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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남DuNam 님의 서재입니다.

로또 맞은 헤드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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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남DuNam
작품등록일 :
2020.10.07 11:02
최근연재일 :
2020.12.0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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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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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dunam




DUMMY

28화


“저, 송구진입니다.”


강면복은 처음엔 송구진이 누구인지 몰랐다.


“아.. 네 안녕하세요.”


말끝을 흐리는 말투에 송구진을 기억하지 못 함이 드러났다.


“그땐 너무 죄송하게도, 제대로 사과하지도 못 했습니다.

얼굴은 좀.. 어떠신지요?”


얼굴!

그래 생각났다.


“나쁩니다. 아주요.”


보통 이럴 때는 아무리 생대방이 마음에 안들어도 ‘괜찮아졌습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강면복은 달랐다.


술 쳐마시다가 깨진 술잔으로 얼굴에 상처를 낸 인간을 어찌 용서하겠는가.

일이 더 커졌다면 아마 강면복의 목이 잘려 나갔을 수도 있다.



“용건이 있나요?”


“제가 워낙 큰 실수를 해서요, 직접 뵙고 제대로 용서를 구하려고 합니다.”


송구진은 급했다.

어떻게 해서든 강면복을 만나서 리츄얼그래픽스 기술력의 비밀을 하나라도 빼내야했다.


“대표님, 저 송구진은 원래 그런 놈이 아닙니다. 술 먹고 실수한 적 한 번도 없어요. 그날 이상하게..”

수전증 걸린 사람처럼 송구진의 손이 떨렸다.

말하면서도 자신이 없는 사람은 어딘가 이렇게 티가 난다.



“그럼 내가 이상했단 말이요?”


강면복의 차가운 말투에 송구진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아닙니다.. 제가 이.. 이상했던거죠.”


“말 좀 똑바로 하지 그래요? 그래 가지고 밥은 먹고 다니겠어요?”



밥은 먹고 다니겠냐.

이 한마디가 송구진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지금 왜 이렇게 애걸복걸하면서 빌고 있는지를 거울처럼 보여주는 한마디였다.



“그럼요. 제가 또 어디가서든 숟가락만 있으면 굶지는 않습니다.”


“네, 그럼 잘 되었네요. 그런 헝그리 정신으로 잘 살아봐요. 다시는 날 귀찮게 하지 말고.”


강면복이 전화를 끊었다.


“여보세요?? 대표님, 대표님!!”


이렇게 냉대를 받으니 송구진은 자신의 처지가 더욱 한심했다.

고작 일자리 하나 얻으려고 이런 수모를 당하다니.

그것도 이전 직장 경쟁사로 가려고.


“개새끼. 그렇다고 말하다가 전활 끊어??”


다시 강면복에게 걸어봤지만,


‘고객님의 사정으로 전화를 받지 못..’



역시 받지를 않았다.

수신차단 이었다.



문자도, 톡도 다 씹혔다.



“씨팔새끼!!”


송구진의 인간말종 성격이 다시 나왔다.




“예? 제가 왜 씨팔새끼인가요?”


또 큰 실수를 했다.


변성훈에게 전화를 걸려고 키패드를 조작하다가 욕을 한건데, 전화가 가는 줄 몰랐다.


“앗, 실장님..”


“지금 뭐라고 하셨죠?”


엎친데 덮친게 바로 이런 거다.




“아닙니다.. 제가 영화를 보다가 그만 흥분해서 그랬습니다. 실수였습니다.”


“아니, 무슨 영화가 그렇게 사람을 화나게 합니까?”


변성훈에게 욕을 하다가 걸린게 문제가 아니다.

그에게 할 말이 없는게 문제다.


40대 중반, 처자식이 있는 남자에게 왔었던 마지막 일자리 제안인 줄 알았는데, 그걸 날려버린 자신이 너무 미웠다.



“자, 그럼 송팀장께서는 어떤 따끈따근한 정보를 갖고 오셨을까?

한양이랑 곽구용을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거 말이에요.”


