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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석 님의 서재입니다.

마탑 은퇴 후 13서클 대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휘석
작품등록일 :
2023.12.31 00:33
최근연재일 :
2024.01.25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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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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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3,487

작성
24.01.17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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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보상(2)

DUMMY

보상(2)




마탑에 가기 전, 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케이얀은 전리품을 처분하기 위해 잡화점을 들렀다.

그러나, 여러 가게를 들러보았음에도, 대부분의 가게들이 호구 잡기에 바빴다.


"1실버."

"...다음에 거래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쇼."


삼분지 일의 가게는 가격을 낮추어 불렀고.


"신입이라고?"

"그렇습니다."

"그럼 900브론즈."

"예?"

"우리라고 뭐, 땅 파서 장사하는 줄 아나? 초보면 초보답게 업계를 위해서 공헌할 줄도 알고 그래야지. 당신 선배 모험가들도 다 그렇게 했다고."

"..."


또 다른 삼분지 일의 가게는 신입이라고 일부러 바가지를 씌우려 했으며.


"1실버 100브론즈. 형씨. 우리 만큼 가격 잘 쳐주는 곳도 없을 걸?"


그나마 나은 나머지 가게에서도, 본래 받을 수 있는 가격보다는 훨씬 낮은 금액을 제안해왔다.


'신입 모험가들이 대부분인 곳이라 그런가.'


어째 이 주변 잡화점은 다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이거 완전 위수지역 군인들 등쳐먹는 거랑 다를 바가 없잖아?'


그걸 여기서 또 경험할 줄이야.


그렇게 여러 잡화점을 돌고 돌다가, 결국 케이얀이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강도 놈들을 털었을 때 거래했던 잡화점이었다.


허름하고 작은 가게.

간판도 비뚤어진 채 달려있어서, 누가 봐도 '저 집은 곧 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법한 곳이었다.


'그 때는 급해서 어쩔 수 없이 거래했었지.'


며칠 전, 강도 놈들을 털었을 때는 가까운 곳에 다른 가게가 없기도 했고.

애초에 미궁 입장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으니까.


'여기도 시세가 별로면, 당분간은 있는 돈 까먹으면서 생활해야겠어.'


차라리 모험가 길드에 정식 등록을 하고 나서, 길드를 통해 수수료 내고 처분하는 편이 금액을 더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끼이익..


뻑뻑한 문을 열고 들어가자, 퀴퀴한 냄새가 풍겼다.

꾸벅 꾸벅 졸고 있던 순한 인상의 째진 눈을 지닌 상인이 케이얀을 반겼다.


"아이고, 또 와주셨군요!"

"절 기억하십니까?"

"그럼요! 아무래도 차림새가 독특하셨으니까요."


장사가 잘 안되서 그런건가?

아니면 케이얀이 착용하고 있는 마도구 때문에 인상착의가 눈에 띄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뭐, 어쨌든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케이얀은 품에 한아름 안아들고 있던 옷과 장비, 모험가 용품 따위를 매대 위에 쏟아놓았다.


"전부 처분하고 싶은데요."

"오우.. 이만한 양을 다..."

"안되나요?"

"아뇨! 안될 리가 없습죠. 근데 이건 좀 개인적인 질문인데... 혹시 모험가이신가요?"

"네. 아직 신입이지만요."

"근데 매번 이만한 양의 전리품을... 아휴. 대단한 분이신가 봅니다."


케이얀은 그 말을 적당히 웃으며 들어넘겼다.


'과연 어떨지..'


입에 발린 영업용 멘트보다 중요한 건, 상인이 내놓는 거래 대금이었다.

케이얀이 신입이라는 건 이미 말했다.

여기서 바가지를 씌우려고 한다면, 다른 가게들과 마찬가지로, 케이얀도 굳이 여기서 거래를 할 이유가 없었다.


"금방 확인해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쇼."


상인은 빙글 빙글 웃으며 케이얀이 내놓은 물건들을 하나 하나 확인해보다가, 곧 주판을 두들겼다.

그리고.


"이 정도면 다 합해서 1실버 437브론즈 정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괜찮은데?'


케이얀은 속으로 웃었다.


전리품을 배분 받을 때, 베르진에게서 이 정도면 1실버 하고도 300에서 500브론즈 사이로 금액이 나올 거라는 이야기를 이미 들은 터였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상인들과는 달리, 이 상인은 나름 양심적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거래하겠습니다."

"하핫! 감사합니다!"


