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라인알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에서 시한부는 죽어갑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외로운해
작품등록일 :
2021.02.12 20:36
최근연재일 :
2021.04.09 17:56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39,029
추천수 :
1,702
글자수 :
268,502

작성
21.03.03 12:35
조회
920
추천
43
글자
17쪽

020. 도키메 산맥 정상에서

DUMMY

커튼 사이로 스며들어오는 햇빛을 맞으며.

케이몬은 잠에서 깨어났다.


"하암······."


늘어지는 하품과 함께 침대에서 일어난 케이몬은 창문을 통해 바깥을 내다봤다.

구름 한 점 없이 창창한 하늘.


'날씨 좋네.'


그는 짧은 감상과 함께 욕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욕실에서 나온 케이몬은 하얀 셔츠와 군청색 재킷을 입고 거울 앞에 섰다.

옷매무새를 다듬다가 문득 거울에 비친 자신의 눈동자로 시선이 갔다.

거울 가까이 다가가 자신의 눈을 확인하던 그는 생각했다.


'조금만 더 있으면 다들 눈치챌 정도네.'


아직은 검은색의 비중이 크다 하지만, 전에 비하면 확연한 차이였다.


'이건 마법으로 어떻게 해결이 안 되려나.'


눈 색을 바꿔주는 마법.

사실, 어차피 다른 이들은 푸른 눈의 의미가 뭔지도 모를 텐데 바꿀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에로아스 선생님은 걱정하시겠지만··· 그리 자주 마주치지 않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 따위를 하다 보니 더이상 흐트러진 곳이 없었다.

케이몬은 시간을 확인한 뒤, 서랍에 넣어 두었던 '이동 마법구'를 챙겼다.


'흔쾌히 허락해 줘서 다행이었지.'


케이몬은 셀레네에게 원래 지난 토요일에 가려던 곳이 어디냐고 물었었다.

그녀는 그저 막연하게 시내나 돌아다니려 했다고 답했었다.

그에, 그렇다면 함께 가고 싶은 곳이 있는데 같이 갈 수 있겠냐고 제안했고,

셀레네는 흔쾌히 수락해 주었다.


'덕분에 전부터 같이 가보고 싶었던 곳에 갈 수도 있게 됐고.'


언젠가, 죽기 전에는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장소.

그곳이 오늘 케이몬이 셀레네와 함께 가려는 곳이었다.

케이몬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셀레네도 좋아해 주면 좋을 텐데···."


셀레네도 만족시킬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


계단을 내려가던 케이몬은 아르콘을 발견하고 아는 체했다.


"아르콘."

"케이몬? 어디 가는 겁니까?"


말함과 동시에 아르콘은 깨달은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 거였군요."

"뭐가 말인가요?"

"케이몬이 토요일에 그렇게 입고 나갈 일은 하나밖에 없잖습니까?“


아르콘의 얼굴에 음흉한 미소가 번졌다.

케이몬은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어디 가는 건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비밀로 할 것도 아니죠. 아르콘이 그 자리에 오지 않는다면야."


아르콘은 뜨끔한 기색으로 격하게 손사래 쳤다.


"제가 설마 그러겠습니까? 저도 분위기는 읽을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얘기를 나누다 보니 아르콘도 외출 나가는 중이었다 하여 마차 승강장 까지 같이 걸었다.


'셀레네는 아직이겠지?'


아무래도 같이 이동하면 의심받기에 십상이었다.

때문에 서로 시차를 두고 약속 장소에서 보기로 했다.


"케이몬. 그래서 혹시 셀레네랑 어디 갈 건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조심스레 질문하는 그에게 케이몬은 시원하게 대답했다.


"도키메 산맥의 정상에 갈 겁니다."

"네?"


아르콘이 눈을 크게 떴다.

도케메 산맥은 여기서 출발하면 족히 한 달은 걸릴 거리였다.

그런데 난데없이 정상에 오르겠다니.


믿기지 않는다는 눈치로 아르콘이 자신을 바라보자, 케이몬은 싱긋 웃으며 덧붙였다.


"이동 마법구를 구했습니다. 그걸로 다녀올 생각입니다."

"이동 마법구를··· 말입니까?!"


아르콘은 입을 떡 벌리며 경악 어린 표정을 지었다.

이동 마법구의 가격은 절대 아직 작위도 없는 학생이 살 만큼 가볍지 않았다.


