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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남DuNam 님의 서재입니다.

로또 맞은 헤드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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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남DuNam
작품등록일 :
2020.10.07 11:02
최근연재일 :
2020.12.0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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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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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dunam




DUMMY

18화


앰불런스 안은 조용했다.

구급대원들이 침착하게 강면복에게 응급처치를 해주어서 심각한 상황이 지나갔기 때문이다.


구급차 안에서 조치를 취하는 구급대원들의 침착함은 얼핏 보면 징그러울 정도였다.

놀이공원이나 전시장에 있는 마네킹이나 로봇들 같았다.


아무리 환자 상태가 위중해도 당황하지 않고 처치를 하는 이들.


어찌보면 이들과 명석은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로또 1등에 당첨 된 자신 역시 주위에 그 사실을 떠벌리지 않았다.

남들은 로또에 맞으면 차를 사느니, 집을 사느니 했지만 명석은 달랐다.

그저 미래를 위해 돈을 모을 뿐이었다.


인생역전의 동기가 확실했기에, 돈을 펑펑쓰면서 낭비할 수는 없었다.


사실 로또 1등에 당첨되기 전의 명석은 마천루 공사장의 일용직 인부와 같았다.

몇 년의 공사 기간 동안 계속 곡괭이질을 하며 건물이 올라가는 것을 보았지만, 정작 자신을 저 높은 곳에 있는 사무실에 들어갈 수 조차 없는 일용직 노동자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건물 공사가 끝나면 저 건물 공사장으로 이동하는,

공사판을 전전하는 처지와 같았다.


스타트업에서 잘 나가봤자, 헤드헌터로 잘 나가봤자 거기서 거기였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명석의 손에 들어오는 돈은 몇십, 몇백 억이 아닌

몇 천만원이거나 잘해봐야 1억 내외.


이런 돈으로는 억소리나는 인생을 살 수는 없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억소리나는 인생을 살 수 있는 창업조차 힘들었다.


이런 악순환을 끊어버리고자 로또 1등에 당첨되길 희망했고, 그 희망은 현실이 되었다.


물론 1등 당첨금이 삼성 회장의 재산에 비하면 새발의 핏방울이겠지만, 일단 뭔가 시작할 수 있는 마중물을 되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어제도 오늘도 로또 맞은 티를 내지 않고 열심히 살고 있다.


‘똑같구만. 똑같아.’


혼잣말을 하고 명석이 강면복과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저 송구진이라는 새끼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뭐, 별로 좋은 일도 아니었는데요.”


“저는 리츄얼그래픽스 투자자입니다. 지분도 갖고 있고요. 이런 심각한 상황이 일어난 배경을 알아야만 해요.”


“참.. 쪽팔린 얘기여서..”


“말씀해주세요.”


“몇 년 전에.. 제가 한양미디어 개발팀에 입사지원을 했었는데 탈락했어요.”


“저 새끼가 면접관이었군요.”


“네.”


“그런데 아까 두 사람 이야기를 들었는데, 뭐 좀 언짢은 일이 있었나요?”


“하하. 이제는 웃음이 나오네요. 저 인간이 저를 모욕하면서 탈락시켰어요.”


강면복이 김명석에게 그 날 있었던 일을 말했다.


명석이 헤드헌터로 일하면서 경험한 일들이 머리 안에서 돌아다녔다.

괜찮다고 생각한 후보자를 기업 고객사 인사팀에 추천해서 면접까지 갔지만, 허무하게 탈락했던 수많은 후보자가 생각났다.


강면복이 말을 이어갔다.


“내일 저 송구진이를 어떻게 하실 거예요?”



어떻게 저 새끼를 잘라버리겠냐는 물음이다.



“평소처럼 대하세요.”


“네?”


“내일이 서비스 개편 작업 첫날이잖아요.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아니, 조금 전에 저 새끼 목을 쳐야한다고 하셨잖아요?”


“손을 더럽히지 않고 다이아몬드를 가질 수 있는데, 굳이 힘들게 해야 합니까?”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어요.”


