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베이나이트님의 서재입니다.

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274 회
조회수 :
69,400
추천수 :
1,247
글자수 :
1,456,116

작성
22.11.17 22:37
조회
558
추천
12
글자
12쪽

28화 - 피로 물든 해변(2)

DUMMY

1943년 11월 길버트 제도 타라와 환초 일본군 해안진지


“보고드립니다! 미 해병대가 장갑차에서 하차하여 도보로 접근 중입니다.”


해안을 가득 메운 수륙 양용 장갑차에서 본격적인 상륙 병력이 하차했다는 소식에 스가이 중좌는 얼굴이 샛노래졌다.


‘이제 끝이다. 저자는 대체...’


이제 남은 것은 저 엄청난 규모의 병력이 돌격해 힘들게 구축한 해안진지를 차례로 점령하는 것이었다.


‘대체 언제 싸우겠다는 것인가? 이대로라면...’


스가이 중좌는 겁쟁이 지휘관 덕택에 총 한번 쏘지 못하고 부대와 기지를 잃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간신히 가라앉혔던 화가 다시 치밀기 시작했다.


스가이 중좌의 이런 속을 알 리 없는 후지모토 대좌는 한껏 여유로운 동작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각 벙커와 참호로 연결된 통신기를 집어 들었다.


“자, 제군들! 인고의 시간이 끝나고 침략자들에게 천벌을 내릴 때가 왔다!”


천벌? 스가이 중좌는 자못 비장한 투로 말하는 후지모토가 어릴 적에 소설을 너무 많이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진지 쪽에서 여러 발의 포성이 울리자 그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황급히 밖으로 나간 스가이 중좌.


그의 눈앞에는 벌떼처럼 몰려드는 미 해병대를 향해 쏟아지는 포탄이 만들어내는 물기둥과 진흙 세례 그리고 그 속에서 비명을 지르며 산개하는 미 해병대의 모습이 펼쳐졌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허물어진 진지와 필박스에서 모습을 드러낸 제3특별근거지대 대원들은 어느새 기관총 설치를 마치고 소총 사격과 함께 미 해병대를 향해 집중포화를 쏟아내고 있었다.


“뭘 그리 멍하게 보고 있는 것인가?”


바깥으로 나온 후지모토 대좌는 지루하다는 듯 크게 하품을 했다.


생사를 오가는 전장의 한복판에 선 사람이라고는 도무지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자네가 그리 원하던 전투가 시작되었지 않은가?”


“서, 설마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예상하신 것입니까?”


적의 상륙부대가 수륙 양용 장갑차를 이용하여 접근하다가 갑자기 중간에 내려 이동하는 것.


그리고 그에 맞추어 미리 배치한 병력이 일시에 나와 화력을 쏟아부은 것.


미군이 어떻게 행동할지 알고 예측하고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면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타라와 환초의 드넓은 해안가에서 상륙할 곳을 어떻게 특정하느냐는 것이었다.


설령 적군이 상륙할 장소를 예상했다 하더라도 그들이 하차하여 걸어오리라는 것은 알 수 없는 일이 아닌가?


“궁금한 것이 많은 표정이군.”


얼이 빠진 듯한 스가이 중좌의 표정을 보며 킬킬대던 후지모토가 입을 열었다.


“적이 상륙할 곳으로 예상되는 지점은 두 군데로 압축할 수 있겠지. 하나는 좁고 수심이 깊은 지역이네. 그리고 자네도 보았다시피 그곳에는 상륙주정과 장갑차의 이동을 방해할 구조물을 잔뜩 설치했지. 그러니 저들 입장에서 상륙할 병력을 보내기에 적합한 곳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


스가이 중좌는 홀린 듯한 표정으로 후지모토가 쏟아내는 말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았다.


“그렇다면 저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여기, 수심이 얕고 넓은 해안가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 하지만 이곳은 산호로 된 암초가 곳곳에 있어 중간 지점부터는 수륙 양용차의 기동이 여의치 않아지지. 바로 지금처럼 말이네. 아마 암초를 통과하려면 물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일세.”


