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외면한 이유
![DUMMY](http://cdn1.munpia.com/blank.png)
참고로 여기서 나오는 반지는, 작중 자주 언급되었던 한쌍의 허름한 반지임을 유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
"아버지."
"···왜 그러느냐."
"언제나 아버지의 정을 그리워했습니다. 이제 생각해 보면 왜 그랬나 싶을 정도로."
"······."
"하지만 저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아버지, 언젠가. 제가 죽으면 제 무덤에 한 번 찾아와 주시겠습니까?"
"······."
"그러면 정말 고맙겠는데 말입니다."
"···그렇게 하겠다."
"정말 감사합니다."
케이몬은 아버지 앞에서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던 환한 미소를 지었다.
죽기 직전, 공작저에 들러 아버지에게 한 마지막 부탁이었다.
*
케이몬의 묘비로 찾아온 앙겔로스 공작은 많이 수척해 보였다.
그는 곧 묘비 앞에 올려진 한쌍의 반지를 들어 올렸다.
"공작님. 그건... 마법도구인 것 같습니다. 전에 본 적이 있어서 알고 있습니다."
집사는 공작이 반지를 건네주자 그걸 작동 시켰다.
-치직, 아버지.
-왜 그러느냐.
-오랜만에 대화해 보고 싶었습니다.
-나는 바빠서 너랑 놀아줄 시간이 없으니 유모에게 가거라.
-···알겠습니다.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매우 짧은 녹음이었다.
하지만, 이걸 케이몬이 왜 녹음했고, 어째서 항상 소중하게 지니고 다녔는지를 생각해 보면.
"공작님···."
"나는··· 나는···."
앙겔로스 공작은 회한의 눈물을 떨어뜨렸다.
죽을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관심을 주지 않았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잃고 싶지 않아서.
그런데, 자신은 이미 포기했던 관계를 아들은 계속 믿고 붙들고 있었다.
"전부··· 전부 내 욕심이었다···."
혼자만을 생각한 이기적인 생각이었다.
그래서 아들에게 주면 안 될 상처마저 남기고, 그리고, 그리고···.
"공작님. 여기 하나 더 있습니다."
집사가 건네준 다른 반지.
공작은 그걸 작동시켰다.
"아아··· 여보."
다른 하나는 미처 목소리를 녹음하지 못해서, 사진으로 저장한 케이몬의 어머니였다.
공작은 아들의 무덤 앞에서 무릎 꿇었다.
"미안하다. 미안해···."
눈을 녹이는 눈물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 작가의말
앙겔로스 공작은 좋은 아버지가 아니었습니다.
사실 케이몬이 태어나기 전, 출산 전에 점쟁이에게 예언을 들었기 때문이죠.
이 부분도 훗날을 위한 떡밥이었으나... 아쉽게도 이렇게 풀게 됐습니다.
참고로 위의 대화는 전에 한번 나온 적 있는 대화입니다.
이는 곧 케이몬이 자신의 마법도구에 음성을 녹음하기 위한 것이었죠.
언젠가, 자신보다 먼저 떠날 부모님의 흔적을 기억하고 싶어서.
케이몬은 녹음했습니다.
아버지의 목소리를.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먼저 갈 줄은 몰랐죠.
아버지에 대한 기대를 모두 버렸다 해도, 저것만큼은 버릴 수 없었습니다.
이건 케이몬이 가족에게 건 마지막 미련이라 할 수 있겠네요.
Commen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