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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군 V-force : 오퍼레이션 임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베이나이트
작품등록일 :
2022.09.25 22:52
최근연재일 :
2024.03.31 10:54
연재수 :
2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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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56,116

작성
22.11.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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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4
추천
13
글자
11쪽

29화 - 피로 물든 해변(3)

DUMMY

1943년 11월 길버트 제도 타라와 환초 해안


“빨리 타!”


만조가 다가오며 물이 서서히 들어차자 간신히 산호 암초를 벗어날 수 있게 된 엘리게이터(LVT-1, 미 해병대의 수륙 양용 장갑차) 1대가 빗발치는 듯한 기관총 세례를 몸으로 받아가며 고립된 병력에게 접근했다.


- 깡! 깡깡!


해병대원들을 다시 태우기 위해 멈춘 엘리게이터로 미친 듯한 집중 사격이 퍼부어지며 총탄이 장갑차 전면에 부딪히는 소리가 쉴새 없이 들려왔다.


하지만 다행히 일본군 기관총 유효 사거리를 벗어나 엘리게이터의 전면 장갑을 요란하게 두드리기만 할 뿐 관통하지는 못했다.


“아군 차량들이 암초 지대를 넘었으니 이제 괜찮네.”


차장의 말이 귀에 들어올 리 없는 로버트 중사는 수통을 열고 벌컥벌컥 물을 마셨다, 아니 목젖에 쏟아 부었다.


찰나의 시간이지만 지옥의 문턱을 넘었다가 다시 돌아온 것만 같았다.


호기롭게 해안으로 걸어가던 때 해안에서 섬광이 번쩍하면서 시작된 참극.


난데없이 날아온 포격에 적중된 다우닝 하사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찢겨졌다.


그리고 연이어 날아든 일본군의 기관총 사격.


로버트 중사는 반사적으로 엎드렸지만, 영문도 모른 채 멍하게 서 있던 하워드 일병은 기관총에 머리가 박살 났고, 목이 터져라 부대의 산개를 지시하던 소대장은 벌집이 된 채 쓰러졌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로버트 중사는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전함 콜로라도와 메릴랜드 그리고 함께 늘어선 함선에서 발사한 포탄이 대체 몇 발이던가?


그리고 함재기들이 떨어뜨린 폭탄은 해안가를 뒤덮다시피 하지 않았는가?


로버트 중사는 그 속에서 사람이 살아남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 깡! 깡깡!


달리는 엘리게이터의 전면에 다시 총탄이 날아오며 요란한 소리를 만들어내자 로버트 중사를 비롯한 생존한 대원들은 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이대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인가...’


과달카날 상륙전을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함포 사격과 공중폭격에 산산조각이 난 줄 알았던 해안진지는 견고했고, 일찌감치 달아나거나 제압사격에 격멸된 줄 알았던 일본군은 미 해병대가 장갑차에서 내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모습을 드러내며 집중포화를 퍼부어댔다.


로버트 중사는 이쯤에서 홀랜드 스미스(Holland M. Smith) 사령관이 전열을 가다듬어 주기를 바랐으나, 막심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계속 병력을 투입하는 것을 보면 그는 물러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곧 전차를 투입할 예정이라고 하네.”


“전차라...”


로버트 중사는 전장으로 중전차인 리 전차(Medium tank, M3 Lee)가 투입될 것이라는 차장의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전면에 포진한 리 전차가 적의 해안 방어선을 돌파하면 적어도 아까처럼 해병대원들이 맨몸으로 기관총 세례를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는 것인가...’


- 쾅!


로버트 중사의 긴장이 조금 풀려갈 무렵, 측면에서 청각을 자극하는 폭발음이 전해졌다.


“10시 방향, 적 전차! 10시 방향, 적 전차 출현!”


차장의 갑작스러운 말에 로버트 중사는 화들짝 놀랐다.


분명 작전 투입 전 듣기로는 적은 기갑 병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했는데, 적 전차라니.


이제 겨우 해변에 한쪽 발을 올려놓은 미 해병대의 측면에서 나타난 일본의 경전차 무리는 당황한 그들을 향해 일제히 37mm 속사포가 불을 뿜었다.


저열하기로 소문난 하고(일본의 95식 경전차)의 37mm 주포였지만, 겨우 기관총의 사격 정도를 버틸 수 있는 엘리게이터에게는 사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하고의 주포 사격에 명중한 엘리게이터 두 대가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기동을 멈추었다.


죽음의 해변을 피해 겨우 탑승했던 해병대원들은 한 사람도 내리지 못했다.


“우측으로 기동해!”


- 쾅!


