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휘석 님의 서재입니다.

마탑 은퇴 후 13서클 대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휘석
작품등록일 :
2023.12.31 00:33
최근연재일 :
2024.01.25 20:45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4,955
추천수 :
111
글자수 :
103,487

작성
24.01.22 11:15
조회
187
추천
5
글자
13쪽

1층(1)

DUMMY

1층(1)




[1층 - 상잔의 섬에 입장합니다.]


-솨아아아..


파도가 모래사장에 부딪혀 흰 포말로 변해 사라진다.

푸른 하늘과 구름이 공존하는 맑은 날씨.

마치 열대 휴양지로 손 꼽히는 어느 섬으로 여행을 온 것 같다.


가벼운 차림으로 눈을 감은 채, 바다에서 불어오는 더운 바람을 맞고 있자니 긴장감도 약간은 누그러지는 듯 하다.

리겔과의 결투로부터는 벌써 일주일.

과한 긴장도, 분노도, 갖은 잡생각과 감정들도.

미궁 공략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전부 내려놓는 편이 좋으리라.


"후우...."


긴 한숨을 내쉬고, 케이얀이 눈을 떴다.

잠시후, 다른 모험가들도 하나 둘 해변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팟.

-파앗.


주위를 둘러보다 각기 일행을 찾아 함께 숲 속으로 사라지거나.

해변가 근처에서 잠시 재정비의 시간을 가진다거나.

기타 등등.

케이얀은 그들을 쭉 지켜보았다.

그리고 개중 한 명과 눈이 마주쳤다.


"어? 케이얀님 아니십니까!"


몇 모험가들이 이쪽을 돌아보았다.


'괜한 관심을 받는 건 좀 별로긴 한데...'


뭐, 그래도 괜찮다.

자신이 있으니까.


"목소리가 좀 크다 유벨. 잘 지냈냐?"

"저야 잘 지냈죠."

"그래, 목소리만 들어도 기운이 넘치는 것 같긴 하더라."

"그러는 케이얀님은 잘 지내셨습니까?"

"나야 당연히 잘 지냈지. 그나저나...."


케이얀은 유벨의 차림새를 위아래로 훑었다.


"어째 장비가 좀 좋아진 것 같다?"

"아. 그게, 그 날 전리품을 좀 많이 챙겼잖습니까? 게다가 튜토리얼 보상으로 무기도 좀 받아서요."


유벨은 허리에 찬 검을 보였다.


"이게 다 케이얀님 덕분이죠. 그 날 절 구해주셨으니..."


굳이 유벨을 구하겠다는 생각만으로 나선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케이얀도 계산기를 두들겨보고 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 덕분에 목숨을 건진 이가 눈 앞에서 감사를 표하고 있으니,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의 흐뭇함이 있었다.


"잘 됐네. 앞으로도 열심히 해봐."

"케이얀님도 잘 되실 겁니다."

"그래. 덕담 고맙다."


입가에 미소를 베어문 케이얀이 유벨의 어깨를 두드려주던 그 때였다.


"유벨. 아는 사람이야?"


목소리가 들려온 쪽에서는 세 모험가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케이얀은 유벨의 뒤로 걸어오는 그들을 눈짓했다.


"음. 일행이 있었나?"

"아, 네. 제 동료들입니다. 인사해. 이쪽이 케이얀님. 그러니까..."


유벨은 튜토리얼에서 있었던 일을 일행에게 간략하게 설명했다.


"이제 막 미궁 들어온 마법사이신데, 2층 모험가를..."

"...대단한 분이셨군요."


유벨의 일행 일부는 감탄을 했고.


"그게 말이 되냐?? 아무리 목숨을 구해주셨다고 해도 그렇지, 유벨. 거짓말도 적당히 해야 재밌다."

"아니라니까? 네가 못 봐서 그래. 케이얀님은 평범한 1서클 마법사가 아니라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는 영 못 믿겠군."


일부는 끝까지 진위여부를 의심했다.