“우선 병원까지 가는 동안 좀 편히 누워 계세요.”


늦은 밤이라 길도 막히지 않아서 두 사람을 태운 구급차가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병원 응급실에는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던 그런 긴박함이나 멋있는 의사들은 없었다.


명석은 오직 빨리 강면복의 응급처치가 끝나기를 바랄 뿐이었다.


앞에 사람이 다쳐서 누워있음에도 불구하고 머리엔 온통 돈이 돈을 벌어오는 방법만 생각만 가득 차있다.


그때 명석의 전화 진동이 울렸다.

송구진이었다.


“여보세요.”


“아 네, 저.. 강 대표님은 좀 어떠신가요? 너무 걱정되어서요.. 죄송합니다.”


“뭘요, 그럴 수도 있지요.”


“제가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하겠습니다.”


“얼마 줄 수 있어요?”


“아.. 그게..”


“1억 준비해요.”


“네??”


“사람을 이꼴로 만들었으면 그 정도는 준비해야지.”


“아.. 제가 지금 그만한 돈이 없습니다..”


“그래? 당신, 은팔찌 좀 차고 콩밥 처먹어봐야겠네.”


“아.. 제발요 그것만은, 안됩니다.”


“왜지?”


“제가 이제 겨우 집 대출금도 갚기 시작했고요. 무엇보다 처자식이 있습니다.”


“처자식이 있는 남자가 너 하나야? 전화 끊겠소.”




술이 웬수라고 했던가.


송구진은 지금 이 상황이 실감이 나질 않았다.

아니, 믿고싶지 않았다.


아까 그 상황으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럴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생각하면 죽음과도 같은 공포가 온몸과 정신을 덮어버렸다.


대출금, 아내, 자식, 명예 등등.


전화기를 꺼내서 다시 명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만 들리고 명석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끝끝내.


아무리 근로자의 권리가 중요하고 인권의식이 높아진 세상이라고 해도, 이 정도면 당장 해고가 가능한 것을 송구진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회사의 중대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책임자란 인간이,

가장 중요한 사업파트너에게 상해를 입혔으니.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눈 앞에 보였다.


사유서 작성, 회사 자체 조사, 프로젝트 배제, 신임 담당자 배정, 상사 면담, 인사부장 면담.


그리고 해고 통보.


그 다음은?


월급이라는 생명과 같은 돈이 안들어온다면?

굶어 죽을 수 밖에 없다.


39살인 아내 역시 다니던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해서 집에서 놀고 있다.

실업급여도 이번 달로 끝난다.


남자 나이 45살.

여기서 짤리면 갈 곳이 없다.


어떻게든 여기 한양미디어에 붙어있어야 한다.


여기서 쫒겨나면 온 식구가 길거리에 나와 앉게된다.


회사에서 짤리는 것만 막을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



보호자 서명과 함께 병원비 계산까지 마친 명석이 강면복을 눈으로 불렀다.


“가시죠. 이 택시가고 들어가세요.”


“아니 근데, 내일 어떻게 하실건가요?”


“우선 계약서에 있는대로 정상적으로 프로젝트 시작하세요.

그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지금 시각 새벽 1시 10분.

송구진에게 전화를 건다.


“내일 평소처럼 정상적으로 일하세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목이 날아갈 줄로만 알았던 송구진이 황송해했다.


“개편 서비스 프로젝트는 차질없이 진행해야 합니다. 여기에 이상이 생기면 안됩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목소리가 너무 크네요.”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해요?”


“제가 너무 시끄럽게 해서요.”


“그게 죄송해요? 다른 건 없고?”


“전부 다 죄송합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뭔 소리입니까, 지금?”


“제가 저질렀던 모든, 모든 게 다 제 잘못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해봐요. 이해할 수 있게.”


“강 대표님한테 했던 일, 정말 죄송합니다.”


“한심하군요.”


“네?”


“송구진 팀장.”


“네.”


“문제가 뭔지도 모르면서 무슨 개발을 하려고 합니까?

맥도 못 짚으면서 무슨 개발을 한다고 설쳐대?”


