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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남DuNam 님의 서재입니다.

로또 맞은 헤드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두남DuNam
작품등록일 :
2020.10.07 11:02
최근연재일 :
2020.12.07 20:14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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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7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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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10화

dunam




DUMMY

10화



“저희 잡지를 3년 동안 구독하시는거면 거의 창간 때부터 보시는 거네요?”


“네 창간호부터 구독자입니다.”


“그래요? 종이잡지를 보는 사람이 줄어서 저희도 고민인데, 김 선생님 같은 분이 많이 계셔야 저희가 먹고살죠.

더군다나 새로 출시한 저희 전용 어플에서 잡지 기사를 올리고 있는데 반응이 영 참..”


“주위에 한양이코노미 홍보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거 이거, 명예홍보대사증을 드려야겠는데요.”


“그래주시면 당장 받아서 인스타에 바로 올리겠습니다.”


“자자, 한 잔 하시죠.”


한양일보가 발행하는 주간경제잡지 한양이코노미 편집장 박종선.


그의 술 마시는 속도로 봐서는 오늘 집에 가기는 글렀다.


“저는 헤드헌터로 일할 때랑, 지금처럼 자그마한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모두 편집장님네 기사를 보고 판단합니다.”


“친구도 아닌 일반 독자분을 이렇게 만나니까 힘이 납니다.”


종선은 빈대떡을 간장이 아닌 고추기름에 찍어먹고 있다.


“뭐 저희 집안 전부가 원래 한양일보를 몇 십년 동안 보는 집안이어서요. 저한테는 한양이코노미를 구독한다는게 그냥 당연한 거예요. 특별한 이유없이 당연한 겁니다.”


“말씀만 들어도 힘이 납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어서 요렇게 손바닥보다 작은 전화기로 모든 뉴스를 본다는걸 상상이나 했었나요 어디.

아, 잠시만요. 저희 대표 전화네요.”


“천천히 하십쇼.”


“박종선입니다. 예, 대표께서 말씀하신 거는 ..”



종선이 잠깐 자리를 빈 사이에 한양일보와 한양이코노미 어플을 보니 주한프랑스대사관 상무관 인터뷰 기사가 새로 올라와 있었다.


“한-불 IT기업 온라인비즈니스 포럼?”


‘청년창업, 한국을 넘어 유럽으로!

프랑스 스테이션F와 한국 디캠프 공동 실시간 중계’


바깥을 보니 종선이 아직 담배를 물고 전화 중이었다.




“사장님. 늦은 시각이지만 제가 조금 전에 보내드린 뉴스 링크 좀 봐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지금 개발팀과 회의중이서요. 보고나서 다시 말씀드릴게요.”


허연희..

돈만 잘 벌어다주라.


‘자칭 유럽의 실리콘 밸리라는 스테이션F가 한국에도 관심을 갖네?’


명석이 관련 기사들을 보고 있었다.




“어이, 미안합니다. 특집기사를 위에서도 많이 신경쓰고 있어서요.”


“인터뷰 대상 기업들은 많이 잡으셨나요?”


“네. 기업 대표들이랑 컨택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 다만 그 사람들이 이게 없어서요.”

종선이 엄지와 검지를 모아서 돈 모양을 만들었다


“기본적인 프로토타입이라도 만든 회사면 기사를 실어주겠는데, 어찌 찾기가 힘드네요. 돈도 없어, 제품도 없어. 쯧.”


“편집장님, 이거 좀 보십쇼. 이 기사 갖고 이야기 좀 풀어보실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아, 이거 저희 국제부 기자들이 파리 현지에서 쓴다고 한 거예요. 프랑스 창업센터에서 취재한다더니 이렇게 나왔네요.”


“말씀드린 K컬처클럽 사장도 프랑스에서 오래 살다왔구요, 어제는 ‘EnterParis’ CEO랑 화상 미팅도 했습니다.”


“투자자께서 이런 애정을 갖고 케어만 해주신다면 우리나라 창업 여건이 많이 좋아질텐데요.”


“편집장님 같은 분이 계셔야 저희 이름도 더 알려지지 않겠습니까?”


“하하. 보도자료 원고 보내주신 거 잘 봤어요. 비문 몇 개 있는 것만 손 보면 되겠던데요.”


“제가 직접 쓴 거라 교정 교열 과정에서 빨간줄이 팍팍 그어질까봐 걱정했습니다. 다행히 통과인가요?”


