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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알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에서 시한부는 죽어갑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외로운해
작품등록일 :
2021.02.12 20:36
최근연재일 :
2021.04.09 17:56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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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23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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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8,502

작성
21.02.2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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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018. 증거는?

DUMMY

천천히 능선을 넘어가는 석양.

이제 곧 저녁 식사 시간이었지만 케이몬은 기숙사에 있었다.

미리 준비해 둔 옷으로 갈아입은 그는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추어 보았다.


"옷깃이 틀어졌네······."


중얼거리며 흐트러진 부분을 고치자 멀끔한 연회복을 입은 자신의 모습이 거울에 드러났다.

검은 재킷에 하얀 셔츠, 검은 바지.

색감 자체는 정말 교복과 다를 바 없는 조합이었다.

그러나 그런 것도 케이몬이 입으니 고아하게 보였다.


"시간이 벌써······."


친구들과 기숙사 앞에서 만나 같이 연회장에 가기로 한 케이몬은 서둘러 방을 나섰다.


"어? 지금 나가는 겁니까?"

"아르콘."


계단을 내려가다가 우연히 아르콘과 마주쳤다.

하는 짓은 이상해도 겉껍데기는 멀쩡하던 아르콘이라 그런지 오늘따라 더 빛나 보였다.


"화사하고 잘 입었네요."


연푸른색 재킷과 하얀 셔츠가 그에게 밝은 분위기를 입혀주는 듯 했다.


"그러는 케이몬이야 말로 멋집니다. 그런데··· 다만 너무 교복 같지 않나요? 그거."


아르콘은 겉치레로 케이몬을 칭찬하다가 그의 복장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케이몬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꾸했다.


"어차피 옷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누구한테 특별히 잘 보여야 할 것도 아닌데."

"셀레네는 안 오는 겁니까?"

"···멀리 떨어져 있을 테니 괜찮지 않을까요?"


그의 말에 아르콘은 의문을 덧붙였다.


"셀레네가 멀리 떨어져 있겠다고 합니까?"

"···제가 그렇게 할 겁니다."


설마 그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셀레네를 마주칠까 싶었지만,

혹시 모르니 인적이 드문 구석에 앉아야겠다고 케이몬은 마음먹었다.


아무래도 다들 슬슬 출발해야 할 시간이다 보니 계단을 오르내리는 이들이 많아 지나다니기 복잡했다.

그리고 그건 기숙사 입구 쪽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더 붐볐다.


"사람이 정말 많군요."

"그만큼 시끄럽고요. 그나저나 먼저 내려온 사람이 있을지······"

"케이몬."


그때 누군가가 그의 이름을 부르며 어깨를 붙잡았다.


"오르니오. 먼저 와 있었군요?"

"그래. 내가 가장 먼저 나온듯하다. 그다음이 너희들이고."

"그런 다른 사람들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아. 마침 저기 자리가 났네요."


세 사람은 방금 막 자리가 비워진 벤치로 가서 앉았다.

해가 지고 본격적으로 어둠이 도래하자 마법등이 하나둘 켜지며 거리를 밝혔다.


"여!"

"판······?"


케이몬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뿐만이 아니라 오르니오와 아르콘마저 동요하게 만들었다.


"다들 반응이 왜 그래?"

"판··· 복장이···."

"너는 오늘 연회에 가는 거 아니었나?"


케이몬이 차마 뭐라 말하지 못하고 있자 오르니오가 대신 나섰다.


"음?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런데 그건 무슨 광대 복장이지?"


와인색을 뛰어넘는 붉은 색은 강렬해도 너무 강렬했다.

그리고 그게 판이 입은 예복의 전체 색이기도 했다.

붉은 재킷에 검붉은 셔츠, 붉은 바지, 붉은 신발···.

장신구까지 다 포함하면 정말 튀고 싶어서 작정한 것 같았다.


그 증거로 연회장을 가기 위해 나온 모두의 시선이 판에게로 향해 있었다.

판은 태연하게 양팔을 펼쳐 자신의 옷을 둘러보며 물었다.


"왜? 멋지지 않아?"

"너는 웃음이 많은 여자를 만나고 싶은가 보군."

"판··· 이건 아무리 미적 감각이 없는 제가 봐도 아닌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아르콘도 가세해서 그를 안타깝다는 시선으로 쳐다볼까.

그쯤 되니 일평생 자신의 패션에 자부심을 느끼고 살아왔던 그도 회의감이 들었나 보다.


"······케이몬. 너도?"


언뜻 간절해 보이는 시선에도 케이몬은 차마 거짓말을 할 수 없어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적시까지 마치자 판은 재차 자신의 복장을 보며 혼잣말했다.