어찌됐든 분명한 건, 케이얀을 보는 유벨 일행의 눈빛이 처음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었다.


"별 거 아닙니다. 그 때 3층 모험가 두 분이 계셔서 가능했던 일이니,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해야겠죠."


케이얀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유벨이 끼어들어 이야기를 정리했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케이얀님은 혹시 혼자 들어오신건가요?"

"어. 나야 혼자지."

"그럼 저희랑 같이 다니지 않으시겠습니까? 저희 파티에는 마법사가 없거든요. 인원수야 네 명이긴 해도, 아직 신입 모험가들이니 부족한 점도 많고..."


기본적으로 모험가들이 미궁을 공략할 때는, 혼자 보다는 다른 이들과 함께 파티를 이루어 공략하는 것이 추천되는 편이다.

이유는 여러가지 있지만, 첫째는 그러한 방식이 모험가들의 생존률을 올려주기도 했고.

둘째는 서로 다른 역할군의 모험가들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주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초보 모험가라면, 안 그래도 낮은 생존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더더욱 파티를 이루어야 했다.


케이얀 또한 파티를 이루는 팀 플레이의 이점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다만 그럼에도 굳이 파티를 짜지 않고 혼자서 들어온 것에는 다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케이얀은 어깨를 으쓱였다.


"제안해준 건 고마운데, 일단은 혼자서 좀 다녀보려고."

"음.. 알겠습니다. 케이얀님도 다 생각이 있으니 그렇게 하시는거겠죠."


유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따가 보스 공략 때 봅시다 케이얀님!"

"그래."


그렇게 손을 흔들고, 유벨이 일행과 함께 멀어져갔다.


"그나저나. 보스 몬스터에 대한 건 또 알고 있네."


튜토리얼이었던 0층과는 달리, 1층부터는 보스 몬스터가 있다.

케이얀이야 마탑에서 이론 마법사로 꽤 오래 일했으니, 도서관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미궁이나 각 계층에 관한 것들을 많이 알고 있는거였지만.

유벨은 신입 모험가였다.


"모험가 길드에서 정보를 얻은 건가..."


케이얀은 마탑 도서관에서만 정보를 얻었기에, 이게 어디까지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정보들인지 잘 가늠이 되지 않았다.

다만...


"히든 스테이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모양이었지."


히든 스테이지.

미궁의 모든 계층에는 히든 스테이지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히든 스테이지는 특정한 조건들을 만족시켜야 모습을 드러낸다는 특징이 있었다.

케이얀이 굳이 파티를 맺지 않고 홀로 미궁에 입장한 것도 그 조건들 때문이었고 말이다.


"그럼.. 슬슬 가볼까."


모래사장에 남아있는 모험가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케이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선 해야 할 것은...


"살아남는 것부터."


-키르륵.

-키륵.


실제로 듣는 것은 처음인, 몬스터들의 울음소리.

목덜미까지 저릿하게 만드는 긴장감이 폐부를 찔렀다.

그러나 이 또한 경험이라는 걸, 케이얀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자리에 선 케이얀이 천천히 뒤를 돌았다.

초록빛 피부.

번들거리는 노란 눈동자.

원시인들이나 쓸법한 조잡한 나무 창이나 도끼 등을 들고 있는 고블린들이 빛무리와 함께 스폰되었다.


적절한 긴장.

두근대는 심장.

금방이라도 마법을 쓸 수 있도록, 서클이 회전을 시작했다.


땀 한 줄기가 관자놀이를 따라 흘렀다.


-키이익!


고블린들이 달려들었다.



* * *



마법 주문은 크게 네 가지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서클.

마법사가 지닌 서클의 갯수에 따라 동시에 회전하는 서클의 갯수가 달라지고, 마력량도 달라지며, 그로 인해 마력의 출력과 양이 달라진다.


둘째. 계열.

크게 자연, 공간, 시간, 소환, 환상이 존재하며. 대부분의 마법사는 자연 계열에 속한다.


셋째. 속성.