그제야 스가이 중좌는 다가오던 미 해병대가 갑자기 하차한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스가이 중좌는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허술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이 샌님 같은 자가 철저하게 자신의 계획으로 적을 옭아맨 것이 아닌가?


“대단한 통찰이시군요... 그간의 결례를 용서하십시오.”


스가이 중좌는 하급장교들이 보건 말건 후지모토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이건 또 무슨 짓인가? 철 지난 사무라이 놀이는 집어치우게, 어서 일어나라니깐.”


“... 그런데 애써 끌어온 러시아제 8인치 대포는 아쉽게 되었습니다. 숨겨놓았다가 놈들이 덫에 걸렸을 때 일시에 발포했다면 훨씬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었을 것인데 말입니다.”


스가이 중좌는 함포 사격과 공중폭격에 맥없이 부서진 러시아의 거대한 대포를 떠올리며 아쉬운 듯 말했다.


“뭐라고? 으하핫! 자네는 정말 그 구식 대포가 쓸모 있다고 여기는 것인가?”


“옛?”


그렇다면 쓸모도 없는 대포를 굳이 끌어와 진지까지 구축하며 집어넣을 이유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스가이 중좌는 여전히 후지모토의 생각을 알 수 없었다.


“어차피 쓸데없는 물건이었네. 형편없는 사거리와 명중률을 자네도 보지 않았는가? 하지만 상대의 방심을 끌어내기에는 충분한 물건이지.”


“아...”


그제야 스가이 중좌는 후지모토의 의도를 희미하게나마 알 것도 같았다.


항공정찰을 통해 상륙할 곳을 미리 파악한 미 함대는 노출된 거대한 대포를 우선순위에 놓고 미친 듯한 화력을 해안으로 퍼부었다.


그리고 해안에 함대와 상륙할 병력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요소가 사라졌다고 생각한 그들은 병력을 보내서 진지를 점령할 생각이었을 것이다.


스가이 중좌의 생각에도 미군의 그러한 판단은 전혀 무모한 것이 아니었다.


생명체라고는 풀 한 포기 남지 않을 듯 퍼부어지는 포격 속에서 일본군이 버틸 것이라고 누가 짐작할 것인가?


그러나 쏟아진 포격에 비해 후지모토 시게루 대좌가 1년에 걸쳐 구축했다는 벙커와 교통호 그리고 지하갱도는 그다지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 의뭉스러운 지휘관은 마치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기라도 한 것처럼 철저히 대비한 다음 비처럼 쏟아지는 포격과 폭격에서도 자신이 쳐놓은 덫에 적이 걸려들기만을 차분히 기다린 것이다.


스가이 중좌는 후지모토의 치밀함에 다시 한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봐, 넋 놓고 있기에는 이르지 않나? 이제 겨우 선발대에 생채기를 낸 것뿐이네. 적 장갑차가 밀려오면 진짜 전투가 시작된다 이 말이야.”


후지모토 대좌의 말에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 일본군이 미 해병대를 일방적으로 학살할 수 있는 것은 엄폐물이 없는 넓은 해안에 포진한 적을 상대로 사격을 퍼부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갑차가 기동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지금과 같은 전과를 거두기는 어려워진다.


“적 장갑차 부대가 해안가에 도달하면 4시 방향 진지에 숨겨놓은 하고(일본의 95식 경전차)가 측면에서 공격을 개시할 것일세. 육전대가 보유한 지원화기는 유탄 발사기 정도가 전부인 것으로 아는데...”


후지모토 대좌는 곧 상륙하게 될 적 장갑차를 상대하는데 있어 육전대를 어디에 배치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그런 것이라면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소장의 휘하 육전대원들은 두려움을 모르는 자들입니다. 대좌께서 명령만 하시면 적 장갑차를 향해 화염병을...!”


스가이 중좌의 자신 있는 말투에 후지모토는 옅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가로저었다.


