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베이나이트님의 서재입니다.

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274 회
조회수 :
69,226
추천수 :
1,247
글자수 :
1,456,116

작성
23.03.04 13:35
조회
294
추천
6
글자
13쪽

81화 - 비센푸르 전투 (3)

DUMMY

수류탄을 잔뜩 보자기에 동여맨 체 셔먼 전차를 향해 돌진한 일부 일본군이 성공적으로 접근하자 다나카 중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변변한 대전차 화기도 없는 상태에서 궁여지책으로 짜내다시피 한 보병 돌격.


수류탄 몇 개로 전면 장갑을 뚫는 것은 가당치 않았으나 장갑이 얇은 하부는 달랐다.


애초에 가능하지 않을 것 같던 작전이 먹혀들어 가는 듯하여지자 다나카 중장은 어쩌면 불가능할 것 같던 저 콘크리트 요새를 점령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죽음을 각오한 채 전차 하부로 들어간 일본군 병사가 수류탄을 터트리자 보자기에 싸여 있던 폭발물이 연쇄 반응을 일으키며 육중한 전차가 들썩였다.


“됐어!”


다나카 중장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며 폭발이 일어난 쪽을 응시했다.


여러 개의 수류탄이 동시에 터지며 폭발물을 운반한 병사는 흔적도 없이 찢어졌으나 다나카 중장에게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전차가 황군의 돌격에 의해 파괴되었으니 적진에도 혼란이 생겼을 것이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마치 대단한 대전차 전술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흥분해서 재차 돌격 명령을 내리려던 다나카 중장은 폭발에 의한 먼지가 서서히 걷히자 차마 말을 맺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서 시야가 트인 쪽을 넋이 나간 듯 바라보았다.


하부에서 폭발이 일어난 셔먼 전차는 잠시 멈추는가 싶더니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며 일본군 제33사단 진지를 향해 주포 사격을 재개한 것이었다.


목숨을 바쳐가며 어렵게 셔먼 전차 하부에 여러 발의 수류탄을 터트렸건만, 전차는 기동 불능이 되지도, 폭발로 인해 탑승한 승무원이 죽지도 않았다.


폭탄을 싸 들고 전차 밑으로 기어들어 간 일본군 병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 외에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물러나야 합니다!”


“그, 그렇지만 이대로 물러나면...!”


적 전차들이 쇄도하자 참모장은 퇴각을 촉구했으나 한 줄기 빛이 보이는가 했다가 다시 암흑천지 구렁텅이로 떨어진 다나카 중장은 정신이 없는 듯했다.


“개활지에서 적 전차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없습니다. 대전차호를 파놓은 곳까지 속히 부대를 물리시는 것이.”


참모장의 말에 퍼뜩 정신이 돌아온 다나카 중장은 서둘러 예하 부대에 퇴각 명령을 내렸다.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최전선에 배치된 채 어쩔 줄 몰라 하던 병사들이 앞다투어 달아나기 시작했다.


- 쾅 쾅!


그리고 달아나는 일본군의 등을 향해 쏟아지는 17 파운더 대전차포의 무차별 사격.


일본군 제33사단은 다시 한번 무수한 전사자를 남긴 채 겨우 전장을 이탈할 수 있었다.


*


1944년 5월 일본 도쿄


도조 히데키는 요즘 들어 부쩍 편두통이 심해진 것 같았다.


만주를 시작으로 동부 연안 주요 도시 그리고 심장부인 난징마저 손쉽게 점령하며 낙관하던 중일 전쟁의 양상이 점점 기묘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항복할 줄 알았던 장제스와 중국 국민군은 내륙 깊숙하게 전선을 늘어뜨리며 끈질긴 저항을 이어가고 있었고, 마오쩌둥이 이끄는 공산당마저 장제스와의 내전을 잠시 중지한 채 유격전을 펼치며 일본군의 보급선을 괴롭히고 있었다.