불, 물, 얼음, 전기, 바람, 풀, 땅, 어둠, 빛이 존재하며. 보통은 자연 계열의 주문에 이러한 속성이 따라붙는다.


넷째. 타입.

부여, 조작, 사출, 흡수가 존재하며. 이 타입 무엇이느냐에 따라 그 마법에 사용되는 술식의 계산식이나 획의 갯수 따위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그리고 이 중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

바로, 마법사에게는 그 마법사가 타고나는 적성이 있다는 것.


'주문과 술식을 다 안다고 해서, 아무 계열에 아무 속성 마법이나 다 쓰는 건 아니지.'


쓸 수 있는 마법의 타입은 술식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으며 마력 조작에 얼마나 숙달되어있느냐에 영향을 받지만.

무슨 계열, 무슨 속성의 마법에 적성이 있느냐는 타고난 체질과 기질에 영향을 많이 받기에, 그 부분은 마법사 개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대다수의 마법사가 재능이 있는 계열과 속성을 찾아 특화를 한다.

그건 케이얀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는 1서클 이어서 특화고 나발이고 필요 없었지.'


하지만 천마신공을 얻은지도 벌써 2주.

리겔과의 결투 이후로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고.

그동안 부지런히 천마신공을 연공한 결과.

케이얀은 어느덧 어엿한 2서클 마법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화염구."


케이얀의 적성은 자연 계열에 불과 바람 속성이었다.


-펑!


달려들던 고블린의 안면에 불꽃의 구체가 작렬했다.


-키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비틀거리다 뒤로 넘어가는 고블린.

뒤에 있던 고블린은 동족에게 부딪혔다.

그렇게 시야가 가려진 놈은.


"바람 칼날."


-서걱.


케이얀의 후속 주문에 깔끔하게 목이 달아났다.


케이얀이 씩 웃었다.


'시전 속도가 더 빨라졌어.'


처음 써보는 2서클 주문이라 내심 걱정했었다.

술식 개조를 거친 강화 마탄과 급속 마탄까지 썼다고는 해도, 그래봐야 근본은 1서클에 불과한 주문들이었으니까.


다만, 케이얀의 생각보다 천마신공의 효율적인 마나 운용법이 도움이 된 듯 싶었다.

더불어.


"연구실에 처박혀서 보냈던 세월이, 결국 도움이 되긴 하네."


경지에 맞는 주문 시전 경험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비록 본신의 서클을 사용한게 아니라 마탑의 마도구와 시설의 힘을 빌린거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9서클 주문까지 다뤄보았던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된 듯 했다.


"급속 마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뭐, 이거야 차차 더 빠르게 만들면 되는 부분이고."


앞으로도 매번 이렇게 성장이 빠를 수만은 없을거다.

하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가파른 성장세가 유지될 성 싶었으니까.

빠른 시일 내에 시전 속도는 좀 더 끌어올릴 수 있으리라.


-키르륵!


동족들의 죽음에 분노한 고블린이 시야의 사각에서 창을 던졌다.


-텅!


"씁... 깜짝이야."


프로텍트 실드로 방벽 마법을 전개, 쉽사리 창을 막아낸 케이얀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법을 시전했다.


"이 자식이 사람 놀래키고 있어."


바람 칼날.


-촤악!


또 다시 투창하고자 집어들던 고블린의 조잡한 나무 창이 깔끔하게 반으로 잘렸다.


-키륵...?!


고블린 얼굴이 다 거기서 거기였는데도, 그런데도 놀란 표정이라는게 눈에 보인다.


"마법사를 놀랬겼으면, 죽어야지?"


이 세상 관용 표현 같은 건데.

여기 토박이면 알 법도 하지 않나?


-퍼엉!

-키아아악!


화염구가 명중해 온 몸이 불 타오르며, 비명을 지르고 팔 다리를 휘적이다가, 녀석은 참지 못하고 주위를 도도도 달렸다.

녀석은 열심히 동족들에게 불을 옮겨붙었다.


-키에에에엑!

