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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석 님의 서재입니다.

마탑 은퇴 후 13서클 대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휘석
작품등록일 :
2023.12.31 00:33
최근연재일 :
2024.01.25 20:45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4,957
추천수 :
111
글자수 :
103,487

작성
24.01.25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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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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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헤드헌팅(2)

DUMMY

헤드헌팅(2)




"여든 하나! 여든 둘!"


숲속의 공터.

웃통을 깐 사내가 팔굽혀펴기에 한창이었다.


잠시후, 마침내 백개를 다 채우고 나서야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후욱.. 오늘도 알차군."


두터운 전완근을 꿈틀거리며, 팔뚝으로 이마를 훔치는 사내의 앞에 한 쌍의 남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음?"

"찾았다."


케이얀과 그웬이었다.



* * *



그웬을 동료로 맞이한 뒤로 하루가 지났다.

그동안 케이얀은 해변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할거에요?"

"숲으로 들어갈거야."


그리고 숲속에 들어와 섬의 중심부를 향해 걷기를 하루.

첫째날 밤이 되어 나오는 새로운 몬스터, 구울과 싸우기도 했고.

날이 밝고 또 다시 이동을 시작하자, 점심 때쯤 되서는 기존 모험가 파티도 몇 만날 수 있었다.


"실례합니다."

"무슨 일입니까?"

"혹시 이 근처에서 혼자 다니는 모험가를 본 적 있나요? 저희가 동료를 구하는 중이라."

"흠... 몇 있습죠. 근데 그걸 맨 입으로 알려달라고요?"

"에이. 그런 건 당연히 아닙니다. 자, 받으시죠."

"흠. 이 정도라면...."


눈치껏 모험가들에게 마석 몇 개를 넘기자, 그 대가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공터에 혼자 자리 잡고서, 고블린 시체로 산을 쌓은 모험가라..."

"어째 다 똑같은 사람 얘기 밖에 안 하는 것 같네요.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 파티가 있는걸까요?"

"그런 걸지도 모르지."


설령 미궁 입장은 혼자 했다고 하더라도, 첫날 밤을 넘기면서 동료를 구해야겠다고 생각한 경우도 많을 것이다.

낮에 싸워야 하는 고블린 보다는 밤에 싸워야 하는 구울 쪽이 더 까다롭기도 했고.

밤중에 구울과의 전투를 한 번이라도 치뤄봤다면, 어느 정도 판단이 설테니까.


'어찌 됐든, 선택지가 별로 없는 건 매한가지야.'


이 앞으로 계속 그웬과 둘이서만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긴 하다만, 그렇게 되면 파티의 안정성이 많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보스전과 히든 스테이지를 위해서라도 전위에 서줄 탱커 역할의 모험가를 하나 구하긴 해야 했으니까.


그렇게 케이얀 일행은 또 다시 이동했다.

그리고.

마침내 케이얀 일행은 숲 속 공터에서 혼자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던 사내를 발견했다.


공터가 시야에 들어오자마자, 그웬이 코를 부여잡았다.


"윽, 냄새... 팀장님은 괜찮아요?"

"아니."


'이 자식은 코가 비뚤어졌나?'


고블린들의 시체와 운동으로 흘린 땀방울의 틈바구니에서, 끔찍한 악취가 코를 찔러온다.

그 때, 남자가 두 사람을 돌아보았다.


"무슨 볼 일이지? 아, 미안하지만 고블린 시체에서 냄새가 나서 그런거라면 치워줄 수 없다. 이건 내가 진정한 전사라는 증명! 이 탑을 봐라! 내 노고가 느껴지지 않는가? 진정한 전사는 위업을 제 손으로 쌓아올리는 법이다!"


'이건 또 뭔 개소리야?'


혹시 이 친구, 머리가 좀 아픈가?

예상 외의 대답에 잠시 넋을 놓았으나, 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기에, 케이얀은 말을 이었다.


"아, 예. 뭐. 근데 그것 때문에 말을 건건 아닙니다."

"그럼 용건이 뭐지? 빨리 말해라. 운동 마저 해야 한다."


케이얀이 말을 이었다.


"혹시 동료는 없는겁니까?"

"그렇다."

"그럼 저희와 동료가 되지 않겠습니까? 나쁘지는 않은 제안일 겁니다. 전 마법사에, 이 친구는 검사거든요."


케이얀의 소개에 그웬이 고개만 까딱 숙였다.

어지간히도 불편한 표정이었다.


남자는 두터운 전완근이 드러난 팔뚝으로 팔짱을 끼고는 물었다.


"파티 제안인가?"

"그렇습니다."

"흐음...."


남자는 팔짱을 낀 채, 침음을 흘리며 케이얀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케이얀도 사내의 표정을 살폈다.


일반적인 모험가라면 이쯤에서 한 번 더 설명을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방금 처음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래도 케이얀이 판단한 바로는, 이 남자는 그런 타입이 아닐 듯 했다.


