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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남DuNam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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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남DuNam
작품등록일 :
2020.10.0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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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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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7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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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dunam




DUMMY

11화


역시 인맥의 힘이었다.

빽이 좋긴 좋았다.


“그래 그렇게 하지.”


“이거 번번히 번거롭게 해드려서 장관님께 면목이 없습니다.”


“허, 이 사람이. 명석이 자네는 내 조카와 같아. 그렇게 말하면 내가 섭하지.”


“감사합니다. 장관님.”


명석이 곽구용과 통화를 끝내며 웃는 표정으로 행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곽구용.

전 문체부 장관이고 현재는 대한방송통신사업자협회 회장이며

언론중재위원회 창립멤버.


곽구용은 언론사들의 종편 재승인을 결정하는 ‘갑’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진필승 위원장과 수시로 만나는 인물이다.

방통위원장이 곽구용의 대학 후배이며 게다가 곽구용을 방통위원장으로 추천한 사람도 곽구용이었다.

대한방송통신사업자협회와 방통위는 갑을이 아닌 공생관계이다.


곽구용은 명석 아버지의 고등학교 동창이다.

명석이 어려서부터 ‘난 앵커가 될거예요.’라고 할 때마다 ‘방송국 사장해야지’라고 말했던 곽구용.



지금 명석은 이런 곽구용 장관의 힘을 활용하여 자신이 언론 전면에 나오려고 하고있다.


며칠만 있으면 김명석을 주인공으로 하는 뉴스가 소셜미디어와 포털뉴스를 도배할 정도의 기사가 쏟아질 것이다.

허연희가 아닌 김명석이 주인공인 뉴스들이.


명석은 초장에 허연희가 기어오르는 싹을 없애기로 했다.

첫 단계는 언론에 허연희라는 이름 석 자가 헤드라인에 아예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풋”


명석이 한-불 IT기업 온라인비즈니스 포럼 행사장 입구에 있는 경축 화환들의 리본을 쳐다보며 웃었다.


‘한류콘텐츠 플랫폼의 메카 K컬처클럽 건승!’

‘유럽으로, 세계로! K컬처클럽 화이팅’


명석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저 화환, 내가 보낸 것들인데.”


화환들을 뒤로하고 다시 포럼이 진행되는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저희는 한국과 유럽을 잇는 21세기 실크로드를 만들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이 한류콘텐츠를 키우는 원동력입니다.

계속 지켜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명석이 패널 순서를 마치며 클로징멘트를 하는 허연희를 무표정하게 바라봤다.


‘이걸로 끝이다 넌.’




“와, 어쩜 그렇게 말을 잘하세요? 귀에 쏙쏙 들어오게?”


“잘하긴요? 너무 떨려서 입이 바싹 마르던데요.”


“그랬어요? 볼 때는 몰랐어요. 무대체질인가봐요.”


“아니예요 하하.”


김명석과 허연희의 칭찬타임이 끝나자 주위에는 서로 명함을 교환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다른 세션들은 굳이 볼 필요가 없었기에 명석은 자리를 뜨면서 박종선 편집장에게 전화를 했다.




“네, 세션 다 봤어요. 그런데 말은 잘하는데, 별 내용은 없던데요?”


편집장에게는 그저 그런 포럼이었나보다.


“그랬나요? 전 K컬처클럽이랑 EnterParis가 프로토타입을 가상으로 보여주는 AR 영상이 하이라이트라고 들어서 거기에 집중하느라 다른 것은 그럭저럭 다 좋았네요 하하.”


“뭐, 특별한 비즈니스가 아니어서 다른 양념이랑 장치가 필요해요. 너무 말랑말랑했거든요. 기사로 내보내기에는 조금 약하네요.

다음 달 저희 잡지 특집에 넣기로 한건 일단 홀드하시죠.”


종선이 말을 이어간다.


“차라리 직접 기사에 나오시는 건 어때요?”


“아휴 제가 뭘..”


“일단 저희도 기사작성하면서 면수를 채워야해요. 지금 저런 내용으론 특집으로 싣는건 어려워요.”



‘이게 웬일이냐?’