하지만 어쨌든 핵심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동부 해안 지대는 일본의 수중에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도조 히데키는 중국 전선의 고착이 대단히 큰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 공업 생산은 대부분 동부 해안 지대에 몰려 있었기에 병력 충원은 가능할지 몰라도 전쟁 물자를 충당하는 것은 중국군 역시 난항을 겪고 있었다.


히말라야 산맥을 넘는 보급 루트를 개척하며 미군으로부터 항공 수송을 받고 있기는 했으나 그 정도 보급물자로 밀려드는 일본군을 막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겠으나 도조 히데키는 중국의 항복이 시간 문제라고 생각했다.


‘전쟁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면 협상으로 결착을 지을 수밖에...’


만에 하나 중국이 항복하지 않고 끝까지 저항하더라도 도조 히데키는 나름 복안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중일 전쟁이 장기화 될 조짐이 보이면 미국과 영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심산이었다.


동부 주요 지역에 대한 일본의 지배권을 인정하는 대신 중국에 대한 침략을 중단하는 것을 협상 카드로 제시한다면 미국과 영국도 호응하리라는 것이 도조 히데키의 구상이었다.


좋은 예로 만주국과 몽강연합자치정부(내몽골이 있던 일본의 괴뢰 국가) 그리고 장제스의 국민당에서 일본으로 노선을 갈아탄 왕징웨이(본명은 왕자오밍, 汪兆銘, 왕조명)가 수립한 정권이 있지 않은가?


물론 엄밀히 말하자면 이 세 가지 국가는 국제적으로 인정 받지 못했으나 실효 지배 시간이 길어진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였다.


중일 전쟁의 전리품으로 차지한 중국 연안 도시를 규합하여 왕징웨이를 견제할 수 있는 적당한 인물을 허수아비로 앉히면 군침을 흘리던 지역을 일본제국의 영토로 편입시키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숨을 고른 다음 다시 병력을 집결하여 중국 내륙 지대까지 완전히 차지하게 되면 일본 역사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중국 정벌을 도조 히데키 자신의 손으로 달성하게 되는 것이었다.


물론 미국과 영국 그리고 이에 동조하는 국가들의 반발이 있겠지만, 그들 역시 무한정으로 길어지는 전쟁 피로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국에서 멀리 떨어진 나라를 위하는 대의보다 중요한 것이 실리임을 그들 역시 알게 될 것이고, 협상 테이블에서 적정한 타협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결국 그들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래저래 손해를 본 것은 중국일 것이고, 협상이 마무리되더라도 한동안 일본은 국제 사회에서 손가락질받을 테지만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 않은 미국과 영국 그리고 다른 국가들은 중국 전장에 참전하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결국 실리를 챙기는 것은 일본이라는 것이었다.


‘문제는 인도 전선이란 말이지...’


전황을 뒤집을 절호의 기회로 생각했던 인도 점령 작전, 우호 작전이 예정된 기일인 천장절을 훌쩍 넘겨 버렸다.


본디 군사 작전이란 것이 예상한 것처럼 흘러가는 것은 아니지만, 전선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심상치 않았다.


보급로가 끊긴 황군이 정글에서 굶어 죽어가고 있다느니, 탈영하는 병사들이 속출한다는 등 차마 입에 담기도 황망한 소문이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 우호 작전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소?


- 작전 진행은 큰 불안은 없는 상태이므로 불굴의 정신을 관철해 전투에 임하겠나이다.


도조 히데키는 불과 하루 전 히로히토 천황 앞에서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는 도저히 인도 전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사실대로 보고할 수 없었다.


무수한 반대를 물리치고 인가한 작전, 우호 작전은 단순한 군사 작전이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 이 작전은 정치 생명을 이어가느냐 아니면 여기에서 끌려 내려가느냐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긴히 보고드릴 사안이 있습니다.”


복잡한 생각에 빠져 있던 도조 히데키를 깨운 것은 남방 전선을 시찰하고 돌아온 하타 히코사부 참모장이었다.


“나중에, 나중에 듣겠네.”