"우씨······ 아무리 봐도 그 정도는 아닌데···."

"만약 학교에서 교복 대신 사복을 입었으면 넌 이미 유명인사가 됐겠군."

"다른 옷으로 지금이라도 갈아입고 오는 건 어떻습니까?"

"다른 옷도 다 비슷비슷한데?"

"그냥 교복이나 입는 건 어떻습니까? 마침 케이몬 옆에 서면 그게 그거일 것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연회장에서 교복은 좀······."


결국, 미련을 버리지 못한 판은 휘황찬란한 적색을 뽐내며 서 있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마지막으로 디케까지 도착했다.


"···판? 여자 꼬신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 꼴로 누굴 꼬시려고···."

"우씨······."


연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디케가 그의 복장을 보자마자 대뜸 하는 말이 저거였다.

시무룩해 하는 판과 옆에서 판을 심각하게 보는 디케.

케이몬은 두 사람을 곰곰이 보다가 문득 말했다.


"둘이 그렇게 있으니까 잘 어울리네요."

"네?"

"응?"


판과 디케는 눈을 크게 뜨며 케이몬을 돌아봤다.


"안 그래도 둘 다 언뜻 보면 색이 비슷해서 커플 옷 같기도···"

"케이몬. 거기까지. 그 이상 말하지 마세요. 아무리 그래도 저런 옷이랑 한 묶음으로 묶는 건 너무하죠!"

"뭐?"


또다시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더 친근하게 비추어진다는 사실을 둘은 알고 있을까.

케이몬은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둘 다 그만 싸우고 빨리 따라와라. 이러다가 좋은 자리 뺏길라."


한창 언쟁을 벌이던 둘을 오르니오가 중재했다.


밤은 깊어가고 거리의 불빛은 환하다.

연회의 시작을 가리키는 분침은 째깍째깍 줄어들어 갔다.


*


악단이 연주하는 잔잔한 음이 연회장을 기분 좋게 떠다녔다.

오늘 연회에 참가하는 인원이 전교생인 만큼 연회장 내부는 굉장히 북적거렸다.


"어, 저기. 저기 자리 있네요. 다른 사람들이 차지하기 전에 얼른 가서 앉아요."


원탁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둘러앉은 그들은 시끌벅적한 연회장을 감상하며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오늘 담당 교수님은 누군지 아는 사람 있어요?"

"내가 듣기로는 대인 전투학의 파랑크스 교수님이 당직이실 걸?"


연회 날에 모든 교수가 연회장에 오지는 않고 관리 감독으로 단 한 명만 오는데,

이번에는 그게 대인 전투학 교수님이었다.


"파랑크스 교수님이라면······."

"아, 너희 둘은 파랑크스 교수님 수업 들었었나?"


판의 말에 아르콘과 케이몬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필이면 파랑크스 교수님이네.'


아마 전교에서 자신을 가장 싫어할 교수님이 감독이라 하니 케이몬은 묘하게 찝찝했다.

판은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말했다.


"그 교수님 평소에 보니까 되게 깐깐하고 고지식해 보이시던데··· 뭐. 상관은 없겠지. 무슨 문제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상."


케이몬도 애써 걱정을 덜었다.

판의 말대로 무슨 일이라도 생기지 않는 이상 교수님과 마주칠 일은 없을 테니까.


"그나저나 음식이나 가져오자. 연회 날은 저녁이 너무 늦어서 탈이야."

"그러면 돌아가면서 갈까요?"

"저는 기다리겠습니다."

"아, 저도요."


그렇게 케이몬과 아르콘만 남고 나머지 세 사람은 음식을 가지러 자리를 떠났다.

끊이지 않는 말소리와 희미하게 들려오는 연주를 듣다보니 귀가 심심할 틈이 없었다.


'셀레네도 왔으려나?'


왔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어딨는지 몰랐다.

그녀의 위치를 찾으려 케이몬은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우연히 썩 달갑지 않은 얼굴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성큼성큼 케이몬 쪽으로 다가왔다.


"여, 이게 누구신가."


몇 주 전에 수업에서 자신의 목에 상처를 냈던, 호스가 케이몬을 발견하고 내뱉은 첫마디였다.


"호스···."

"케이몬 공자가 이런 곳에도 왔었네?"


일부러 목소리를 키우는 걸까.

호스는 과장된 목소리로 비아냥댔다.


"네. 제가 오면 안 되는 건가요?"

"에이, 안 되기는? 와도 돼! 당연히 와야지!"


지금까지는 문제없었다.

