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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석 님의 서재입니다.

마탑 은퇴 후 13서클 대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휘석
작품등록일 :
2023.12.31 00:33
최근연재일 :
2024.01.25 20:45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4,965
추천수 :
111
글자수 :
103,487

작성
24.01.1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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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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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3쪽

튜토리얼(3)

DUMMY

튜토리얼(3)




앞장 선 로이먼과 함께, 그에게 선동당한 모험가들이 물 밀듯 앞으로 돌격했다.


"갑시다!"

"으아아아아!"


모험가들이 통로를 달려나갔다.

선두에 있는 이들은 주로 신입 모험가들이었다.

그랬기에, 인원수에 따라 강화된 함정이 한 번 작동할 때마다, 두 세 명씩 전선에서 이탈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숫자가 숫자였고, 모험가들은 곧 어렵지 않게 첫 번째 함정인 발리스타를 파괴할 수 있었다.


그렇게 두 눈으로 한 번 성과를 목격하니, 모험가들은 더더욱 기세가 올랐다.

기호지세(騎虎之勢).

아직 신입이기에 보일 수 있는 열의로, 그들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마치 어렸을 적 들었던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장대한 서사시 속 전쟁 영웅이 된 것처럼.

혹은 전설 속 용사가 된 것처럼.

모험가로서의 성공을, 명예를, 쉽게 벌고 쉽게 인생을 바꿔보려는 일획천금의 꿈을.

부나방처럼 좇아 달렸다.

그리고 그 끝에는 뜨거운 현실이 있었다.

엇, 하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너무나 많은 이들이 타 죽고 재가 되어버린 뜨거운 현실이.


"허억.. 허억....."


시체들의 밭.

핏물이 질척하게 신발 밑창을 적시고 있었다.


유벨은 거칠게 차오른 숨을 고르며 땀 범벅인 이마를 훔쳤다.


'언제 여기까지 온거지?'


정신 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새 튜토리얼은 끝나 있었다.

코 앞으로는 이제 몇 걸음만 더 가면 보상의 방이 있었다.

다만 주위를 둘러보니, 처음만 해도 대략 80명은 되었던 모험가들은 온데 간데 없었고.

남은 건 그저 지치거나 다친 모험가들, 혹은...


"로이먼 이 개새끼야!"


-덥썩.


"이 새끼가 이딴 식으로 사기를 쳐! 뭐? 인원수가 많으면 공략이 수월해? 정보를 공유하자고?? 지랄하지 마! 너 때문에 내 팀원이 죽었어! 다 뒤져버렸다고 시발!!"


동료를 모두 잃고 울분을 토하는 모험가 뿐이었다.


"워, 워. 진정하시죠 모험가님. 결국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지 않았습니까?"


모험가는 로이먼의 멱살을 들고 흔들었다.


"미친 새끼가! 지금 그걸 말이라고 씨부려?! 인원수가 많으면 그만큼 튜토리얼 난이도도 올라간다는 정보를! 시발 그 중요한 걸 안 알려주면! 우리는 그냥 뒤지든 말든 알아서 하라는거잖아 시발!!"


80명으로 시작했으나, 살아남은 건 고작 스물 남짓에 불과했다.

이만한 수가 죽었으므로, 상대적으로 정보가 적고 경험이 없는 신입 모험가들도 이상한 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신입 모험가 몇이 그의 말을 거들었다.


"맞아!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

"옳소! 사실대로 말해!"


신입 모험가들의 항의에 로이먼은 어깨를 으쓱였다.


"음.. 그렇긴 합니다. 하지만 뭐. 예. 솔직히 말해서..."


로이먼의 입꼬리가 쭈욱 올라갔다.


"그래. 인정한다고. 니들 어차피 뒤질건데, 좀 이따 뒤지나 좀 일찍 뒤지나. 그게 뭔 차이야?"


충격적인 발언에 항의하던 모험가들이 단체로 넋을 놓았다.

그리고.


"뭐, 뭐 이 시발?! 너 지금 말 다했..."


-푹.


"윽?"


로이먼의 멱살을 쥐고 흔들던 모험가가 허망한 얼굴로 시선을 내렸다.

그의 복부에 박힌 로이먼의 칼날이 그의 등을 뚫고 나와 있었다.


"으.. 윽..."


-풀썩.


신입 모험가가 죽었다.

그것도 튜토리얼에 참가한 모험가들을 이끌던, 로이먼의 손에.

모험가들이 기겁하며 한 발 늦게 뒷걸음질쳤다.


"미친!"

"지금 우리랑 해보자는거냐!"


신입 모험가들이 무기를 들었다.


"해보자고? 그게 아니지."


되물은 로이먼이 씨익 웃었다.


"우리가 하는거지. 너희는 얌전히 목이나 내밀고 있으면 돼."


로이먼의 뒷편으로, 여태 나서지 않고 있던 그의 팀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 전원이 2층에서 활동하는 기존 모험가들로, 가장 선두에서 모험가들을 선동하고 함정을 돌파하느라 체력 소모가 꽤 있던 로이먼을 제외하더라도.

