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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석 님의 서재입니다.

마탑 은퇴 후 13서클 대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휘석
작품등록일 :
2023.12.31 00:33
최근연재일 :
2024.01.25 20:45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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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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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글자수 :
103,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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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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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전향(1)

DUMMY

전향(1)




난데 없는 환생.

알지도 못하는 세상에 다시 태어나 고생도 많이 했더랬다.


원래 케이얀은 대한민국에서 살았다.

그 덕에 고등학교, 대학교를 나온 기억과 지식, 경험들을 활용해 이론 마법사로서 매우 뛰어난 실력을 갖출 수 있었고.

그걸 기반으로 마탑에 들어와 그나마 나은 삶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케이얀은 이제 이 길을 벗어나기로 마음 먹었다.


'새출발하는거야.'


마탑 연구직을 은퇴하더라도, 전투 마법사가 되면 벌이도 어느 정도 생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안전을 지킬 힘 또한 얻게 된다.

현대와 달리 개인이 지닌 무력의 가치가 더욱 높은 이 세상에서는, 오히려 이론 마법사보다는 이쪽이 훨씬 더 합리적인 선택지였다.

단지, 난데 없이 알 수 없는 세상에 환생한 당시의 케이얀은 그걸 몰랐고.

알게 된 후에도, 낯선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막막함에 그저 미친듯이 이론을 파고 들었을 뿐이었다.


'그랬던 때도 있었지.'


하지만 이젠 아니다.


'우선은 정보부터.'


이 세상의 모든 정보와 지식이 모여든다는 마탑 도서관.

케이얀은 오랜만에 그곳을 방문했다.

은퇴했기에 무제한 출입 권한은 물론이고 대출 권한도 없었지만, 케이얀은 도서관의 출입 관리인과도 꽤 친했다.


"케이얀님 아니십니까? 은퇴하셨다고 들었는데..."

"은퇴한지 한달 밖에 안됐잖아. 그보다, 이거나 받아."


은퇴 당일 휴게실에서 챙겨둔 각성제 한 병을 쓱 내밀었다.


"아니 케이얀님... 이러시면 정말 곤란합니다."

"에이 받으라니깐? 너 여기서 맨날 근무 서고 수고하는데, 이런 낙이라도 있어야지 인마."

"아휴.. 정말 안되는데...."


주위를 슬쩍 두리번거리며 누가 없나 확인한 관리인은, 근처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 그제야 각성제를 주머니에 쏙 챙겨넣고는 속닥였다.


"...보는 사람 없을 때 빨리 들어가시면 될 겁니다."

"그래 그래. 수고해라~"


그렇게 도서관에 입성한 케이얀은 서클 마법서를 몇 권 읽으며 정보를 취합했다.


서클을 성장시키기 위한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었다.


첫째. 마나 연공법.

어떤 연공법을 배우냐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전투 마법사를 지망하는 이들이 사용하는 가장 정석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방법이었다.

당연히 사용하긴 할테지만, 당장에 큰 효과를 보기엔 어렵다고 보는게 맞다.


둘째. 영약 섭취.

이것도 어떤 영약을 섭취하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 영약을 섭취 시 마력량이 늘어나, 서클에까지 영향을 준다.

가장 손쉽고 빠르게 서클 개수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인 셈.

하지만 이건 돈이 너무 많이 들었다.

아무리 마탑에서 13년간 개처럼 일하며 돈을 벌고, 퇴직금까지 두둑히 받았다고는 하나, 그건 전부 저축해두었다.

귀농한 이후의 삶을 생각하면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었으니까.

또한 영약 섭취만으로 올릴 수 있는 서클에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해기에, 앞으로를 생각해서라도 영약에만 의존하는 것은 별로 좋지 못했다.


셋째. 미궁 진입.

대미궁.

온갖 몬스터들과 함정, 갖은 척박한 환경이 존재하는 곳.

