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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린더
작품등록일 :
2024.05.08 10:17
최근연재일 :
2024.06.13 23:2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13,709
추천수 :
670
글자수 :
143,400

작성
24.05.08 10:25
조회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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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글자
11쪽

퇴사

DUMMY

어른이 되는 건 언제부터일까 라는 생각을 떠올려 본 적이 있다.

법적으로는 만 19세 이상부터 성인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성인이 된다고 반드시 어른이 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대학생이 되어도 나는 스스로 아직 어른이 된 것 같지 않았고, 군대를 다녀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취업을 하고 직장을 다니게 되고 나서는 조금 어른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단순히 직장을 가진다고 하여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란 걸 최근에 깨닫게 되었다.


2년차, 신입 사원 딱지를 떼고 그럭저럭 직장 생활에 적응해나가고 있던 와중, 돌연스럽게 대표의 둘째 아들이 우리 팀에 팀장의 직책을 달고 나타났다.

첫 인상부터 양아치스러운 모습을 보이던 그는 빠른 속도로 조직 내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망나니스러운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나이가 더 많고 직장생활을 더 오래한 팀원들에게도 대놓고 하대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업무와 상관없이 온전히 개인적인 선호대로 인사평가가 결정되었다.

모두가 망나니 팀장의 비위를 맞춰야만 하게된 와중, 회식 자리에서 그가 여자 사원을 추행하기까지 하는 모습을 목격한 나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그만 좀 하시죠.”


순식간에 싸해진 분위기 속 팀장은 내게 무슨 소릴 하는 것이냐 성을 내었고, 그렇게 곧 말싸움이 벌어졌다.

잠시 뒤 팀장은 분을 참지 못하고 내 뺨을 후려갈기며 인신공격을 해대었고, 나는 주먹으로 이를 응수했다.


싸움 자체는 금방 말려졌고 경찰서까지 가지는 않았으나, 당연하게도 나의 직장 생활은 완전히 망해버렸다.

팀장에게 밉보일까 하여 친했던 동료들도 나를 피하게 되었고, 인사평가는 완전 박살이 날 것이었다.

착잡함에 옥상에서 한숨을 내쉬고 있던 내게 어느샌가 다가온 부장님이 담배를 피우며 한 마디 했다.


“어른스럽지 못하게 왜 그랬나.”


그 순간, 나는 내가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어린 시절을 때 묻지 않은 시절이라 흔히 표현하곤 한다.

세상이 꽤나 더럽다는 것을 자각하고, 인정하고, 그것을 순응하여 받아들이고 난 뒤에야 어른이 되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나는 아직 어른이 될 준비가 덜 되었던 것 같다.




*




“에휴···”


토요일 밤.

멍하니 침대에 누워있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집밖으로 향하였다.

아무래도 직장 생활은 이제 망한 것 같다.

회사 대표의 아들을 때렸다고 하여 요즘같은 세상에서 바로 해고를 당하거나 하는 일은 없다만, 퇴사를 하지 않기 힘든 상황이다.

직장에서 거의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인사평가는 계속 바닥일 텐데 더 어떻게 하겠는가.

팀장은 필사적으로 나를 괴롭히려 들 것이고 부서이동 같은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뭐, 어쩌겠어.”


밤공기를 맞으며 목적지 없이 나아가던 나는 서서히 생각이 정리되었다.

자진퇴사를 하는 쪽으로 마음이 굳어지자 한결 편해졌다.

우울해야 할 상황이다만 솔직히 그 팀장놈한테 죽빵을 갈긴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어른스럽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걸 꼭 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어른이 되는 건 그다지 즐겁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부당한 일에 순응하고만 살아야하는 것이 어른스러운 거라면, 그냥 어른이 되지 않으련다.


“난 애새끼다, 애새끼!”



퇴사 후엔 뭘 해야하나 생각하며 나아가던 나는 어느새 평소에 잘 다니지 않던 길에 도착해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돌아보았더니 외곽지역까지 나와버린 건지 주위는 휑했다.


“··· 어디까지 온거람.”


그러던 내 시야의 끝자락에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저 너머에 왠지 모를 구조물이 위치해있었는데 그곳 외에는 공터밖에 없었으니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평소였다면 저곳에 뭐가 있든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겠다만, 멀리까지 나아온 김에 확인이나 해보고 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구조물을 향해 나아간 나는 비로소 이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되었다.


