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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석 님의 서재입니다.

마탑 은퇴 후 13서클 대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휘석
작품등록일 :
2023.12.31 00:33
최근연재일 :
2024.01.25 20:45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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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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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층(3)

DUMMY

1층(3)




모험가 사냥꾼.

미궁에 들어가 몬스터들을 사냥해 마석을 얻고, 층을 올라 미궁을 공략하는 것 자체가 목적인 모험가들과는 달리.

그런 목적 뿐 아니라 모험가들을 죽이고, 죽인 모험가들의 장비나 기타 소지품을 루팅함으로서 이득을 취하는 악질적인 무리들.


'특히 저층일수록 그게 심하지. 1층에서는 더더욱이고.'


1층이라 그렇게 뛰어난 모험가들이 없이, 대부분이 저층 모험가들이거나, 신입 모험가들이다.

같은 모험가의 범주 안에 들어가긴 하나, 신입은 대부분 모험가 사냥꾼들의 존재를 모른다.

혹은 알아도 잘 대처할 줄을 모른다거나, 아니면 당하고 나서야 그 눈치를 챈다거나, 등등.


심지어 1층에서는 스폰되는 몬스터 숫자도 생존한 모험가의 숫자에 비례해 많아진다.

즉, 모험가들의 숫자가 줄어들수록 살아남은 모험가들이 편해지는 것.

모험가들을 죽이면 죽일수록, 1층 공략이 쉬워진다.

때문에 1층은 그 이름이 '상잔의 섬'인 것이다.

그러니까...


'왜 안 보이나 했더니.'


아무래도, 놈들이 숲에서 움직이고 있어서 마주칠 일이 없었던 것 뿐이었나보다.


"자세히 한 번 얘기해주시죠."

"예.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저희도 확실하게 기억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남자는 자신이 보고 겪었던 것을 확실하게 전달해주었다.


1층에 입장한 직후.

남자의 일행은 고블린들을 쓰러뜨리자마자, 숲속에 들어섰다.

가장 여유가 있는 1일차에 베이스캠프를 만들어두기 위함이었다.


"처음부터 일방적으로 밀린 건 아닙니다. 하지만 놈들은 교활하고 지능적이었습니다."


남자의 일행이 베이스캠프를 만들 공터를 수색하던 중.

일행은 세 명의 검사들을 만났다고 했다.

그리고 공터가 어딨는지 물어본 후, 그들이 알려주는 대로 갔다가, 그 공터에서 봉변을 당한 것이다.


"처음에는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고 좋아했죠. 하지만 방심한 틈을 타서, 공터 근처에 숨어있던 세 놈들이 기습했습니다."


그리고 처음 만났던 세 명의 검사들까지 가세.

남자의 일행을 습격했던 모험가 사냥꾼 무리는 무려 6인조로, 검사 넷에 궁수 하나, 방패 전사 하나의 구성을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

그에 반해 남자의 일행은 신입 모험가 셋에 리더이자 2층 모험가인 그를 포함해 총 네 명 뿐.

방심한 틈을 타 행해진 노련한 기습에, 사방에서 덮쳐오는 6명의 숙달된 모험가 사냥꾼들을 상대로 버틸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저희 동료가 죽은 겁니다. 이제 그 친구 마누라랑 자식들을 무슨 낯으로 볼지...."


말을 마친 남자와 그의 일행 두 명에게서 침통한 기운이 감돌았다.

몬스터들에게 당한 것도 아니고 모험가 사냥꾼들에게 당해서, 죽어가는 동료를 잃고 도망쳐나온 것이었다.

시체 하나, 하다 못해 유품 하나 제대로 남기지 못한 셈이다.


"그렇게 된거군요."


케이얀이 고개를 주억였다.


"좋은 정보 잘 들었습니다. 얘기해주셔서 감사하고, 일행 분께서도 부디 안식을 얻으셨길 바라겠습니다."

"예..."


남자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세 명의 초보 모험가들을 뒤로 하고, 케이얀은 마저 걸음을 옮겼다.


"세 명씩 두개 조로 다니다가, 한쪽이 모험가 무리를 발견하면 나머지 한 조를 불러오는 방식인가."


게다가 그 구성 또한, 웬만한 모험가 사냥꾼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통 이런 놈들은 범죄자, 아니면 믿을 사람 하나 없는 놈들이지."


원래 막장 인생이라는게 그렇다.

자신이 모험가를 사냥한다면, 자신 또한 사냥당할 수 있었기에.

이들에게는 배신이 일상이었다.

그렇기에 이들은 비율적으로 검사들이 많았다.


"호신까지 생각하면, 검이 가장 효율적이고 범용성이 좋으니까."


하지만 이번 모험가 사냥꾼들의 구성에는 방패 검사에 궁수까지 들어가 있다고 했다.


"아주 작정을 하고 입장했군."


이런 경우에 둘 중 하나다.

하나.

1층을 공략하려고 하는 경우.

아니면 둘.


"1층에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경우."