도조 히데키는 심상치 않은 그의 표정을 보자 대뜸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하타 참모장은 고지식한 사람이었다.


“시급한 사안입니다. 보고서는 천천히 읽어보시되, 임팔 작전의 진행이 상당히 곤란한 지경까지 왔다는 사실은 꼭 아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하타 참모장에게서 듣고 싶지 않은 말이 쏟아져 나오자 도조 히데키는 잔뜩 인상을 썼다.


“곤란하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가져온 보고서는 천천히 읽어보겠네.”


이쯤 되면 그만하고 물러가란 뜻을 알아차려야 하는데 하타 참모장은 그의 속내를 알아차리지 못한 듯 시찰 결과를 상세히 늘어놓기 시작했다.


“작전에 동원된 제15군 예하 3개 사단이 보급 문제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듯합니다. 아군은 지원 화기가 턱없이 부족한데 영인군은 중화기와 전차까지 보유하고 있어 향후 전투에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그리고 항공 전력 또한...!”


“그만! 그런 나약한 소리를 보고랍시고 늘어놓을 요량이라면 당장 집어치우게!”


눈치 없이 보고 온 사실을 그대로 말하던 하타 참모장은 도조 히데키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움찔하며 입을 닫았다.


“자그마치 9만 명이야, 9만 명. 적은 절반도 되지 않는 3만 병력인데 그깟 전차 몇 대 더 있다고 작전이 어렵다는 망측한 소리를 늘어놓는 것인가? 그러고도 당신이 참모장이라고 할 수 있어?”


“그, 그런 것이 아니라. 전선에서 일선 부대가 겪고 있는 문제를 보고드리는 것일 뿐입니다. 작전을 수행 중인 3개 사단은 보급난에 시달리고 있어 심각한 비전투 손실까지 겪고 있습니다.”


눈치가 없는 것인지, 우직한 것인지, 하타 참모장은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 알았네. 내가 알아서 조치할 것이니 이만 물러가게.”


“하지만 지금 당장...!”


“나가란 말 못 들었어!”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도조 히데키가 테이블을 거칠게 내려치며 소리를 지르자 그제야 하타 참모장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그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되는 일이 없군. 되는 일이...”


골치 아픈 듯 관자놀이를 손으로 누르던 도조 히데키는 푹신한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창밖의 하늘을 보았다.


맑을 것이라 예상한 기상 예보와 달리 하늘에는 어느새 짙은 회색의 구름이 몰려들고 있었다.


*

1944년 5월 인도 임팔 부근 비센푸르 요새


후방으로 이어지는 도로와 일본군 제33사단의 주요 통신망을 파괴하고 비센푸르 요새로 복귀한 이청천 대령은 심상치 않은 일본군의 움직임을 포착했다.


연합군의 셔먼 전차와 포병에 혼쭐이 난 일본군 제33사단은 멀찌감치 물러난 다음 섣불리 공격하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인가 그들은 밤이 되면 일부 병력이 백기를 단 채 몰려나와 전사한 일본군의 시신을 수습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비센푸르 요새에 주둔한 방어군 사령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일본군을 공격하지 않기로 했지만, 이청천 대령은 그들의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유럽 전선에서도 상호 간 공격을 중지하고 전사자를 수습하는 일은 꽤 있지 않았수?”


김우진 대위는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의 말처럼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다가도 서로 협의한 다음 시신을 수습하는 일은 흔한 일이었다.


그리고 시신을 수습하는 부대를 공격하지 않는 것은 암묵적인, 일종의 규약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렇긴 합니다만, 왜 굳이 어두워진 다음 시신을 수습하냐는 것이죠.”


엠마 중위 역시 이청천 대령처럼 그들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하지만 뭔가 수작을 부린다고 하기에는 특이하게 여길만한 움직임은 없지 않았습니까?”


