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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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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6,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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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1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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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73화 - 내분

DUMMY

“차라리 그냥 내버려 두지 그러셨습니까?”


마에다 켄지 소좌는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 듯한 표정으로 격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만!”


말없이 앞만 보고 걷는 후지모토 대좌의 표정을 살핀 스가이 중좌는 낮은 어투로 마에다 소좌를 제지하며 조금 전 상황을 떠올렸다.


*


(카라사와 연대가 코히마 전진기지에 도착한 직후)


마치 개선장군인 것처럼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도착한 카라사와 대좌는 오자마자 경계 초소를 순시하며 멀쩡한 병사들의 경계 상태를 트집 잡기 시작했다.


마치 상급 부대에서 시찰을 나온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었다.


“이게 뭔가?”


문제 될 것이 어디 없는지 눈에 불을 켜던 카라사와 대좌는 초병이 든 소총을 냅다 힘으로 빼앗으려 했다.


하지만 병사가 소총을 빼앗기지 않으려 엉겁결에 힘을 주자 꼴사납게도 카라사와 대좌의 짤막한 몸뚱이가 앞으로 쏠려 버렸다.


“킥.”


후지모토 대좌 대신 나와 이 모습을 보던 마에다 소좌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흘렸다.


다행히 카라사와 대좌가 이것을 보지는 못했으나 그 역시 이 상황이 민망한 듯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내놔!”


신경질에 가까운 카라사와의 명령이 떨어지자 초병의 시선이 불안하게 움직였다.


개인 소총은 설령 천황폐하가 요구하더라도 절대 넘겨서는 안 된다는 후지모토 대좌의 엄명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앞의 난폭한 장교는 당장이라도 따귀를 걷어 불일 듯한 기세였기에 마에다는 더는 그를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마에다 소좌의 눈짓에 잠시 망설이더니 초병의 카라사와 대좌에게 자신의 소총을 넘겼고, 그는 거칠게 소총을 가져와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이것은... 천황폐하께서 하사하신 것이 아닌데. 이것이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카라사와 대좌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일본군 정식 제식 소총인 아라사카 소총이 아닌 영국제 소총이었다.


건수를 제대로 잡았다고 생각한 카라사와는 핏대를 세워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대일본제국 황군의 제식 소총은 어디에 있냐는 말이다. 감히 천황폐하께서 하사하신 무기 대신 이딴 것을 소지하다니! 네놈이 제정신이냐! 대체 이 부대는 어떻게 생겨 먹은 것이길래 이따위 짓을 용인한다는 것이냐!”


“그것은...!”


카라사와 대좌가 총구로 초병의 가슴을 쿡쿡 찌르며 모욕적인 언사를 늘어놓자 참지 못한 마에다 소좌가 나서려 했으나 어느새 나타난 후지모토 대좌가 그를 막아섰다.


“행군 중 제식 소총의 고장으로 노획한 적의 화기를 사용하였을 뿐이네.”


냉담한 표정으로 말하는 후지모토를 카라사와가 노려보았다.


“어쨌거나 천황폐하께서 내리신 물품을 망실했다는 것은 변하지 않지. 이 사실은 사단장님께도 알릴 것이니...!”


“마음대로 하시게.”


카라사와 대좌가 협박하는 듯한 말을 늘어놓았으나 후지모토는 관심도 없다는 듯 그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잘라 버렸다.


그것을 본 마에다 소좌를 비롯한 제56독립연대 일부 장교와 하사관들의 표정에 냉소가 스쳐 갔다.


“보고하는 것은 자네 마음인데, 그런데 군수품에 관한 것은 자네도 특별히 할 말이 없어 보이는데.”


후지모토 대좌가 비아냥대듯 말하자 카라사와가 대뜸 발끈했다.


“군수품이 어쨌다는 것인가? 휘하 병력의 보급품도 관리하지 못하면서 어디서 함부로 지적을...!”