“그럼요. 이 정도면 투잡으로 기자로 뛰셔도 되겠어요.”


“칭찬으로 들리니까 기분이 좋습니다.”



명석이 쓴 기사 제목이다.

‘파리 에펠탑을 흔들어 버린 한류 열풍의 주인공, K컬처클럽’





종선을 따라 명석도 고추기름을 빈대떡 위에 부어서 먹고 있었다.


“여기 막걸리 두 병만 더 주세요.”


종선이 담배를 피러 나갔다가 금방 들어왔다.


“그동안 사발 좀 채워놨습니다. 쭉 한 잔 하시죠.”


“그러시죠.”


스텐리스 사발이 부딪히는 소리가 더 커졌다.


“편집장님. 프랑스 대사관 쪽 상무관이랑 K컬처클럽 사장, EnterParis 장 루윅 CEO 그리고 스테이션F 내 한국기업 이렇게해서 뭐 좀 만들어봐도 좋겠는데요.”


“어떤 그림이 나오나요?


“중국은 당분간 들어가기 힘들고, 미국도 트럼프랑 바이든이 대통령 자리 갖고 싸우느라 한국에 관심을 둘 여력이 없잖아요. 그래서 유럽 그 중에서 프랑스랑 한류를 엮는거죠.”


명석이 종선에게 허연희 사장이 보도된 뉴스 기사 사진과 장 루윅의 사진을 보여줬다.


“한 가지가 아쉽네요.”


“네? 어떤...”


“한국 벤처기업부 공무원요.”


“아하”


“다섯이면 어떻고 넷이면 어떻습니까. 설계만 잘 하면 된거죠. 안 그래요?”


고추기름에 범벅이 된 빈대떡을 삼키고나서 종선이 말을 이었다.


“지금 이 정부의 경제정책은 죄다 빵점이죠. 그린뉴딜이다 뭐다 하지만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럼 대타를 보내야죠.”


“대타라면..”


“한국 딴따라들. 아이돌들이요.”


“네 거기까진 이해를 했습니다만···”


“후후. 거기에다가 대한민국 정부부처 공무원이 낀다고 생각해보세요.”


명석이 입에 있는 빈대떡을 씹으면서 생각해보니, 편집장의 생각은한류사업을 위한 화려한 무대를 만들고 연출자를 세우는 것이었다.


“엔터회사들이나 관련 스타트업들이 대한민국 정부라는 후광효과를 받을 수 있겠네요.”


“그것 뿐이겠어요? 공무원들로서도 한국의 매력을 알리려는 정부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지면, 국가 이미지 제고라는 수십년 된 과제를 푸는데 자기들이 도움을 줬다고 하면서 서로 인사평가를 좋게 하겠죠.

영국의 쿨 브리튼cool britain 같은거죠.”


“편집장님을 제 멘토로 모시겠습니다!”


“멘토? 그것보다 더 높은거 없나요? 하하”


“고민해보겠습니다!”


“근데 그 K컬처클럽 사장이랑은 원래 알던 사이예요?”


“아니요. 제가 직접 검색해서 찾아갔습니다.”


“투자자로 참여하셨으면.. 지금 거기가 1년도 안된 회사여서 인큐베이팅 기간일테죠. 그럼 김 선생님이 엑셀러레이팅도 해주셔야겠어요.”


“제 돈이 들어가니까 더더욱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회사의 발전을 위하게 되더라고요.”


“투자원금 걱정도 되실텐데요.”


“그래서 이렇게 편집장님에게 SOS를 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가요? 그럼 그 신호를 제가 봤으니 구출 작전을 펼쳐보겠습니다.”




역시 언론사의 힘은 강했다.

특히 한양일보는 종편 TV, 경제잡지 그리고 종이신문을 모두 갖고있는 미디어재벌이다.

정권과 아무리 사이가 나쁘더라도, 얼마 전의 창간 85주년 기념식에 대통령이 직접 축사를 하러 창간기념 행사장에 온 것만 봐도 그 영향력을 알 수 있다.




“그 EnterParis라는 회사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가 되었어요? 저희도 거기 CEO한테 이메일 보냈는데 답장을 못받았다고 해요.”


“저는 일단 운이 좋았습니다. 제 친구 중에 프랑스 파리에서 수제비집을 하는 친구가 있는데요, 프랑스 민영방송국인 Canal+에서 ‘K wave’라는 테마로 취재를 했는데, 그때 확 뜬거죠.”