“쯧쯧, 어떻게 하면 저 빌어먹을 황군 정신을 개조할 수 있을까?”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화염병을 투척할 때까지 적이 잠자코 기다려주겠는가? 이봐, 부관.”


한쪽 눈썹을 찡그리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투로 말하던 후지모토 대좌는 쌍안경으로 해안을 관측하고 있던 부관을 불렀다.


“육전대에게 75mm 대공포를 내어주도록 하게. 그리고 스가이 중좌, 자네는 적 기갑부대의 시선이 하고에게 돌아간 틈을 타 적 장갑차의 후방과 측면을 노려 사격하도록 하게. LTV-1의 측면과 후방 장갑이라면 충분히 관통할 수 있을 것이네. 적어도 상륙하는 차량의 절반 정도는 무력화시켜야 하네. 자네의 임무가 막중함을 잊지 말도록.”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뭔가?”


스가이 중좌는 뭔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우물쭈물했다.


“대포와 기관총 진지가 적에게 노출되었으니 서둘러 진지 변경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적의 함포 사격과 공중폭격이 재차 이어진다면...”


“오, 이제야 자네의 그 지긋지긋한 황군 타령이 들어가고, 현실을 보는 눈이 떠졌나 보군.”


후지모토는 스가이 중좌의 말에 과장된 몸짓을 취했다.


“자네가 우려하는 바는 잘 알고 있네. 하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자, 이것으로 해안진지에 떨어진 적 포탄의 탄흔을 살펴보게.”


후지모토 대좌의 말에 스가이는 부관이 건네주는 쌍안경으로 아군 진지를 세밀하게 살폈다.


함포 사격과 공중폭격을 얻어맞은 콘트리트 진지는 일부가 허물어진 곳이 있기는 했으나 안에는 충분히 포격에 몸을 숨길만 한 곳이 있어 보였다.


“이상하군요. 그렇게 많은 포탄이 쏟아졌는데 생각보다 진지의 상태가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 정도라면 다시 포격이 시작된다고 해도 어느 정도 생존이 가능할 듯합니다.”


스가이 중좌의 말에 후지모토는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만약 저 미 해군 전함에 탄종 변경을 고려하는 자가 없다면 말이지. 자, 이제 움직일 시간이네.”


후지모토 대좌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스가이 중좌는 ‘탄종 변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어보려 했으나 장갑차가 하나둘씩 접근하는 것을 본 후지모토가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서자 더는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다.


*


1943년 11월 길버트 제도 해상 전함 콜로라도(BB-45 USS 콜로라도)


“이럴 수가! 적의 기습입니다!”


미 전함 콜로라도에서 미 해병대가 전진하는 모습을 한가하게 지켜보던 체스터 소령은 갑작스러운 포성과 함께 무너진 해안 진지에서 일본군이 모습을 드러내며 해안으로 이동 중인 해병대에게 집중 사격을 퍼붓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대체 저 많은 병력은 어디에서 나타난 거야!”


당혹스럽기는 홀시 제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해병대의 상륙이 시작되기 전 미 함대는 그야말로 엄청난 물량 공세를 해안가로 퍼부었다.


개미 한 마리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았는데 대체 어디에서 저 많은 일본군이 나타난 것인지 홀시 제독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예상보다 콘크리트 진지를 견고하게 구축한 모양입니다. 콜로라도와 메릴랜드(콜로라도급 전함의 2번함, BB-46)의 탄종을 철갑유탄(APHE, Armor Piercing High Explosive, 철갑 관통 유탄)으로 변경하여 해안 진지로 사격하도록 하십시오.”


이청천 대령이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고 홀시 제독에게 건의했다.


자세한 설명을 하지는 않았지만, 홀시 제독은 이청천 대령이 말한 바를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아둔한 사람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콜로라도를 비롯한 함선의 주포에서 해안가로 발사한 포탄의 탄종은 고폭탄 하지만 파괴된 진지에서 일본군이 몰려나왔다는 것은 전함 주포 사격과 함재기의 폭격을 견딜 만큼 진지가 견고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진지 깊숙한 곳까지 타격을 줄 수 있는 철갑탄으로 바꿔 공격하자는 이청천 대령의 판단이 옳다고 볼 수 있었다.