송구진의 입이 열리지를 않았다.


하루, 딱 하루라도 시간을 벌었더라면 강면복을 찾아가서라도, 빌어서라도 뭐든 빼왔을텐데..


“실장님. 그게 말이죠..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요, 제가 더 좋은 정보를 갖고 오겠습니다.”


변성훈이 속으로

‘역시나’라고

말했다.



“그거 하나 못해서 어디 가서 일하려고요?”


송구진의 머릿속에 지난 날들이 영화처럼 순식간에 흘러갔다.


한양에서 설쳐댔던 기억들이 지금 그를 더 괴롭히고 있었다.


“실장님. 저, 일자리 못구하면 정말 큰일납니다. 저 죽어요..”


“정보가 있어야죠. 그래야 얘기를 할텐데, 이거야 원.. 쯧.”


“저기요, 실장님. 딱 하루만, 하루만 더 주십쇼!!”

송구진이 땅바닥이 아니라 땅밑 지옥으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으로 말했다.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못한 사람한테 하루를 더 준다고, 뭐가 달라져요?”


사람을 깔아뭉개고 인격을 말살하는 변성훈의 말투였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제가.. 제가요..”


“뭐죠?”


“제가 양호일보에 가서 무보수로 봉사하겠습니다! 리츄얼그래픽스 기술은 제가 비슷하게 구현할 수 있습니다!!”


순간 변성훈의 머리가 시스템반도체 마냥 팍팍 돌아갔다.



“언론사가 할 일이 많은 곳임을 잘 아실테고.”


“네네 그럼요!!”


“그럼 우선 내일 다시 통화합시다. 오후 4시까지 전화주세요.”


변성훈이 곧바로 황무철에게 보고했다.


평소처럼 황무철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손에는 위스키잔을 들고 있었다.

변성훈이 회장실에 들어가자마자 그의 코에 진한 스카치 위스키 향이 진동했다.


“그래, 어떻게 되가? VR기술에 대해 뭐 좀 건진 거 있어?

이거 지금 우리한테 엄청 중요한거야.”

황무철이 뚱뚱한 배 때문에 다 구겨진 셔츠를 바지 속으로 구겨 넣으며 물었다.


“역시나 였습니다.”


“하 참. 한심함 새끼. 그 송구진이라는 새끼는 잘하는게 뭐야?”


“그래도 하나 건졌습니다. 회장님.”


“뭔데??”


“이 송구진이라는 자가 우리 회사에 와서 무보수로 일하겠답니다.

내일까지 하루 더 시간을 줬지만, 그래도 가져오는 게 없다면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그 새끼, 나중에 노동청에 진정서 넣는 거 아냐? 괜히 피곤해지는거 아니냐고.”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한양미디어 근로계약에도 경쟁사 또는 동종업종으로 이직해서 회사 핵심 내용 누설 금지라는 조항이 있습니다.

만약 송구진이가 우리 회사에서 무임금으로 일하다가 그만둔 다음에 노동청에 가서도 문제를 삼을 수 없을 겁니다.

자신이 이미 먼저 우리회사에서 무임금으로 일하겠다고 했지만, 우리는 알바비 정도의 인건비만 지급할 것이 때문입니다.”


“흠. 저 병신 송구진이가, 지가 먼저 와서 돈 안받고 일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최저임금 인건비를 주었다.

뭐 이런건가?”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실제 일하는 내용은 말 그래도 알바생이 할 수준의 일거리를 줄겁니다. 송구진이가 직접적으로 리츄얼그래픽스의 VR기술을 여기서 모방했다는 소리가 안나오도록 말입니다.”


“이 새끼가 나중에 뒤에서 우리 발뒤꿈치 무는 거 아니겠지? 변 실장, 확실한거야?”


“저는 회장님께 확실하지 않은 대안은 올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송구진이는 지금 갈데도 없고, 할 일도 없는 무능한 남편입니다. 우리가 시키는 대로 다 할겁니다.”


“오케이.”


변성훈의 눈에는 송구진이가 완전한 노예로 보였다.

