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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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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2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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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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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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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6화 - 사냥

DUMMY

1944년 4월 인도 코히마 인근 정글


“역시 수색의 목적은 엉뚱한 곳에 떨어진 공수 보급품을 찾기 위함이었군.”


꼬박 하루 반나절 동안 일본군 수색대의 뒤를 몰래 쫓게 한 그랜트 중령은 이윽고 결론을 내렸다.


일본군을 쫓은 이들의 한결같은 보고는 그들이 마치 뭔가를 찾으려는 듯 넓게 산개해서 각자 맡은 구역을 살펴보고 있었고, 누군가 커다란 나무 상자를 발견하면 주변을 경계하지도 않고 모두가 달려들어 나무 상자를 해체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해체한 나무 상자는 다름 아닌 영국군 수송기가 떨어뜨린 공수 낙하한 보급물자였다.


“위험한 곳까지 병력을 보내 보급품을 수거한다는 것은 저들의 군수 물자가 바닥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지...”


“만약 그렇다면 저들보다 먼저 움직여 보급품을 가로채야 하지 않겠습니까?”


동행한 영국 부사관 한 사람이 의견을 내자 그랜트 중령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고개를 끄덕이며 희미하게 웃었다.


“그것도 괜찮은 생각이지만, 이 상황을 이용할 수 있을 것 같군. 우선 코히마 항공대에 연락해서 최근에 이곳으로 공수 보급을 실시한 날짜와 좌표를 확인하도록 하게.”


*


연대장(카라사와 대좌)으로부터 인근 지역 수색 명령이 떨어지자 연대 병력은 행여나 자신이 수색 병력으로 차출될까 전전긍긍했다.


기세 좋게 밀고 들어갔다가 영인군의 압도적인 화력이 짓눌려 여기까지 도망치다시피 했고, 끈질기게 따라붙은 적군이 어디까지 왔는지 알 수 없는 판국에 함부로 정찰을 나갔다가는 머리에 구멍이 나기에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 수색 정찰을 나가면 정글에 떨어진 적군의 보급품을 취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보급품에는 먹을 것과 희귀한 물품이 가득하다!


언제부터인가 카라사와 연대에 퍼지기 시작한 이상한 소문, 하지만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억지로 차출된 병력이 처음 보는 먹을 것과 보지 못한 군수 물자를 잔뜩 가져오자 소문은 사실이 되었고, 카라사와 연대 병사들은 앞다투어 수색 정찰 임무에 지원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분대 규모의 수색대를 꾸리기도 어려웠으나 이제는 너무 많은 지원자가 몰려 선발하는 기준을 따로 둬야 할 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히가시데 오장(하사)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번 수색 정찰 임무에 배정된 것에 흡족해하며 부푼 기대를 안고 있었다.


- 보셨습니까? 이게 바로 영국군 장교가 사용한다는 권총입니다!


히가시데 오장은 얼마 전 수색을 다녀온 일본군 상등병 한 명이 자랑스럽게 내미는 영국제 웨블리 리볼버(Webley Self-Extracting Revolver) 권총을 부러운 시선을 보았다.


탄약과 식량 그리고 치장 물자와 같은 보급품에서 어떻게 권총을 찾았는지는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하사관과 병사들이 가지지 못한 권총, 그것도 희귀한 영국제 권총은 그 가치가 매우 높았다.


- 집으로 돌아가면 당장 내놓아야지요. 모르긴 해도 몇 달 치 밥값은 걱정 없을 것입니다.


일본군 상등병은 전쟁이 끝나고 돌아가 권총을 골동품으로 팔아버릴 심산이었다.


‘멍청한 놈, 몇 달 치가 아니라 잘만 넘기면 몇 년 치는 거뜬하겠지...’


히가시데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이번 수색 정찰 임무에서 일본군 상등병에게 돌아간 행운이 자신에게도 찾아오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스스로 평가했을 때 그는 뛰어난 전공을 세울만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고위직으로 이끌어줄 든든한 배경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히가시데, 그에게 있어 이번 전쟁의 목표는 그저 한목숨 잘 건사했다가 전쟁이 끝나면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고, 가능하다면 여기저기 주워서 모은 타국의 군수 물자를 잘 쟁여놓았다가 고향으로 갈 때 같이 가져가는 것이 또 다른 목표라 할 수 있었다.


‘우리 일본의 보급품이라고 해봤자 값어치가 있는 것이 없다는 말이지.’


품질이 나쁘기로 유명한 일본군의 군수 물자는 밖으로 빼돌려봤자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극소수였고 처분해봤자 몇 푼 건지지도 못했다.


하지만 연합군, 특히 유럽과 미국의 보급물자는 희소성이 크기 때문에 꽤 괜찮은 가격에 팔아넘길 수 있었다.


그렇기에 히가시데 오장은 이번 수색 정찰로 한몫 단단히 챙길 요량으로 나섰다.