미궁 안에는 양질의 마나가 아주 풍부하며, 그런 곳에서 마법을 사용하게 되면, 마법을 사용해 빠져나간 마나의 빈 자리를 미궁의 대기에 포함된 양질의 마나가 들어와 채우게 된다.

자연히 서클의 성장 속도가 빨라질 수 밖에 없다.

통계적으로 마법사들 중에서도 모험가 활동을 하는 이들이 서클 성장 속도가 빠른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미궁이라..."


마지막 책을 탁 덮은 케이얀이 생각에 잠겼다.


'지금 내 수준으로, 1계층에서라도 활동할 수 있을까?'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선행했다.

그야 호시탐탐 목숨을 노려오는 몬스터들이나 함정들, 어떤 악의가 도사리고 있을지 알 수 없는 곳이 미궁이었으니까.

상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지고, 팔다리가 저릿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평생 연구실에 갇혀 사는 것 보다야 훨씬 낫지."


혹자는 그런 케이얀을 미친 놈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혹은 현실감각이 지나치게 없다고, 쓸데없이 낙관적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비록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데도, 지금의 케이얀은 그걸 감당할 자신이 있었고.

그럴 각오 또한 되어 있었다.

더 이상 나날이 악화되는 몸뚱이를 가지고, 연구실에서 천천히 죽어가는 삶을 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준비를 좀 해볼까."


허약한 1서클 마법사의 몸으로 미궁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나름의 준비가 필요했다.


그 날, 케이얀은 도서관에서 서클 마법과 미궁, 모험가에 관한 도서나 자료를 해가 질 때까지 열람한 후.

폐관 직전인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도서관을 나섰다.



* * *



무펠렘.

대미궁의 저층으로 향하는 입구가 있어, 주로 초보 모험가들이 활동하는 도시.


-딸랑.


그곳의 어느 마도구 상점 문이 작은 종소리를 내며 열렸다.


"어서옵쇼. 적당한 가격에 품질 좋은 물건들이 한가득 있습니다. 데론 마도 잡화점입니다."


영혼없이 기계적으로 멘트를 뱉는 이는 거칠게 난 턱수염이 인상적인 남자였다.

익숙하면서도 기억과는 조금 달라진 얼굴.

그새 새치도 좀 생겼고, 살도 좀 붙은 것 같다.


케이얀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다 데론."

"...응? 이 목소리는 설마... 케이얀??"


데론이 놀란 얼굴로 매대 앞에서 벌떡 일어섰다.


"맞아."


데론의 얼굴에 웃음기가 번졌다.


"이야... 이게 얼마만이야! 못 알아볼 뻔 했잖아. 거의 5년만 아니냐?"

"맞긴 한데, 정확히는 4년 7개월 하고도 8일 전이지."

"쓸데없이 기억력 좋은 것도 여전하구만."


데론이 웃음을 흘리며 케이얀을 위 아래로 훑었다.


"그나저나, 그새 또 많이 변했다? 한창 아카데미 다닐 때만 해도 공작가 영애님이니 황녀님이니 맨날 네 뒤 꽁무니 쫓아다니고, 고백 편지도 학기마다 몇 통씩 받았던 놈이..."


데론은 아카데미를 다닐 적에 케이얀의 절친한 친구였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기도 했고.


케이얀은 큭큭 웃었다.

일하느라 몸이 많이 망가진 지금과는 다르게, 이제 와서는 건강하던 한 때의 추억일 뿐이었다.


"그동안 좀 바빴으니까. 그리고 그런 소리 어디 가서 함부로 했다가는 불경죄로 잡혀가지 않겠냐?"

"나도 알지~ 그냥 네 앞이니까 한 소리다 인마."


데론이 실없이 웃었다.


"아무튼. 저번에는 입탑 준비 시작하면서 호신용 마도구만 왕창 사들고 갔잖아. 혹시 이번에도 그런 목적이야?"

"비슷해."