“시간 내주셔서 포럼도 봐주셨는데 기획기사에 들어갈 재료가 별로여서 죄송합니다.”


“아니, 아니요. 이게 별로면 다른 걸로 하면 되니까요,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명석이 손 안 대고 코 풀 수 있게 되었다.

일이 이렇게 풀릴것이라곤 생각도 못 했었다.


“한양이코노미의 열혈 독자로서 특집기사가 망가지는 걸 볼 수는 없죠. 알겠습니다. 편집장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래, 좋아요. 저희 잡지를 보시니까 저희가 쓰는 기사들의 톤 앤 매너를 잘 아시죠? 마음이 편하네요.”


“그래도 가이드를 좀 더 주시면 제가 더 편하겠습니다.”


“당연히 그런건 드리죠. 조금만 기다리세요. 곧 이메일로 보내드릴게요.”



일이 저절로 굴러간다는 게 이런 것이라고 할까.

명석이 바라는 것과 똑같이 굴러가고 있다.


허연희처럼 뒷통수를 치는 것들은 그 싹을 없애야 한다.

그 일환으로 허연희를 뉴스 전면에 나오는 것을 없던 일로 하고 대신 명석이 직접 나선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네? 특집기사가 취소되었다고요?”


“정확히 다시 말씀드리면 특집기사 취소가 아니라 K컬처클럽 인터뷰 취소입니다.”


“아니, 준비도 다 해놨는데요. 왜죠? 이유가 뭔가요?”


“매체사 특성 상 인터뷰이 선정에는 항상 변동이 있습니다.”


“정확한 이유라도 알고 싶어요.”


“이유라기보다는 저희 잡지사 내부 결론이라고 봐주세요. 다음에 다른 인연으로 뵈었으면 좋겠네요.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 참. 이렇게 갑자기 취소하시면 저희는 어떡하라고요.”


“다음에 한국 스타트업들을 인터뷰할 때 다시 연락드릴게요.”



1차 상황 종료.

허연희가 김명석을 뒤로 제끼고 튀어나가는 것을 막았다.



“네 편집장님. 김명석입니다.”


“오늘 저녁 시간 어때요?”


저녁 시간 어떠냐는 것이 무슨 뜻인지는 명석이 더 잘 알고 있다.


“당연히 괜찮습니다. 메뉴는 일식 어떠세요?”


“하하 좋죠.”


“참치로 대접하겠습니다.”


“좋아요. 7시에 뵙죠.”


“네. 식당 주소는 전화 끊고 바로 보내드릴게요.”


김명석과 박종선의 만남.

뉴스 전면에 김명석이라는 사람이 나서는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이다.


명석은 박종선 편집장이 일식 중에서도 참치 사시미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있었다.

편집장이 미국 실리콘밸리 특파원일 때 현지 기업 CEO들을 인터뷰했던 장소 중에 일본인 주방장이 운영하는 일식집에 대한 설명을 길게 한 기사가 있었다.


그 기사에서 ‘한국에서도 이런 식당에서 벤처기업 CEO를 인터뷰하는 날을 오길 기대한다’는 대목이 있었다.


보통 기자가 인터뷰 장소에 대해서 이렇게 쓰질 않기에 명석의 기억에는 임금님 옥새 자국처럼 남아있었다.


이와함께 곽구용 장관 역시 한양미디어그룹 사주와 막역한 사이이다. 특히 한양네트워크라는 종편채널 승인과 관련하여 결정적인 힘을 발휘해주고 있었다.


박종선과 김명석 그리고 곽구용.

이 셋은 빅픽쳐를 그리고 있다.



한 명의 평범한 엔젤투자자의 선구안에서 시작된 코로나 암흑기를 뚫고 유럽으로 나가는 한국스타트업의 글로벌진출기

이 이야기를 멋지게 꾸며줄 미디어.


평범해 보이는 스토리이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플롯들을 어떻게 각색하느냐에 따라 할리우드 영화처럼 바뀔 수 있다.


셋은 플롯을 짜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플롯을 만들기 위해.



목요일 저녁 6시 35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뒤 삼경(三京) 일식집.

박종선 편집장도 약속 장소에 빨리 나타나지만, 명석은 그보다 더 빨리 도착했다.