하지만 이번 수색에서 꼭 값이 되는 물건을 획득한다는 보장은 없는 법, 그는 운이 없다면 돈 되는 것 대신 배라도 잔뜩 채우리라 다짐했다.


‘어쨌거나 그곳에 죽치고 있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지.’


그나마 먹을 것도 발견하지 못할 최악의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히가시데는 온갖 독충이 득실대는 정글 속 참호에서 기다리는 것보다는 백번 나으리라 생각했다.


- 사사삭


“정지!”


뭔가 빠르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자 수색대를 이끌던 일본군 초급 장교가 자세를 낮추면서 손을 들어 수색대를 멈추게 했다.


이름이 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저 초급 장교는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융통성 없이 모든 것을 규칙에 따라서 하려고 했다.


약삭빠른 히가시데 입장에서는 속이 터져나갈 지경이었다.


‘여기에 사람이 있을 리가 있겠는가? 보나 마나 산짐승 정도겠지. 하여튼 일머리 하고는, 쯧쯧.’


히가시데는 아직도 긴장한 채 주변을 살피는 초급 장교를 딱한 눈으로 보았다.


그가 온 길과 같은 경로는 아니지만 카라사와 연대는 어디에 있을지 모를 영국군의 보급품을 찾아내기 위해 광범위한 수색 작전을 전개했다.


그리고 그동안 적군을 마주쳤다는 보고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러다 해라도 떨어지면 빈손으로 돌아가야 할 판인데...’


초조해진 히가시데 오장은 못마땅한 눈으로 초급 장교의 뒤통수를 쏘아보았다.


한참을 살핀 뒤에야 일본군 장교는 다시 수색대를 움직이게 했다.


그리고 얼마 뒤 눈에 불을 켜고 영국군의 공수 보급품을 찾던 수색대 중 한 사람이 기쁨에 찬 소리를 질렀다.


“여기입니다! 다들 이곳으로 오십시오!”


병사의 말에 히가시데는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가더니 환호하는 병사를 제치고 나무 상자를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자네 미쳤나! 이러다 적군에게 위치가 발각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이러나!”


황급히 달려온 일본군 장교는 해맑게 손을 흔들던 일본군 병사를 나무라더니 수색 병력을 주변에 고르게 배치해 혹시나 있을지 모를 적군의 기습에 대비했다.


하지만 이 광경을 지켜보던 히가시데 오장은 속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인근에 적이 나타났다는 소식도 없었고, 여기까지 오면서 마주친 적이나 이상 징후도 없었는데, 경계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곳까지 저놈들이 올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어서 빨리 물자를 확인하고 수습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철저한 사주 경계를...!”


사관학교에서 배웠을 법한 고리타분한 소리를 늘어놓자 히가시데 오장이 그의 말을 끊으며 팔을 잡아끌었다.


“식량 수급을 전적으로 공수 보급품에 의지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놈들이 흘린 보급품을 하나라도 더 취하는 것이 아군의 전투력을 높이고 적의 사기를 꺾는 것을 왜 모르십니까? 그리고 이대로 소득 없이 돌아간다면 군수 담당관님과 참모장께서 가만히 있겠습니까?”


히가시데는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


원칙을 준수하려는 이 융통성 없는 초급 장교를 설득하는 데 어떤 방법이 주효한 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 그런가?”


히가시데의 은근한 압박이 효과가 있었던 것인지, 그의 말에 초급 장교는 잠시 망설이다가 경계 병력을 철수시켜 공수 보급품이 담긴 나무 상자를 해체하게 했다.


“먹을 것입니다!”


“여분의 탄약과 옷가지도 있습니다!”


히가시데 오장은 기대하던 물자가 보이지 않자 잠시 실망하는 기색을 보였다가 다른 사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영국군의 군복을 군장에 쑤셔 넣기 시작했다.


‘많지 않은 인원이니 식량이야 남을 것이 분명하다. 우선 돈 되는 것부터 챙기고 봐야지.’


히가시데는 10명 남짓한 인원이 먹어봐야 얼마나 먹겠냐는 생각으로 일본에서 찾아보기 힘든 유럽 군인의 군복부터 쓸어 담았다.


어차피 남을 식량, 조금 늦게 먹는다고 해서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일본군 병사 그리고 머뭇거리던 초급 장교마저 눈이 뒤집혀 통조림 캔을 따고 빵을 우걱대며 먹어 치우고 있었다.


- 탕 타탕!


누군가는 게걸스럽게 음식물을 먹어 치우고, 또 다른 누군가는 돈이 될만한 물품들을 탐욕스럽게 챙기고 있을 때 난데없이 총성이 울리더니 빵을 씹던 병사 셋이 고꾸라졌다.


“기, 기습이다!”


“적군이다!”


건조된 고기를 뜯어 먹던 초급 장교는 다급하게 먹던 것을 던지고 총을 집어 들었지만, 이번에는 반대편에서 여러 발의 총성이 울림과 동시에 초급 장교의 몸이 크게 휘청이더니 맥없이 뒤로 넘어갔다.


