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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석 님의 서재입니다.

마탑 은퇴 후 13서클 대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휘석
작품등록일 :
2023.12.31 00:33
최근연재일 :
2024.01.25 20:45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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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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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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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튜토리얼(4)

DUMMY

튜토리얼(4)




마탄이 날아들었다.

남자는 검을 휘둘러 마탄을 베거나 쳐냈다.

초탄 이후로는 그 위력이 급감해, 한 발 한 발이 이제는 그리 치명적이지 않다는 점이 명백했다.

방벽 마법이 있긴 했으나, 그 또한 무한정 쓸 수 있는 것은 아닐 터.

거리는 이미 충분할 만큼 좁혀둔 상황이었다.


'끝이다!'


남자의 입가가 호선을 그렸고, 그가 든 검이 치켜 올라갔다.

그리고 커다란 궤적으로 떨어져내렸다.

그 순간.

케이얀이 스펠 스토리지를 사용했다.


우스꽝스럽게 디자인된, 크리스마스 트리를 닮은 고깔 모자.

스펠 스토리지.

신형인 메모라이즈 링에게 기능적으로 완전히 밀려 이제는 단종된 구형 마도구에 불과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이얀이 굳이 스펠 스토리지를 구매한 이유는...


'더블 캐스팅.'


더블 캐스팅을 사용하기 위해선 두 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하나, 두 가지 술식을 동시에 계산할 수 있는 두뇌와.

둘, 마력을 두 갈래로 나누어 서로 다른 술식에 따라 각각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케이얀은 전자는 가능했을지 몰라도 후자는 불가능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케이얀이 지난 세월 동안 지니고 있던 근본은 '이론 마법사' 였으니까.

그 정도 마나 지배력이 있었더라면, 케이얀은 진작에 이론 마법사를 때려치웠을거다.


어찌됐든, 마나 지배력에 있어서 만큼은 케이얀도 평범한 1서클 마법사였다.

다만, 스펠 스토리지가 있다면 얘기는 다르다.

마도구 안에 술식을 저장해두는 것이기에, 한 번 마력을 불어넣은 뒤로는 그 컨트롤을 직접 하지 않아도 된다.

즉, 마나 지배력이 특출나지 않은 케이얀도 더블 캐스팅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케이얀이 스펠 스토리지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스펠 스토리지에 저장해둔 강화 마탄은 총 셋.

급속 마탄의 술식을 전개함과 동시에, 강화 마탄 한 발이 발동했다.

그것은 케이얀에게 있어,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것 만큼이나 쉬운 일 이었다.


-위이이이잉!


허공에 생겨난 강화 마탄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 잠깐 사이에 또 마법이라니.

흠칫한 남자가 다급히 검로를 바꾸려 했으나.


"이미 늦었어."


케이얀이 씩 웃음과 동시에.


-콰앙!


"커억!"


검을 높이 치켜든 탓에 훤히 드러난 복부.

남자는 배에 강화 마탄을 처맞고 핏방울을 뿌리며 뒤로 날아갔다.


급속 마탄을 연달아 사용해 페인트로 방심을 유도하고, 거리를 내어준 상태로 코 앞에서 사용된 강화 마탄.

방심과 섣부른 판단의 대가였다.


남자와의 거리가 다시금 벌어진 지금.

케이얀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케이얀의 머리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계산을 끝마치고, 술식을 전개한 케이얀이 열 발의 급속 마탄을 연달아 쏟아부었다.


-퍼버버버벙!


"크으윽...! 이런 쥐 새끼 같은 놈이..!"


신음을 흘리며, 남자가 폭발을 뚫고 나왔다.


'역시, 이 정도 위력으로는 안되나.'


케이얀이 눈가를 좁혔다.

남자가 입은 경갑의 복부는, 아까 맞은 강화 마탄으로 인해 약간 우그러져있었다.