인당 13만원짜리 저녁 코스메뉴를 주문한 명석이 농협통장 잔고를 확인하고 있다.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억 십억.. 이돈을 잘 써야 하는데.. 쯧”

지금까지는 K컬처클럽에 투자한 1억원 외에는 큰 지출이 없었다.


화수분처럼 끝없이 샘솟는 돈은 아니지만, 아나바다 운동 하듯 허투루 쓰지 않는다면 견딜만 한 잔액이다.

적어도 기자들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저녁 식사 대접할 정도는 된다.




“드르륵”


편집장이 예약된 방문을 열고 들어오며 웃는다.


“아이고 언제나 일찍 오신다니까.”


“오셨어요? 편집장님. 앉으시죠.”


박 편집장을 방 안쪽에 비어있는 상석에 앉았다.


“그래, 질문들은 좀 봤어요?”


“네. 답변도 다 준비해 놓았어요.”


“좋아요. 일단 한 잔 할까요?”


얼음통에 담겨있는 화이트와인을 종선이 뜯었다.


“한 잔 받으세요, 편집장님.”


“고마워요.”



“콸 콸 콸”



화이트와인을 따르는 명석의 손에 힘이 넘친다.


“그런데 제가 직접 기사에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 세상만사가 다 그렇죠. 특히 미디어회사는 조금 아니다싶으면 바로 커트해요. 기다릴 시간이 없거든요.”


“제가 더 빨리 달려야 겠는데요. 술도 그렇고요.”


“좋아요 좋아.”


벌써 화이트와인 한 병과 사케 두 병을 비웠다.


이제 속마음을 말하면 된다.



“저, 편집장님.”


“술이 모자라요?”


“아뇨. 술 맛이 좋아서요.”


명석이 말을 이어간다.


“술맛도 좋고, 사시미도 좋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생각하면 더 좋아서요.”


“좋은 일이 생기도록 해야죠. 저도 그런 일이 생기도록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할게요.”


“말씀만 들어도 힘이 나네요. 그런데 혹시..”


“혹시?”


“곽구용 장관이라고 아시죠?”


“그럼요. 곽 장관 모르는 기자가 어딨게요?”


“이게 쑥스러워서 참.”


“왜요? 말해봐요. 표정 보니까 뭔가 나쁜 얘기인 것 같지는 않은데, 말해요 얼른.”


“지난 번에 있었던 한-불 비즈니스 포럼이 끝나고 곽구용 장관과 연락을 해봤습니다.”


“가까운 사이인가 보죠?”


“피는 안 섞였지만 제 삼촌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아버지 친구?”


“네.”


“이야 이거 그림이 커지네요. 캬~”


편집장이 술잔을 내려놓으며 눈을 크게 떴다.


“안그래도 저희 종편채널 승인 때문에 방통위원장이랑 자주 만나거든요. 그런데 위원장 사무실에 가보니까 곽 장관이랑 같이 찍은 사진이 있더라고요.”


“그런가요? 편집장님의 눈썰미와 기억력은 이겁니다, 이거”

명석이 엄지척을 쏴주면서 박종선을 띄어주었다.


“편집장님과 저, 곽 장관 이렇게 셋은 인연이네요 완전.”


말을 이어가는 명석.


“지난 번 포럼을 보고 곽 장관도 저에게 투자자가 주인공이 되는 스토리가 필요하다고 했어요. 편집장님이 말씀하신 것과 같더라고요.”


“저는 순수한 기자의 입장에서 말한 건데요 뭘.”


“한국을 빛낼 스타트업을 알아본 투자자라는 기사를 뿌리면 자연히 제가 투자한 기업에 대한 관심도 더 생기고요.”


“그쵸.”


“전 K컬처클럽을 넷플릭스 같은 회사로 키우고 싶습니다.”


“지금 사업모델로는 힘들텐데요. 여행 기반 서비스는 당분간 돈 벌기 어려워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즈니스모델 자체를 바꿔보려고요.”


“지금까지 하던 건요?”


“애자일 조직 문화로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이 스타트업 대표가 해야 할 일 아니겠습니까?”


