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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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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3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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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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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 수장되는 제4남견함대

DUMMY

1943년 11월 인도양 체두바섬, 람리섬 해협 일본 제4남견함대 기함 CA-묘코


“암초가 있다는 말인가? 그럴 리가...”


적의 매복이 없다는 보고를 접수한 스기모토 제4남견함대 사령관은 전 함대에게 신속히 해협을 통과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얼마 후 선두에 섰던 경순양함 유바리가 함저에 무언가 부딪혔다는 보고를 듣자 그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항로로 선택한 해협은 길이 좁기는 했으나 평소에도 항행량이 많을 정도로 안전한 길이었다.


“잠수조를 투입하여 확인한 결과, 영국놈들이 해협 입구에 폐선을 가라앉힌 모양입니다.”


고이즈미 대좌의 보고를 받은 스기모토 소장은 잠시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쓸모없는 선박까지 동원해 길을 막으려는 것을 보면 함대가 해협으로 진입하지 못하게 하려는 수작이 틀림없다. 섬을 우회하는 항로를 선택하게 하여 아군의 피로를 가중한 다음 기습하려는 작전을 짠 것이겠지...’


스기모토 사령관의 눈에는 이미 적의 얕은 수가 훤히 보이는 듯했다.


“해협 전체가 막혀 있는가? 조금 전 시구레는 해협으로 통과하지 않았던가?”


스기모토 사령관은 아무리 폐선을 침몰시켜 입구를 틀어막는다고 넓은 해협을 전부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 틈을 우연히 시구레가 통과한 것이고 같은 수로를 이용한다면 함대를 해협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제야 모든 것이 이해되는군. 적은 아군 함대가 북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폐선을 침몰시켜 급하게 해협을 막으려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 함대의 움직임을 확인하기 위해 배를 보낸 것이지. 하지만 놈들의 생각보다 아군 함대의 항진 속도가 빨랐던 것이야. 그래서 애초에 계획한 해협 봉쇄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달아난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고이즈미 대좌는 습관처럼 사령관의 말을 곱씹으며 사리에 맞는지 판별해보았다.


그의 생각 역시 스기모토 사령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함대를 체두바섬 외곽으로 보내려던 저들의 계획은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겠습니다.”


고이즈미 대좌의 말에 스기모토 사령관이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적은 해상 교전에서 우리 함대를 당해낼 수 없음을 알고 나름대로 대응 계획을 세웠었어. 하지만 그런 방법은 우리에게는 통하지 않을 테지. 전 함대에 신호를 보내 전열을 재정비하도록 하라. 시구레를 선도함으로 변경한다. 전 함대는 시구레의 인도를 따라 이동할 수 있도록.”


스기모토 함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제4남견함대는 구축함 시구레의 인도를 받으며 차례로 해협에 진입했다.


얕고 취약한 적의 기만술은 이미 분쇄된 상태.


이제 제4남견함대는 신속하게 해협을 통과해 적군이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치타공 앞바다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스기모토 사령관은 갑자기 나타난 일본 함대를 보고 기겁할 영국군의 한심한 모습이 그려지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수중에 어뢰 다수! 접근 중입니다! 1-6-4, 거리 2,000... 1,800!”


미 해군의 일격으로 주춤한 일본군에게 반등의 기회를 마련한 장본인이 될 것이란 생각에 빠진 스기모토 사령관의 귓가에 수측 담당관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뭐? 어뢰라니? 설마 적 잠수함이 있단 말인가? 수측실은 대체 뭘 하고 있었단... 제기랄! 당장 회피 기동해!”


시구레가 해협 부근을 확인한 결과 매복한 적함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설령 시구레가 확인하지 못한 적함이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지금처럼 근접한 거리에서 어뢰를 발사할 정도라면 하다못해 적함이 기동하는 엔진 소리라도 들렸어야 한다.