“그래서요?”


“마침 루윅 CEO가 한국계 신입사원한테 너희 나라 음식 먹을 곳이 있냐고 물어서, 방송에 나온 제 친구 식당을 알려줬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국 수제비를 먹고 한국에 빠졌다?”


“하하. 그런 건 아니지만, 루윅이 연세대 어학당 다니면서 좋아했던 음식이 수제비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옛날 추억도 소환되고 좋았다고 하네요.”


“사람 인연이란게 어디서 어떻게 될지 모르죠.”


“글쎄 제 친구놈이 흥분해서 루윅이 자기 가게에 왔다고 난리를 치는거예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디지털 혁신 선도기업으로 EnterParis를 꼽았잖아요.”


“그랬죠.”


“답례로 루윅이 마크롱 대통령에게 선물을 보냈는데 그게 한국의 갓 모양 장식품이었대요. 그게 또 한국인 커뮤니티에 퍼진거죠.”


“재밌네요. 스토리를 만들 수 있겠어요. 두고두고.”


구글 프랑스에 들어가서 명석이 그 갓모양 장식품 사진을 찾아서 종선에게 보여주었다.

한 손에는 막걸리 사발을 들고.



“저도 K컬처클럽 투자자인지라 이 소식을 듣고 제 친구놈한테 루윅이랑 연결 좀 시켜달라고 했죠. 다음에 너희 식당에 또 오면 무조건 제 얘기를 하면서 그 사람 연락처를 알려달라고요.”


“이거봐.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복이 온다니까. 그림이 잘 나오겠네요. 우리 잡지랑 루윅, 벤처기업부, 스테이션F 내 한국기업 그리고 컬처K? 어디라고요?”


“K컬처클럽이요.”


“아, 그래 K컬처클럽까지 이렇게 모이게 해봅시다.”


“제 입이 지금 귀에 걸린거 보이세요?”


“허허. 아재 개그인가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코로나 판데믹? 우린 팬덤으로 이긴다.

K웨이브로 유럽을 통합시키는 한국 스타트업 K컬처클럽’



“제목 정말 좋아요. 혹시 전직이 기자이신건 아니죠?


“뭐 그렇다고 해두죠.

아무튼 허 사장님, 이번 인터뷰는 출발이자 시작이니까 다음 달 잡지에 나갈 특집기사 질문들에 대한 답변들을 미리미리 준비해두세요.”


“네. 그럼요. 이런 기회를 놓칠 수가 있나요?”


“회사 빨리 키우세요. 3년 내로요.”


“3년은 좀 짧은데요···”


“그 정도 각오로 하셔야죠. 계속 느슨하게 일할 겁니까? 제가 이런 저런 기회를 만들어드리는게 언제 어떤 식으로 끝날 지 몰라요.”


“아, 명심하겠습니다.”



명석이 직접 작성한 K컬처클럽 보도자료가 한양이코노미에 기사로 나가면 그 한양일보 온라인 뉴스에도 비슷한 기사가 올라가기로 되어있었다.


“또 내일 잡지 나오면 여기랑 한양일보 신문 본지 어플 뉴스도 같이 봐주세요. 그리고 주위에 공유 좀 하라고 하세요.”


“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음 주에 있는 한-불 IT기업 온라인비즈니스 포럼 패널로 나가시는 것도 준비 잘하시고요. 이왕이면 불어 실력 좀 보여주세요. 영어랑 불어, 한국어 같이 써서 해보세요.”


“그러면 좀 어지럽지 않을..?”


“아니요. 통역들도 좀 쉬게 해줘야죠. 그리고 이런 기회는 자주 오는 게 아닙니다. 사장님은 경영에 집중하시고, 저는 이런 외곽 활동을 하고요. 서로 명확하죠?”


“네.”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로 거의 모든 행사가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연예인들의 공연도 마찬가지이다.


생각지도 못한 소위 ‘랜선’ 비즈니스로 가수들의 공연 방식도 확 바뀌었다.

AR, VR, 3D 처럼 실감나게 해주는 기술들이 총동원되고 있다.


이번 한-불 포럼에서도 참석하는 연사들과 소속회사들이 새로운 기술들을 보여 줄 예정이다.


그 중 한곳이 EnterParis인데, 루윅 CEO가 직접 한국아이돌들의 아바타를 만들고 나와서 가상의 인터뷰를 한다고 했다.