'오히려 그웬 때처럼 나올 수도 있겠지.'


케이얀이 눈을 가늘게 떴다.


'과연 어떻게 나올지...'


필요하다면 실력도 충분히 보여줄 생각으로, 케이얀이 서클을 회전시킬 준비를 마친 그 때였다.

잠깐의 침묵이 지나고.

남자는 씩 웃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정말입니까?"


긴장이 탁 풀렸다.

너무나도 시원시원한 수락에, 맥이 다 빠질 정도였다.


"그렇다. 왜, 이상한가?"

"아뇨. 그건 아닙니다만..."


'이게 맞나?'


혹시 잘못 영입한거 아니야?


케이얀이 내심 제 결정에 혼란을 느끼던 와중, 사내가 말을 이었다.


"사람의 눈은 마음의 거울. 눈빛을 보면 그 사람이 걸어온 길과 인생, 그 사람이 지닌 영혼의 격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본 바!"


사내는 씩 웃으며 케이얀의 어깨를 짚었다.


"넌 진정한 전사다."

"예?"


이건 또 뭔 소리야?


케이얀이 벙찐 표정을 하자, 사내가 신이 나서 설명을 이었다.


"예로부터 우리 부족은 진정한 전사로 거듭난 이들만 혹한의 대지 바깥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러니 나 또한 진정한 전사! 원래 진정한 전사는 또 다른 진정한 전사를 알아보는 법이다!"


사내는 자랑스레 가슴을 피고 고개를 주억였다.

그 때, 어느새 다가온 그웬이 케이얀에게 속닥였다.


"그러고 보니 북부 지방 원주민들 중에 그런 전통을 지닌 부족이 있다고 들었어요."

"뭔 전통?"

"방금 말한 진정한 전사가 어쩌고 하는거요. 워낙 싸움에 미쳐있어서 부족민 절반이 진정한 전사가 되기 위해 싸우다가 성인식 전에 죽는다는 얘기가 있던데..."


미친 놈들...

그러고 보니, 케이얀도 아카데미 다닐 적에 책에서 한 번 봤던 기억이 나는 것 같다.

그 내용이 워낙 충격적이었어서, 금방 기억이 났다.


"아, 설마 마이누족?"

"맞아요."


그웬이 새삼스런 눈초리로 사내를 보았다.


"그 부족민을 눈 앞에서 볼 줄은 저도 몰랐네요. 으.. 근데 땀냄새가 왜 이렇게 심해..."


심하긴 하지.

아무래도 악취의 원인은 고블린 시체 때문만은 아닌 듯 했다.


그웬이 눈살을 찌푸리며 손으로 코를 잡았고.

사내는 그런 그웬에게로 시선을 던지더니, 빤히 쳐다봤다.

흠칫한 그웬이 눈을 피했다.


"왜, 왜요... 맞는 말이잖아요. 솔직히 냄새 자체가 그냥 너무 심한데...."

"흠..."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진지한 얼굴로 그웬의 눈을 빤히 쳐다보던 남자는 케이얀에게로 시선을 주었다.


"이쪽은 네 동료인가?"

"그렇습니다."

"흠.. 진정한 전사 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거의 그에 근접했다! 그 나이에 진정한 전사가 되어가는 중이라니! 가슴을 펴고 자랑스러워해도 된다! 여자!"


사내가 그웬의 등짝을 팡 소리 나게 두드렸다.


"꺄악?!"


그 완력에 그웬이 앞으로 휘청했다가 다시 중심을 잡았다.


"끄으으읏..!"


많이 아픈가 보다.

그웬이 고통에 입술을 깨문 채, 몸을 베베 꼬았다.


"뭐, 뭐에요! 아프잖아요!"

"하하하하! 원래 진정한 전사는 손이 매운 법이다! 이해해라 여자!"

"..."


시원하게 웃어젖히는 사내를 보며 두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이쯤되니 케이얀도 어이가 없었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원래 이런 놈들은 책에서나 나오는게 아니었나?

아카데미 다닐 때 읽고 아주 소설을 쓴다고 욕했던 교과서가, 사실은 현실 고증이었다니....


'그래도 나쁘진 않네.'


해당 책에서 본 바, 기억을 되짚어보자면, 마이누 족은 예로부터 신의와 인내, 노력을 중요시하는 부족으로.

성인식 날 '진정한 전사'가 될 때 지나치게 폭력적인 시험을 치룬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인성적으로도 딱히 결격 사유가 없었다.


'모든 부족민들이 전부 부족의 규율을 따르고, 그 정신을 계승하는 건 또 아니지만....'


일반 모험가 보다는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굳이 동료로 삼아야 한다면, 속을 모르겠는 나쁜 놈보다는 겉으로 티가 나는 이상한 놈이 차라리 나았다.

그러니까...


케이얀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오히려 좋아.'


미궁 1층.

상잔의 섬.

2일차 점심이 되기 전에 헤드헌팅이 종료되었다.



* * *



일행은 통성명을 했다.

