주하니 셀레네는 목이 막힌 것처럼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케이몬······."


투둑, 툭.


"흐윽."


끝내 참을 수 없었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털썩.

무릎을 꿇고 케이몬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쌌다.


물에 젖어서 차가운 것일 텐데··· 분명 그럴 텐데도,

그의 체온은 똑같이 물에서 나온 자신보다 더 낮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케이몬은 이런 확연한 감촉에도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죽음에 가까워 보였다.


"흐윽, 제발······. 제발 왜 이러는 거예요. 왜···. 일어나요···. 이거, 거짓말이잖아···."


희미하게 실눈을 뜬 채로 멈춰있는 케이몬. 전처럼 금방이라도 웃으며 자신을 맞이해 줄 것만 같은데······.


셀레네는 그가 죽는다는 사실을 좀처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내가 잘못했어요···. 무슨 잘못이든 내가 잘못한 거예요. 케이몬은, 케이몬은 잘못 없어요······. 그러니까 제발··· 제바알······."


거부할 길 없는 좌절감에 셀레네는 케이몬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


“···차라리. 그때 내가 망설이지 않았더라면······.”


셀레네는 못내 후회됐다.

진작에 그에게 마음을 활짝 열지 못한 것이.


‘망설였어······.’


계속 망설였다.

케이몬과 가까이 지냈지만, 모순적으로 그와 가까워지는 것이 죄스러워서 거리를 뒀었다.


지난번에 케이몬이 동생 이야기를 하며 힘들어 보일 때도.

그의 손을 잡아주고 싶었지만··· 찰나의 망설임으로 기회를 놓쳤다.


‘언젠가는··· 언젠가는 망설임이 없어질 줄 알았어···.’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걸 기다려 주지 않았다.


후회는 언제나 바로 잡기는 늦었기에 생기는 법.


그걸 왜 진작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지··· 셀레네는 스스로를 원망했다.


‘품은 아직도 이리 따뜻한데··· 왜, 왜 움직이지 않는 걸까.‘


셀레네는 이미 뻔히 아는 답을 한사코 거부하며 다른 답을 갈구했다.


"셀레네······."

"케이몬? 케이몬!"


인정하기는 싫지만, 이미 죽었다고 생각한 케이몬의 입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셀레네는 반색하며 그의 어깨를 붙잡고 애타게 흔들었다.


"셀레네···."

"네! 저 여기었어요. 그러니까 제발···"

"끝까지 제멋대로여서 미안했습니다······."


그게 마지막 단말마였다는 듯이 케이몬은 고개를 떨궜다.

셀레네의 낯빛은 다시 절망스럽게 물들었다.


"잠시만, 이건···"


무언가를 발견한 그녀는 케이몬의 주머니를 뒤졌다.


"이동 마법구······."


케이몬의 이동 마법구는 금방 그녀가 썼던 것과 달리 일회용이 아니었다.


왕복으로 오갈 수 있는 구조의 마법 이동구.

즉, 이걸 사용한다면 그를 살릴 조그만 가능성이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부서졌잖아······."


떨어질 때의 충격 때문인지 조각난 이동 마법구가 그녀의 하얀 손에 들려 있었다.


계속된 희망 고문으로 셀레네의 정신 또한 산산이 조각난 지 오래였다.


소중한 이가 죽는 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과 좌절감에 젖은 셀레네는 더는 희망을 엿볼 수 없었다.


그때였다.


삐이이이―


갑자기 하늘을 울리는 기이한 소리에 셀레네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체가 그녀가 있는 곳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저건 뭘까······. 아니, 차라리 이번에야말로 나도··· 이대로···.'


그녀는 의문을 가졌지만 깊이 궁금해하지는 않았다.

그 정도의 정신적 여유도 없었다.

단지, 저 알 수 없는 물체가 자신의 운명을 끝낼 때까지 기다릴 뿐.


그러나, 예상과 달리 그녀의 죽음은 다가오지 않았다.


"끄악―!"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셀레네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놀란 듯이 중얼거린다.


"어떻게··· 분명 목을 벴는데···."