특별히 부잣집 도련님이 미궁에 입장했다거나.

아니면 귀족 집안 자제가 미궁에 입장했다거나 하는 경우에 이런 일을 벌이기도 했다.

출신이 귀하다는 건, 털어먹을게 많다는 뜻이기도 했고.

미궁 내부는 바깥과 물리적으로 완전히 단절되어있는데다, 매번 내부가 리셋되기에, 그 어떤 증거도 남지 않는 공간이기도 했으니까.

말 그대로, 아무도 모르면 암살인 것이다.


"어쨌든 조심하는게 좋겠어."


1층 공략에 더불어, 히든 스테이지 공략까지도 목표로 삼고 있는 케이얀이다.

방해를 받아서 좋을 건 없었으니까.


"가장 정석은 피해다니는거지."


하지만... 굳이? 라는 생각이 좀 들었다.


모험가 사냥꾼.

악질적인 범죄자들이라, 원래 죽여도 상관 없는 놈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새끼들이 지금 1층에서 설치고 다닌다고?


"원래도 좆 같은 놈들이었어."


그러니까, 안 그래도 뭐 같은거, 좋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애초에, 이럴 때 힘 좀 쓰려고 전투 마법사로 전향한거기도 하고.


"이거 완전 황금 고블린 아닌가?"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모험가 사냥꾼.

죄없는 모험가들을 털어먹고 사는 쓰레기들을 두려워하기 보단.

놈들을 역으로 털어먹으면 되는 일 이었다.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지금의 케이얀은 2서클에 올랐고.

초대 마탑주의 천마신공까지 익히 있었으니.



* * *



아무리 모험가 사냥꾼들이 있고, 놈들을 털어먹을 생각이 있다고는 해도, 당초 목적을 잊으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

게다가 혼자서는 여럿인 놈들을 이기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었다.

따라서 케이얀은 우선 해변을 마저 돌고, 헤드 헌팅을 이어서 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변을 걸어 30분쯤 더 이동했다.

슬슬 점심 시간이라, 케이얀은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가져온 건조식량을 꺼내 먹었다.


배낭에 들어있던 건량과 육포.

텁텁하고, 비리고, 짜고, 질겼지만.

그래도 시장이 반찬이라고, 물과 함께 씹어삼키니 먹을만은 했다.


"후... 동료 구하면 사냥부터 해야지."


건조 식량을 가져오긴 했으나, 이건 어디까지나 케이얀이 혼자 미궁에 들어온 것에 더해 비상 식량 개념으로 가지고 들어온 것이다.

섬에서 수급할 수 있는 식량도 있는데, 7일치 식량을 밖에서 전부 가지고 들어오는 것은 비효율적인 짓이었으니까.


소화도 시킬겸, 케이얀은 잠시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물론 휴식을 취한다고 해서 마냥 쉬기만 하는 건 아니었다.


주위에 가루를 낸 마석을 뿌리고 일회용 간이 마법진을 만들어 경계 마법을 설치하고, 케이얀은 새하얀 모래사장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리고 천마신공을 연공했다.

정순한 마나가 풍부한 미궁.

첫날이라 시간도 여유가 있겠다, 천마신공을 사용함으로서 소모한 마력을 보충하고, 동시에 경지의 성장도 꾀할 수 있다.

앞으로도 미궁에서는 가급적 틈날 때마다 천마신공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스읍... 후우....."


-스으으으....


들숨 한 번과 날숨 한 번에 주위의 마나가 흡수되고, 배출되기를 반복했다.


들숨과 함께 체내에 마나가 들어오면, 서클을 정방향으로 회전시켜 불순물을 걸러내고, 그렇게 순도가 높아진 마력을 서클에 저장한다.

그리고 나서, 남은 불순물은 미처 다 흡수하지 못한 마력의 잔량과 함께 섞어, 서클을 역방향으로 회전시키며 날숨과 함께 바깥으로 배출한다.

천마신공의 기본 연공 원리.


일반적인 마나 연공법 같은 경우, 서클의 정방향 회전 밖에 사용하지 않기에, 바깥에서 공급되는 마나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 안에 포함된 불순물까지도 전부 함께 말이다.

하지만 천마신공은 다르다.

역방향 회전이 더해져, 불순물은 굳이 흡수하지 않고 신체 바깥으로 배출하는 것이 가능했다.


'처음 익힐 때는 진짜 쉽지 않았지.'


케이얀도 처음 천마신공을 익힐 때, 서클의 역방향 회전과 불순물의 배출을 힘들어했다.

왜냐하면, 지금껏 평생 사용해왔던 연공법에는 없는 것들이었으니까.

마치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쓰거나,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글을 쓰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천마신공을 익힐 당시, 케이얀은 1서클 마법사였다.


'피를 좀 토하긴 했어도... 어떻게든 익힐 수 있었어.'


본래 다른 연공법들 같은 경우, 서클의 정방향 회전만을 강조한다.