후지모토는 발끈한 카라사와를 본 척도 하지 않고 그의 뒤에 서 있는 병사의 군장을 빼앗듯 끌어냈다.


“저, 저...”


후지모토의 돌발 행동에 저항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멀뚱히 서서 군장을 빼앗긴 병사를 보며 카라사와 대좌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자네 부대는 전투용 물자로 이런 것을 받은 모양이군. 그런데 대체 이것은 어디에 쓰는 물건인가? 참으로 궁금하군.”


이상하게 불룩 솟아있는 군장을 거꾸로 세워 털자 아무렇게나 쑤셔 넣은 종이와 솜뭉치가 떨어졌다.


후지모토 대좌에게 고함을 지르려던 카라사와는 개인 지급 물품 대신 이상한 것들이 눈앞에 떨어지자 뭐라 할 말을 잊은 듯 버벅대며 눈을 좌우로 굴리기 시작했다.


“어디 이래서야 적이 나타난들 제대로 싸울 수야 있겠는가?”


후지모토 대좌는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카라사와 연대를 둘러보며 말했다.


강을 건너고 산을 넘는 거친 행군길에 카라사와 연대 소속 병사들 역시 다른 일본군 부대와 마찬가지로 보급품을 몰래 버리거나 땅에 묻어 버렸다.


보급품을 버린 병사들은 부피가 크고 가벼운 것을 찾아 군장에 채워 놓아 눈가림했는데, 부대에 도통 관심이 없는 카라사와 대좌가 이런 것을 알 리 없었다.


“황군의 체면이...!”


다시 한번 냉소를 흘리며 비꼬는 후지모토 대좌를 향해 얼굴이 하얘진 카라사와가 권총을 빼들었다.


그러자 스가이 중좌와 마에다 소좌를 비롯한 제56독립연대 장교와 병사들이 일제히 총을 들어 카라사와 연대를 겨누었다.


자신을 향해 총구를 들이밀었는데 그들이라고 어찌 가만히 있겠는가?


카라사와 연대 병사들 역시 허겁지겁 총을 들자 아군끼리 총구를 겨누는 기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만, 총구가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군. 그렇지 않은가?”


조용하지만 위엄있는 목소리로 후지모토 대좌가 말하자 56독립연대 병사들이 일제히 겨누었던 총을 내렸다.


한동안 후지모토를 노려보던 카라사와는 천천히 권총을 내렸지만, 그를 쏘아보는 매서운 눈길은 여전히 거두지 않고 있었다.


이윽고 권총을 다시 집어넣은 카라사와 대좌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듯 말했다.


“주제넘은 설교는 잘 들었네. 이제 다 떠들었으면 인제 그만 이곳에서 물러나는 것이 어떠한가?”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이곳은 우리가...!”


- 짝


갑자기 물러나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마에다 소좌가 묻자 카라사와 대좌가 이런저런 말도 없이 다짜고짜 손을 들어 그의 뺨을 때렸다.


후지모토의 말에 아까부터 속을 끓이던 카라사와는 분을 풀 기회를 찾고 있었는데, 마에다가 거기에 걸려든 셈이었다.


“상관에게 대드는 것을 예사로 알다니, 누구를 쏙 닮았구나.”


장교 사이에도 엄연히 서열이 있기는 하지만 소좌급 장교를, 그것도 부하들이 보는 앞에서 이런 식으로 대하는 일은 금기시 되는 일이었다.


리더십과 통솔력에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으나 카라사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카라사와의 돌발 행동에 후지모토가 안색이 변하며 입을 열려 하자 카라사와 대좌가 그를 향해 종이 한 장을 던지듯 내밀었다.


“사단 본부 그리고 군 사령부에서 하달된 명령이다. 지금부터 이곳은 나의 부대가 주둔할 것이니 그렇게 알고 당장 자네 수하들을 데리고 임팔로 이동하도록 하게.”