분명 목과 몸이 분리되어 죽은 게 확실했던 호스는 멀쩡히 서 있었다.


자세로 봐서는 자신을 기습하려 했던 모양.


그러나, 조금 전 하늘에서 내린 징벌로 인해 호스는 다시 목숨을 잃었다.

그의 죄를 돌려주듯 그의 가슴에는 한 자루의 검이 꽂혀 있었다.


셀레네의 색처럼 순수하게 하얀 검신을 가진 검.

잠시 그 검에 한 눈이 팔려있던 사이.

케이몬이 갑자기 이상증세를 보였다.


"케이몬!"


셀레네는 당황하며 소리쳤지만, 그건 절망에 빠진 반응이 아니었다.

오히려 믿을 수 없다는 희망에 질린 외침이었다.


케이몬에게서 흘러나온 검은 기운이 그의 전신을 감쌌다.

그리고 마치, 그의 치료 능력처럼 다친 상처를 치료하는 모습에 넋을 놓고 있던 셀레네는 급히 정신을 차렸다.


"컥!"


케이몬의 외마디 비명에 셀레네는 미안해하면서도,

그의 가슴에 박힌 검을 단번에 뽑아냈다.

혹여 그가 상처를 치료하는 데 방해가 될까 싶은 마음에서.


"······."


이제 더는 그녀가 도울 만한 게 없었다.

그저, 이 기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작가의말

이번 화는 어땠을 지 매번 걱정이 됩니다 ㅠㅠ

오늘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화도 모래 쯤에 올라갈듯 싶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카데미에서 시한부는 죽어갑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원금 환불 안내(환불 조치가 완료 되었습니다.) +1 21.04.09 593 0 -
공지 36화 실수로 지워서 재업 했습니다; 21.04.09 87 0 -
공지 연중 및 후일담 공지 +18 21.04.09 763 0 -
공지 연재 시간: 오후 8시 30분 21.04.07 59 0 -
공지 정기연재(일일연재) 입니다. 21.04.07 95 0 -
공지 후원 감사드립니다. [추가 4/03] +2 21.02.19 474 0 -
40 사후 재회 +19 21.04.09 828 26 2쪽
39 짧은 대화(정말 무척 짧음 주의)&나머지 떡밥들 +17 21.04.09 734 21 4쪽
38 아들을 외면한 이유 +6 21.04.09 680 21 3쪽
37 언제나 지켜주고싶은, 나의 셀레네 +2 21.04.09 654 24 11쪽
36 036. 산 정상에서 하룻밤(재업) 21.04.09 585 21 16쪽
35 035. 신과 만난 고대인 +13 21.04.07 648 29 16쪽
34 034. 심상치 않은 움직임 +7 21.04.06 686 31 16쪽
33 033. 그녀의 잔상 +8 21.04.04 750 45 15쪽
32 032. 어째서 +22 21.04.02 818 41 16쪽
31 031. 뒤틀려버린 애정 +18 21.03.31 809 41 19쪽
30 030. 달콤한 외출 +8 21.03.29 746 38 15쪽
29 029. 무지한 죄 +9 21.03.27 777 42 15쪽
28 028. 달빛이 휘영청 밝은 밤거리 +6 21.03.24 784 38 15쪽
27 027. 사랑의 도주 +4 21.03.19 840 38 16쪽
26 026. 동상이몽 +3 21.03.16 898 43 15쪽
25 025. 따스한 마음 +2 21.03.13 842 49 15쪽
24 024. 극과 극 +4 21.03.11 849 43 17쪽
23 023. 무미건조 +3 21.03.09 888 45 15쪽
22 022. 삶과 죽음의 경계에 발을 걸치며 +5 21.03.07 939 43 15쪽
» 021. 죽음과 소생 +5 21.03.05 919 42 16쪽
20 020. 도키메 산맥 정상에서 +1 21.03.03 920 43 17쪽
19 019. 교양 없는 놈 +3 21.03.01 926 45 15쪽
18 018. 증거는? +8 21.02.28 977 45 16쪽
17 017. 돌아가지 못할 추억 +2 21.02.26 1,022 43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