'무엇보다 마탑에 연줄이 없으면 돈이 있어도 못 구하는 물건인데···.'


케이몬이 그걸 어찌 구했는지가 의문이었다.

그걸 눈치챈 케이몬은 먼저 말을 꺼냈다.


"우연히 알던 사람의 소개로 구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아무렴 그냥 샀을까요."

"아, 그런 겁니까?"


사실 제값을 내고 달포 상단주를 통해 구한 물건이었지만,

케이몬은 구태여 이런 진실을 밝히지 않았다.


'자세히 설명하기도 복잡하니까.'

"아르콘은 어디로 가는 건가요?"

"아, 저는 근처에 동생이 왔다고 해서 가는 중입니다."

"동생이요? 아르콘이 동생도 있었군요?"


케이몬은 아르콘에게 동생이 있다는 말에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네. 고맙게도 자주 저를 보러 와주는 덕에 심심할 틈이 없습니다."

"동생이 남자인가요, 아니면 여자인가요?"

"남자입니다."


남동생이라···.

케이몬은 동생과 사뭇 사이가 좋아 보이는 아르콘이 부러웠다.

자신은 동생과 더이상 사이를 개선될 여지가 없었으니까.


"좋은 동생을 뒀군요. 동생도 형을 많이 좋아할 것 같고요."


케이몬은 자신의 감정을 내색하지 않으며 말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 아···."


순순히 수긍하다가 무엇을 깨달은 듯 아르콘은 탄식했다.


"음··· 죄송합니다."

"죄송할 필요가 뭐가 있습니까."


아르콘이 좋은 형이었을 뿐이고, 자신이 나빴을 뿐이니까.

케이몬은 아르콘을 부러워할지언정 시기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절로 입이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르콘이 여전히 미안한 기색이자 케이몬은 한 번 더 괜찮다고 말하려던 순간이었다.


"쿨럭! 쿨럭!"

"케이몬! 괜찮습니까!?"

"크흠, 잠시 사레가 들린 것뿐입니다."


목을 가다듬은 케이몬은 도리어 아르콘의 반응이 의아했다.


"진짜 별거 아닙니다. 그렇게 놀랄 필요까지야."

"···케이몬은 자신의 몸에 너무 무관심하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랬습니다."


그리 말하는 아르콘의 눈빛은 매우 심란해 보였다.


'하긴···. 그간 나도 걱정을 많이 끼치긴 했지.'


여러모로 안색이 나빠 친구들에게 염려를 많이 끼친 과거가 떠올랐다.

그런 걸 생각하면 아르콘의 반응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정말 괜찮습니다. 저도 엄청 아픈 걸 막 참을 정도로 미련하지는 않으니까요."


케이몬은 작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계속 자신이 허약한 탓에 걱정을 끼치는 게 미안할 따름이었다.


"저······."

"무슨 할 말이라도?"


그에 좀처럼 말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던 아르콘은 끝내 말하지 못했다.


"아닙니다."

'그때의 피는 도대체 뭔가요.'


아르콘은 그때 손수건에 묻어 있던 혈흔을 아직도 잊지 못했다.

그냥 평소의 어조로 물으면 될 일이거늘.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함에 좀처럼 입이 열리지 않았다.


"아, 마차가 이미 와 있군요. 아르콘 저 먼저 가도 될까요?"

"네. 그렇게 하십시오."


마침 그들이 도착했을 때, 바로 대기하던 마차도 있고 줄어 없어서 기다리지 않아도 됐다.


"······."


케이몬이 탄 마차가 떠나고.

아르콘은 그가 떠난 자리를 복잡하게 응시했다.


같은 시각.

로브를 짙게 눌러쓴 남자는 케이몬이 탄 마차를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조금만 기다려라."


케이몬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한 그림자가 자신을 쫓고 있다는 사실을.


*


"안녕히 가십시오."


케이몬이 타고 왔던 마차가 힘찬 말발굽 소리를 내며 떠나고.

케이몬은 내린 자리에서, 미리 가져왔던 로브를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이러면 적어도 한눈에 들킬 일은 없어지겠지···."


셀레네와 만남은 다른 이가 봐서는 안 될 일이었다.

때문에 이런 방비는 정말 최소한에 속했다.


'이런 거라도 하지 않으면 소문 내달라고 소리치는 거나 다름없으니까.'


로브의 모자까지 눌러쓴 케이몬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정말 적을 정도로 인적이 드문 거리.