하지만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그 때와는 달리, 지금은 계획을 위해 필요한 구매였으니까.


'지금 당장 내가 지닌 무력 만으로는 미궁에서 활동하기 위험할테니까.'


부족하지만, 일단 마도구의 도움을 좀 받을 생각이었다.


케이얀이 툭 뱉듯 덧붙였다.


"마탑은 이제 은퇴했어."

"어.. 뭐? 마탑을 은퇴했다고??"

"어."

"왜 그 좋은 직장을??"


데론이 놀라 소리쳤지만 케이얀은 피식 웃고는 어깨만 으쓱일 따름 이었다.


"이 세상이든 저 세상이든. 좋은 직장은 자택경비원 뿐이야. 네가 해봐라. 좋은 직장이라는 소리가 나오는지."

"백수가 부럽다는 소리를 야무지게도 하시는구만. 그래서? 오늘은 또 무슨 일로 오셨대?"

"기왕 마탑에서 나온거 전투 마법사를 좀 해보려고. 근데 일단은 필요한게 좀 있을 것 같아서 왔지."

"과연..."


눈을 빛내는 데론에게 케이얀이 턱짓했다.


"추천 좀 해줘봐."

"뭐, 그런거면 잘 찾아왔네. 마침 새로 나온 따끈따끈한 신형 마도구들이 있거든. 특히 요즘 나오는 것들은 몇 년 전 것들이랑은 완전히 달라. 성능이 아주 죽여주는게, 무려 자동 감지 마법이 내장돼 있어서 말이야. 굳이 일일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


데론은 심플한 은색 팔찌 모양의 마도구를 들고 시연을 보였다.


"자! 예를 들자면 이건 새로 나온 '프로텍트 실드'의 팔찌형! 무려 3.0.1 버전이지. 놀라지 말라구? 무려 '착용자에게 위협이 될 것 같은 공격'을 자동 감지 마법으로 파악해서, 4서클 방벽 마법으로 최대 3회까지 자동 방어해내는 미친 성능을 자랑하는게...."


'4서클 방벽 마법을 세 번이라.'


성능은 좋다.

다만 어디까지나 '마도구 치고는' 이었고.

더구나 이 정도 성능에 기능이라면 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데론의 설명을 끊고 케이얀이 물었다.


"얼마야?"

"크흠! 놀라지 마시라! 우리 가게에서 요즘 특별 할인을 해서 10만 골드라고."

"..."


마탑에 있던 시절에 모은 돈은 귀농 이후를 생각해서 최대한 건들지 않기로 했다.

아니, 완전한 은퇴를 꿈꾼다면 오히려 돈을 더 모아야 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지금 케이얀의 수중에 그 정도 거금은 없었다.

가지고 있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금액대의 물건이었다면, 초기 투자하는 셈 치고 그냥 샀을거다.

그렇지만 이건 그럴 수준의 가격이 아니었으니...


'계획대로 하자고.'


케이얀은 말없이 수첩을 내밀었다.


"응? 뭐야 이건."

"구매하고 싶은 물품 리스트."


예산은 한정되어 있다.

그런 와중에,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면 무엇을 구매해야 할까?

답은 정해져 있었다.


"...전부 다 구형이네? 그것도 좀 거추장스러운 놈들로."


케이얀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신형으로 출시된 마도구와 구형으로 출시된 마도구의 가장 큰 차이점.

그것은 마도구에 내장된 마법의 서클 수준이나 최대 사용 횟수 같은 직접적인 성능 뿐만 아니라.

'자동 감지 마법이 내장되어있느냐' 여부 또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리고 자동 감지 마법만 내장되어있지 않더라도, 비슷한 성능의 물건을 훨씬 싸게 구매할 수 있지.'


자동 감지 마법.

물론 좋은 마법이었지만, 당장 부족한 무력을 마도구로 보완할 목적을 지닌 케이얀에게는 가장 우선 순위가 낮은 기능이기도 했다.

