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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석 님의 서재입니다.

마탑 은퇴 후 13서클 대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휘석
작품등록일 :
2023.12.31 00:33
최근연재일 :
2024.01.25 20:45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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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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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글자수 :
103,487

작성
24.01.2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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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2)

DUMMY

1층(2)




1층에 진입한 직후.

흩어지는 모험가들의 틈에 섞여, 자연스레 숲속으로 들어간 베런 일행.

풀숲에 숨어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채 케이얀을 지켜보다, 남자가 눈살을 찌푸렸다.


"빌어먹을. 그새 더 강해졌군."


고블린 열 마리를 처리하는데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거기다 0층에서는 보지 못했던 화염 마법과 바람 마법까지 새롭게 다루고 있었다.

고작 해야 2주 사이에 경지의 진척을 이룬 것으로 보였다.


'괴물 같은 놈이...'


복수를 위해 길드원 여섯이서 함께 왔다고는 하나, 남자는 여전히 확신이 들지 않았다.

남자는 아직도 욱씬거리는 것 같은 복부에 손을 얹고는, 여전히 여유로운 상태로 검을 닦고 있는 베런을 돌아보았다.


"베런. 대체 어떻게 할 셈이지? 이쯤 봤으면 쉽지 않은 사냥이 될 거라는 것쯤이야 충분히 알 수 있을텐데."

"쉽지 않은 사냥이라..."


베런이 피식 웃었다.


"접근 방식에 따라 그럴 수도 있겠지."


베런은 광이 나도록 닦은 검을 검집에 집어넣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왔다.

베런이 남자의 어깨를 짚으며 말을 이었다.


"아까도 말했듯, 우리는 녀석과 1대1로 진검승부를 벌이고 싶은게 아니야. 룰을 정해놓고 결투를 하고 싶은 건 더더욱 아니지. 어디까지나 우리의 목적은 이 1층의 공략, 그리고..."


베런이 씩 웃었다.


"사냥이니까."


베런이 말을 이었다.


"존. 네 말대로 관찰은 이 정도면 충분하지. 저 주문쟁이의 전력도 어느 정도 파악은 됐으니. 그러니까 우선, 우리가 할 일이나 먼저 하고 있자고. 기왕 1층 공략하러 온거, 돈도 벌어야 하지 않겠어?"

"...자신 있나? 저 놈이 언제까지고 혼자이리라는 보장은 없다."

"혼자가 아니라는 보장도 없지. 어찌됐든, 우리는 이긴다. 이번에는 궁수에, 방패 전사까지 있어. 역할 분담도 되는데 지는게 더 이상한 파티야."


'로이먼 그 자식은 바보 같이 무식한 구석이 있지.'


자신의 계획, 연기력, 선동 능력과 실력 따위를 과신한 나머지, 매번 과욕을 부렸다.

지금까지는 어찌저찌 그 방식이 통했지만, 베런은 앞으로도 그 방식이 통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자고로 모험가 사냥꾼 일이란, 오래 해먹으려면 계산적으로, 냉정하게 움직이는게 중요한 법이었다.


"7일째. 놈이 지쳤을 때. 가장 정신이 없을 보스전 도중에 허를 찌른다. 그 전까지 우린 다른 모험가 녀석들로 재미 좀 보고 있자고."

"역시 베런이야. 계획이 다 있었구만."

"뭐, 나쁘지 않네."


베런의 말에 다른 동료들이 고개를 주억였다.


"어때. 이 정도면 대답이 됐나, 존?"

"그래.."


존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엄습하는 불길함을 감출 순 없었다.


케이얀 저 놈이, 과연 그렇게 쉽게 당하기만 할까?

싸워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 이었다.


"그럼 슬슬 이동하자고. 주문쟁이랑 마주치지 않으려면, 작업은 우선 숲 속에서부터 시작해야지."

"젠장. 그래. 일이나 하러 가자고."


고개를 흔들어 불길한 예감을 애써 털어내고, 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1층의 클리어 조건은 두 가지 있다.


첫째. 7일간 섬에서 머물며 살아남을 것.

둘째. 보스 몬스터를 처리할 것.


간단해보이지만,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수의 몬스터들이 등장하지."


이 섬에서는 낮에는 고블린이.

밤에는 구울이 스폰되는데.

첫날 그렇게 스폰되는 몬스터들의 숫자는 섬에 생존해있는 모험가들의 수 곱하기 열 배다.

즉, 현재 100명이 있다고 하면 총 천 마리의 몬스터가 스폰되는 셈.