전에 봐둔 이곳은 비밀스러운 만남을 갖기에 적합한 장소였다.


'이제 셀레네가 오기만을 기다리면 돼.'


주변에 딱히 앉을 곳은 없었기에 케이몬은 건물 벽에 몸을 기댔다.


그가 있는 곳은 건물이 햇빛을 가려 음지를 이뤘다.

때문에 어둠 속에서 보는 푸른 하늘은 넋을 놓고 볼 만큼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케이몬이 한참 날씨를 감상하고 있을 때였다.


저벅저벅.

어디선가 들려오는 낯선 발소리.

케이몬의 고개는 자연스레 돌아갔다.


시선이 머무른 곳에는 체격 좋은 한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자신의 로브와는 다른 갈색 계열의 로브를 입은 남자.

그도 케이몬처럼 모자를 깊게 눌러써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케이몬은 남자를 크게 신경쓰지 않고 다시 고개를 바로 했다.

남자가 그냥 지나가리라 여긴 것이다.


저벅저벅.

투박한 발소리가 정적이 들어찬 거리를 울렸다.


한 걸음, 한 걸음, 또 한 걸음.

점점 케이몬과 가까워져 오는 남자.

그는 어느 순간부터 발을 느릿하게 움직이다가 완전히 멈춰 섰다.


"······."

"······."


그런 와중에도 케이몬은 남자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다시 남자의 발이 떨어지고.

순식간에 케이몬의 앞까지 걸어온 남자는 또다시 멈춰 섰다.


그제야 케이몬도 남자에게 관심을 안 둘 수가 없었다.

자신에게 옆 모습을 보여준 채 가만히 서 있는 의문의 남자.

그는 천천히 몸을 옆으로 돌렸다.


"······!"


매우 가까운 거리였다.

그래서 아무리 얼굴을 로브 모자로 가려도 보이는 게 당연했다.


"당신은······!"


순식간에 날아오는 거대한 손날.

케이몬은 말을 끝맺을 틈도 없이 공격을 피해야 했고,

그 순간.


화아아악――!


케이몬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빛은 거리 전체를 집어삼켰다.


잠시 후.

거리에는 다시 정적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두 사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보이지 않았다.


*


강하게 불어오는 산바람이 머리를 흐트러뜨렸다.

서로를 마주 보고 선 두 남자.


"호스······."


케이몬은 쓰라린 옆 목을 잡고 인상을 찌푸렸다.


"이건 또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도망치려 한 거라면 정말 같잖은 발악이다."


비열하게 웃으며 케이몬을 다 잡은 사냥감처럼 보는 남자.

그의 정체는 호스였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무슨 짓이냐니? 케이몬 공자. 너를 잠시 기절시키려 한 것뿐인데? 정말 별거 아니잖아?"


어깨를 으쓱이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뭐하러 저를 기절시키려는 겁니까."

"나도 몰라. 위에서 데려오라네?"


호스는 검지로 하늘을 가리키며 장난스레 답했다.


"인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내 마음 같아서는 너를 당장 고통스럽게 찢어 죽이고 싶어."

"······."

"하지만 그러면 나까지 진짜 뭣 돼서 말이야··· 그냥 순순히 기절 당하지? 피차 편하게."


이죽거리며 말하는 그에게 케이몬은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


"역시입니다. 금수만도 못하니까 말도, 생각도 그따위로밖에 못 하는 거지."

"그게 도발인가? 그냥 벌벌 떠는 사냥감의 발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데."


호스는 일부러 귀를 후비며 비아냥댔다

지속적인 비아냥에도 케이몬은 평정을 유지했다.


"네가 날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오, 뭐야. 그 뭣 같던 말투가 달라졌네? 근데 조금 건방지군."

"넌 날 못 잡는다. 절대로."


케이몬은 확신하는 말투로 조소를 날리며 도발했다.


"네가 지금 여기서 뭘 할 수 있는데? 기껏 도망쳐 봐야 내 손바닥 안인데 말이야."

"내가 죽으면?"

"뭐?"


케이몬은 순식간에 품에서 꺼낸 날카로운 칼날을 자신의 목에 가져다 댔다.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이었다.


그제야 호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지금 뭐 하려고?"

"막기에는 너무 늦었다. 내가 지금 칼날을 갖다 댄 곳이 급소거든. 여기를 쎄게 찌르면 나는 어찌 되든 간에 죽겠지."