비명에 가까운 차장의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로버트 중사가 탑승한 엘리게이터에 묵직한 충격파가 밀어닥쳤다.


‘으... 차라리 내려서 적의 측후방을 교란하는 것이 낫겠군.’


충격 속에서 간신히 정신을 차린 로버트 중사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흔들었다.


피격된 엘리게이터는 멈춰있는 상황, 어차피 이대로 있으면 사격하기 좋은 표적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서둘러 하차 명령을 내리려고 주변을 둘러보려다가 로버트는 어두컴컴했던 엘리게이터가 이상하게 밝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 측면을 관통당한 엘리게이터의 장갑은 흉측하게 찢겨나가 있었고 그 자리에 앉아있던 카일 일병은 흔적조차 없었다.


‘젠장...’


차장을 비롯해 탑승했던 인원 중 생존자가 자신 하나뿐이라는 것을 깨달은 로버트 중사는 안간힘을 쓰더니 겨우 문을 열었다.


구르듯 엘리게이터 밖으로 나온 로버트 중사는 절뚝거리며 이동하려다 시야에 가득 들어온 무언가를 보고 얼어붙듯 굳어버렸다.


곳곳에 연기를 내뿜고 멈춘 미 해병대의 장갑차를 향해 한 무리의 보병들이 접근하고 있었다.


손에 든 소총을 힘없이 떨어뜨린 로버트 중사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자신을 향해 겨눠진 총구.


여러 발의 총성이 동시에 울리더니 절망에 찬 눈빛을 한 로버트 중사의 몸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이내 힘없이 스러지는 몸뚱이, 불타는 엘리게이터를 보며 로버트는 엉뚱하게도 털털거리는 엔진 소리를 내던, 뉴올리언스 집의 차고에 먼지가 쌓이고 있을 포드사의 모델T를 떠올렸다.


그의 가족에게 사망 위로금이 지급되면 아들 제임스가 그토록 타고 싶어 하던 슈페리어 시리즈 K를 사는 데 문제가 없으리라.


로버트 중사는 귓가에 다섯 살이 된 아들이 기뻐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며 온몸이 나른해지는 것을 느꼈다.


*


1943년 11월 길버트 제도 타라와 환초 일본군 해안진지


“아군 전차들이 적 장갑차를 일방적으로 학살하고 있습니다.”


소위 계급을 단 장교 한 명이 신이 난 듯 말했지만 정작 후지모토 대좌는 여전히 따분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때에 맞춰 특별육전대가 상륙하는 적을 완전히 포위했습니다.”


“그럴 테지.”


전장은 그가 예상한 그림을 조금도 벗어나지 않고 착실히 미 상륙군의 피로 채색되고 있었다.


“저, 그런데 이런 상황이라면 적 함대가 아군 전차와 육전대를 향해 포격을 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전황은 일방적으로 미 상륙군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소위는 미 전함의 무시무시한 16인치 주포의 포격이 행여나 해변의 아군들에게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뭐? 미국놈들이 아군과 적이 뒤섞인 곳에 포격을 한다고?”


소위의 말에 후지모토 대좌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네는 적을 너무 모르고 있군. 아마 우리 일본 지휘부였다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런 선택을 했겠지. 하지만 말이야. 상대는 미국이야. 병사 한 명을 구조하기 위해 적진으로 소대급 병력을 보내는 미친 자들이란 말이네.”


후지모토 대좌는 미국 유학 시절,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의 생각에 미국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너무 집착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국가였다.


“적 전차가 상륙 준비를 하려는 모양입니다.”


계속해서 해안을 주시하던 일등병조(중사)의 보고에 후지모토는 쌍안경을 건네받아 직접 적진을 살피기 시작했다.


“흠, 생긴 것으로 봐서는 M3 중전차 같군. 이제 슬슬...”


“보고드립니다! 적의 중순양함을 위주로 한 사격 목표가 변경되었습니다. 방위 3-8-5, 아마도 아군의 유류 저장고를 타격하려는 것 같습니다.”


유류 탱크를 노린다는 관측 장교의 보고에 희열에 찼던 벙커에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됐다.


“큰일입니다, 만약 유류 저장고가 포격을 받기라도 한다면...”


“병력을 돌려서라도 저장고에 있는 유류를 당장 옮겨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만들 호들갑 떨게. 이 무슨 추태인가?”


다급한 일본군 장교들과 달리 미 함대가 유류 저장고를 노린다는 말에도 후지모토 대좌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는 것 같았다.


타라와 환초 기지에 저장된 연료는 대부분 목표가 된 저장고에 있었다.


이곳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군수 보급관은 안절부절못하며 다시 한번 후지모토 대좌에게 말했다.