마찬가지로 야간에 전사자를 수습하는 일본군을 지켜본 크로포드 대위는 그들의 움직임에서 수상한 것을 발견하지 못하자 김우진 대위처럼 일본군이 단순히 시신을 수습하는 것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렇지? 근데 너 왜 아직 여기에 있냐?”


“헤이, 씨위드. 나 혼자 미치나까지 어떻게 가란 말이야?”


김우진 대위의 핀잔 섞인 말에 크로포드 대위가 투덜거렸다.


프랭크 메릴 준장이 풍토병으로 전장을 이탈한 다음 미군 제5307 혼성연대는 가르시아 중령이 이끌고 있었는데, 그들은 중국군 스장군이 이끄는 제20사단과 함께 버마의 비치나 비행장을 탈환하는 작전에 투입되었다.


하지만 작전 직전 고열과 설사에 시달리던 크로포드 대위는 가르시아 중령을 따라가지 못하고 임팔에 남게 되었으며, 제5307 혼성연대와 거리가 너무 멀어지자 작전이 마무리될 때까지 빅터 부대와 함께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아무거나 주워 먹지 말라니까.”


김우진 대위가 낄낄거리자 크로포드 대위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전사자를 수습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


이청천 대령은 여전히 일본군에게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 여겼다.


그도 그럴 것이 수많은 전장에서 일본군이 전투를 중지하면서까지 전사자를 수습한 일은 흔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시신을 수습한다라...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인가?’


이청천 대령은 쌍안경을 들어 비센푸르 요새 앞에 널브러진 시신을 수습하는 일본군을 보았다.


그들은 여전히 언덕에 있는 비센푸르 요새 아래에서 태연하게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시신을 부지런히 옮기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4 93화 - 위기 23.03.28 245 3 13쪽
93 92화 - 잘 짜여진 연극 23.03.27 232 4 12쪽
92 91화 - 관동 제일의 해결사 23.03.26 249 5 13쪽
91 90화 - 전장의 광기 23.03.21 261 6 14쪽
90 89화 - 이방인 23.03.20 267 5 12쪽
89 88화 - 대본영의 전폭적인 지원 23.03.17 269 6 12쪽
88 87화 - 결정타 23.03.14 282 8 15쪽
87 86화 - 반격 (3) 23.03.13 273 7 11쪽
86 85화 - 반격 (2) 23.03.09 260 5 12쪽
85 84화 - 반격 (1) 23.03.08 277 6 11쪽
84 83화 - 악마의 방패 (2) 23.03.07 257 7 12쪽
83 82화 - 악마의 방패 (1) 23.03.06 271 7 12쪽
» 81화 - 비센푸르 전투 (3) 23.03.04 295 6 13쪽
81 80화 - 비센푸르 전투 (2) 23.03.02 290 6 12쪽
80 79화 - 비센푸르 전투 (1) 23.02.28 289 6 13쪽
79 78화 - 가장 무서운 적 23.02.27 294 6 12쪽
78 77화 - 푸른 지옥 23.02.27 264 6 14쪽
77 76화 - 사냥 23.02.23 274 6 12쪽
76 75화 - 처칠 급여 23.02.20 294 8 12쪽
75 74화 - 테니스 코트 전투 23.02.18 294 6 11쪽
74 73화 - 내분 23.02.17 293 6 12쪽
73 72화 - 코히마에 감도는 전운 23.02.16 295 4 13쪽
72 71화 - 반성 전보 23.02.14 318 6 14쪽
71 70화 - 야나기타의 치명적인 오판 23.02.13 322 5 12쪽
70 69화 - 헌터 킬러(Hunter Killer) 23.02.11 307 7 13쪽
69 68화 - 우크룰 전투 - (3) 23.02.09 312 7 12쪽
68 67화 - 우크룰 전투 - (2) 23.02.08 326 5 12쪽
67 66화 - 우크룰 전투 - (1) 23.02.06 353 8 12쪽
66 65화 - 악마의 무기 23.02.01 359 7 13쪽
65 64화 - 후지모토의 역습 - (2) 23.01.31 325 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