K컬처클럽은 EnterParis의 이런 기술력을 빌려서 한국아이돌들의 고향으로 여행을 다니는 것 같은 영상을 보여주기로 했다.



“오늘 좀 과음하는 거 아니야?”


“뭐, 이런 날도 있어야죠.”


“매일 아닌겨?”


“집 근처에서 편하게 마시는 술이 참 좋더라고요. 친구도 오기로 했어요.”


“야채 덴뿌라 더 줘?”


“네. 네 개 더요.”


로또에 당첨되고 나서 쩍하면 이태리 식당에서 허세를 부리던 명석이었는데, 악몽을 꾸고 정신을 차리고 나서부터는 원래 하던 것처럼 단골 포차를 자주 오곤한다.


“밤 되니까 좀 쌀쌀하네.”


“어, 왔냐.”


“미친 새끼. 벌써 몇 병이냐? 뚜껑도 빨건걸로 마시네.”


“한 잔 먼저 해라.”


“오늘 기사 잘 봤다.”


“네가 보기엔 반응이 어떠냐?”


“좋아. K컬처클럽 기사 뜨고나서 보니까 포털에서도 실시간 검색어 13위까지 했더라고.”


“그래? 놀랍네.”


“이래서 언론쪽이랑 잘 지내야한다니까. 또 다음 달 잡지에 특집기사 난다며?”


“어.”


“그거까지 나오면 빵 터지는거다.”


“빅데이터는 어때?”


“응. 이 기사 뜨고 나서 한류와 관련된 것들 검색어 전부 분석했는데, 이것 좀 봐봐.”





‘유럽여행 정상화, 유럽 코로나, 한글 인기, 프랑스 한류, 프랑스 한식당, 파리 수제비’


“재밌네 진짜. 너희 회사 AI가 분석 하나는 끝내준다.”


“크롤링까지 다 해서 나온거야. 믿어도 된다.”


“누가 뭐래냐?”


“돈 받고 하면 질질 끌고 하면서 며칠 지나서 의뢰한 회사한테 주는데, 너니까 이렇게 해준다.”


“잘 알지요, 알아요. 그래서 이걸 준비했지.”


“아이쿠 이거, 뭐 이렇게 무거워? 많이도 가져왔다. 팔 뿌러지겠네.”


“친구를 위해 이 정도도 못하겠냐?”


“어디보자.. 밥 말리, 카펜터즈, 더 롤링스톤즈, 조용필, 배호···”


“명동 지하상가 LP집이란 LP집은 다 뒤졌다.”


“소리는 확실히 LP가 좋단 말이야.”


“너도 참 대단하다. 지지직 거리는 게 시끄럽지도 않냐?”


“너도 함 이렇게 들어봐라. 다신 음원파일로 음악 못 듣는다.”


“꼰대 새끼.”


“고맙다. 집에 잘 모셔둘게.”


“야, 모셔두지 말고, 네 단골 그 뭐야, LP바? 거기서 들어야지.”


“지금 거기 내부 수리중이야.”


“망한 건 아니고?”


“그정도는 아닌데, 직원들 나와봤자 할 게 없으니까 당분간 휴업이야.”


“그런데 가는 네가 더 신기하다.”


“어쩔 수 없어. 내가 지금처럼 빅데이터분석 쪽으로 빠질 줄 알았냐? 음악도 그래. 난 원래 힙합하다가 나중엔 락으로 빠졌잖아.”


“그랬던 홍한민이가 언제 이렇게 태세전환 하셨어?”


“내가 나가는 모임에서 우연히 알게 되었지. 음악도 너무 한 장르만 들어서 질리던 차에 거기에서 지금 모임 회장 알면서부터 이렇게 바뀌었지.”


“이유가 뭐건 간에 너의 변신을 위하여, 건배.”


“건배”


고등학교 3년 내내 같은 반을 했던 홍한민과 김명석. 이 둘은 사는 곳도 장충동으로 같아서 술친구, 인생 고민 친구로 지내고 있다.


“고맙다 홍사장.”


“고맙긴.”


“네 덕분에 내가 투자한 회사의 인지도가 올라가겠어.”


“두고 봐야지. 실시간 인기 검색어는 그야말로 실시간으로 바뀌어서 사람들이 계속 기억을 못하거든. 계속 노출시켜야지.”


