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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석 님의 서재입니다.

마탑 은퇴 후 13서클 대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휘석
작품등록일 :
2023.12.31 00:33
최근연재일 :
2024.01.25 20:45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4,959
추천수 :
111
글자수 :
103,487

작성
24.01.1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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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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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전향(2)

DUMMY

전향(2)




'원래 알고 있던 거랑 크게 다를 건 없네.'


케이얀은 구매한 마도구의 설명서를 읽으며 좁은 골목길을 걸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변화를 눈치 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를 한 번씩 흘깃거리는데, 그 시선에서 위화감을 느낄 수 있었다.


'꼬리가 붙었나?'


자연스럽게 뒤를 한 번 돌아본 케이얀은 확신했다.


'미행이군.'


이런 일을 겪는 건 참 오랜만이었다.

마탑에 있을 때만 해도 안전과 보안이 철저한 마탑 숙소에서만 거의 지냈으니까.


'하여튼 미개한 중세 같으니라고.'


케이얀은 푸념 섞인 한숨을 삼키고는, 제 손에 들린 세 개의 구형 마도구를 내려다보았다.

그래도 마력 충전이 다 되어있어 마도구도 쓸 수 있겠다, 미궁에 들어가기 전 연습 삼아 상대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했다.


생각만 했음에도 긴장감에 심장이 쿵쾅대고 팔 다리가 저릿저릿했다.

하지만 이런 놈들도 제대로 상대하지 못해서야, 어떻게 미궁을 드나들며 모험가 활동을 하고, 전투 마법사로 전향하겠는가.

이 정도쯤은 할 수 있어야 한다.


'혹시 모르니까.'


케이얀은 침착함을 유지하며 마도구를 하나씩 착용했다.


모래 주머니라도 찬 듯 묵직한 무쇠 팔찌.

구형 프로텍트 실드.


쓸데없이 장식이 많은, 거추장스러운 목걸이.

지금은 단종된 샤프 센스.


우스꽝스럽게 디자인된, 크리스마스 트리를 닮은 고깔 모자.

메모라이즈 링에 밀려 더 이상 잘 쓰이지 않는 스펠 스토리지 까지.


'저 놈 저거 뭐하는거지?'

'아무래도 정신이 이상한 놈이었나 봅니다.'

'오히려 좋군. 일이 쉬워지겠어.'


놈들이 뒤에서 뭐라고 작게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대화를 무시하며, 케이얀은 마법을 준비했다.


'실전은 처음인데.'


어느새 좁은 길목에 들어선 케이얀.


'품에 손을 넣고 있는 걸 보니 작은 무기. 단검이나 식칼 정도겠네.'


평범하게 길을 걷던 케이얀은 어느 순간 뒤로 돌며 기습적으로 마법을 시전했다.


1서클.

기본 마법.

마탄.


케이얀의 손아귀에 떠오른 원형의 푸른 마법진이 회전했다.

곧 이어 푸른 빛의 공모양 마탄이 허공에 생성되어, 앞으로 쏘아져나갔다.


-퍼억!


갑자기 날아든 마탄이 선두에 있던 사내의 명치에 정확히 명중했다.


"아악!"


사내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대로 자리에 쓰러졌다.


"켐멜! 이 자식...! 눈치 까고 있었나...!"


하나가 쓰러지자, 덩치 큰 놈이 식칼을 꺼내들며 악다구니를 썼다.


"당연한 거 아니냐? 니네 미행 완전 못해."

"이 개새끼가-!"


오히려 도발을 시전하며, 놈이 식칼을 휘둘러오기 직전에 추가로 마탄을 시전했다.


-퍼억!


"커윽?!"


뺨에 마탄을 맞았음에도 비틀거리기만 할 뿐 쓰러지지는 않는 덩치.


"한 발 가지고는 안된다 이거지?"


케이얀은 놈이 비틀거리는 틈을 노려 마탄을 추가로 시전했다.


한 발.

두 발.

세 발.

네 발.


-뻐어억!


"아아아악! 내, 내가 잘못했어! 잘못했다고! 잘못했으니까 그만...!"


덩치 큰 사내가 질질 짜며 사정 사정 할 때가 되어서야, 케이얀은 시전을 멈추었다.

처음에 명치에 마탄을 얻어맞은 한 놈은 이미 의식을 잃은 채였고.

덩치는 온 몸에 시퍼런 멍이 든 채 웅크린 자세로 벌벌 떨고 있었다.