상인은 웃는 낯으로 매대에 올려진 전리품을 싹 쓸어갔다.

그리고 돈 주머니를 건넸다.


기분 좋은 묵직함.

주머니를 받아든 케이얀의 입가가 호선을 그렸다.


'앞으로도 자주 와야겠어.'


단골 잡화점 하나를 낙점했다.

이후, 케이얀은 곧장 숙소 하나를 잡았다.

전리품도 다 처분했겠다, 이 다음으로 해야 할 것은 휴식이었다.


"이제 좀 쉴 수 있겠네."


마력을 너무 많이 소모한 탓에 서클이 위치한 가슴 어림이 욱신거리기도 했고.

미궁에서 전투를 치루며 심력 소모 또한 꽤 컸기에, 상당히 피곤했다.


당분간은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컨디션 회복에 전념할 생각이었다.



* * *



미궁에서 나온지도 며칠이 지났다.

이전과는 달리 전리품을 처분해서 돈도 좀 생겼겠다, 케이얀은 마탑 주변에 위치한 여관에 머무르며, 정식 절차를 밟고 마탑 방문증을 구매했다.


'탑주 신분패로 뭘 얻을 수 있는지 조사하는게, 고작 하루 이틀로 끝날 것 같지는 않으니까.'


제국법 상 마탑의 유물은, 발견할 경우 무조건 마탑에 반환해야 한다.

물론 그 대가로 보상금은 어느 정도 받을 수 있었다.

다만, 케이얀의 목적은 그게 아니었다.


층을 공략하거나 튜토리얼을 클리어하는 등으로 미궁에서 주는 보상이란, 기본적으로 모험가 개인의 무력 향상과 관련된 것이었다.

모험가들 개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직접적으로 영약을 준다거나, 비전서를 준다거나, 아니면 간접적으로 어떤 비급서가 숨겨진 비밀 장소의 지도를 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케이얀이 마탑에서 읽었던 기록에서도 그 대전제는 지난 수천년의 세월 동안 깨진 전례가 없었고.

케이얀의 입장에서도 고작 보상금 조금 받자고 무력적인 성장을 포기하자니, 그러기에는 이번 기회가 너무 아쉬웠다.


'결국에는 내가 강해지는게 우선이니까.'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

강해지면 스스로를 지킬 수도 있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

당장의 한 두푼이 중요했으면, 애초에 케이얀은 마탑 연구직을 은퇴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삑.


마도구에 방문증을 찍자 문이 열렸다.

케이얀은 그 안으로 들어섰다.


마천루.

20층 높이를 자랑하는 마탑 건물.

그 내부의 1층 로비는, 마치 전생의 인천공항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

널찍하고 천장이 높은 공간.

로브 차림을 한 수많은 마법사들과 제국 정복을 차려 입은 거래처 관계자들이 오간다.


케이얀은 익숙하게 층을 올라 마탑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 출입구에 서자, 관리인이 아는 체를 해왔다.


"어, 케이얀님??"


전에 각성제를 찔러주었던 그 관리인 이었다.


"오랜만.. 이라고 하기엔 일주일 밖에 안 지났네. 그동안 별 일 없었냐?"

"별 일 없었습니다. 케이얀님도 잘 지내셨습니까?"

"나야 당연히 잘 지냈지."

"아, 그러셨군요. 그건 그렇고..."


헛기침을 한 번 한 관리인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이내 케이얀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인사를 전했다.


"그.. 전에 주신 각성제는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그 귀한 걸..."

"에이, 뭘. 그나저나, 마탑 유물 관련 자료는 여전히 도서관에 있지?"

"네 그렇습니다. 들어가셔서 찾아보시면 될겁니다."

"그래, 고맙다. 수고해라."

"예. 케이얀님도요."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하는 관리인을 지나쳐, 케이얀은 도서관에 들어섰다.


종이 냄새.

그리고 은은하게 풍기는 편백나무 비슷한 나무 향.

케이얀은 기억을 되짚어 마탑의 유물과 관련된 서가로 이동했다.


"A10번 열.. A10번 열.... 아. 찾았다."


어렵지 않게 서가에 도착했고, 케이얀은 자료를 확인할 수 있었다.


[루덴 마탑의 역사 - 역대 마탑주, 그들은 누구였는가]라는 제목의 책.

케이얀은 자리에 앉아 책을 폈다.


하이론 제국.