그렇기에 지금은 인당 열마리씩만 처리하면 된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거지."


둘째 날에는 스무 배.

셋째 날에는 삼십 배.

마지막 날에 가서는 생존한 모험가들 숫자의 칠십 배에 달하는 몬스터들이 소환된다.

그 정도로 많은 숫자의 몬스터들과 홀로 전투를 벌이다 보면, 분명 문제가 생긴다.


"마력이 부족해서든, 체력이 부족해서든, 아니면 부상을 입어서든."


그렇기 때문에 동료가 필요하긴 했다.

하지만 케이얀은 1층에 혼자 입장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히든 스테이지의 출현 조건 때문.

히든 스테이지의 출현 조건은 한 가지다.


"1층에서 처음 만난 모험가들끼리 팀을 이뤄서, 1층을 공략할 것."


해당 조건을 만족할 경우에 한해서만.

보스 몬스터가 쓰러지고, 1층의 일반적인 공략이 전부 끝나는 7일째 밤에 히든 스테이지가 열린다.


물론 이 정보는 마탑 도서관에서 얻은 정보이니, 만에 하나라도 잘못된 정보일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일단 시도해봐서 나쁠 건 없다고, 케이얀은 판단했다.

따라서 케이얀은 혼자 다니는 모험가들 중 함께 다닐만 한 이들이 있는지, 우선 한 번 찾아볼 생각이었다.


"그럼 어디.. 헤드헌팅 좀 하러 가볼까?"


-솨아아..


하얗게 밀려들었다가 파랗게 밀려가는 파도의 옆에서, 케이얀은 모래사장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우선은 섬의 외곽을 빙 둘러 한 바퀴 돌아볼 계획이었다.


-저벅 저벅.


그렇게 한 10분 정도 걸었을까?


저만치 앞에서 일단의 모험가 파티가 길을 막고, 고블린들을 상대로 드잡이질하는 모습이 보였다.


"죽여!"

"이런 썅..! 좀 도와줘!"

"지금 도와줄게! 어억!"


그들은 방패 검사와 궁수, 그리고 창술사의 3인 구성이었는데.

초보 모험가들인지, 열마리 고블린들한테 둘러싸여 한테 긁히고, 베이고, 붙잡여서 함께 바닥을 구르는 등.

아주 난리통이 따로 없었다.


'원래 처음 사냥할 땐 다들 이 모양인가?'


먼 발치에서 그 모습을 구경하다가, 점점 그들과 가까워지며 케이얀이 고개를 갸웃했다.


"으악!"


결국 거리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한 창술사가 먼저 바닥을 굴렀다.


"카임! 기다려! 금방 포션 가져다줄게!"

"큭! 이 개자식이!"


고블린들 상대로 아주 장렬한 드라마들을 찍고 계신다.


케이얀은 옆으로 슬쩍 지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초보들이 어그로 관리를 잘 못하는 바람에 케이얀에게로 몇 마리 고블린의 이목이 쏠리고 말았다.

여자 방패 검사가 소리쳤다.


"저기요! 지금 지나가시면 위험해요!"

"예? 아니, 뭐..."


케이얀은 볼을 긁적였다.


'그 정돈가?'


귀찮아지기야 하겠지만, 위험하진 않을 것 같은데?

고작 고블린 세 마리 가지고.


"전 신경 쓰지 마시고 하던거 하세요."

"하, 하지만..!"


'어그로가 더 끌리기 전에 빨리 처리하는게 좋겠지.'


빨리 끝내고 지나갈 셈으로, 케이얀이 스펠 스토리지를 사용했다.

더블 캐스팅.


"화염구. 바람 칼날."


-화르르륵!


바람의 칼날이 불꽃 구체를 지나치며, 거기 서린 불길을 온 몸에 머금었다.

이윽고.


-키이이익!

-키아아악!


한 놈은 복부가 잘려 그대로 절명했고.

다른 두 놈은 불에 타서 몸부림치다, 또 동족들에게 뜨거운 마음을 전해주었다.

거기까지 본 케이얀은 미련 없이 돌아섰다.


'괜히 사냥감 뺏었다고 시비라도 걸리기 전에 얼른 가는게 좋겠어.'


더구나 이들은 초보에, 이미 일행과 같이 미궁에 입장한 이들이었다.

케이얀은 히든 스테이지 공략까지 함께 할 인재를 찾는 것이었으니, 적어도 이들은 케이얀이 원하는 인재는 아니었다.


"그럼, 사냥 열심히들 하십쇼."