거기에 당장 4서클 마법까지 필요하지는 않았으니, 마법의 위력도 좀 낮추면...

지금 수중에 있는 금액으로도, 필요한 건 충분히 구매가 가능할 것이다.


"으음.. 구형은 우리도 거의 처분했고, 이미 단종된 것들도 많아서 재고가 남아있을지는 모르겠다?"

"괜찮아. 어차피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도 않고."

"오케이. 그럼 일단 한 번 찾아볼게."


데론이 가게 안쪽 창고로 들어가고.

안에서는 부스럭거리고 덜그덕거리며 뭔가를 부지런히 뒤지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데론은 한동안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마도구들을 품에 안고 나왔다.


"휴. 깊숙히도 박혀 있었네. 찾기도 힘들었다."


데론은 마도구 세 개를 계산대 위에 놓았고, 거기 희뿌옇게 쌓여있던 먼지를 툭툭 털며 콜록 콜록 헛기침을 했다.


"이 먼지 좀 봐."


그 노골적인 태도에 케이얀이 피식 웃었다.


"고생 어필이냐?"


데론도 씨익 웃었다.


"그런 셈이지. 아무래도 요새 장사가 좀 안되는데, 너무 헐값에는 못 팔 것 같아서."

"그래서 얼만데? 들어나 보자."

"음.. 다 합해서 한 3골드 정도?"


그 정도면 합리적으로 싼 가격에, 현재 수중에 있는 돈으로도 구매가 가능한 정도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에 들러봤던 다른 가게에서는 이런 구형 마도구를 취급조차 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시중에 재고가 거의 없다는 점을 이용해 가격을 후려치려고나 했으니까.


케이얀이 한동안 입을 다문 채 지긋이 마도구들을 쳐다보고 있자니, 데론이 서둘러 덧붙였다.


"참고로 말하는건데, 어차피 이 가격 주고 어디 가서 구하지도 못해. 요새 구형 마도구 웬만한 것들은 다 생산 중단됐으니까. 그리고 또..."


혹여나 구매하지 않을까 싶어 줄줄이 정보를 쏟아내는 데론.

케이얀은 픽 웃고는 그저 금화 세 닢을 계산대 위에 올려두었다.


"살게. 다 줘."


지금 수중에 있는 돈을 전부 지불한 셈.

이걸로 케이얀은 점심 먹을 돈도 없어진 셈이었지만...

까짓 거 뭐, 당장 한 끼 굶고 말기로 했다.


눈이 동그래진 데론이 으하하 웃어젖혔다.


"시원시원해서 좋네! 설명서도 같이 줄테니까 가져가서 한 번 읽어봐."


마도구 구매를 마친 케이얀은 데론의 배웅을 받으며 마도구를 한 아름 품에 안고 거리를 걸었다.

그리고 그 대로변의 비좁은 옆 골목 길.

몇 남자가 도중부터 그런 케이얀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 자식이야?"

"그렇습니다 형님. 한달 동안 지켜봤었는데, 맨날 쓰기만 하고 딱히 돈을 벌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지갑은 꽤 두둑한 걸로 보이는데..."


남자는 손을 싹싹 비비며 히죽 히죽 웃었다.


"맨날 혼자 다니는 걸로 보니 귀족도 아닌 것 같고, 딱 봐도 뭣도 모르는 허약한 주문쟁이 아닙니까요? 멍청하게 돈이나 펑펑 쓰고 다니는거겠죠. 기습해서 털면 쉽게 돈 좀 만질 수 있을 겁니다."

"흠.. 그래. 그렇단 말이지?"


골목의 어둠 속에 숨어서 턱을 쓰다듬던 사내가 씨익 웃었다.


"좋아. 이대로 미행한다."

"이번에도 크게 한 탕 하자고요."

"그래야지."


멀어지는 케이얀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킬킬대는 사내들의 웃음소리가 골목을 낮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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