"···너 같은 겁쟁이가 그걸로 찌를 수···"


이미 익숙한 전개에 케이몬은 입 아프게 말할 것도 없이 칼날을 바짝 들이밀었다.

붉은 선혈이 흘러내렸다.


"이 새끼가···."


호스도 깨달았다.

케이몬의 말은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뭣 됐다······.'


호스는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갑이었던 자신이 이제는 을이 돼버렸다.

당장 아쉬운 것은 자신이지, 케이몬이 아니라는 걸 그도 인지한 것이다.


'그냥 시간 끌지 말고 처리했어야 하는 건데!'


호스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만약 임무에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

길게 생각해 볼 것도 없이 끔찍할 것이 분명했다.


"어때? 이래도 아직 나를 협박하겠다고?"

"······원하는 게 뭐냐."


호스는 말하면서도 이런 걸 묻는 자신이 우스웠다.

저 녀석의 입에서 나올 대답은 불 보듯 뻔했으니까.


"설마 여기서 도망가게 해달라는 건 아니겠지? 그건 나도 못 들어 줘."

"나랑 내기를 하나 하지."

"내기?"


뜻밖의 요구였다.


케이몬은 담담한 얼굴로 목에 칼을 지그시 댄 채 말했다.


"그래. 여기 근처에 절벽이 하나 있다. 내기 내용은 그곳에 가서 말하지."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네 뜻대로 되지는 않을 거다."

"과연?"


끝까지 조소를 놓지 않는 케이몬의 모습은, 평소에 그를 알던 이들이 본다면 낯설다 할 정도로 괴리감이 느껴졌다.


그만큼 케이몬도 분노한 것이다.

호스라는 인간에게.


'지금쯤 셀레네가 기다리고 있을 텐데···.'


케이몬은 작은 걱정을 품고 발걸음을 옮겼다.


*


지나치게 고요한 거리에 마차가 당도하고.

마차에서 진작에 로브를 입고 모자까지 쓴 셀레네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직 안 온 건가?"


분명 케이몬이 먼저 가겠다고 했었는데···.


셀레네는 혹시나 자신이 장소를 착각한 것은 아닌지 걱정됐다.

그러다 우연히 그녀는 땅에 떨어진 손수건을 발견했다.


"이건······."


순백의 손수건 위에 작게 눈꽃 형태의 금자수가 새겨져 있었다.

분명, 그녀의 기억 속에 있는 물건이었다.


'케이몬이 들고 다니던 손수건인데?'


1학년 때 이후로 본 적은 없지만, 그때 보았던 손수건이 워낙 특이해서 기억에 남아 있었다.


"이게 왜 여기에···."


케이몬이 방금까지 여기에 있었다는 걸까?

그런데 왜 덩그러니 손수건만···.


"저기··· 셀레네?"


남자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케이몬의 목소리는 아니었기 때문에 경계 어린 표정으로 돌아봤다.

그녀의 하얀 눈동자가 순간 떨렸다.


"당신은······ 케이몬과 같이 다니던···?"

"아르콘이라고 합니다."


연보랏빛 머리의 에메랄드 눈을 가진 남학생,

아르콘은 그녀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혹시··· 케이몬 못 봤습니까?"

"···왜 묻는 거죠?"


아무리 케이몬과 같이 다니던 이라도 그가 없어진 지금. 셀레네는 모든 게 의심스러웠다.


경계심 가득한 그녀의 목소리에 아르콘은 손사래 치며 말했다.


"혹시나 해서 미리 말하는 건데 지나가다가 익숙해 보이는 사람이 있어서 들른 겁니다."


사실 케이몬 다음으로 빠르게 도착한 마차를 타고 몰래 뒤따라 갔다가, 이곳에서 기다리는 걸 알게 된 것이지만···.

설령 순수한 호기심에 그랬다 해도 곧이곧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아까 케이몬이 마차 승강장에서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같이 있었습니다. 듣기로는 오늘 어디로 간다고 그러던데···. 혹시 여기서 만나기로 한 거 맞습니까?"

"제가 왜 케이몬이랑···"

"저는 이미 케이몬에게 들었습니다. 당신과 케이몬의 사이를"

"······."


자신들의 관계를 알고 있다는 그의 말에 셀레네는 작게 동요했지만,

이내 수긍했다.

케이몬이 말했다면 그럴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하아···. 맞아요. 여기서 만나기로 했어요. 하지만 제가 왔을 때는 이 손수건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건··· 케이몬의 손수건 아닙니까? 그게 땅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이 말입니까?"