“어쩌죠? 이대로라면 노출된 병력은 괴멸적인 피해를 입고 말 거에요.”


엠마 중위는 속이 타들어 가는 듯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일본군의 공격에 미 해병대원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져갔다.


철갑유탄으로 탄종이 변경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병사들이 쓰러질지 그녀는 짐작조차 하기 어려웠다.


한편 CIC 한쪽으로 달려간 이청천 대령은 공격 목표인 타라와 환초의 일본군 진지 지도를 빠르게 훑어보고 있었다.


‘저들의 시선을 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잠깐, 이곳은!’


지도를 살피던 이청천 대령의 시선이 어딘가에 머물더니 눈동자가 커졌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지도를 뜯어내더니 그대로 홀시 제독에게 들고 달려갔다.


“여깁니다! 콜로라도와 메릴랜드가 철갑유탄으로 탄종을 바꾸는 동안 나머지 함선들은 이곳을 집중적으로 타격하도록 하십시오. 이곳이라면 일본군의 시선을 잠시 돌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4 33화 - 베티오섬 공방전(2) 22.11.30 522 12 13쪽
33 32화 - 베티오섬 공방전(1) 22.11.29 530 11 12쪽
32 31화 - 타라와 환초 항공전(2) 22.11.23 547 13 13쪽
31 30화 - 타라와 환초 항공전(1) 22.11.22 546 17 11쪽
30 29화 - 피로 물든 해변(3) 22.11.21 545 13 11쪽
» 28화 - 피로 물든 해변(2) 22.11.17 559 12 12쪽
28 27화 - 피로 물든 해변(1) 22.11.15 574 12 14쪽
27 26화 - 타라와 환초 상륙 작전 22.11.14 629 12 13쪽
26 25화 - 새로운 여정 22.11.11 621 14 13쪽
25 24화 - 수장되는 제4남견함대 22.11.08 628 13 12쪽
24 23화 - 확증편향 22.11.07 614 15 15쪽
23 22화 - 일촉즉발 22.11.04 623 13 12쪽
22 21화 - 인도양의 해적 22.11.03 664 13 13쪽
21 20화 - 들어는 봤니? 징기스칸 작전! 22.10.31 676 14 12쪽
20 19화 - 죽음의 계곡(마무리) 22.10.28 679 12 15쪽
19 18화 - 죽음의 계곡(5) 22.10.26 665 11 12쪽
18 17화 - 죽음의 계곡(4) 22.10.24 690 14 13쪽
17 16화 - 죽음의 계곡(3) 22.10.19 705 14 13쪽
16 15화 - 죽음의 계곡(2) 22.10.18 731 10 12쪽
15 14화 - 죽음의 계곡(1) 22.10.17 798 12 11쪽
14 13화 - 군에 몸 담은지 어언 30년, 이번만큼 필승의 신념이 떠오른 적은... 22.10.12 875 13 12쪽
13 12화 - 성동격서 22.10.11 786 15 12쪽
12 11화 - Save the 'Fox company' - (2) 22.10.10 768 15 12쪽
11 10화 - Save the 'Fox company' - (1) 22.10.07 798 14 13쪽
10 9화 - 항공기? 정글에서 그딴 걸 어디에 쓰냐? 22.10.06 854 13 14쪽
9 8화 - 보급? 그런게 왜 필요한데?? +1 22.10.05 903 12 15쪽
8 7화 - 미션 I'm possible 22.10.04 908 13 14쪽
7 6화 - 헬파이어 패스(Hellfire pass) - (5) 22.10.03 914 15 15쪽
6 5화 - 헬파이어 패스(Hellfire pass) - (4) 22.09.30 945 18 12쪽
5 4화 - 헬파이어 패스(Hellfire pass) - (3) 22.09.29 1,005 17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