“뭐든지 말씀만 해주세요!”


“지금 너무 늦었어요. 내일 정상적으로 출근하고, 점심 때 나와요. 장소는 문자로 보낼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송구진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전화를 끊었다.

내일 당장 회사에 짤리는 줄 알았는데, 목줄을 쥔 김명석이 내일 정상적으로 출근하라고 하다니.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힘없는 모기만한 목소리로 송구진이 말을 하고 있다.

억지로 활기차게 하려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자, 여러부운.

오늘부터 석 달 동안 같이 일할 음.. 리츄얼그래픽스 강면복 대표님과 팀원 분들이십니다.”


한양미디어 개발팀원들이 박수를 치며 리츄얼그래칙스 사람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힘찬 박수소리와 송구진의 썩은 표정은 정확히 대조가 되었다.


짧은 환영인사를 끝내고 각자 자리에 돌아가 업무를 시작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자신들이 월급이 나오는 한양미디어가 다시 살아나느냐 아니면 죽느냐라는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


월급이냐 아니면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느냐의 기로.

그래서 모든 팀원의 눈에 불이 타고 있었다.


오직 이 사람만 빼고.

송구진.




“띠링, 띠리링, 띠링”


발신번호 김명석.


“12시 30분에 길 건너편 중식당으로 와요.”


“네 알겠습니다.”


송구진이 주위를 둘러봤다.


아무도 자신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래도 누군가 어젯밤 일을 아는 것 같았다.

왠지 누군가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 불안했다.


회사에서 짤리면 안되기에 더욱 불안했다.


강면복과는 눈도 마주치기 어려웠다.


입이 무거운 사람이 더 무섭다고 했던가.


오히려 강면복이 어제 일을 화끈하게 떠벌리고 다녔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불안했다.


또 누가 알고 있어서 회사 윗선에 일러바칠지 모르기에 더 불안했다.


술 들어가면 개가 된다는 말이 딱 이런 거였다.


그놈의 술, 술이 문제였다.






“팀장님, 이것 좀 봐주세요.”


“네!”


강면복의 말에 대답하는 송구진의 목소리가 마치 군대 후임이 선임에게 달려갈 때 나는 톤이었다.


사무실 사람들이 모두 쳐다볼 정도로 대답 소리가 컸다.


“팀장님, 무슨 좋은 일 있어요? 목소리가 너무 하이톤 인데요.”


바로 앞자리에 있는 최대리가 웃으며 말한다.


“일? 뭔 소리야! 일해 어서.”


“아이, 너무 과민반응인데요.”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저 최대리가 어젯밤 일을 알고있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함.

이 불안함이 송구진을 불안하게 했다.


모든 팀원이 뒤에서 수근거리는 것 같았다.


애써 무표정한 얼굴로 강면복에게 갔다.


“이거요. 여기 코드 짠게 너무 복잡해서요. 하드코딩을 좋아하시나봐요?”


“대표님 보시기에 부족한 것이 있으면 수정해주셔도 되겠습니다.”


순간 모든 사람의 눈이 커졌고 그들의 시선을 송구진과 강면복에게 꽂혔다.


평소에 개발자로서 자존심이 강한 송구진이 이렇게 쉽게 수긍할 줄이야.

원래는 누가 뭐라고 하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당장 꺼지라고 하는 성격이었다.


원래 개발자들이 고집이 강하고 남들이 간섭하는 것을 싫어하지만, 송구진은 유독 심했다.


“대표님이 보셨을 때 문제가 있는 것은 다 말씀해주세요. 전부 다요. 대대적인 개편이니까 작은 문제라도 보이면 다 말씀해주세요.”


“이야, 우리 팀장님. 이건 뭐 완전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나오는 꼬마애 같아요.”


팀원들이 의아해 하는 눈빛이 뜨거운 태양처럼 송구진에게 다가왔다.

누군가 말했던가. 지중해 태양은 그 빛이 작렬한다고.

지금이 딱 그렇다.


“여러분도 오늘부터는 강 대표님이 말씀하시는 거 잘 들어요. 정말 대단하신 분이니까.”