제56독립연대를 지원할 병력이 온다고 했는데, 힘들게 빼앗은 이곳을 넘기고 임팔로 가라니.


갑작스러운 상황에 하급 장교와 하사관들이 마주 보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놈이 아직도 정신을...!”


마에다 소좌가 목청을 높이자 격분한 카라사와가 다시 한번 손을 올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후지모토가 가만 있지 않았다.


카라사와의 손목을 움켜쥔 그는 얼음장 같은 시선으로 카라사와를 응시했다.


카라사와 대좌는 용을 쓰며 팔을 빼내려 했지만, 후지모토에게 잡힌 팔은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스가이 중좌는 타라와 환초 방어에서 후지모토 대좌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당장 놓지 못해, 이 천한...!”


카라사와 대좌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후지모토가 그의 귀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젓가락이나 놓겠다는 것이 고귀한 혈통이 할 수 있는 일인가 보군. 추태는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후지모토 대좌가 손에 힘을 풀자 그제야 카라사와는 그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손목에서 은은한 통증이 전해져 오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카라사와는 애써 거만한 표정을 짓더니 코웃음을 쳤다.


“특별히 자네를 봐서 이번만은 넘어가도록 하지. 임팔까지는 먼 여정이 될 테니 지금이라도 서두르는 것이 좋지 않겠나? 자칫하면 수풀에서 노숙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으하핫.”


카라사와 대좌가 일부러 크게 웃자 그의 뒤에 선 장교들이 따라 웃었다.


그 모습에 발끈한 마에다 소좌가 앞으로 나서려 했으나 스가이 중좌가 조용히 그를 제지했다.


*


“분한가?”


말없이 걷던 후지모토는 아직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마에다 소좌를 보며 물었다.


“어떻게 괜찮을 수 있겠습니까? 적군이 모르게 은밀 기동하여 일시에 적을 소탕하고 기지를 점령한 것은 연대장님의 지략과 아군 병사들의 피로써 얻어낸 성과가 아닙니까?”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는가?”


마에다의 불평을 잠자코 듣고 있던 후지모토 대좌는 아무 말 없는 스가이 중좌를 보며 물었다.


“예? 그야 당연히...”


“마에다는 자네를 많이 닮았군.”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특별육전대 소속으로 타라와 환초를 방어할 때 말이야. 그때 자네를 닮은 것 같다는 말이지.”


혈기 왕성한 시절을 끄집어내자 스가이 중좌는 민망한 듯 헛기침을 했다.


“낭중지추(囊中之錐, 주머니 속의 송곳, 뛰어난 사람은 언젠가는 드러난다는 표현)라고 했네. 전장이라는 곳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지.”


알 듯 말 듯, 아리송한 후지모토 대좌의 말에 스가이 중좌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상급 부대의 명령이라고는 하지만 적군과 대치하는 마당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는 것이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스가이 중좌는 아무래도 카라사와가 미덥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틀 뒷면 31사단 본대가 합류한다고 하지 않았나? 영인군이 전열을 가다듬고 있기는 하지만 요새화된 진지에서 막는다면 이틀 정도는 무난하게 버틸 수 있을 것이야. 아무리 머저리라도 말이지.”


스가이 중좌의 걱정에 후지모토는 별일 아니라는 듯 넘겼다.


하지만 천하의 후지모토도 미처 헤아리지 못한 것이 있었다.


얌전히 진지에서 사단 병력을 기다려야 하는 카라사와가 필요 이상으로 전공에 욕심을 낸다는 사실을 말이다.


*


1944년 4월 인도 코히마 영인군 전진 기지


눈엣가시 같던 후지모토를 쫓아내자 카라사와 대좌는 한결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다가 이틀 뒷면 사토 사단장이 이끄는 제31사단이 도착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사토 사단장은 카라사와가 제15군 사령부의 힘을 빌려서까지 후지모토의 제56독립연대를 대신해 전초기지를 방어하겠다고 말하자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 제31사단 본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적을 공격하지 말 것.