“말 드럽게 재미없게 하는 허연희씨도 오케이 했나요?”


“한 잔 받으세요.”



“꿀꺽”

“탁”


두 사람이 술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동시에 방안을 울리게 했다.


“별 내용도 없는 걸로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했다면 바꿔야겠지요?

저도 엄연한 주주이자 투자자입니다. 하하”


“그 회사 주식은 몇 프로 갖고 있어요?”


“9퍼센트 입니다.”


“이사들 반응은요?”


“스타트업이 좋다는게 뭐겠습니까? 안바뀌면 죽는다, 이거 아닐까요?”


“EXIT을 너무 빠르게 잡은 거 아닌가요?”


“빠르다기보다는, 회사가 도달해야 할 올바른 목적지를 잡았다고 할까요?”


“방향 전환을 알리려면 미디어의 힘이 필요한 타이밍이네요.”


“네 바로 그렇습니다. 그래서 곽 장관 인터뷰 기사도 같이 넣으면 어떨까 해서요.

대한방송통신사업자협회 회장이니만큼 미디어커머스, 온라인플랫폼에 대한 전망과 함께요.”


“그렇다면 다음 달 특집기사 구성을 좀 손봐야하겠네요.

곽 장관 이야기를 뺄 수는 없죠.”


“그러면서 한국 대표 온라인플랫폼 기업으로 K컬처클럽을 예로 들고요.”


“네. 그림 나옵니다.”


두 사람이 술잔을 들이켰다.




“스륵”


“네 부르셨습니까?”


“여기 이 사케 한 병 더 주세요.

편집장님, 이걸로 한 병 더 시킬게요.”


“네 그렇게 하세요.”


“편집장님께 곽 장관의 연락처를 드릴게요. 장관에겐 제가 간략하게 얘기를 하겠습니다.”


“네 그래요.”


“이게 모두 편집장님의 말씀 덕분입니다. 저를 기사에 나가게 해주신다니까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기사에 나가는거면 사람들 눈에 확 들어오게 나가자라고 결심했습니다.”


“잘 하셨어요. 저희도 그래야 다른 기업들 기사 실어주면서 돈 벌죠 하하. K컬처클럽 라이벌들이 그 기사를 보고 홍보기사 좀 내달라고 벌떼처럼 몰릴테니까요.”



이해관계의 선순환이 이뤄지며

흔히 말하는 산업생태계가 조성되고 있었다.


돈 - 글 - 권력

삼각생태계.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아니 좀 황당해서요. 이렇게 갑자기 인터뷰가 취소된다니까요.”


“어쩔 수 없죠. 허 사장님이 얼마나 답답할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기사 쓰는 사람은 기자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비즈니스 모델, 지금 이걸로 꾸준히 밀고 나가시면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올거예요.”


“다른 언론 쪽에 좀 연락 취해주실 수 없나요?”



허연희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 얼굴은 가뭄으로 인해 갈라진 논밭처럼 쩍쩍 갈라질 정도로 보였다.


“그리고 그 갓 쓴 인형 사업은 언제 시작인가요?


“사실 아직 시작도 안 했어요. 그냥 아이디어만 내놓은 단계라서요.”


“지난 번 비즈니스포럼에선 장 루윅과 함께 굿즈 수출을 한다고 말했잖아요.”


“음.. 그건. 저희 회사 비즈니스 모델이 아직 프로토타입도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뭔가 보여주려고 우선 질러본거예요. 수출은 커녕 아직 협력업체를 찾지도, 굿즈 디자인 시작도 안 했어요.”


명석은 듣고만 있었다.

‘이렇게 단순하고 순진한 인간이 있나···’





“다행이네요.”


“네?”


허연희가 잡고있던 펜을 떨어뜨리며 화상 회의 화면 아래 쪽으로 사라졌다가 머리가 다시 올라왔다.


“아, 죄송해요. 바닥에 뭐가 있어서요.”


“다행이라고요. 한양이코노미 기사에 실리지 않은거요.”


“왜요?”


“생각해보세요. 대외적으로 뭔가를 한다고 한 회사가 알고보았더니, 그 뭔가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는게 알려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하면 안될까요?”


“시간이 문제가 아닙니다.”