“네. 알겠습니다.”


팀원들이야 원래 자존심 보다도 따박 따박 나오는 월급이 중요하기에 누가 외부에서 들어와 프로젝트를 리딩하든 상관이 없었다.

그래도 팀장이라는 사람이 너무 저자세로 나오니까 의아스럽긴 했다.

딱 거기까지이지만.

팀원들은 조금 후 점심시간에 뭘 먹을지가 더 중요했다.


더군다나 저 송구진이라는 인간은 평소에 덕을 베풀지도 않았고 지 혼자 잘났다고 하는 타입이라, 모든 팀원이 싫어했다.


“삐익,삑”


송구진의 전화기에 문자가 왔다.

약속 장소에 늦지말라는 김명석이 보낸 문자였다.




어느덧 점심 시간.

프로젝트 첫번 째 날이기에 리츄얼그래픽스사람들이랑 한양미디어 개발팀 사람들이 같이 반주를 겸한 식사를 하러 나간다.


“팀장님, 안 가세요?”


“어, 먼저 가. 나는 오늘 선약이 있어.”


“아니, 이런 날에 팀장이 빠지면 안되죠.”


“미안 미안. 중요한 일이어서.”


“참. 알겠습니다.”


팀원들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그 대열 맨 뒤에 있는 강면복이 웃었다.

그 웃음, 무슨 뜻일까.


모든 사람이 사라지자 송구진도 밖으로 나갔다.

명석을 만나기로 한 장소는 회사 건물에서 도보로 4분도 안 걸리지만 오늘따라 왜 이렇게 멀게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가 된 것 같았다.


‘오늘 무슨 얘기가 나올까. 날 짜르겠다고 하면 어쩌지. 아니야, 오늘 정상출근했으니까 그건 아닐 거야.

그럼 뭐지. 왜 이렇게 불안하지.’


맘속으로 별의 별 생각을 다 하다보니 중식당에 도착했다.


회사 근처 중식당 중에서는 고급식당이었다.


“예약 하셨나요?”


“네. 김명석으로 두 사람요.”


“김명석님···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중식당 특유의 고량주 냄새와 음식 냄새가 진동을 한다.


평소같으면 향수 같았을 이 냄새가 오늘은 강면복의 속을 울렁거리게 한다.

어제 일어났던 끔찍한 사건 때문이었다.




“스르륵~”


예약된 방의 문을 웨이트레스 열었다.


“일행 분 오셨습니다.”





“앉으세요.”


“네, 감사합니다.”


“목소리에 왜 이렇게 힘이 없어요?”


“아.. 그게..”


“자 우선 한 잔 해요.”


당분간은 술을 마실 생각이 없었지만 김명석이 주는 술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도저히.


“네 감사합니다.”


“요리는 미리 시켰어요. 곧 나올 거예요.”


“제가 미리 왔어야 하는데, 오래 기다리셨죠?”



“그런 얘기는 하지 말아요.”


“예.”



술잔에 흐르는 고량주 소리가 저승사자 목소리 같았다.

김명석은 염라대왕, 고량주는 저승사자.

술 마시고 다시 또 실수를 하면 송구진을 죽여버릴 수 있는 지옥의 소리와 같았다.


“그래, 오늘 회사는 어땠어요?”


“덕분에 아무일도 없었습니다. 시말서나 사유서도 작성하지 않았고요.”


“뭔 소립니까? 난 지금 프로젝트를 말하는 건데요.”


“앗, 제가 착각했습니다.

오늘 강면복 대표님과 저희 팀원들이 모두 호흡이 잘 맞아서 분위기가 좋습니다.”


“그래야죠.”


술잔을 비운 명석이 송구진에게 서류 봉투를 건넸다.


뭘까. 도대체.

사직서 양식? 아니면 뭐지.


“열어 보세요.”


“이게 뭔가요?”


“열어 보시라니까. 쯧”



누런색 서류 봉투 안에는 대여섯 장의 A4 종이가 들어있었다.

무언가 설명을 하는 것 같은 내용이다.