"시발..."


이런 미친 진짜..

왜 하필 걸펴도 이런 놈이 걸려가지고...


그렇게 반복해서 중얼거리는 덩치에게 다가가, 케이얀이 발끝으로 놈을 툭툭 쳤다.


"야. 그만 짜고 일어나."

"크으윽..."

"안 일어나? 이 새끼가 빠져가지고는..."


케이얀이 눈을 부라리자 덩치는 헙! 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온 몸이 마탄에 얻어맞은 탓인지 일어난 직후 인상을 찌푸리긴 했어도, 감히 케이얀과 시선을 마주치지는 못했다.


"잘못 했어 안 했어?"

"했습니다."

"왜 그랬어?"

"..."

"대답 안해?"

"도, 돈 때문에 그랬습니다."


그럼 그렇지.

근데 내가 그렇게까지 호구 처럼 보였나?


"어휴..."


케이얀이 한숨을 뱉던 와중, 덩치가 시선을 올렸다.


"저.. 마법사님."

"왜."

"마법사님 정도 되는 실력자가 어, 어째서 이런 곳에 계신 겁니까..."

"내가?"


'이 자식이 뭘 잘못 먹었나...'


케이얀은 1서클 기본 마법인 마탄 밖에 쓰지 않았다.

그런데 실력자 운운이라니.


'무식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자존심만 세서 그런건지...'


케이얀은 해괴한 것을 바라보듯 덩치를 내려다보다가, 곧 팔짱을 끼며 물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뭔데? 들어나 보자."

"이, 이 근방에서 모험가 한다는 녀석들 몇 번 털어봤지만, 마법사님처럼 주문이 빠르신 분은 처음이라...."

"흠.. 그래?"


'그 정돈가?'


케이얀이 느낀 의문과 별개로, 덩치는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예, 예! 주문쟁이..."

"..."


케이얀의 눈가가 좁아지는 걸 보고, 덩치는 빠르게 정정했다.


"아, 아니! 마법사라면 저희가 3서클인 녀석까지도 털어봤습니다! 그런데 여태 그 누구도 케이얀님처럼 한 놈들이 없어서... 어,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마법을 시전하신 겁니까??"


그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여태 그가 상대해본...

아니, 기습으로 털어먹은 적이 있던 마법사들도, 전부 마법 한 번 쓰려면 10초는 기본으로 잡고 들어갔다.

심지어 가장 시전이 빨랐던 3서클 마법사 조차 마탄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5초 이상의 시전 준비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케이얀의 경우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마법의 준비부터 시전까지 1초? 2초?

눈 깜짝할 사이에 마탄이 쏘아지고, 그걸 맞고 나면 그 다음, 그리고 나서는 또 그 다음 다음 마탄까지 날아온다.

마력을 다루지도 못하는 그로서는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뭐, 말해준다고 니가 이해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케이얀이 운을 뗐다.

마법의 시전 과정은 다음과 같다.


서클 회전.

술식 전개.

마력 주입.

영창.

마법 발동.


이 다섯 단계에서, 케이얀의 특기이자 장기인 마법 이론이 관여하는 부분은 두 가지 뿐이다.

술식 전개와 영창.

이중, 영창을 생략하는 것이야 연습하면 얼마든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니 그렇다고 쳐도.

케이얀의 마법 시전이 빠른 이유는 특히 술식의 전개에 있었다.


술식.

그러니까 마법진을 그 역할에 따라 파트 별로 나누면 다음과 같다.


흡인.

연동.

채용.

생성.

설정.

사출.

은닉.


그런데 방금 전 케이얀은 마탄을 시전하면서도 술식에 변형을 주었다.

우선 술식의 암호화를 담당하는 '은닉' 파트를 술식에서 완전히 배제했다.

상대가 마법사가 아니므로 마법이 역산당할 가능성도 없었고, 어차피 불필요한 과정이었으니까.


그리고 나머지 파트들 또한 전부, 술식의 획을 단 하나씩만 할애했다.

술식의 획이란, 그 자체만으로도 마법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이라, 많으면 많을수록 더 정교하고 강력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지만...

동시에 그 반대급부로, 같은 주문이라도 획이 많이 사용되면 사용될수록 마법의 시전 속도는 느려지기 마련이었으니까.

케이얀은 마탄의 위력을 낮추는 대신, 시전 속도를 높인 것이었다.


"...이제 궁금증이 좀 풀렸냐?"