“하지만 부사령관님, 유류 저장고에 불길이 붙기라도 한다면 큰일이 아닙니까?”


“큰일이겠지, 만일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말일세. 자, 지도를 보게. 과연 저곳이 함포 사격으로 타격이 가능한 곳이던가?”


후지모토의 말에 벙커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시선이 지도로 모였다.


대부분 사람이 후지모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의 얼굴만 보고 있을 때 그의 의도를 알아차린 한 사람이 감탄하듯 말했다.


“이제야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유류 저장고는 산을 등지고 있어 적의 포격이 닿을 수 없는 곳입니다.”


“아...”


그제야 사람들은 후지모토 대좌가 유류 저장고가 포격의 목표가 되었는데도 태연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함포 사격? 실컷 하라고 해. 그나저나 제법이군.”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평소에도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알아차리기 힘든 후지모토였지만, 오늘은 유독 그의 말이 난해하다고 생각했다.


“뜬금없이 유류 저장고를 노리는 의도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그야 당연히 전략적인 목표인 유류 저장고나 탄약고가 우선순위에 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직접적인 교전이 펼쳐지지 않은 상황을 가정했을 때나 그런 것이지. 지금은 병사들이 마구잡이로 죽어 나가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아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더욱 세차게 지원사격을 하는 것이 옳지 않겠냐는 말이야.”


늘 느끼는 것이지만 후지모토 대좌는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았다.

“소관의 아둔한 머리로는 잘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결국 포기를 선언한 관측 장교를 보며 후지모토는 피식 웃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


“시선을 돌리려는 것이겠지. 유류 저장고가 가지는 전략적 의미를 알 테니 그런 판단을 내렸을 것이고. 보게, 유류 저장고가 목표가 되었다는 사실에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호들갑을 떨지 않았나?”


후지모토 대좌는 홀린 듯 자신을 보고 있는 사람들을 둘러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놀랍지 않은가?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숫자만을 앞세워 상륙군을 밀어 넣는 멍청이와는 다른 판단을 내리는 자가 저 너머에 있다는 것이지. 이제야 좀 흥미가 생기는 것도 같군.”


“저, 그러면 이제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여전히 후지모토의 속을 알 수 없는 부관이 조심스럽게 다음 대응책을 물어보았다.


“이 정도 상황 판단을 할 수 있는 자라면 주포의 탄종을 변경할 수도 있겠군. 제1선 진지의 병력을 뒤로 물리도록 하게. 바리키리 기지에 연락해. 지금부터 저놈들에게 진짜 지옥을 보여줄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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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3화 - 베티오섬 공방전(2) 22.11.30 521 12 13쪽
33 32화 - 베티오섬 공방전(1) 22.11.29 530 11 12쪽
32 31화 - 타라와 환초 항공전(2) 22.11.23 547 13 13쪽
31 30화 - 타라와 환초 항공전(1) 22.11.22 546 17 11쪽
» 29화 - 피로 물든 해변(3) 22.11.21 545 13 11쪽
29 28화 - 피로 물든 해변(2) 22.11.17 558 12 12쪽
28 27화 - 피로 물든 해변(1) 22.11.15 573 12 14쪽
27 26화 - 타라와 환초 상륙 작전 22.11.14 628 12 13쪽
26 25화 - 새로운 여정 22.11.11 619 14 13쪽
25 24화 - 수장되는 제4남견함대 22.11.08 628 13 12쪽
24 23화 - 확증편향 22.11.07 614 15 15쪽
23 22화 - 일촉즉발 22.11.04 623 13 12쪽
22 21화 - 인도양의 해적 22.11.03 664 13 13쪽
21 20화 - 들어는 봤니? 징기스칸 작전! 22.10.31 676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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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8화 - 죽음의 계곡(5) 22.10.26 665 11 12쪽
18 17화 - 죽음의 계곡(4) 22.10.24 690 14 13쪽
17 16화 - 죽음의 계곡(3) 22.10.19 705 14 13쪽
16 15화 - 죽음의 계곡(2) 22.10.18 731 10 12쪽
15 14화 - 죽음의 계곡(1) 22.10.17 798 12 11쪽
14 13화 - 군에 몸 담은지 어언 30년, 이번만큼 필승의 신념이 떠오른 적은... 22.10.12 874 13 12쪽
13 12화 - 성동격서 22.10.11 786 15 12쪽
12 11화 - Save the 'Fox company' - (2) 22.10.10 768 15 12쪽
11 10화 - Save the 'Fox company' - (1) 22.10.07 798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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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화 - 헬파이어 패스(Hellfire pass) - (5) 22.10.03 913 1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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