“어라, 여기···”


아치형 구조물에 상단에 적힌 ‘도리랜드’라는 이름.

아무래도 이곳은 도리랜드라는 곳이 입구인 듯 했다.


‘입구가 좀 많이 낡았네. 관리를 아예 안한 수준인데.’


바로 확신할 순 없지만 이곳은 왠지 망한 곳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도리랜드? 왠지 모르게 아예 낯설지만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아.”


조금 더 나아가 입구에 거의 다다른 나는 기억 저편에서 정말 오랜만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곳에는 정말 어릴적에 한 번 와봤던 경험이 있었다.

거의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나? 놀이공원에 가고 싶어 했던 내게 부모님께서 한 번 데리고 와줬던 곳이었다.

어린 시절의 향수가 떠오른 나는 픽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나저나 망했었구나, 여기.’


유명하고 규모가 큰 놀이공원이 아닌, 작은 규모의 놀이공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기에 망한 것이 이해가 안 되지는 않았다.

뭐, 자세히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어렴풋이 떠올리기로도 ‘줄이 별로 안 길어서 좋았던 놀이공원’으로 기억한다.

줄이 안 길었단 건 다른 방문객이 별로 많지 않았단 것이고, 방문객인 나야 마냥 좋았지만 놀이공원의 입장에서는 썩 나쁜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때 당시에도 아마 어느정도 망해가고 있었던 듯 하고, 망해가는 건 나아지기 보다는 더 망해가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문득 망한 내 직장 생활과도 대칭이 되는 것 같아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한 번 들어가보기나 할까.’


입구에는 바리케이드가 있었으나 명목상으로만 해놓은 것 뿐이고 방치한지도 오래되어 지나가는 데에 무리는 없었다.

거의 버려진 곳이나 다름없는데 잠깐 들어간다고 누가 뭐라 할 것 같지도 않았다.

정확히는, 뭐라 할 사람도 없어보였다.


안쪽으로 나아가니 기억속에 담겨 있는 풍경과 어느정도 매칭이 되기 시작했다.

물론 굉장히 어두워 달빛과 스마트폰 플래시라이트에 의존해 주변을 둘러봐야만 했다.


“오··· 회전목마, 머그컵, 바이킹···”


늦은 시간의 폐놀이공원이라는 장소는 어느정도 두려움을 일으킬 수 있었다.

칠이 다 벗겨져 으스스하게 느껴질 수 있는 조형물, 고요한 와중에 간간이 바람에 흔들려 일어나는 끼익대는 소리.

맨정신인 사람이 이곳에 혼자 덜렁 떨어져있다면 불쾌감을 느낄테고, 조금 더 겁이 많은 사람이면 빨리 여기서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었다.

다만 나는 오늘따라 맨정신이 아니었고, 두려움보다는 왠지 모를 신나는 기분이 들었다.


“하하···”


마음이 점차 고양된다.

어른이 되지 않고 그냥 애처럼 살기로 했었지.

딱히 보는 사람도 없었기에 나는 수치심을 느낄 것도 없고,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 나는 뛰어놀기 시작했다.


“하하! 하하하핳!”


멈춰서 있는 회전목마에도 잠깐 올라타 이럇 하며 말타는 흉내를 내고, 범퍼카에 올라타 핸들을 돌려가며 부릉부릉하고 입으로 소리를 내대었다.

그리 넓지도 않고 기구가 많지도 않은, 게다가 작동도 하지 않는 놀이공원이었지만 내겐 그걸로도 족했다.


“하하하하하하핳!”



혼자서 땀이날 정도로 뻘짓을 하다가 끝내 놀이공원 중앙의 원형 벤치에 대자로 뻗어 누웠다.

지켜본 사람은 없었다만 약간의 현자타임이 오기도 했다.

그래도 어린 시절에 느꼈던 순수한 즐거움을 되새기고나니, 요 며칠간 받았던 스트레스는 상당히 풀린 것 같았다.


‘휴우··· 이런 좋은 곳을 썩히고나 있다니, 관리도 안하고 버려둘 거면 그냥 나나 줬으면 좋겠네.’