때문에 다른 연공법을 사용해 경지를 올리다 보면, 저절로 사용자의 서클이 정방향 회전에 걸맞은 형태로 점차 변화해간다.


반대로 천마신공은 역방향 회전 또한 중요하다.

따라서 케이얀이 1서클이 아니라, 다른 연공법으로 이미 2서클, 3서클, 이런 식으로 어느 정도 경지가 있는 상태에서 연공법을 접했더라면, 천마신공은 제대로 익히지 못했으리라.

1서클에 불과함에도 피를 토한 것도, 사실 기존에 사용하던 연공법에 맞게 서클이 변형돼 있어서 그런게 컸으니까.


'1서클인데도 이 모양인데, 서클을 두 개, 세 개씩 중첩해서 회전시켜야 하는 2서클, 3서클인 상태로 천마신공을 익힌다고?'


모르긴 몰라도, 심장이 갈기 갈기 찢겨져 나가는 정도의 통증이 있지 않을까?

자칫 잘못하면 서클이 부서져서 폐인이 되어 남은 평생을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고.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후우..."


케이얀이 다시 눈을 뜬 건 연공을 시작한지 1시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어느 정도는 회복됐나."


프로텍트 실드에 추가로 마나를 충전해 다시 100퍼센트로 만들었다.

그리고 원래 스펠 스토리지에 저장해두었던 마법 중 사용했던 것들도 채워서, 다시금 만전 상태로 만들었다.

프로텍트 실드와는 별개로, 2서클이 되었기에 방벽 마법도 쓸 수 있게 됐으니까.

현재 스펠 스토리지에 저장된 마법은 방벽 마법 세 개, 화염구 하나, 바람 칼날 하나, 이렇게 총 다섯개였다.


"이 정도면 전투는 문제 없겠고."


마지막으로 서클의 마력량 또한, 만전일 때를 기준으로, 6할까지 회복할 수 있었다.


"오케이. 준비 끝."


또 가봐야지.


자리에서 일어난 케이얀이 이동을 재개했다.

그리고 첫 영입 대상을 포착한 것은 잠시후였다.


"오. 근데..."


대낮부터 뭐 이렇게 곤히 자고 있대?



* * *



해식 아치가 있는 해변가 모래사장.

그늘 진 그 거대한 바위 구조물 아래에서, 흑발 적안의 여인이 거칠게 숨을 고르다 이내 비틀거리며 바위에 기대앉았다.


주위로는 고블린들의 시체들이 널려있었다.

총 스물 네마리.


"하아.. 하아..."


길드에서 만난 모험가 셋.

계약서도 썼겠다, 함께 해도 괜찮으리라고 여겼다.

길드 직원의 보증도 받았으니까.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1층에 입장하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뒤통수를 맞아버렸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럴 일도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몰랐지만, 나름 자주 있는 일 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에게 사기를 치고, 미궁에 들어온 직후 돌변하는 경우는.

아무리 계약서를 썼어도, 그 당사자가 미궁에서 죽어버리면 아무런 효력도, 의미도 없으니까.

그녀가 쓴 건 그런 계약서였다.


어쨌든 그녀가 홀로 고블린을 스무마리나 쓰러뜨려야 했던 것도 다 거기에 이유가 있었다.

배신한 모험가들을 전부 쓰러뜨리고 나니, 근처에 있던 고블린들이 몰려온 것이다.

때문에 그녀는 쉬지도 못하고 싸워야 했다.

검에 묻은 피가 마를 틈이 없었다.


"아."


연이은 전투와 한계까지 다다를 정도의 체력 소모.

그리고 마력이 부족한 탓인지, 피로감이 몰려왔다.

슬며시 눈이 감겨온다.


"정신 차려, 그웬 헤르시아."


여기서 잠들면 안되는 거 잘 알잖아.

그렇지만...

그녀의 이성은 차마 피로를 이길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녀는 까무룩 잠에 들고 말았다.

그리고 눈을 뜨자.


"....?!"


그녀의 앞에는 한 남자가 앉아있었다.


자신은 방금 전까지 무방비한 상태였다.

이 남자가 다른 마음을 품었다면, 그대로 죽을 뻔 했다.

그 사실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 했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검을 뽑았다.

그리고 눈 앞의 남자에게 겨누었다.

남자는 난처하다는 얼굴로 양 손을 머리 위로 들었다.


"놀래켜드린 건 죄송합니다. 그래도 칼은 좀 치워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세상 곤하게 자고 있길래 일부러 안 깨워드린건데..."


억울하다는 듯 말하는 남자의 앞에서.


-히끅.


저도 모르게 딸꾹질이 나왔다.

이런 건...


'겁 먹은 어린애 같잖아...'


부끄러움, 당황, 놀람.

얼굴이 토마토처럼 새빨게진 그녀가 소리쳤다.


"그, 그 이상 다가오면 찌를겁니다?!"


아.

말까지 더듬었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 그녀의 얼굴이 더욱 붉게 달아올랐다.


미궁 1층.

상잔의 섬.

1일차의 이른 오후가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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