그냥 시비나 걸어서 기분 더럽게 만들고 떠나려나 보다 했을 테니까.

이어 나오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그런데 말이야··· 케이몬 공자. 요즘 착한 일을 많이 하고 다니신다고?"

"그런 적 없습···"

"에헤이! 겸손은. 그러지 않아도 돼. 아, 그런데 내가 요즘 케이몬 공자와 관련돼서 이상한 소문을 들었어."


무언가 달랐다.

평소에 걸던 시비와는 질부터가 다르다.

작정하고 온 듯한 느낌.


호스는 목소리를 전혀 낮추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연회장에 있는 누구든 들을 수 있게 목청을 키웠다.


"1학년 때. '아라 테르모스'라고 기억나는지 몰라?"


그의 목소리를 들은 주변 학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라? 아라가 누구야?"

"왜 있잖아. 어느 날 스토커 남학생한테 살해당했다는 비운의 여학생."

"뭐? 그런 일이 있었어?"


그때의 사건을 전혀 모르던 신입생들까지도 주변의 설명 덕분에 알게 되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아르콘이 나서려 했지만.


"아르콘. 나서지 마세요. 여기서 아르콘이 저를 옹호하면 분위기만 더 나빠질 겁니다."


그게 거짓이면 또 모른다.

이미 당시 사건을 알고 있는 대다수의 학생이 범인이 케이몬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호스는 불씨를 키우듯 장작을 계속 던졌다.


"있잖아. 케이몬 공자가 셀레네를 한창 쫓아다녔을 때 그녀의 옆에 같이 있었던."

"하고 싶은 말이 뭐죠?"

"그때 아라를 죽인 범인이 케이몬 공자라던데··· 거짓말이지? 응?"


알면서도 구태여 물어보는 저의는 명백한 비꼼이었다.

케이몬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주변의 웅성거림은 고조되어 가고.

분위기를 휘어잡은 호스는 씨익 비열하게 웃음 지으며 갑자기 어디론가 향했다.


케이몬은 호스가 멈춘 곳을 보고 눈에 분노가 일었다.


"셀레네! 셀레네라면 알겠지요."


푸른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모습의 미녀.

셀레네의 하얀 눈동자가 떨렸다.


"셀레네는 아라와 오랜 절친이었고 케이몬과도 1학년 때 친하지 않았습니까?"


말로는 동의를 구하듯 하지만 실상은 철저한 압박이었다.

호스의 사악한 웃음이 짙어졌다.


"그러면 셀레네는 알지도 모르겠네요. 당시에 정말 케이몬이 아라를 죽인 게 맞습니까?"

"······."


셀레네는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예전이라면 그냥 호스를 무시하겠지만,

지금의 셀레네는 정신적으로 많이 불안정했다.

케이몬에 대한 호감과 아라에 대한 죄책감이 그녀의 머릿속 혼란을 자아낸 것이었다.


‘하필이면 아로마도 없는 상황에서···.“


셀레네의 옆이 빈 것을 보니 아로마도 음식을 가지러 잠깐 자리를 비운 듯했다.


그녀가 말이 없을수록 호스는 더 강하게 압박했다.


"네? 대답해 주세요! 정말 케이몬이 죽인 게 맞습니까? 아, 참고로 말하자면 저는 어디까지나 케이몬 공자가 결백하다는 걸 말하기 위해서···"

"증거는요?"


결국, 보다 못한 케이몬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천히, 그렇지만 빠르지 않은 걸음으로 다가오는 그를 보고 호스가 콧방귀 뀌며 되물었다.


"증거라니?"

"제가 죽였다는 증거는 어딨습니까?"


두 사람의 키는 비슷했다.

케이몬은 호스를 마주 보며 재차 말했다.


"제가 죽였다는 증거. 있습니까?"

"그러면 그때 어째서 아라랑 같이 있었던 거지?"


지금까지 풀리지 않았던 의문이다.

어느새 그들 주변을 동그랗게 둘러싼 학생들은 둘의 대화에 귀 기울였다.

케이몬의 입은 잠시 멈칫하다가 천천히 열렸다.


"그건······.


*


"디케. 이것도 맛있어 보이더라."

"아, 고마워요. 음? 그런데 이게 무슨···"


디케는 음식을 골라 담던 중, 주변이 돌연 소란스러워지자 고개를 돌렸다.


"음? 왜 저기에 사람들이 저렇게 모여 있는···"

"디케! 판!"

"깜짝이야! 오르니오! 놀랐잖아!"


판은 큰소리 지르며 나타난 오르니오를 보고 접시를 엎을 뻔했지만, 간신히 붙잡으며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


"오르니오? 왜 그렇게 표정이 심각해요?"