제국에만 존재하는 마법사들의 기구인 마탑은 총 다섯 개가 있었다.


루덴 마탑.

칼단 마탑.

베인 마탑.

헤일 마탑.

라온 마탑.


각 마탑은 해당 탑을 이끌고 경영하는 마탑주가 존재했으며.

이 중 케이얀이 소속되어있던 마탑인 루덴 마탑은 최초의 마탑이자 가장 높은 지고의 마탑이라 불린다.

그만큼 역사도 길었으며, 탑주 자리를 거쳐간 대마법사들도 그만큼 많이 있었다.


마탑주.

대마법사라 함은 분명 모두가 대단한 인물들이다.

다만, 개중에서도 특출난 인간들은 꼭 있는 법.

루덴 마탑의 역사에 대해서도 웬만큼 꿰고 있는 케이얀이었기에, 어떤 마탑주가 특히 뛰어났는지, 위대한 족적을 남겼는지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4대랑 7대, 13대, 그리고 21, 22대 마탑주가 그나마 현실적으로 가장 좋으려나."


같은 마탑주라고 할지라도, 독보적인 이들이 몇 있었다.

케이얀이 얻은게 웬만하면 그들 중 하나의 신분패인 편이 케이얀도 좋았다.

유산 같은 걸 남겼다면, 그게 좋은 물건일 가능성이 높았고, 신분패를 활용하면 그걸 얻을 수 있을테니까.


"38대도 대단한 마법사긴 했는데, 그 양반은 제 유품 남기는 것도 싫어했고, 마탑 공식 문서에 자기 얘기 적히는 것도 엄청 싫어했다고 했지. 마지막까지 유언장 한 장 안 남길 정도라고 했으니까..."


성격상 별로 대단한 물건을 남겼을 것 같지는 않고.


"45대는 연구 성과는 최고 수준인데, 정작 경지 자체는 탑주 치고 높은 편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큰 기대를 하긴 힘들겠지."


59대는 역대 탑주 중 거의 유일하게, 미궁에 들어가서 죽고 시체 수습도 안된 사람이다.

그 유산을 두고 가족들과 제자들이 다투었다고 기록에 남아있을 정도였으니, 당연히 남은 것도 없을터였다.


"그리고 76대 이후로는 사실 다 거기서 거기인 느낌?"


최근 탑주들은 대부분 그 경지가 9서클 밑이라, 역대 마탑주들 사이에서 놓고 보면 별로 경쟁력이 없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차이가 크단 말이야. 옛날이랑 지금이랑."


그렇게 수많은 마탑주들이 있는 와중.

그 중에서도, 도저히 다른 이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마탑주가 한 명 있었다.

최초로 마탑을 세우고, 그 마탑에 루덴 마탑이라는 이름을 붙인 초대 마탑주.


"노아 루덴."


전승과 마탑의 기록에 따르자면 생전 그는 무려 12서클에 달하는 대마법사였다고 한다.


"이룬 경지나 업적만 놓고 보면, 다른 탑주들하고는 비교가 안되지."


마탑주들 뿐만 아니라, 대륙 전체의 마법사들을 놓고 봐도, 12서클이라는 건 아직도 깨지지 않은 대륙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기록이다.

초대 마탑주의 기록을 제외하면, 마법사들의 최고 기록은 그래봐야 10서클이 한계였으니까.

그 때문에 항간에서는 마탑의 기록과 전승이 잘못된 것이고, 실제로는 초대 마탑주가 10서클 언저리의 경지를 지녔을거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게 초대 마탑주의 신분패이길 바라는 건... 너무 과한 욕심인가?"


그래도 만약에 이 신분패가 초대 마탑주 물건이라면, 그 양반이 무슨 유물을 남겼을지, 정말로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은데...


"그나저나, 신분패에 대한 건 여기 안 나와있네."


입맛을 다시며 책을 덮은 케이얀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찾다보면 나오겠지."


일단은 이 신분패가 몇 대 마탑주의 것인지를 알아내고, 그 다음에는 해당 마탑주의 생전 행적에 관해 자세히 조사해봐야겠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케이얀은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도서관에서 여러 자료와 도서들을 열람했다.

그리고 그 결과.


"하하... 이거 진짠가?"


[그림 14-3. 초대 마탑주의 신분패]

[본 유물은 유실되었으므로, 발견자는 마탑에 즉시 신고하여 해당 유물을 안전하게 반환할 것을 요함.]


케이얀이 얻은 신분패의 주인이 판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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