그의 팀원 네 명은 여태 가장 뒷편에서 체력을 온존해두고 있었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기존 모험가들 열명은 빠르게 보상의 방으로 향했다.

로이먼과 그의 팀원들 또한 그들을 모르는 척 그냥 보내주었다.

어차피 그들로서도 신입 모험가들에 기존 모험가들까지, 총 스물에 달하는 인원을 한꺼번에 상대할 순 없었으니까.


신입 모험가들의 표정이 더더욱 나빠졌다.

그리고 개중에는 유벨도 포함되어 있었다.


여기서 이렇게 죽는건가?

이제 막 튜토리얼에 들어와봤을 뿐인데?

제대로 된 모험가 생활은 하나도 못해보고?

억울하다.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승산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상대는 그 많은 함정들을 선두에서 돌파해온 남자와 그의 팀원들이었다.

이쪽이 몇 명 더 많다고 해서, 이길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시발....'


유벨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무기를 든 신입들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하하하하! 고맙다 내 돈줄들아! 덕분에 호강 좀 하겠어!"


로이먼이 크게 웃어젖히던 그 때였다.


"웃는 소리가 참 시끄럽네. 빈 수레가 요란하다던데."


그 말에 웃음을 뚝 그친 로이먼이 두 눈을 가늘게 뜬 채 목소리가 들려온 앞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는 우스꽝스러운 차림의 한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빈 수레가 요란? 뭔 소린지는 몰라도 말을 참 뭐 같이 하시네?"

"아. 여기선 싸구려 갑옷이 제일 덜그럭댄다고 하던가?"


로이먼이 눈을 부라렸다.


"이 자식이..."


그러나 이내 표정을 폈다.


"후. 아니 됐다. 이런 걸로 일을 망쳐서야 안되지. 그래."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뱉은 로이먼이 다시금 앞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러고 보니 너, 아까 제일 먼저 들어갔던 놈이었지. 이름이 분명..."

"케이얀. 근데,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닐텐데?"


케이얀이 신입 모험가들을 곁눈질했다.

그 여유로운 태도에 로이먼은 프흐흐 웃음을 흘렸다.


"아. 어쩐지 이제 와서 다시 얼굴 보이는게 이상하다 했더니만. 설마 진즉부터 눈치 까고 있었나?"

"뭐, 어느 정도는."


확신까지는 아니었다.

다만 어디까지나,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했다.


'너무 뻔한 일이니까.'


그리고 흔한 일이니까.

마탑 도서관에서 봤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초보 모험가들의 사망률이 가장 높고, 그 다음이 최상층 모험가들의 사망률이었다.

다만 두 부류의 모험가들은 주요 사망 원인이 너무나도 달랐는데.

최상층 모험가들의 경우 탑의 시련이나 특수한 환경, 몬스터들이 사망 원인인 경우가 많았으나.

반대로 초보 모험가, 특히 1년차 미만인 모험가들의 경우...


'같은 모험가들한테 당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지.'


로이먼이 물었다.


"흐음... 그래서 용건이 뭐냐? 설마 우리 몫을 나눠달라는 소리는 아니겠지? 뒤늦게 끼어든 놈한테 그럴 의리 따윈 없는데."

"에이, 설마. 내가 너 같은 줄 아냐?"


케이얀이 손을 내저었다.


"그런 거 아니고. 이만큼 했으면 충분하잖아? 그러니까 이제 그만 꺼지라고."

"뭐?"

"선동해서 애꿏은 사람들 죽게 만들었잖아. 백 번 양보해서 그거야 본인들이 선택했으니까 그렇다고 쳐도. 이용해먹은 걸로도 모자라서 네 손으로 죽이고 털어먹어? 그건 선 넘었지. 미궁 내부에서의 약탈행위. 제국법상으로는 엄연히 불법인거 몰라?"


황당하다는 얼굴이 된 로이먼이 곧 헛웃음을 흘렸다.


"하. 이거 완전 웃기는 놈이네? 이봐. 미궁 안에서까지 무슨 경비병 흉내라도 내는 건가?"

"아니?"


자원봉사자도 아니고, 케이얀이라고 해서 단지 양심이나 도덕성, 준법 정신 따위만으로 신입 모험가들을 구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케이얀은 나름 이 다음을 생각했을 따름이었다.


'이 다음. 1계층의 테마는 '상잔'이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모험가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정말로 피의 수라장이 펼쳐질 수도 있고.

아니면 무난히 적자 생존의 원칙 하에 진행되는 합리적인 시험장이 될 수도 있었다.

즉, 케이얀이 굳이 이들을 구하려는 것은 자기 편을 만들어두기 위함이었다.

꼭 지금이 아니라도, 이 중 단 한 명이라도 그런 이가 나온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을테고.

길드에 그에 관한 미담이 퍼지는 것도, 추후 평판 형상에 꽤나 도움이 될 것이었다.


원래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 사회 생활을 함에 있어 그 사람의 평판이라는 건 무시할게 못되는 법이었다.


"큭큭. 오히려 잘 됐군. 네 놈까지도 돈줄이 되고 싶다니, 우리야 얼마든지 환영이지."