디케는 그의 굳은 표정을 보고 뭔가 불안한 낌새를 느꼈다.

오르니오는 급히 입을 열었다.


"지금 케이몬과 호스가 대립하고 있다."

"네? 그게 무슨···"

"그러니까···"


이어지는 오르니오의 설명을 들을수록 두 사람의 표정도 점점 심각하게 물들어갔다.


'그건 정말 아무 증거도 없는 추측이잖아···.'


디케도 그때의 일을 당연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케이몬과 친하게 지내는 것은 당시 결과가 너무 의문스럽게 나온 탓이었다.


정말 케이몬이 죽였다면 어떻게 죽였으며,

왜 케이몬은 아무 처벌도 받지 않은 건지···.

아무것도 알려진 게 없었다.


'만약 케이몬이 정말 그 동급생을 죽였다면 처벌을 안 받을 리가 없을 텐데.


'아라'라는 동급생을 죽였다면 케이몬은 퇴학이라는 처벌도 가벼울 정도로 무거운 죄를 지은 것이다.

더군다나 들어보니 그 여학생의 아버지가 백작 아닌가.


'아무리 공작의 자제라 해도 백작의 영애를 죽이고도 아무 일이 없는 것은 이상하잖아.'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케이몬은 가문에서 내놓은 자식이나 다름없었다.

그건 몇 년 전이라고 다르진 않을 터.

그런 아들을 살인이라는 죄에서 보호해줄 만큼 공작가가 자애로울까?


'그리고 내가 본 케이몬도 전혀 그럴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는데···.'


그녀도 케이몬의 옛 모습을 알지는 못한다.

그러니 확신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직감이 꽤나 잘 들어맞는다고 여기는 디케의 눈에 케이몬은 악인이 아니었다.


"하여튼. 그러면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당장 교수님을 불러서···"

"하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군. 저기서 싸움이 일어났다고 할까? 파랑크스 교수님인데?"


파랑크스 교수의 성격은 그들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걱정이 됐다.

과연 그가 케이몬을 도와줄 것인지.


"그래도 안 말해 보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그래. 일단 가 보지."


오르니오는 그닥 기대하지 않았다.

이렇게 소란스러운데 교수님에게서 아무 소식이 없는 것을 보면 대놓고 방관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그리고 그런 생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네?"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난 사소한 싸움에 교수가 끼면 상황만 더 복잡해진다."

"아니, 왜요?! 그냥 가서 중재만···"

"애들 싸움은 저들끼리 해결해야 하는 거다. 그러니 더는 귀찮게 하지 말아라."


단호하게 쳐내며 더이상은 반문은 듣지 않겠다는 듯 의자에 등을 기대버리는 교수님.

열이 뻗쳐 한마디 하려는 판의 입을 오르니오가 급히 막으며 데려갔다.


"읍! 푸하, 왜 그래?! 아니, 저게 교수야? 애들이 싸우고 있는데 말리지는 못할망정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고 있고!"

"그러고 보니 케이몬하고 저 교수님하고 사이가 좋지 못하다는 소문은 들어본 것 같아요."

"뭐? 지금 그럼 교수라는 작자가 고작 사심 때문에 방관하고 있다고? 허."


판은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시간은 흐르고.


"제가 죽였다는 증거. 있습니까?"

"그러면 그때 어째서 아라랑 같이 있었던 거지?"


두 사람의 대립은 절정을 치닫고 있었다.

인파를 비집고 가장 중심에 가까운 곳으로 들어간 세 사람은 단지 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안 되겠어. 내가 그냥···"


판이 중간에 난입하려 몸을 풀고 있을 때였다.


"어? 저 사람은···"

"쟤가 어째서···"


소란이 일었다.

인파 한쪽이 양옆으로 갈라지며 자연스레 길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걸어 나오는 한 남학생.


"머저리들아."

"뭐? 머저리? 어떤 잡놈이······."


자신을 욕하는 듯한 말에 순식간에 고개를 뒤로 돌린 호스는 애매한 듯 말을 흐렸다.


"지금 시끄럽게 이게 뭣들 하는 짓이지?"


저벅저벅.

검은 예복을 입고 다가오는 남학생은 케이몬에게 아주 익숙했다.


'데로스······.'


차갑게 두 사람을 응시하고 있는 한 쌍의 검은 눈동자.

그는 케이몬의 동생 데로스였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아마 내일 모래 또 올라갈듯 싶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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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022. 삶과 죽음의 경계에 발을 걸치며 +5 21.03.07 939 43 15쪽
21 021. 죽음과 소생 +5 21.03.05 918 4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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