셀레네는 고개를 끄덕였고.

아르콘의 표정은 심각하게 물들었다.


'케이몬은 없고 왜 손수건만···. 분명 내가 어디 갔다 오기 전까지만 해도 여기에 있었는데.'


어쩌면, 단순히 손수건을 실수로 떨어뜨리고 어디로 간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케이몬의 성격상 셀레네가 오기 전까지 함부로 자리를 뜨진 않았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서?'


아니다. 케이몬은 그래도 셀레네가 우선이었을 것이다.


아르콘은 그간 소설 속에서 얻었던 경험을 활용해 머리를 굴렸고,

이윽고 하나의 가정에 도달했다.


"혹시··· 납치라도 당한 건가?"

"그게 무슨······!"


처음에는 부정하려던 셀레네도 순간, 실제로 그럴 뻔한 적이 있었다는 걸 상기하고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르콘. 혹시 케이몬이 저랑 어디로 가려고 했는지도 알고 있나요?"

"이동 마법구로 도키메 산맥의 정상에 간다고··· 설마?"


점차 맞춰지는 퍼즐에 그도 더 심각하게 얼굴을 굳혔다.


"···말해 줘서 고마워요."


셀레네는 급히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갔다.

돌발 행동에 당황한 아르콘이 그녀의 뒷모습에 대고 물었다.


"잠깐, 어디로 가는 겁니까?"

"이동 마법구를 구하러 갈 거예요!"


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도착하기 위해 발을 바삐 놀렸다.

부디··· 자신의 상상이 차라리 헛된 망상이기를 바라면서.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오늘 새벽 12시 38분 쯤에 겨우 퇴고까지 마쳤습니다... 그나마 다행...

다음 화도 모래 쯤에 올라갈 수 있으니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카데미에서 시한부는 죽어갑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원금 환불 안내(환불 조치가 완료 되었습니다.) +1 21.04.09 593 0 -
공지 36화 실수로 지워서 재업 했습니다; 21.04.09 87 0 -
공지 연중 및 후일담 공지 +18 21.04.09 763 0 -
공지 연재 시간: 오후 8시 30분 21.04.07 59 0 -
공지 정기연재(일일연재) 입니다. 21.04.07 95 0 -
공지 후원 감사드립니다. [추가 4/03] +2 21.02.19 474 0 -
40 사후 재회 +19 21.04.09 828 26 2쪽
39 짧은 대화(정말 무척 짧음 주의)&나머지 떡밥들 +17 21.04.09 734 21 4쪽
38 아들을 외면한 이유 +6 21.04.09 680 21 3쪽
37 언제나 지켜주고싶은, 나의 셀레네 +2 21.04.09 654 24 11쪽
36 036. 산 정상에서 하룻밤(재업) 21.04.09 585 21 16쪽
35 035. 신과 만난 고대인 +13 21.04.07 648 29 16쪽
34 034. 심상치 않은 움직임 +7 21.04.06 686 31 16쪽
33 033. 그녀의 잔상 +8 21.04.04 750 45 15쪽
32 032. 어째서 +22 21.04.02 818 41 16쪽
31 031. 뒤틀려버린 애정 +18 21.03.31 809 41 19쪽
30 030. 달콤한 외출 +8 21.03.29 746 38 15쪽
29 029. 무지한 죄 +9 21.03.27 777 42 15쪽
28 028. 달빛이 휘영청 밝은 밤거리 +6 21.03.24 784 38 15쪽
27 027. 사랑의 도주 +4 21.03.19 840 38 16쪽
26 026. 동상이몽 +3 21.03.16 898 43 15쪽
25 025. 따스한 마음 +2 21.03.13 842 49 15쪽
24 024. 극과 극 +4 21.03.11 849 43 17쪽
23 023. 무미건조 +3 21.03.09 888 45 15쪽
22 022. 삶과 죽음의 경계에 발을 걸치며 +5 21.03.07 939 43 15쪽
21 021. 죽음과 소생 +5 21.03.05 919 42 16쪽
» 020. 도키메 산맥 정상에서 +1 21.03.03 921 43 17쪽
19 019. 교양 없는 놈 +3 21.03.01 926 45 15쪽
18 018. 증거는? +8 21.02.28 977 45 16쪽
17 017. 돌아가지 못할 추억 +2 21.02.26 1,022 43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