“와, 완전히 포위된 것 같습니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일본군 병사 한 명이 살아남은 사람 중 가장 선임인 히가시데 오장을 보며 말했다.


‘이럴 수가! 함정이란 말인가?’


백지장이라도 된 듯 히가시데는 머릿속에 온통 하얘지며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첫 번째 탄환이 날아온 곳과 곧이어 두 번째 탄환이 날아온 곳은 완전히 다른 방향, 다르게 말하면 일본군 수색대가 달려든 공수 보급품을 둘러싸고 반원을 그리며 총알이 날아왔다는 것이었다.


‘... 설마, 설마 이곳으로 우리를 유인하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믿기 어렵지만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카라사와 연대의 수색대가 언제 어디에서 나타날지 알고 이런 형태로 병력을 배치했다는 말인가?


이곳으로 오게 될 것을 확신하고 매복군을 배치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확신의 배경에는 일본군이 정글로 떨어진 공수 보급물자를 찾아다닌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여기까지 생각이 다다른 히가시데는 온몸이 소름이 돋는 듯한 한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이놈들, 우리를 사냥하고 있었던 것이야!’


영인군은 일본군이 공수 낙하한 보급품을 수거하기 위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아챘고, 이것을 이용하여 공수 물자를 미끼로 한 채 덫을 놓고 기다리는 것이었다.


적군이 굶주린 일본군을 끌어들여 사냥한다는 것을 알아챈 히가시데는 자신도 모르게 벌떡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즐비한 시신 사이로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히가시데 오장을 매복한 영인군이 내버려 둘 리 없었다.


- 탕 탕 탕!


집중 사격을 온몸으로 받아낸 히가시데의 다리가 풀리더니 천천히 앞으로 쓰러졌다.


이상하게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 와중에 그는 우습게도 바리바리 쟁여놓은, 집으로 보내야 할 군수 물자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히가시데는 전장으로 오면서 언젠가 집으로 돌아가게 되면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오십 년도 넘은 오래된 집을 처분하고 신식 주택으로 이주할 계획이었다.


다시 일어나야지 하는 생각에 히가시데는 힘을 써봤지만, 그는 마치 가위에 눌린 것처럼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모아놓은 것들을 어서 집으로 보내야 하는데... 그런데 왜 이렇게 졸린 것인가...’


히가시데는 하품조차 나오지 않는데 자꾸만 졸음이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


눈꺼풀에는 마치 무거운 추를 매달아 놓은 것처럼 점점 감겨오고 있었으며, 이윽고 컴컴한 어둠이 내려오는 것을 인지하더니 히가시데의 몸이 축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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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93화 - 위기 23.03.28 245 3 13쪽
93 92화 - 잘 짜여진 연극 23.03.27 232 4 12쪽
92 91화 - 관동 제일의 해결사 23.03.26 249 5 13쪽
91 90화 - 전장의 광기 23.03.21 261 6 14쪽
90 89화 - 이방인 23.03.20 267 5 12쪽
89 88화 - 대본영의 전폭적인 지원 23.03.17 269 6 12쪽
88 87화 - 결정타 23.03.14 282 8 15쪽
87 86화 - 반격 (3) 23.03.13 273 7 11쪽
86 85화 - 반격 (2) 23.03.09 260 5 12쪽
85 84화 - 반격 (1) 23.03.08 277 6 11쪽
84 83화 - 악마의 방패 (2) 23.03.07 257 7 12쪽
83 82화 - 악마의 방패 (1) 23.03.06 272 7 12쪽
82 81화 - 비센푸르 전투 (3) 23.03.04 295 6 13쪽
81 80화 - 비센푸르 전투 (2) 23.03.02 290 6 12쪽
80 79화 - 비센푸르 전투 (1) 23.02.28 289 6 13쪽
79 78화 - 가장 무서운 적 23.02.27 294 6 12쪽
78 77화 - 푸른 지옥 23.02.27 264 6 14쪽
» 76화 - 사냥 23.02.23 275 6 12쪽
76 75화 - 처칠 급여 23.02.20 294 8 12쪽
75 74화 - 테니스 코트 전투 23.02.18 294 6 11쪽
74 73화 - 내분 23.02.17 293 6 12쪽
73 72화 - 코히마에 감도는 전운 23.02.16 295 4 13쪽
72 71화 - 반성 전보 23.02.14 318 6 14쪽
71 70화 - 야나기타의 치명적인 오판 23.02.13 322 5 12쪽
70 69화 - 헌터 킬러(Hunter Killer) 23.02.11 307 7 13쪽
69 68화 - 우크룰 전투 - (3) 23.02.09 312 7 12쪽
68 67화 - 우크룰 전투 - (2) 23.02.08 326 5 12쪽
67 66화 - 우크룰 전투 - (1) 23.02.06 353 8 12쪽
66 65화 - 악마의 무기 23.02.01 359 7 13쪽
65 64화 - 후지모토의 역습 - (2) 23.01.31 325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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