하지만 시전 속도만 빠른 급속 마탄을 아무리 퍼부어봤자, 견제만 가능할 뿐, 남자에게는 유의미한 데미지를 주지는 못한다.

그리고 그건 아마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제 남은 건 두 번.'


남자의 접근을 견제해야 하는 케이얀은 급속 마탄을 계속 시전해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강화 마탄을 쓰는 것은 스펠 스토리지에 저장된 것을 더블 캐스팅으로 사용하는 것 뿐.

따라서 이제 강화 마탄을 시전할 수 있는 횟수는 단 두 번이었다.


'이 두 발 안에 승부를 내야 해. 그게 아니라면...'


구형 프로텍트 실드.

충전형인 이 마도구에 현재 남아있는 2서클 방벽 마법의 마력 충전량은 고작 30프로.

칼질 한 두번이면 충전되어있던 마력을 전부 소모해 마도구는 작동하지 않을테고, 그렇게 되면 그 땐 정말로 끝이었다.


'아니, 그렇게 된다면, 정말로 최후의 수단을 써야겠지.'


그 때.

케이얀의 우려대로, 급속 마탄의 견제를 뚫고 또 다시 거리를 좁혀온 남자의 칼날이 케이얀의 주위를 감싼 방벽을 연신 두드렸다.


-카강!

-캉!


방벽 마법과 검이 부딪힐 때마다, 방벽은 불안하게 흔들렸고.

어느 순간부터는 방벽의 위로 약간씩 실금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확인해본 바, 남아있는 마력 충전량은 이미 10프로 미만.

케이얀은 결국 급한 대로 프로텍트 실드에 마력을 추가로 불어넣었다.


안 그래도 급속 마탄을 사용한 견제를 지속하느라, 거기서 오는 마력 소모량이 상당한 터였다.


"큭..."


프로텍트 실드에 마저 마력을 불어넣고 있자니, 순간 아찔한 감각과 함께 약간의 현기증마저 느껴졌다.

허나, 그러한 와중에도 케이얀은 어떻게든 버티며 기회를 엿보았다.



* * *



로이먼이 이를 부드득 갈았다.


'빌어먹을 자식들이.'


모험가 인생에 단 한 번 뿐인 튜토리얼.

신입들 또한 많이 참여하는 만큼, 이곳은 그에게 있어 진정한 의미로 축제의 현장이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게 다, 저 웃긴 차림의 마법사와 베르진 일행 때문이었다.


"이 시발 새끼들이-!"


지친 몸을 이끌고, 로이먼이 검을 휘둘렀다.

그 몸부림에 신입 모험가들이 뒤로 물러났다.

처음에는 오합지졸이었던 신입 모험가들이었으나, 어느새 유벨을 필두로 의기투합하여 로이먼을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거칠게 차오른 숨을 고르며 로이먼이 생각했다.


'안돼.'


이대로는 안된다.

이미 열 둘의 신입 모험가들 중 둘을 먼저 처리하긴 했으나, 이 상태로 시간만 지났다가는 그가 먼저 당할 것이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뭣 모르는 괴짜 마법사가 미궁에 처음 발을 들인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렇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케이얀은 당초 그의 예상보다 훨씬 잘 버티고 있는 중이었고.

오히려 그의 동료를 압도하는 모습도 종종 보여주고 있었다.


-콰앙!


통로를 뒤흔든 폭발을 향해, 모험가들의 시선이 옮겨갔다.


"크으으윽..!"


뒤로 날아간 남자가 제 몸을 부여잡고 신음했다.

케이얀이 쏘아낸 강화 마탄이 허벅다리와 한쪽 어깨에 명중한 탓이었다.


'시발.'


로이먼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꾹 움켜쥐었다.

이제는 분노보다도 위기감이 선행했다.

이대로면 질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

그리고 이 상황에서 패배란, 곧 죽음을 의미했다.


그 때,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켠 남자를 향해 케이얀이 입을 열었다.


"기회를 줄게."