로이먼이 싸늘하게 웃으며 검을 뽑았다.


"여기 있는 신입들에 너 하나 추가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것 같나?"

"어. 내 생각은 좀 다르거든."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이 더 걸어나왔다.


베르진과 아일라.

케이얀을 돕기로 한 2인조 모험가였다.


"오랜만이다 귀 큰 놈. 큰 소리 치더니 꼴이 우습게 됐군."

"큭..."


유벨은 얼굴을 붉혔으나, 상황이 상황인지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아, 아까는 내가 미안했습니다. 그러니 부디, 살려주십쇼..."


베르진은 대답 없이 그저 피식 웃었고.


"안 그래도 그럴 생각입니다."


어깨를 으쓱이며 대신 대답한 케이얀이 로이먼을 돌아보았다.


"자. 이걸로 15대5다. 이 정도면 좀 공평한가?"


케이얀이 씩 웃었다.

로이먼 일행이 주춤거렸다.

로이먼의 표정이 똥이라도 씹은 듯 썩어들어갔다.


"이 새끼들이... 지금 장난해?!"

"장난? 당연히 아니지. 그러니까 어디 한 번 열심히 해봐. 뒤지기 싫으면."


케이얀이 기습적으로 마법을 시전했다.


1서클 기본 마법.

마탄.


"그나저나. 니들 그건 아냐?"


술식 변형.


"마탄이라고, 다 같은 마탄 주문이 아니라는거?"


흡인, 2획.

연동, 1획.

채용, 1획.

생성, 3획.

설정, 2획.

사출, 3획.


베르진과 만난 후 30분.

고작 그 짧은 시간만에 술식의 개조를 완료한 케이얀의 주문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강화 마탄."


-우우우웅..


원뿔 모양에 나선형 무늬가 새겨진 푸른 마탄이 허공에 생겨났다.

그리고는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위이이이잉!


"사출."


-파앙!


파공음을 내며, 전방으로 쏘아졌다.


-카앙!


로이먼의 팀원이 그에 반응해, 날아온 마탄을 간신히 검으로 쳐냈다.

그러나.


'무슨...!'


하마터면 손에서 검을 놓칠 뻔한 충격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법사..! 그것도 최소 2층 모험가다!"


동료의 외침에, 이를 부득 부득 갈던 로이먼이 소리쳤다.


"상관 없으니까 그냥 족쳐!"


로이먼의 팀원 네 명이 두 사람을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정면으로 달려드는 그들을 주시하며, 케이얀이 말했다.


"베르진. 부탁해도 되죠?"

"맡겨라."


베르진이 창을 뽑았다.

그리고 자세를 취했다.

그의 뒤에선 아일라가 화살을 시위에 먹이고 있었다.

참고로.


"흡...!"


-콰앙!!


"미친!"

"큭..! 이 놈도 보통이 아니야!"


베르진과 아일라는 3층에서 활동하는 모험가다.

두 사람이 합을 맞추니, 로이먼의 팀원 중 세 명은 능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케이얀의 몫으로 배정된 것은...


'한 명인가.'


베르진에게 이야기는 들었다.

로이먼 일행은 2층 모험가 수준일 것이라고.

다만, 케이얀은 이제 막 미궁에 들어온 신입 모험가이자 1서클 마법사에 불과했다.

즉, 전투 마법사로서, 그리고 모험가로서는 초짜중의 초짜.

그러므로.


'꽤 버거운데 말이지.'


다만, 나쁘지 않았다.

이걸로 저쪽은 로이먼이 완전히 혼자가 된다.

신입이라고는 해도, 이쪽에 있는 모험가들의 숫자만 열둘.

로이먼 하나 제대로 몰아붙이지 못할 리가 없었다.

싸움이 길어지면 이쪽이 약간 더 유리하다.

...케이얀이 잘 버틸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맞는 말이지만.


어느새 지근거리.

손길이 닿을 거리까지 다가온 남자가 검을 휘둘렀다.


-카앙!!


남자의 검이 케이얀의 주위를 감싼 방벽과 부딪혀 불똥을 튀겼다.

프로텍트 실드를 사용해 즉발시킨 2서클의 방벽 마법이었다.


'막혔다고??'


이게 말이 되는 시전 속도인가?

빠르게 전개된 방벽 마법에 당황한 남자를 향해, 케이얀이 다시금 마탄을 날렸다.


-팡! 파방!


시전속도만 빠른 급속 마탄이었다.

때문에 그 위력은 강화 마탄에 비해 별 볼 일 없었으나, 강화 마탄과는 달리 이건 빠르게 시전할 수 있었고, 연사도 가능했다.


당연히 남자는 전부 피하거나 막았다.

초탄에 비해 위력도 약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도중부터는 아예 마탄을 검으로 베어내기 까지 했다.

하지만.


'스펠 스토리지.'


케이얀에게는 아직, 마도구에 스톡해둔 강화 마탄의 주문이 세 개나 더 남아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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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튜토리얼(3) +2 24.01.14 340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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