멍하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덩치가 뒤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예. 마법사님은 정말로 대단한 마법사셨군요...."

"별로 대단할 것 까지야 없지만."


감탄을 뱉은 덩치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마법사님은 분명 대단하신 분이십니다. 그런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라고, 저도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요."


덩치는 고개를 숙이며 손을 내밀었다.


"그런 마법사님을 잠시나마 만나뵙게되어 정말로 영광이었습니다!"

"어.. 그래...."


근데.


'뭐지?'


이 자식이 왜 갑자기 이렇게까지 빨아주는 걸까.

케이얀이 겸연쩍게 머리를 긁적이던 그 때.

순간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짐과 동시에 덩치가 눈을 번뜩이며 움직였다.


"영광으로 알테니... 그만 엿이나 처먹어 이 새끼야!!"

"뭐?"


태세를 전환해 악을 쓰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는 주먹을 휘둘러온다.

움찔한 케이얀이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순식간에 전신을 감싸는 반투명한 막이 케이얀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터덩!


덩치의 주먹과 뒤에서 휘두른 칼이 맥없이 막히자, 뒤의 사내가 당황했다.


"어? 뭐야?? 이거 왜 칼이 안 박히는..."

"큭??"

"후우... 죽는 줄 알았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케이얀이 고개를 저었다.


"왜 나 같은 주문쟁이한테 그런 입에 발린 소리나 하나 싶었다. 시간 끌기였냐?"

"어, 어떻게!"

"어떻게긴 어떻게야."


이렇게지.


하나.

샤프 센스.

최대 반경 10미터 까지, 주위 사물과 생명체를 예민하게 감지할 수 있게 해주는 마도구.

이걸로 뒤에서 기습하는 놈의 존재를 눈치채고 빠르게 반응할 수 있었다.


둘.

프로텍트 실드.

기본 방어 마법인 방벽 주문의 2서클 버전이 내장된 마도구.

이걸로 놈의 기습적인 칼질에도 손 하나 까딱 안하고 방벽 마법을 전개해 공격을 막을 수 있었다.


제 아무리 케이얀의 마법 시전 속도가 1, 2초 내외라고 하더라도.

지근거리에서의, 그것도 뒤에서 행해져오는 기습은 원래 허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으니까.


혹시나 싶어서 끼고 있던 세 개의 마도구 중 두 개가 제 기능을 발휘한 것이다.


"성능 확실하네. 그러니까.. 이제 하고 싶은 말은 다 했지?"

"어.. 아, 아니! 잠깐...! 그게 무슨 개 같은 소리-"

"그 얘긴 이따가 구치소나 가서 마저 하시고."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동료 하나를 빼놓았음에도 이런 결과를 맞이한 것이다.

망연자실한 덩치의 안면에, 케이얀은 마탄을 꽂아주었다.


-뻐억!


"커억!"

"아악!"


케이얀이 날린 마탄이 덩치와 기습한 사내의 미간에 연달아 한 번씩 추가로 명중했다.


-털썩.


두 사내가 기절하고, 케이얀은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손은 긴장으로 약간씩 떨리고 있었다.

또한, 등줄기와 목덜미는 그 잠깐 사이에 흘린 식은땀으로 흥건했다.


"아직 실전 경험이 너무 적어서 그런가."


'위험했어.'


마도구를 미리 착용하지 않았다면, 녀석들의 기습 공격에 틀림 없이 어디 한 군데라도 칼침을 맞았을테니까.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든 감상은, 의외로 할만 했다는 것이었다.

마도구를 미리 준비한 것도.

빠른 시전 속도로 놈들을 쓰러뜨린 것도.

결국은 실력 아니겠는가?


하핫.

자연히 웃음이 흘러나왔다.


"십년이고 이십년이고 마탑에서 썩으면서 시간 보내는 것 보다야 훨씬 나아."


케이얀은 기절한 놈들에게서 돈과 입은 옷, 가진 물건까지 싹 털었다.

그리고 속옷차림이 된 놈들을 약간 한산한 길거리 한 가운데에 보란 듯이 전시해놓았다.


"이따가 경비병 오면 좀 볼만 해지겠는데?"


하지만 아쉽게도, 케이얀에게는 그럴 시간이 없다는게 한 가지 흠이라면 흠이었다.


-뎅! 뎅! 뎅!


무펠렘 시가지 중심에 설치된 종탑이 울렸다.

미궁 진입로 개방까지, 약 2시간이 남았다는 신호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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