‘후지모토 따위에게 밀려 코히마 기지를 버리고 인근 고지로 달아난 놈들이 아닌가? 그런 놈들을 그냥 두고 보란 것이 어디 말이 되는 소리이냔 말이지.’


사실 든든한 배경을 바탕으로 여기까지 오긴 했으나 군 내부에서도 그를 두고 여러 가지 말이 많다는 것은 카라사와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이 기회에 코히마를 완전하게 점령한다면 나를 향한 의심도 거둘 수 있지 않겠는가?’


전쟁이 발발하고 수 년이 흘렀으나 카라사와는 한 번도 야전에서 부대를 통솔한 경험이 없었다.


그는 위험하지 않은 전장만 골라, 그것도 후방 지원 부대에만 근무했었고, 일선 지휘관으로 경험이 없는 결함은 적어도 그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가 인도군에, 후지모토에게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쫓겨났다는 말에 그는 슬그머니 욕심이 생겼다.


‘그래, 사단 본대가 도착하기 전 내 손으로 코히마를 완벽하게 점령하는 것이다!’


카라사와 대좌는 마치 모든 전투가 끝난 것처럼 만족스럽게 웃었다.


빗발치는 탄환도, 적의 야포가 쏟아내는 포격도 그리고 처참한 몰골로 죽어가는 병사들의 모습 그 어떤 것도 카라사와 대좌가 생각하는 전장에는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전투란 자신의 손짓 한 번이면 끝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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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93화 - 위기 23.03.28 245 3 13쪽
93 92화 - 잘 짜여진 연극 23.03.27 232 4 12쪽
92 91화 - 관동 제일의 해결사 23.03.26 249 5 13쪽
91 90화 - 전장의 광기 23.03.21 261 6 14쪽
90 89화 - 이방인 23.03.20 267 5 12쪽
89 88화 - 대본영의 전폭적인 지원 23.03.17 269 6 12쪽
88 87화 - 결정타 23.03.14 282 8 15쪽
87 86화 - 반격 (3) 23.03.13 273 7 11쪽
86 85화 - 반격 (2) 23.03.09 260 5 12쪽
85 84화 - 반격 (1) 23.03.08 277 6 11쪽
84 83화 - 악마의 방패 (2) 23.03.07 257 7 12쪽
83 82화 - 악마의 방패 (1) 23.03.06 271 7 12쪽
82 81화 - 비센푸르 전투 (3) 23.03.04 294 6 13쪽
81 80화 - 비센푸르 전투 (2) 23.03.02 290 6 12쪽
80 79화 - 비센푸르 전투 (1) 23.02.28 289 6 13쪽
79 78화 - 가장 무서운 적 23.02.27 294 6 12쪽
78 77화 - 푸른 지옥 23.02.27 264 6 14쪽
77 76화 - 사냥 23.02.23 274 6 12쪽
76 75화 - 처칠 급여 23.02.20 294 8 12쪽
75 74화 - 테니스 코트 전투 23.02.18 294 6 11쪽
» 73화 - 내분 23.02.17 293 6 12쪽
73 72화 - 코히마에 감도는 전운 23.02.16 295 4 13쪽
72 71화 - 반성 전보 23.02.14 318 6 14쪽
71 70화 - 야나기타의 치명적인 오판 23.02.13 322 5 12쪽
70 69화 - 헌터 킬러(Hunter Killer) 23.02.11 307 7 13쪽
69 68화 - 우크룰 전투 - (3) 23.02.09 311 7 12쪽
68 67화 - 우크룰 전투 - (2) 23.02.08 326 5 12쪽
67 66화 - 우크룰 전투 - (1) 23.02.06 353 8 12쪽
66 65화 - 악마의 무기 23.02.01 359 7 13쪽
65 64화 - 후지모토의 역습 - (2) 23.01.31 325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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