물라면 물고, 가라면 가는 그런.


무엇보다도 일자리 잡으려고 간, 쓸개 다 빼줄 사람처럼 구는 송구진이를 보니 구렁텅이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이었다.

짧은 줄 한가닥만 던져도 그걸 잡아버리는 그런 처지.


변성훈이 곱게 다려입은 스트라이프 드레스셔츠의 소매를 두 번을 접었다.


테이블에 앉아서 오른쪽 위에 놓여있는 수정으로 만든 보석함에 커프스링크들을 넣었다.


그리곤 열이 오른 몸을 식히려 창문을 열어 제끼고 얼음이 가득 차 들어있는 맥주를 마셨다.

베트남에서 마시는 얼음 맥주처럼.


이제 한겨울이 코앞이지만 워낙 몸에 열이 많아서 차가운 것만 찾았다. 그의 성격도 어쩌면 이런 체질에서 기인했을 수도 있다.



“송팀장님?”

5분 동안 휴식을 취하고 변성훈이 송구진에게 전화를 했다.


“실장님!”


“일단 내일 우리 회사로 오세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김명석이 오랜만에 헤드헌터로서의 실력을 발휘할 순간이 왔다.

강면복이 리츄얼그래픽스에서 대외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스타트업 중 가장 핫한 회사이니, 외부와 소통하는 통로를 하나로 통일하고 그 일을 책임질 사림이 필요했다.


특별히 이번 잡포지션은 강면복이 평소보다 10배는 더 신중하게 채용하기로 했다.


일반 잡포털사이트에 공고를 올릴 수도 있었으나, 이번에는 비공개 채용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채용 소식이 소문이 난다면, 1명을 뽑는 자리에 수천 명이 몰릴 것이 뻔했다.

그 수천 명 중에서 우선 거르고 봐야 할 사람이 2/3 정도 될 것이고, 나머지 1/3 중에서 골라야 하는데 그것도 고역이다.


지금 리츄얼그래픽스는 시간과의 싸움을 하고 있어서 인력을 뽑는 데에도 시간이 생명이었다.


창업자 강면복에게 미디어 인터뷰, 신기술 발표 등을 맡기기에는 무리였다.

전형적인 개발자 타입의 강면복은 화면에 어울리는 얼굴도 아니고 말 솜씨도 형편없었다.


그래서 김명석에게 직접 부탁했다.


“저도 스타트업에 인력을 많이 추천하고 합격도 시켰습니다.

리츄얼그래픽스와 잘 맞는 사람을 빨리 찾아볼게요.

요즘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면서는 거의 모든 회사가 면접을 화상으로 진행하더군요.

이번 채용에서도 VR 면접 하시는 건 어때요?”


“그것도 좋은 아이디어인데요?

후보자로 하여금, 면접장이 아니지만 면접장에 있는 기분이 나도록요.”



“나중엔 취준생들에게 면접 컨설팅 사업도 해도 되겠어요.

저 같은 헤드헌터 출신들을 데려와서요.


헤드헌터들은 단순하게 후보자 서칭만 하는게 아니거든요. 그 사람이 합격하도록 채용 전과정을 같이 하는 사람이 헤드헌터예요.”


“커리어 컨설팅도 필요하겠어요.”


“그럼요. 물론입니다.

생각해보니 기업 인사팀들도 고객으로 둘 수 있겠네요.

면접장소를 VR로 구현해서 면접을 진행하는 거죠. 그러면 면접관과 취준생이 서로 얼굴만 보고 화상으로 말하는 것보다 훨신 입체적이겠죠.

취준생은 자신의 장점과 강점을 더 생생하게 어필하고, 면접관들은 취준생을 보다 다각도로 평가할 수 있고요.”


“저희 회사가 가진 기술이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도움이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인생도, 사업도 모두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 지 몰라요.”


김명석이 아주 오랜만에 헤드헌터로 돌아왔다.


과연 어떤 인재를 리츄얼그래픽스에 추천할 것인가.



***29화에 계속




du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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