마이누 족의 사내는 자신을 델만이라고 소개헀다.


"다들 말은 편하게 해도 된다. 나도 편하게 말할테니."

"그래."

"..."


그웬은 여전히 델만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별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두 명에서 세 명이 된 케이얀 일행은 숲속을 걷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숲의 중앙.

헤드헌팅도 끝났겠다, 일단은 숲을 돌아다니며 고블린들을 사냥할 생각이었다.


일행은 이동 중에 몇 번인가 고블린들과 마주쳤다.

한 번은 실력도 볼 겸 해서, 델만에게만 처리를 맡겨보았다.


"음! 알았다! 우리 일족 전통의 검술을 보여주지!"


그 말을 남기고 기운 차게 달려간 델만은 방패로 네 마리의 머리통을 부수었고, 칼로 세 마리의 배때지를 꿰었다.


'실력은 괜찮네.'


공터에 혼자 있을 때도 고블린의 시체로 산을 쌓아둘 정도이니 예상은 했다만, 역시나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델만에게도 문제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팀장님.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해요. 냄새가 아직도 나는데..."

"음..."


확실히.

고블린들의 시체로부터 멀어졌음에도, 냄새는 가실 줄을 몰랐다.


'아무래도 얘를 좀 씻겨야 할 것 같은데...'


일행은 방향을 돌려 해변가로 향했다.

아직은 2일차.

케이얀 혼자 다녔어도 큰 문제가 없었을텐데, 그웬에 델만까지 합류하니, 첫날의 두배가 스폰되었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일행은 해가 질 무렵에 섬의 남쪽 해변가에 도착했다.


"좀 씻어요 델만."

"귀찮다...."

"어서요!"


그웬이 등짝을 찰싹 때리자 델만은 그제야 시무룩한 얼굴로 비척비척 바닷가로 향했다.

그리고 바닷물에 발을 담군 채, 바지의 허리춤을 잡았다.


"아니 미쳤어요? 왜 옷을 바로 벗으려고 그래요!"


그웬이 어이가 없다는 듯 소리쳤다.


"안되나? 뒤는 돌고 씻을거다."

"그, 그래도 안되죠! 도대체가 상식이 있는거에요 없는거에요!"

"...? 이 정도면 충분히 상식적인게 아닌가?"

"하.. 그게 뭔...."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피식 웃은 케이얀은 그 옆에 앉았다.

노을이 물들이는 해변가.

잠시후, 한동안 델만과 실랑이를 벌인 그웬이 다가왔다.


"팀장님. 전 옆에 잠깐 가있을테니까, 두 분 먼저 해결하세요."

"어. 고맙다."

"뭘요. 그냥 냄새를 참기 힘들었을 뿐이에요."


그웬은 고개를 절레 절레 젓고는 숲속으로 멀어졌다.


그렇게 일행은 바다에 들어가 적당히 몸을 씻었고.

모닥불을 피우고 저녁 준비를 했다.


케이얀은 물고기를 잡고, 그웬은 코코넛 열매를 따왔으며, 델만은 돼지를 잡아오겠다며 숲에 들어갔다.


"돼지를 잡아오겠다니.. 저 숲에서요? 말도 안돼요."


솔직히 그 때까지만 해도 그웬은 물론이고, 케이얀 마저도 반신반의했다.


'한창 숲을 돌아다닐 때도 한 번을 본 적이 없었는데...'


그저 델만이 자신 있게 나서기에 시켜준 것 뿐이지.

하지만...


"여기 있다."


-쿵!


모두의 예상을 깨고, 델만은 들쳐매고 온 제 몸집만한 크기의 돼지 한 마리를 모래 사장 위에 내려놓았다.


'이건 또 어떻게 잡은거지?'


사냥 기술이 좋은건가?

사냥은 나중에 델만한테 배워보는 것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놀란 얼굴이 된 그웬이 중얼거렸다.


"허... 이런 건 또 잘 하네요."

"진정한 전사라면 사냥을 잘 하는 건 기본 소양이다."

"그냥 바보는 아니었나보네..."


그웬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중얼거리자 델만이 소리쳤다.


"난 바보가 아니다! 나는 진정한 전사다!"


깜짝 놀란 그웬이 귀를 움켜잡았다.


"귀청 떨어지겠네... 알았어요. 알았다구요. 그런걸로 해요. 델만은 바보가 아니라 진정한 전사에요."

"그렇다! 나는 진정한 전사다!"

"돌겠네..."


그웬이 관자놀이를 짚었고, 케이얀은 피식 웃었다.


그렇게 일행은 저녁 준비를 했다.

델만이 잡아온 돼지를 손질해서 굽고, 물고기도 굽는다.

미궁에 들어오고 나서 처음으로 하는 푸짐한 식사였다.


작가의말

비축분 마지막 편입니다.

실력이 부족한 탓에 이 이상 글을 이어나가지 못하게 됐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성장해서 다음 작품으로, 혹은 리메이크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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