가벼운 목례로 인사를 건네고, 케이얀은 빠르게 초보 모험가들을 지나쳤다.


"아..."


초보 모험가 무리는 벙찐 얼굴로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바라보았다.


고블린 무리는 마치 취객 무리 마냥 온 몸을 덩실 덩실 흔들며 서로 부대꼈다.

비명을 지르며 온기를 나누기 바쁘다가, 그들은 이내 케이얀이 붙여둔 불꽃에 전소(全燒)했다.


케이얀을 말렸던 방패 검사가 가장 얼빠진 표정을 했다.


"뭐야 이거..."

"대체 뭐하는 사람이지...?"


궁수의 의문에 맥이 탁 풀린 창술사가 바닥에 드러누운 채 답했다.


"위 층에서 내려온 마법사인가 보지... 됐으니까 얼른 포션이나 좀 줘. 나 진짜 죽을 것 같아..."

"어, 어..."


궁수가 포션을 건넸다.

산책이라도 나온 듯, 해변가를 한가로이 거니는 케이얀의 뒤통수를.

그들은 한참 동안이나 멍하니 바라볼 따름 이었다.



* * *



초보 모험가들과의 헤프닝을 뒤로 하고, 케이얀은 계속해서 해변을 따라 걸었다.

대략 2시간 가량이 지나고.

케이얀은 섬의 절반 정도를 돌 수 있었다.

처음 소환된 곳으로부터 완전히 반대편까지 온 것.

도중에 몇 번인가 다른 모험가들과도 마주쳤는데, 한 번은 기존 모험가들의 파티였다.

고블린 사냥은 진작에 끝내고 식량 조달을 하는 중인 듯, 해변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낚싯대를 가져온건가?'


나쁘지 않은 방법 같아 보였다.

케이얀도 배낭에 건조 식량과 물을 최대한 많이 담아 들어오긴 했어도, 이곳에서 7일간 버틸 식량을 전부 들고 들어올 순 없었으니까.

최상층 모험가들이 쓴다는 아공간 주머니라도 구매하지 않는 이상은 앞으로도 마찬가지겠지.


'생존 기술 같은 건 따로 배워둬도 좋을 것 같네.'


낚시 뿐만이 아니다.

이 위로, 층을 오르다 보면 미궁의 어딘가에서 오래도록 시간을 보내는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그들과 눈길 몇 번을 주고 받은 후, 케이얀은 그들을 지나쳤다.


다른 한 번은, 말다툼을 벌이는 중인 모험가들과 마주쳤다.

물론, 싸움에 휘말릴까 싶어서 후딱 지나쳤다.

그리고 나서는 한동안 사람 없이 조용한 해변가가 이어졌다.

그 뒤에 누군가를 만난 건,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 였다.


해변가를 따라 섬 전체를 한 바퀴 반쯤 돌았을까.

케이얀은 거지꼴에 죽상을 하고 있는 세 모험가를 만날 수 있었다.


'신입인가?'


아무래도 동료들끼리 있는 듯 보였다.


'동료로 삼을 만 하지는 않아 보이네.'


저들이 바깥에서부터 아는 사이였다고 하면.

히든 스테이지의 등장 조건, '1층에서 처음 만난 모험가들끼리 팀을 이뤄서, 1층을 공략할 것.'에 위배된다.

게다가 만일 이들이 1층에 들어와서 처음 파티를 결성한 모험가들이라고 해도, 문제는 있었다.


'고작 고블린들이랑 싸운걸로 이 모양이 되다니.'


적어도 케이얀이 원하는 수준의 인재는 아니었다.


곁눈질로 그들을 슥 훑어보고 판단을 내린 케이얀은, 말 없이 그들 옆을 지나갔다.

그리고 몇 걸음쯤 갔을까.


"이봐요. 혼잡니까?"


그들 중 하나가 말을 걸어왔다.

케이얀이 뒤를 돌았다.

사람 말을 무시할 정도로 바쁜 건 아니었으니까.


"그렇습니다. 왜 그러시죠?"


'영입 제안이라도 하려는 건가?'


그렇다면 거절해야겠다.

케이얀이 거리를 두고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

그들 중 리더로 보이는 남자가 침통한 얼굴로 말했다.


"숲으로 들어갈거라면 조심하는게 좋을겁니다. 우리도 당했으니."

"고블린에 말입니까?"

"아니요."


남자가 고개를 저었다.


"모험가 사냥꾼에 말입니다. 그들이 숲에 있습니다."


케이얀이 눈가를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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