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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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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6,116

작성
23.03.08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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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1쪽

84화 - 반격 (1)

DUMMY

1944년 5월 인도 임팔 부근 비센푸르 요새


“미쳤다, 미건 미친 짓이야.”


언덕을 기어오르다시피 하면서 비센푸르 요새로 다가가던 사노 중위는 빗물에 흠뻑 젖은 얼굴을 손으로 닦으며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새로 부임한 사단장이 콘크리트로 지어진 요새에 무작정 돌격 명령을 내릴 때만 하더라도 사노 중위는 일본군 제33사단 병력 중 살아서 고향 땅을 밟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을 품었다.


전투의 결과는 그의 예상한 것처럼 가지고 있던 경전차가 모두 파괴되고 무수한 병력이 쓸려나간 참패, 사노 중위는 더는 희망 같은 것이 남아있지 않다고 체념했다.


하지만 무모하기 짝이 없는 공격이 끝나자 사단장은 돌연 태도를 바꾸더니 비센푸르 요새 공격으로 숨진 이들의 시신을 수습하게 했다.


무작정 병사들을 총구로 내던진 공격 명령과는 판이하게 다른 태도였으며, 병사들을 쓰고 버리는 소모품처럼 여기는 일본군에서는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사노 중위는 자신이 사단장에 대해 오판한 것으로 생각하며 어쩌면 한 줄기 빛이라는 것이 아직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사단 본부에서 내려온 명령에 사노 중위는 이제까지 자신이 헛된 희망을 품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 수습한 시신으로 이동식 엄폐물을 제작할 것


도무지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내린 판단이라고 볼 수 없는 명령에 사노 중위는 경악했다.


놀라고 경악한 이는 사노 중위뿐만이 아니었다.


사단 본부의 지시를 접한 모든 이들은 누구 하나 예외 없이 참담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살아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겠지만, 군인으로서 전장에 섰다면 영광스럽게 전사하는 것 역시 크게 나쁜 일은 아니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전장에서 숨진 사람을 저런 식으로 대하다니 부대가 충격에 빠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으며, 사노 중위는 크게 흔들리는 부대를 잡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그 자신조차 과연 이런 방식이 맞는지 의문이 드는데 병사들은 오죽했겠는가?


그리고 내려진 진격 명령, 사노 중위는 싸울 의지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부대원들을 데리고 쳐다보기도 싫은 이동식 엄폐물을 앞세운 채 전진을 시작했다.


습하고 무더운 날씨, 방부처리 같은 것을 할 여유도, 자원도 없는 이곳에서 수습해온 시신은 빠른 속도로 부패하기 시작했으며, 역한 냄새는 몇 겹으로 된 천과 가죽으로 된 마스크를 뚫고 후각을 자극했다.


역겨운 엄폐물을 밀던 병사들이 참지 못하고 연신 토악질해댈 때 갑자기 울린 총성, 사노 중위를 비롯한 일본군 제33사단 선봉군이 모습을 드러내자 비센푸르 요새에 주둔한 적군이 사격을 개시한 것이었다.


첫 전투에서 호된 대가를 치른 일본군 제33사단은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요란한 콩 볶는 소리가 들리자 너나 할 것 없이 자세를 낮추며 엎드렸다.


하지만 요새에서 발사된 기관총과 소총 사격은 여러 겹의 시신으로 이루어진 엄폐물을 통과하지 못했다.


“지금이 기회다, 밀어 올려!”


주춤했던 사노 중위는 적의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자 엄폐물을 미는 병사들을 더욱 독려했다.


싸울 마음이 도무지 들지 않는 전진이었으나 이왕 나선 발걸음, 아군을 향해 총을 쏴대는 저들을 죽이지 않는다면 사노 중위와 부대원들은 엄폐물에 매달린 시체와 같은 꼴이 될 것이 뻔했다.


또한, 사노 중위가 판단하기에 지금이야말로 요새의 방어선을 돌파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였다.


간혹 유탄 발사기에서 날아온 포탄에 엄폐물 일부가 파괴되기도 했으나, 적군은 기관총과 소총 사격에 절대적으로 의지하여 진지를 방어하고 있었기에 빠르게 접근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전투였다.


‘어차피 길은 진창으로 변했으니 적의 기갑부대는 당분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정면에 굳게 잠긴 관문을 힐끔 본 사노 중위는 이런 날씨에 영인군의 기갑 전력은 무용지물일 것이라 확신했다.