그렇다면 소리 없이 다가와 어뢰를 살포할 수 있는 것은 어딘가에 잠항한 채로 숨어 있던 잠수함뿐, 스기모토 사령관은 그렇게 적 잠수함에 대한 경계를 강조했건만, 탐지조차 하지 못한 수측실에 대한 분노가 치밀었다.


“우현 전타!”


“우현 전타!”


육중한 중순양함이 급하게 오른쪽으로 선회하자 선체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스기모토 사령관은 가까스로 균형을 유지하며 악을 쓰듯 외쳤다.


“어뢰와의 거리는? 회피 가능한가?”


“너무 가깝습니다. 어뢰 2기가 본함으로 접근 중! 거리 300미터! 충돌합니다!”


- 쾅! 쾅!


어뢰가 연이어 적중하자 엄청난 충격이 묘코를 흔들었다.


쓰러졌던 스기모토 사령관은 고이즈미 참모장의 부축을 받고 겨우 일어났다.


“윽... 피해 상황은? 피해 상황 보고해!”


“조타 불능입니다!”


“어뢰 집중 방호구역 화재 발생!”


“기관실 침수 중입니다!”


항행 불능 상태에 빠졌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묘코는 침몰할 만큼의 치명타는 입지 않았다.


무려 두 발의 어뢰에 피격됐음에도 말이다.


“함대 피해 상황 보고하라! 구축함들을 어뢰 발사지점으로 보내...!”


- 쾅!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지시를 내리던 스기모토 사령관은 별안간 폭발음이 들려오자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회피 중 좌현에 어뢰가 적중했는지 경순양함 유바리의 선체는 좌측으로 심하게 기울었다가 탄약고로 불이 옮겨붙은 것인지 엄청난 폭발과 함께 화재에 휩싸였다.


당한 것은 비단 유바리뿐만이 아니었다.


갑자기 날아온 다발의 어뢰에 이미 함대는 괴멸적인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


“수중에서 어뢰 접근 중! 모두 여덟 발입니다! 어뢰는 아오바를 향하고 있습니다!”


헤드셋을 끼고 수중 탐지를 하던 수측관의 보고에 스기모토 사령관은 고개를 돌려 중순양함 아오바를 보았다.


아오바 역시 어뢰가 접근하는 것을 확인했는지 서둘러 회피 기동에 들어갔지만, 해협을 통과하느라 함선 간의 간격이 좁아져 배를 선회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처음 날아온 두 발의 어뢰가 아오바의 후미에 적중하자 육중한 중순양함은 추진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시간차를 두고 날아온 여섯 발의 어뢰.


스기모토 사령관은 언젠가 흐릿한 흑백 영상으로 보았던 한 장면이 불현듯 떠올랐다.


상처 입은 물소를 향해 달려드는 하이에나 무리.


달려드는 어뢰는 무자비한 하이에나떼처럼 주저앉은 아오바를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엄청난 높이의 물기둥이 연이어 솟아오르더니 뒤늦게 접근한 한 발의 어뢰는 아오바 함저에서 폭발했다.


300kg에 달하는 폭약이 수중에서 폭발하자 물속에서 오렌지색의 반구형 폭발 충격이 커지더니 거대한 중순양함을 들어 올렸다.


버블제트로 용골이 꺾여버리자 순식간에 두 동강이 난 중순양함 아오바는 회오리를 일으키며 선수가 하늘로 향한 채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배에서 뛰어내린 아오바의 수병들은 사력을 다해 헤엄치며 회오리를 벗어나려 했으나 수천 톤의 함정이 가라앉으며 만들어낸 회오리는 물귀신처럼 수병들을 끌어당겼다.


아오바의 끔찍한 최후를 목격한 스기모토 사령관은 마치 심장이 터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와 제4남견함대의 불행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중순양함 1척 침몰, 경순양함 1척이 대파. 구축함 3척이 침몰 1척이 대파, 보급함 2척은 모두 격침되었습니다. 본함은 기관실이 침수되어 항행 불능입니다.”


고이즈미 대좌의 침통한 보고에 스기모토 사령관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어지러운 듯 비틀거렸다.