베르진이, 아일라가, 유벨이, 로이먼이, 그의 동료들과 신입 모험가들이.

케이얀의 한 마디에 모두가 하던 것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았다.


케이얀 또한 장내의 적들을 찬찬히 돌아보았다.

마탄을 맞은 남자, 그리고 로이먼과 그의 동료들까지.

짧은 시간 동안 과하게 많은 양의 마력을 쓴 탓에, 초점이 잘 맞지 않는 흐린 시야로 그들을 담아냈다.


'더 이상 강화 마탄의 스톡은 없어.'


최후의 수단을 쓸 시간이었다.


케이얀이 한쪽 입꼬리를 서서히 끌어올렸다.


"항복 권고다. 내가 조금 피곤해서 말이야. 지금이라도 물러나면, 이만 봐줄게."


케이얀의 선언에 로이먼과 그의 동료들은 표정을 굳힌 채 그를 노려보았고.


"뭐?"

"무슨 말도 안되는..! 이 놈들 때문에 죽을 뻔 했는데, 누구 마음대로 놔주겠다는겁니까!"


신입 모험가들 중 하나는 그에 반발했다.

그러나, 유벨이 그의 어깨를 잡았다.


"뭐요?"

"아무리 그래도 우리를 구해주신 분이다. 얘기는 일단 들어보자고."


유벨의 말에 모험가는 씨근덕거리면서도 칫, 하고 혀를 차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 일련의 과정을 전부 목격한 로이먼이 코웃음 치고는 말했다.


"하... 항복 권고? 지랄하네. 니들이 우릴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어. 그냥 이길 것 같은데?"

"웃기고 앉아있네. 딱 봐도 비빌 구석이 더 없으니까 그러는 것 같은데... 이봐 주문쟁이. 그런 소리는 누구 하나라도 반 죽여놓고 해야 설득력이 있다고. 알아?"

"반 죽여놓고라...."


케이얀은 침음을 흘렸다.

사실 로이먼의 말이 맞다.

지금 케이얀의 상황은 좋지 못했으니까.


프로텍트 실드의 마력 충전량도 이미 0퍼센트를 찍었고.

마력도 너무 많이 써서 서클은 한계를 맞이한데다.

스펠 스토리지에 저장해두었던 강화 마탄 주문은 이제 더 이상 없었다.

반면 케이얀의 상대인 남자는 아직 검을 휘두를 수는 있어보였다.

거리를 좁혀와서 한 번이라도 검을 휘두르면 케이얀의 몸뚱이는 두부처럼 잘려나가겠지.


명백히 불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이얀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래? 아쉽네. 나도 나름 니들한테 기회를 준 건데."


케이얀은 스펠 스토리지를 사용했다.

불러올 것은 아까 전 미리 편집을 끝내두었던 술식.


케이얀이 마력을 주입하자, 그 즉시 술식이 눈 앞에 구현되었다.


흡인, 1획.

연동, 1획.

채용, 1획.

생성, 2획.

설정, 1획.

강화 마탄.


"크윽...."


한꺼번에 많은 양의 마력을 소비한 탓에, 현기증과 어지럼증이 몰려왔다.

코피가 한 줄기 흘러내렸다.

케이얀이 약간 비틀거렸다.


"크흐흐... 크흐..."


창백한 얼굴을 한 채, 소매로 코피를 쓱 닦으며 케이얀이 웃음을 흘렸다.

왜냐하면, 그 직후.

케이얀의 뒤, 허공 위로 원뿔 형태의 강화 마탄이 하나씩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니까.


하나.

둘.

셋.

넷.

.

.

.

스물 일곱.


무려 스물 일곱 발에 달하는 강화 마탄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로이먼 일행의 얼굴에 핏기가 싹 가셨다.


위력도 평범하지 않은 저걸...


'스물 일곱 발이나 시전했다고?'


그것도 즉발로?

필시 여태 감추어둔 수가 있었던거다.


장내에 있던 모든 모험가들이 입을 쩍 벌렸다.