그리고 얼마 후 드디어 일부 병력이 요새 내부로 진입하고 백병전을 벌이는 듯한 함성이 들리자 마지 못해 역겨운 엄폐물을 밀어 올리던 부대원들의 얼굴에 생기가 돌면서 힘을 내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죽은 자들에 대한 부대의 처우에 불만과 실망, 절망의 기색이 지배하던 부대였으나 어쩌면 이 전투에서 승리하고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자 갑자기 분위기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죽어서도 총알받이가 되어 영면에 들지 못하는 자들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어찌하겠는가?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는가?


“사단 본부의 긴급 지시입니다! 적 요새 북쪽 관문이 개방되었으니 부대는 지금 즉시 북쪽 관문으로 이동해 공격하라는 지시입니다.”


빗소리를 뚫고 소리를 지르듯 보고하는 하사관의 말에 사노 중위는 미간을 찌푸렸다.


‘하긴 어차피 이곳은 아군 병력이 진입했으니 엄폐물이 그다지 쓸모가 없겠지. 북쪽 관문까지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군.’


방어선이 뚫렸다는 소식에 부대에는 알 수 없는 기운이 부대원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언제 사그라질지 모를 이 불꽃을 사노 중위는 최대한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1944년 5월 인도 임팔 부근 비센푸르 요새 북쪽 관문 부근


“문이 열렸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이곳으로 주공 방향이 바뀔지도 모릅니다.”


엠마 중위는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김우진 대위와 크로포드 대위가 악착같이 막아내고 있는 3번 관문을 비롯한 두 개의 관문은 야트막한 언덕 지형이라 공격하는 일본군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그에 비해 이곳 북쪽 관문은 좁은 길이긴 하지만 경사가 없는 지형, 공격하는 측에서는 가장 수월한 목표라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타이리스 준장은 이곳에 가장 많은 수비 병력과 지원화기를 배치했던 것이었고, 일본군 제33사단은 그 점을 역으로 이용해 공격하기 어려운, 그리고 상대적으로 방어가 취약한 곳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북쪽 관문에 배치된 병력이 다른 곳을 지원하기 위해 상당수 이탈한 마당에 북쪽 관문이 비어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공격을 준비하던 병력이 물밀듯이 이곳으로 몰려들 것은 뻔한 일이었다.


엠마 중위가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저들은 전선을 넓게 형성하여 엄폐물로 사격을 받아내면서 전 방위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엄폐물을 파괴할 수단이 턱없이 부족한 지금은 차라리 한 곳으로 병력을 유인하는 것이 낫습니다.”


중포를 동원한 지원사격이 여의치 않고, 전차를 앞세울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일본군 제33사단은 죽은 자를 앞세워 비센푸르 요새 전역을 두드리고 있었고, 엄폐물을 날려버릴 수 있는 유탄 발사기 같은 화기가 부족한 요새 곳곳에서는 일본군이 진입해 백병전으로 방어 병력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백병전이라면 경험이 많고 병력이 우세한 일본군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 전선의 여러 곳이 무너지는 것보다는 한 곳으로 집중시키는 것이 차라리 나은 판단일 수 있었다.


“하지만 지원화기를 모두 다른 관문으로 보내지 않았습니까? 기관총 사격이 통하지 않는 저 엄폐물이 이곳으로 온다면...”


조금 전 전장에서 맞닥뜨린 일본군이 만들어낸 죽은 자의 방패는 3정의 중기관총이 수백 발의 탄환을 쏟아부어야 유의미한 타격을 줄 수 있었다.


엠마 중위로서는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포격 지원이 없는 지금, 화기로 저들의 엄폐물을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특별한 대책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빅터의 전투력을 믿는 것인지, 이청천 대령의 대답은 의외로 담담했다.


하지만 엠마 중위가 그동안 지켜본 그는 확신이 없는 전장에 부대원을 내몰 사람이 아니었다.


‘대체 무슨 복안이 있는 것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청천 대령의 생각을 짐작할 수 없는 엠마 중위는 추론하는 것을 포기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줄기차게 내린 빗물에 점도가 높아진 진흙 길에서 속도를 높이는 것은 상당한 에너지 소모를 요구했다.


땅 아래에서 누군가 발목을 잡아끄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이동할 때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설마 이것으로 적을 상대하려는 건가요?”


재촉하던 발걸음을 멈춘 채 땅을 보던 그녀를 보던 이청천 대령이 씩 웃었다.


*


“서둘러라!”


빗줄기가 가늘어지는 조짐을 보이자 비센푸르 요새 북쪽 관문으로 이동하던 히노마루 소좌는 조바심이 났다.


일본군 제33사단 본부에서 수립한 기습 작전은 어디까지나 비가 내리는, 적의 기갑 부대를 묶어둔 상태에서나 가능한 작전이었다.