“그럼 어쩌면 좋죠?”


“지금 따로 뭔가를 할 필요는 없어요. 다음 기회를 기다리세요.”


“답답해서 그래요.”


“그날 했던 그 말을 듣고 기자들이 찾아오고, 돈 갖고 투자하겠다고 사람들이 몰려왔으면 어쩔 뻔했어요?”

“지금 생각하니 그 말씀도 맞네요.”


“당분간은 언론 접촉은 하지마세요.”


“네 알겠습니다.”



허연희 OUT.

피라미는 없어졌고, 이제는 나 김명석이 나선다.


정신도 차렸고 어깨에서 힘도 빠졌다. 인생의 거품을 터뜨린 제대로 된 인생,

그 인생을 제대로 살기위해 나 김명석이 나선다.


얼마 전에 있었던 악몽 이후로 명석은 거들먹거리지 않고 100세 인생 시대 설계를 하기로 했었다.


먹고 싶은 거 안먹고, 입고 싶은 거 안입고 아끼면서.


그 와중에 접대를 위한 돈은 아낌없이 쓰련다.

성공을 위한 투자이다.


지금 명석에게는 갓 쓴 아이돌 인형 특허 출원을 누가 먼저 했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기어오르는 것을 쳐내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을 알려야 한다.


미디어를 활용하여 전국구 유명인이 되어 투자자로서의 인지도를 높이고 투자한 회사 역시 관심을 받도록 만든다.


기자와 공무원들이 주요 접대 대상이다.


김영란법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중이지만,

위에서 찍어내리면 아래에서는 다른 곳으로 숨어들어가는 법.


표면적으로 금지된 것들은 수면 아래에선 자유롭다.




“삼촌, 명석이에요.”


“어 그래. 내 박종선이한테서 전화는 받았어.

요즘 코로나로 인해서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한테 돈이 몰리는데, 그래서 더욱 투자자의 안목이 중요해. 쌩돈 날리면 안되니까.”


“네”


“명석이 너를 더 어필할 방법을 찾아봐. 한류가 인기인 지역에 있는 네 인맥을 끌어올 수 있을만큼 다 끌어봐.

그러면 뭔가 연결고리가 나올거야.”


“마침 지난 번 포럼에서 패널이었던 프랑스회사 EnterParis 장 루윅있죠? 그 사람이 제 친구가 하는 현지 수제비 식당에 온 적이 있어요.”


“얘기가 통하는구먼. 좋아, 그런 소재들을 잘 엮어서 스토리를 만들어봐.”



김영란 법?

최소 김명석의 사전에 김영란이라는 사람은 없었다.

법은 있지만.




“타닥, 타다닥, 탁탁다다닥”


이제는 미디어를 등에 업고 본격적으로 언론플레이를 할 시간이다.

명석이 맥북을 켜고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곽구용이 빽을 써줘서 경제미디어와 뉴스채널에 김명석 이름 석자가 들어가는 기사를 내보내기로 했다.

거기에 더해서 한양이코노미에도 김명석과 곽구용이 같이 나오기로 했다.


이런 조합이라면 매일 뉴스에 나오는 일런 머스크가 한국으로 와서 김명석이랑 회담하는 것도 가능하다.

꿈도 야무지지만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1억이 100억이 되는 마법을 부리는 남자’

‘21세기 마르코폴로를 꿈꾸는 엔젤투자자’

‘한류는 바람이 아닙니다. 감동입니다.’

‘코로나 집콕 시대의 침묵, 스타트업 투자로 깨버려요.’


뉴스 제목만 보면 워렌 버핏이 강림한 정도의 기사들이 쏟아졌다.


쏟아지는 미디어의 관심을 즐기면서 명석은 언론사 인터뷰 일정을 조율하느라 그 좋아하는 에스프레소 마실 시간도 없을 정도였다.


물론 곽구용과의 합작품이다.


이쯤 되면 허연희도 알았을 것이다.

김명석 이름 석 자가 K컬처클럽 앞에 나온다는 것을. 그리고 허연희라는 이름은 아예 보이질 않는 것을.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거긴 홍보담당도 없잖아요.”