부질없는 생각이란 걸 알지만, 그냥 생각정도는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뻗어 누운채로 픽웃으며 나는 멍하니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그러던 와중, 눈앞에 왠지 모를 형상이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파스스스···


좀 피로해졌다고 헛것이 보이나 싶었던 나는 곧 흠칫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푸른 불똥이 튀는 것 같더니 갑작스럽게 직사각형의 푸른 창의 열린 것이었다.

이게 뭔가 싶어 굳어있는 내 눈앞의 창에 곧 메시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 환영합니다. ]

[ 당신의 의지가 이 놀이공원을 일깨워냈습니다. ]

[ 당신은 놀이공원 운영자의 권한을 획득했습니다. ]


갑작스러운 상황에 나는 당황하며 벌떡 일어났다.

놀이공원 운영자?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지.


“뭐지··· 몰카인가.”


[ 몰카 아닙니다. ]


헉, 넵.

꿈인가 싶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상황에 잠깐은 혼란스러웠으나 곧 마음을 진정시켰다.

차분히 기다리고 있자 창에는 이어서 메시지가 표시되기 시작했다.


[ 운영자는 운영을 통해 놀이공원을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

[ 이에 대한 보수로 일정한 금액을 지급받게 됩니다. ]

[ 보수는 놀이공원의 단계가 올라갈 수록 높게 책정됩니다. ]


운영을 하면 보수를 주겠다니.

여전히 믿기는 어려운 상황에 어안이 벙벙했다.


[ 보수를 지급받을 계좌를 입력하세요. ]


그런데 곧 눈앞의 창에 계좌를 입력할 수 있는 창이 나타났다.

황당한 상황이지만 나는 속는 셈 치고 계좌번호를 입력해보았다.


[ 설정 완료. ]

[ 최초 보수가 지급됩니다. ]


보수가 지급됐다고?

얼떨떨한 얼굴로 나는 곧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은행 앱을 실행시켰고, 곧바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바로 방금 시간으로 3,000,000원이 입금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짜 들어왔네···”


정말로 준 것도 놀라울 따름이지만, 그보다 아직 딱히 한 것도 없는데 이 정도 금액을 주다니.

나는 마음을 조금 진정시킨 뒤 다시 눈앞의 창에 주목했고, 이어서 메시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 놀이공원 운영 목표가 기한과 함께 설정됩니다. ]

[ 기한 내에 목표 도달시 운영자에게 보수가 지급됩니다. ]

[ 목표 미달성 상태로 기한 초과시 운영자의 권한이 종료됩니다. ]


차분하게 나타나는 메시지를 읽어내린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길 잘만 운영하면 계속 보수를 받고, 제대로 운영 못하면 짤린다는 건가.

아직 자세히는 모르지만 첫 보수가 3백만 원에 이후에 더 높게 책정된다는 것을 봐서는 보수의 수준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 오케이.”


퇴사하여 백수가 될 예정이던 나로서는 굉장히 좋은 일이다.

직장 생활보다 훨씬 나을 것 같은 일에, 보수 금액도 상당하니.

‘어른스럽기’를 강요받던 직장 생활 보다야 훨씬 즐거울 것이다.

여태 지니고 있었던 고뇌와 스트레스를 모두 떨쳐낸 내 얼굴엔 어느새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 목표 : 놀이공원 단계 < 1 > 달성 ]

[ 기한 : D-30 ]



작가의말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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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91 th******..
    작성일
    24.06.11 13:43
    No. 1

    도대체 언제부터 알량한 권력으로 성추행하고,또 그걸 보고도 못 본척 외면하는게 어른스럽다고 표현되는지 그건 그냥 자신의 비열함,비겁함을 사회생활이라는 말로 포장하는거 같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떳떳하지 못할거면서 회사 안에선 뭐가 그리 당당하시던지 ㅋㅋㅋ 주인공이 먹고 살기 위해 다른사람같이 외면하지 않고 당당해서 보기 좋네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82 k2******..
    작성일
    24.06.11 15:29
    No. 2

    외면 안 한 모습 보기 좋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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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개장 24.05.16 537 24 12쪽
7 시작 24.05.15 547 22 10쪽
6 면접 24.05.14 584 25 12쪽
5 채용 24.05.13 622 22 11쪽
4 현장조사 +2 24.05.12 666 26 11쪽
3 첫 목표 +2 24.05.10 728 23 12쪽
2 준비 +2 24.05.09 840 2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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