물론 비가 그친다고 하더라도 진창길로 변한 길의 물기가 제거될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요구될 것이지만, 비가 그치고 안개가 걷히는 상황이 온다면 적 포병이 활동하기에는 한층 수월해진다.


지금이야말로 대혼란에 빠진 비센푸르 요새를 점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히노마루 소좌는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왜 갑자기 문을 열고 뛰쳐나온 것일까요?”


사노 중위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버티고 있어봤자 전열이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한 것이겠지. 파상 공세를 막아내는 데 가장 효과적인 전술이 무엇인지 아는가? 더욱 두꺼운 방어벽? 흥, 막는 데만 급급해서는 결국 공격을 막아낼 수 없지. 설령 막아낸다고 하더라도 극심한 피해는 피할 수 없는 것이야.”


히노마루 소좌는 적의 방어선을 돌파하기라도 한 듯 잔뜩 상기된 얼굴로 궁금하지도 않은 말을 마구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역공을 펼쳐 공격하는 측의 시선을 돌리고 분산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적군이 굳게 닫힌 관문을 개방했다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가 아니겠는가? 황군의 측면을 기습해 공세를 멈추게 하겠다는 생각이겠지, 물론 어림도 없는 짓이겠지만 말일세”


히노마루 소좌의 말을 들은 사노 중위는 그제야 영인군이 돌발 행동을 한 목적이 무엇인지 이해됐다.


- 탕! 타탕!


발목을 움켜쥐는 듯 발을 떼기조차 어려운 진창길을 선두에서 달리던 병사 셋이 총성과 함께 쓰러지자 히노마루 소좌는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뒷줄에 있던 엄폐물을 전진 배치했다.


그리고 또다시 울린 여러 발의 총성 하지만 소총 사격 정도로는 죽은 자의 살점을 뚫어내지 못했다.


‘중화기가 없는 모양이군.’


엄폐물을 배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유탄이나 로켓이 날아들지 않자 히노마루 소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소총 사격 정도는 거뜬히 막아낼 수 있는 엄폐물이었지만, 집중된 기관총 사격 그리고 로켓탄에는 버틸 수 없었다.


하지만 다가오는 엄폐물을 보면서도 소총 사격을 지속한다는 것은 한 가지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대로 황군의 승리다!’


히노마루 소좌는 회심의 미소를 띠며 전진하는 병력을 더욱 빠르게 이동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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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92화 - 잘 짜여진 연극 23.03.27 232 4 12쪽
92 91화 - 관동 제일의 해결사 23.03.26 249 5 13쪽
91 90화 - 전장의 광기 23.03.21 261 6 14쪽
90 89화 - 이방인 23.03.20 267 5 12쪽
89 88화 - 대본영의 전폭적인 지원 23.03.17 269 6 12쪽
88 87화 - 결정타 23.03.14 282 8 15쪽
87 86화 - 반격 (3) 23.03.13 273 7 11쪽
86 85화 - 반격 (2) 23.03.09 261 5 12쪽
» 84화 - 반격 (1) 23.03.08 278 6 11쪽
84 83화 - 악마의 방패 (2) 23.03.07 257 7 12쪽
83 82화 - 악마의 방패 (1) 23.03.06 272 7 12쪽
82 81화 - 비센푸르 전투 (3) 23.03.04 295 6 13쪽
81 80화 - 비센푸르 전투 (2) 23.03.02 290 6 12쪽
80 79화 - 비센푸르 전투 (1) 23.02.28 290 6 13쪽
79 78화 - 가장 무서운 적 23.02.27 294 6 12쪽
78 77화 - 푸른 지옥 23.02.27 265 6 14쪽
77 76화 - 사냥 23.02.23 275 6 12쪽
76 75화 - 처칠 급여 23.02.20 294 8 12쪽
75 74화 - 테니스 코트 전투 23.02.18 294 6 11쪽
74 73화 - 내분 23.02.17 293 6 12쪽
73 72화 - 코히마에 감도는 전운 23.02.16 295 4 13쪽
72 71화 - 반성 전보 23.02.14 318 6 14쪽
71 70화 - 야나기타의 치명적인 오판 23.02.13 322 5 12쪽
70 69화 - 헌터 킬러(Hunter Killer) 23.02.11 307 7 13쪽
69 68화 - 우크룰 전투 - (3) 23.02.09 312 7 12쪽
68 67화 - 우크룰 전투 - (2) 23.02.08 326 5 12쪽
67 66화 - 우크룰 전투 - (1) 23.02.06 353 8 12쪽
66 65화 - 악마의 무기 23.02.01 359 7 13쪽
65 64화 - 후지모토의 역습 - (2) 23.01.31 325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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