“스타트업이 무슨 홍보담당이 있어요?”


“그러니까요.”


“네?”


“홍보담당이 없으니까 언론사들과 창구 역할을 하는 사람은 바로 허 사장, 사장님이라고요.”


“얼마 전까지는 한양이코노미랑 연결도 해주셨잖아요?”


“이렇게 답답해서야 원. 연결과 연락이 같습니까?”


허연희가 포털에서 K컬처클럽 뉴스를 검색하고 얼굴이 하얘져서 명석을 보러 왔다.

한-불 비즈니스포럼 이후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이라고 상상했었다.

그러나 오직 김명석이라는 이름만 나왔다.


“미리 말씀 좀 해주시죠..”

허연희가 말할 때마다 입모양을 따라 마스크가 움직였다.


“왜요?”


“음.. 아뇨. 그냥.”


“그냥? 허 사장께선 사업을 그냥 하십니까?

난 투자자예요. 내 앞에서 그냥이라는 말은 하지 마세요.

사업도 생각없이 그냥 하는 것 같네요.”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생각은 짧거나 긴게 아니예요.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경영자는 우선 사업에 집중하세요. 언론은 그 다음입니다.

사업을 왜 하세요? 허 사장님은. 한 탕 해먹고 튈려고 이렇게 뉴스에 나오려고 합니까?”


치명타였다.

허연희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고 마스크 위 콧잔등에도 땀이 맺혔다.


땀을 닦으려고 손으로 휴지를 짚으려는 찰나에 명석이 말했다.


“일어납니다.”



허연희에게는 언론계와 정부 쪽 인맥이 없었기에 김명석 같은 사람이 구세주와 같았다.

세운지 1년도 되지 않은 스타트업 창업자는 모든 게 아쉬웠다.

국내 1위 미디어재벌 잡지 기자와 인터뷰할 수도 있었는데 그것도 날아갔다.


뼈가 부서지는 것 같았다.


김명석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허연희를 위 아래로 훑어 보았다.


허연희가 이번엔 심장이 멈추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자신도 알고 있었다.

그 느낌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를.


한-불 비즈니스 포럼에서 EnterParis 장 루윅을 친구처럼 소개하고 명석이 말한 갓을 쓰고 있는 한국 아이돌들의 굿즈를 먼저 유럽으로 팔아보려고 한 것 때문인 것을.


그것을 알기에 명석 앞에서 더 반박할 수도 없었다.


언론사 뉴스마다 김명석이 없었으면 K컬처클럽도 없었을 것이라는 기사들이 쏟아지는 것이 더 걱정이다.

정작 회사 사장이자 창업자인 허연희라는 이름은 나오지도 않는다.


전화에서 연락처를 아무리 뒤져봐도 언론 쪽 사람 연락처는 없었다.

그나마 있는 것은 김명석으로부터 소개를 받은 한양이코노미 기자인데, 그 사람은 바로 허연희 특집기사를 없던 일로 하자고 했던 그 기자였다.



거리로 나와 사무실로 돌아가는데 CFO역할을 하는 동료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 왜?”


“야 지금 회계 장부 열람 청구 요청이 들어왔어.”


“뭐? 뭔소리야?”


“김명석이 우리 회사 법인통장이랑 카드 사용내역 공개하라고 했다고. 이제 어떡하냐.. 씨.”


“아.. 미치겠다.”



***12화에 계속




du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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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1 20.11.04 125 2 15쪽
15 15화 +1 20.11.03 146 2 17쪽
14 14화 +1 20.10.30 147 2 16쪽
13 13화 +1 20.10.29 169 2 14쪽
12 12화 +2 20.10.28 188 3 20쪽
» 11화 +1 20.10.27 213 4 20쪽
10 10화 +1 20.10.17 256 4 21쪽
9 9화 +1 20.10.16 254 2 20쪽
8 8화 +3 20.10.15 268 2 20쪽
7 7화 +2 20.10.14 297 3 22쪽
6 6화 +1 20.10.11 363 3 24쪽
5 5화 +1 20.10.10 397 3 21쪽
4 4화 +3 20.10.10 563 5 20쪽
3 3화 +1 20.10.08 785 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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