-키이이이익!


비명과 살가죽 타는 냄새가 난무한다.

그리고 마침내, 역할을 마친 녀석은 동족들과 함께 커다란 숯덩이가 되어 대지에 몸을 뉘였다.

어느새 주위로 모여들었던 열 마리 고블린들 중 아홉 마리를 처리한 상황.


-키이익..!


무자비한 학살의 현장에서, 홀로 남은 고블린이 뒷걸음질 쳤다.

케이얀은 녀석을 향해 다가섰다.


오지마.

오지마!

녀석이 그렇게 말하는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


"한 번 봐줄까?"


케이얀이 검지를 올렸다.

녀석의 노란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리더니, 녀석이 고개를 미친듯이 위 아래로 끄덕였다.


"그래. 내가 선심 썼다."


케이얀이 돌아섰다.

그러자 고블린은 금새 돌변했다.


-키르르륵...


표정이 일그러지고 금방이라도 죽일 듯이, 돌아선 케이얀의 뒤통수를 향해 돌도끼를 들어올린다.

그리고.


"역시 그렇지? 바람 칼날."


-촤악.


상반신과 하반신이 깔끔하게 분리되어, 바닥에 널브러졌다.

피가 흘러나와 고인다.

신발 밑창 너머로 느껴지는 그 진득한 감각은, 확실하게 진짜였다.

케이얀이 쓰게 웃었다.


'언젠가 해봐야 될 경험이긴 했다만.'


"진짜도 아니면서 쓸데없이 실감 나긴."


모험가들은 여기서 다치거나 죽으면, 그건 실재하는 부상이고, 죽음이다.

하지만 미궁에서 나타나는 몬스터나 기타 등등의 생명체는 전부, 미궁의 마법으로 만들어진 가짜다.

적어도 케이얀이 그간 마탑에서 보고 배운 바에 의하면 그랬다.

애초에 미궁에 한 번 입장할 때마다 내부가 깔끔하게 초기화되어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고.


"그나저나. 첫날은 시간이 좀 많겠는데?"


이러면 아무래도 계획을 실행하는게 생각보다도 더 여유로워질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지겠지만.


케이얀은 준비해온 단검을 품에서 꺼냈다.


"마석이 몇개나 나오려나..."


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게 다 돈이니까.


결과적으로, 케이얀은 10마리 고블린에게서 1성 마석 총 7개를 얻을 수 있었다.

몬스터를 잡는다고 모든 몬스터한테서 다 마석이 나오는 건 아니었으니까.

이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였다.


케이얀은 적당히 바닷물에 씻은 마석들을 준비해온 주머니 안에 갈무리했다.

그리고 걸음을 뗐다.


미궁 1층.

상잔의 섬.

1일차의 아침이 지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탑 은퇴 후 13서클 대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 헤드헌팅(2) +1 24.01.25 150 5 12쪽
17 헤드헌팅(1) +1 24.01.24 143 6 14쪽
16 1층(3) +1 24.01.24 153 6 13쪽
15 1층(2) +1 24.01.23 156 4 11쪽
» 1층(1) +1 24.01.22 188 5 13쪽
13 천마신공(3) +1 24.01.21 222 8 13쪽
12 천마신공(2) +1 24.01.20 256 7 12쪽
11 천마신공(1) +1 24.01.19 240 7 12쪽
10 보상(3) +1 24.01.18 266 5 13쪽
9 보상(2) +1 24.01.17 262 6 12쪽
8 보상(1) +1 24.01.16 293 5 14쪽
7 튜토리얼(4) +1 24.01.15 326 7 13쪽
6 튜토리얼(3) +2 24.01.14 339 6 13쪽
5 튜토리얼(2) +1 24.01.13 324 5 14쪽
4 튜토리얼(1) +1 24.01.12 360 7 12쪽
3 전향(2) +1 24.01.12 363 7 11쪽
2 전향(1) +1 24.01.12 405 7 13쪽
1 프롤로그 +2 24.01.12 510 8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