순식간에 함대 전력의 90%가 날아가 버렸다.


이대로라면 작전은 고사하고 귀환할 수 있을지부터 걱정해야 할 판국이었다.


“... 적 잠수함은? 어디에서 어뢰가 발사됐는지 아직도 찾지 못했는가!”


“본함을 비롯한 다른 함정의 수측실에서도 잠수함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어뢰 폭발음에 한쪽 고막이 찢어지기라도 한 듯 수측 담당관이 귀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보고했다.


“수상함도 아니고 잠수함도 아니라면 대체 어디서 어뢰가 날아왔단 말인가! 대체 어디서!”


아직 적의 실체조차 파악하지 못하자 분을 이기지 못한 스기모토 사령관이 테이블을 연신 거칠게 내리쳤다.


함대를 이런 꼴로 만든 상대가 누군지도 모른 채 돌아갈 수는 없었다.


“최초 어뢰가 발사된 곳은... 람리섬 절벽 부근입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분석을 마친 수측관이 겨우 어뢰 발사지점을 찾아내자 스기모토 사령관이 거칠게 외쳤다.


“남아있는 구축함을 모조리 보내 샅샅이 수색하라고 해!”


제4남견함대에서 기동이 가능한 배는 아시시오급 구축함 3번함인 미치시오와 카게로급 구축함 5번함인 하야시오가 있었다.


그나마 빠르게 회피 기동하여 어뢰로부터 살아남았던 것이다.


사령관의 명령이 떨어지자 미치시오와 하야시오는 어뢰가 발사된 지점으로 탐조등을 켠 채 접근했다.


- 보고드립니다! 최초 어뢰가 탐지된 지역에는 수상함은 물론 잠수함조차 찾을 수 없습니다.


하야시오 함장의 보고에 스기모토 사령관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체두바섬과 람리섬 해협은 수심이 그리 깊지 않았다.


수온 변층이 있는 구간도 아니니 어뢰를 발사한 잠수함이 긴급 잠항한다고 하더라도 숨을 곳은 없다는 이야기였다.


‘어뢰정인가?’


잠수함이 아니라면 작은 어뢰정이 수십 발의 어뢰를 살포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 스기모토 사령관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함대를 향해 달려든 어뢰는 족히 스무 발이 넘었다.


영국 함대 소속 어뢰정이 장착한 어뢰 발사기는 최대가 3연장, 적어도 네 척 이상의 어뢰정이 있어야 한다는 말인데 이것 역시 성립하지 않았다.


밤과 안개가 시야를 방해하기는 했으나 청각마저 가리지는 못했다.


어떻게 아무런 소리 없이 함대로 접근할 수 있다는 말인가?


정탐을 나간 시구레가 발견하지 못한 어딘가에 어뢰정 전대가 숨어 있었다고 한다면 설명이 가능할까?


그 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어둠 속에서 제4남견함대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가 다량의 어뢰를 발사한 후 다시 소리 없이 해협을 빠져나가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대체 무엇인가...’


스기모토 사령관이 혼란에 빠져있을 때 참모장이 다가왔다.


“각하, 이대로는 위험합니다. 차라리 기함을 자침시키고 퇴각하는 것이...”


“허허, 자침이라...”


허탈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기관실은 완전히 침수되어 복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조타 장치는 박살이 났다.


다행히 방수 격벽이 제 역할을 해 함선 전체로 침수되는 것은 막았으나 제4남견함대 기함인 중순양함 묘코는 그저 바다에 떠 있는 포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뢰가 또다시 날아올지도 모를 상황, 지금으로서는 기동이 가능한 함정으로 옮겨간 후 퇴각하는 것이 남은 전력을 보존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자네는 남은 인원을 통솔하여 이함(다른 배로 옮기는 것)하여 퇴각하도록 하게.”


“네? 각하께서는?”


놀란 참모장의 말에 스기모토 사령관은 허탈한 표정으로 아직도 불길을 잡지 못하고 있는 함대로 시선을 돌렸다.