특히 케이얀을 직접 상대하던 남자의 얼굴은 아예 창백해지기에 이르렀다.


"이.. 이런 미친..."


누군가가 뱉은 말에 로이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X됐다.

입으로 뱉지는 않았으나,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다.


케이얀의 승리.

이로써 힘의 균형이 무너지게 된다.

아니, 이미 무너졌다.

케이얀이 스물 일곱 발에 달하는 강화 마탄을 시전한 그 순간부터.


"에이 시발!"


행동력이 빠른 하나가 선수를 쳐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 이봐! 어디를 가는거냐!"

"이런 빌어먹을!"


하나가 도망치기 시작하자, 로이먼의 동료들은 너도 나도 보상의 방을 향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때문에 로이먼 또한 그러려고 했다.

하지만 곧장 그러지를 못했다.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시나?"

"죗값은 치루고 가셔야지."


로이먼과의 전투에서 4명이 사망했으나, 아직 8명이나 남은 신입 모험가들이 기세등등하게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크으으으윽..!"


로이먼이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케이야아아안!!!"


분노에 찬 울부짖음이 통로를 메아리쳤다.


"오늘 일은 절대로 잊지 않겠다!!! 어디 두고 보자!!!!"


이를 부득 부득 갈면서 삼류 악당 같은 대사를 뱉은 로이먼은, 결국 아끼고 아끼던 비장의 한 수를 사용했다.

4서클 점멸 마법이 새겨진 스크롤.


-팍!


휙 꺼진 로이먼의 신형이 앞을 가로막고 있던 신입 모험가들을 통과해 뒤에 다시 나타났고.

로이먼은 그 길로 잽싸게 보상의 방을 향해 달려가 튜토리얼을 빠져나갔다.


-퍼엉!!


한 발 늦게, 마탄이 일으킨 폭발과 함께 일어난 희뿌연 연기가 통로 내부를 뒤덮었다.


-스르르...


연기가 걷히고 나서 드러난 통로에, 더 이상 로이먼 일당은 없었다.

그들을 놓쳤다는 사실에 분노해 애꿎은 벽과 바닥을 치는 이들도 있었고, 욕설을 쏟아내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개중 몇몇은 이내 드러난 케이얀의 모습에 머릿속으로 미친 듯이 물음표를 그렸다.

그건 유벨 또한 마찬가지였다.


케이얀의 뒤로 떠올라 있는 강화 마탄은 여전히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저 마법은 이미 쓴거 아니었나?'


분명 방금 전에 폭발이 일었는데...

대체 뭐지?



* * *



오랜 긴장이 탁 풀렸다.

싸움 끝에 찾아오는 탈력감.

더불어 많은 양의 마력을 소모한 탓에 팔 다리가 덜덜 떨린다.


'끝났다...'


검사 유형의 모험가를, 그것도 2층에서 활동하는 놈을 상대로 압도했다.

싸움이 길어졌더라면 패배했겠으나, 모험가와의 전투는 이번이 처음 이었으니,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


'해냈어.'


케이얀이 입꼬리를 끌어올린 채, 안도의 한숨을 흘린 뒤에야 마탄은 사라졌다.

몰려오는 탈력감과 안도감에, 금방이라도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싶은 기분이었다.

허나 그것을 상쇄하는 충족감과 성취감이 있었기에, 케이얀은 자리에 버티고 서있을 수 있었다.


베르진이 그런 케이얀에게로 다가와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좋은 연기였다."

"다행이네요. 솔직히 시전하면서도 반신반의했는데."


그 때, 두 사람에게 다가온 유벨이 물었다.


"저기.. 연기라니요? 그게 다 무슨 소립니까??"


케이얀은 씩 웃으며 답했다.


"방금 제가 시전한 마법이요. 그거 전부 다 블러핑이었다는 소립니다."

"예?"


바보 같은 얼굴로, 유벨이 얼빠진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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