종이들을 모두 꺼내서 송구진이 읽자마자 기겁을 한다.


“이.. 이.. 이것은??”


“어때요?”


명석이 단무지를 집어 입에 넣으며 계속 말한다.


“소감 한 말씀 좀.”


“이럴 수가··· 이걸 어떻게···”


“이제 어찌하면 좋을까요? 존경하는 송구진 팀장님.

우선 술 한잔 쭈욱 드시죠.”


“어떻게 이걸..이걸 어떻게..”


“그래도 회사는 다녀야죠?”


명석이 건넨 봉투 속에는 송구진이 이전 직장에서 여직원 성추행과 거래처에게서 뒷돈을 받은 문제로 사내 감사팀 조사를 받은 내용의 진술서가 있었다.


원래 이 정도 사건이면 다른 회사로 이직 자체가 힘들었겠지만, 그 회사 사장과 송구진이 대학 동문이어서 퇴사처리하는 것으로 겨우겨우 마무리를 했었다.


그래서 현재 다니고 있는 한양미디어에서는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인사부장 한 명 밖에 없다.

그 순간 방문이 열리며 웨이트레스가 깐풍기와 군만두를 갖고왔다.


“여기에 놔주세요.

아니 송팀장님 뭐하세요. 좀 드세요.”


송구진의 손에서 힘이 빠지면 종이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깃털처럼 가벼운 종이들이지만, 그 떨어지는 모습은 흡사 바윗돌이 낭떠러지로 굴러가는 것 같았다.


“이걸··· 어디서..”


“같이 일을 할 사람에 대해서 이 정도 준비는 해야죠?”


명석이 송구진의 과거를 알고 있는 것은 당연했다.

곽구용 정도 되는 어마어마한 빽이 있으면 일개 개발자 한 명의 신상을 터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송구진의 직장은 이전 직장도, 지금 직장도 모두 언론사이니까.


“참, 같이 밥 먹는 사람 체하겠어요. 좀 들어요 어서.”


“네.”


송구진의 손이 떨리며 테이블에 깐풍기를 떨어뜨렸다.



“아이고 우리 팀장님 왜 이래요.”


“저..”


“뭐요? 저 뭐요? 뭐?”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별 거 없어요. 그저 내가 하라는 대로 하세요.”


“말씀 좀 해주세요. 그게 뭔지.”


“구독자 데이터를 전부 넘기세요.”


“개인정보보호법이 있는데요.”


“누가 불법으로 넘기래요?

한양미디어는 이제 곧 데이터분석 전문업체와 계약을 맺을 겁니다.

종합미디어 회사가, 데이터 분석 하나 못해서 되겠어요? 이제 제대로 된 전문업체와 계약을 맺는 겁니다.”


“그럼 비식별데이터 뿐만 아니라, raw데이터를 전부 넘기라는 말씀인가요?”


“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저희가 외주를 주는 데이터분석회사가 있습니다.”


“내가 지금 그걸 걱정해야 하나요?

이번 달 안으로 그 회사와 계약 파기하세요.”


“아니 그건..”


“난 송 팀장님 입에서

안됩니다, 힘듭니다 라는 말이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


“네..”


“데이터분석 업체가 어디인지는 다시 알려줄게요.

어깨 좀 펴고 웃어봐요.

이게 송 팀장을 살리는 길이에요.”


“예??”


“그지같은 삼류 데이터분석 업체랑 거래 끊고, 제대로 된 곳이랑 하면 앱서비스 개편과 함께 고객 맞춤형 서비스도 가능하지 않겠어요?

명심하세요. 이건 부탁이 아닙니다.”


“후..”


“이전 직장에서 있었던 불미스런 일이 한양에서 소문이 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잘 알겠습니다. 무슨 말씀하시는 건지요.”


“그럼 먼저 일어납니다. 내일 오전 11시까지 연락 주세요.”


매정하게 나가는 명석이 계산지를 들면서 웃었다.


저 웃음은 송구진에는 염라대왕의 웃음이었다.


이제 송구진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


*** 19화에서 계속




du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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