“적을 가볍게 여기다 함대를 전멸시킨 지휘관이 어떻게 살기를 바라겠나? 나는 묘코와 운명을 함께 할 것이니 자네는 속히 명령을 이행하도록 하게.”


“각하! 차라리 소장이 남겠습니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일이야, 대일본제국의 미래에는 늙은이보다 자네 같은 이들이 필요할 것이네... 자,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네. 남은 사람들이라도 살려야 하지 않겠나?”


기함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사령관을 설득하려던 고이즈미 대좌는 그의 마지막 말에 더는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


모든 수병들이 다른 함선으로 나누어 이함한 후 함교에 홀로 남은 스기모토 사령관은 갑판에서 외롭게 깜빡이는 점멸등을 물끄러미 보았다.


그리고 수측관이 쓰던 헤드셋에서 다급하게 들려오는 경고음, 수중에서 무언가 묘코를 향해 빠르게 접근하고 있었다.


“결국 어떻게 당하는지도 모른 채 끝나는 것인가...”


스기모토 사령관은 쓴웃음을 짓더니 람리섬 절벽을 노려보았다.


무엇에 당한 것인지 알아내기라도 한다면 다음 해전을 준비할 일본 해군에게 경고라도 줄 수 있건만, 상대는 그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 쿵!


스기모토 사령관은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충격이 온몸을 휘감자 균형을 잡지 못하고 구조물에 머리를 부딪혔다.


눈앞이 점점 검게 변하는 듯한 느낌을 받던 스기모토 사령관이 의식을 잃자 거대한 중순양함이 균형을 잃고 서서히 검은 바다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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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2화 - 베티오섬 공방전(1) 22.11.29 530 11 12쪽
32 31화 - 타라와 환초 항공전(2) 22.11.23 547 13 13쪽
31 30화 - 타라와 환초 항공전(1) 22.11.22 546 17 11쪽
30 29화 - 피로 물든 해변(3) 22.11.21 544 13 11쪽
29 28화 - 피로 물든 해변(2) 22.11.17 558 12 12쪽
28 27화 - 피로 물든 해변(1) 22.11.15 573 12 14쪽
27 26화 - 타라와 환초 상륙 작전 22.11.14 627 12 13쪽
26 25화 - 새로운 여정 22.11.11 619 14 13쪽
» 24화 - 수장되는 제4남견함대 22.11.08 628 13 12쪽
24 23화 - 확증편향 22.11.07 614 15 15쪽
23 22화 - 일촉즉발 22.11.04 623 13 12쪽
22 21화 - 인도양의 해적 22.11.03 664 13 13쪽
21 20화 - 들어는 봤니? 징기스칸 작전! 22.10.31 676 14 12쪽
20 19화 - 죽음의 계곡(마무리) 22.10.28 679 12 15쪽
19 18화 - 죽음의 계곡(5) 22.10.26 665 11 12쪽
18 17화 - 죽음의 계곡(4) 22.10.24 689 14 13쪽
17 16화 - 죽음의 계곡(3) 22.10.19 705 14 13쪽
16 15화 - 죽음의 계곡(2) 22.10.18 731 10 12쪽
15 14화 - 죽음의 계곡(1) 22.10.17 797 12 11쪽
14 13화 - 군에 몸 담은지 어언 30년, 이번만큼 필승의 신념이 떠오른 적은... 22.10.12 874 13 12쪽
13 12화 - 성동격서 22.10.11 786 15 12쪽
12 11화 - Save the 'Fox company' - (2) 22.10.10 768 15 12쪽
11 10화 - Save the 'Fox company' - (1) 22.10.07 798 14 13쪽
10 9화 - 항공기? 정글에서 그딴 걸 어디에 쓰냐? 22.10.06 853 1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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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7화 - 미션 I'm possible 22.10.04 906 13 14쪽
7 6화 - 헬파이어 패스(Hellfire pass) - (5) 22.10.03 911 15 15쪽
6 5화 - 헬파이어 패스(Hellfire pass) - (4) 22.09.30 943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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