“너 매크로도 할 줄 아냐?”


“이젠 안한다. 정치인도 그것 때문에 콩밥 처먹는데, 내가 왜 하냐?”


“하긴 그렇다.”


“난 무엇보다 네가 내 앞에 투자자로 나타날 줄은 몰랐다. 얼마 전까지 돈 없다고 징징거리던 새끼가.”


“난들 알았겠냐. 그저 너무 저축만 해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베팅한건데..”


“타이밍은 좋다. 아직까진.”


한민 역시 명석이 로또 1등 돈벼락을 맞았다고는 생각도 못했다.


“인생 100살 까지 살면서 직업이 여러 번 바뀐다잖아. 난 이미 세 번째야.”


“난 이게 두 번째.”


“넌 음악 할 때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겠지? 제일 심할 때가 언제였냐?”


“많았지. 아주 많았어.”


“땡전 한 푼 없을때?”


“아니. 그건 참을 수 있었어.”


“그럼 뭐야?”


“나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연주를 하는 인간들을 볼때였어.”

한민이 야채 튀김을 반으로 자르며 입에 넣었다.


“질투인가? 너보다 더 뜰까봐?”


“아니. 그 사람들이 나보다 연주를 잘한다는 거, 그 자체로 괴롭더라. 나는 몇 시간을 죽어라 연습만 하고 연주하는데, 그 새끼들은 그냥 퉁 하고 줄만 튕기면 소리가 나오는거야. 우리가 MTV 뮤직비디오에서 보던 그런 소리가.”


“너희 팀에선 네가 왕 먹었잖아.”


“그랬지. 그게 전부 인줄 알았어. 이 세상의 전부. 왜냐면 연주한다는 거 그걸로 행복했거든.”


“그런데?”


“가끔 연습도 별로 한 것 같지 않는 새끼들이랑 같이 공연할 때가 있어. 딱 보기에도 설렁설렁 거리는 놈들.

근데 이 새끼들이 기타를 한 번 튕기면 그 소리가 무슨 거문고 장인 같다니까.

완전 기죽어.”


한 손에 담배를 들고 한민이 말을 이어갔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정말 타고난 새끼들한테는 안되는구나란 걸 알게 되었지.”


“실망했냐?”


“실망이라.. 그건 아니었어. 실망이 아니라 그건 .. 음.. 상대를 인정하게 되더라고.”


담배를 한 모금 빨면서 말이 이어진다.


“그냥 그거야. 요즘말로 하면 현타가 온다고 하지.

나보다 훨씬 잘난 것들이 한 번 손가락을 튕기는게,

내가 지랄하는 거에 몇 백배는 뛰어난거야. 그 소리 자체가.”


“의외네. 네가 이런 소릴 할 줄 몰랐다 야”


“그걸 인정하게 되는 내 자신을 생각하면 드럽게 초라한거야. 그거 아냐, 너?

상대방이 날 배려해 줄때 초라해지는 기분이 들면 그게 더 개같은거?”


“난 성격이 개새끼여서 배려는 잘 안해서 모르겠다.”


“그 사람은 이미 알고 있는거야. 소리와 실력의 차이를. 타고난 그 차이를 아는거지. 그래서 내가 기분 나빠하지 않게 씨발 새끼들이 웃으면서 칭찬해줘.

‘오늘 공연 정말 좋았어요.’

라고.”


“열 받냐?”


“열 받다가 인정하게 되니까, 그 사람은 그냥 저기 위에 있는 사람이구나 라는 걸 알았어. 아무리 똑같이 음악을 배운 사람들이어도 뭔가 다른걸 갖고 있는 사람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는 걸.”


“지금 너는 다른 데이터분석가들에게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건 아닐까?”


한민의 미간에서 주름이 펴졌다.


“새끼가 말은 잘해요. 마셔라.”


한민의 얘기가 유난히 귀에 들어왔다.


‘상대를 인정하게 될 때, 그 참을 수 없는 괴로움’

명석 자신도 잠깐 까불다가 도저히 넘사벽인 사람들을 만나면서

깨닫게 된 적이 있었다.





“좌우지간에 앞으로도 친구끼리 잘해보자. 데이터 전문가님.”


“그래 좋아. 좋았어.”


명석이 계산하면서 술병을 세어 봤다.


빨간색 소주 4병, 막걸리 6병.


“4만9천원!”


“네, 여기 5만원요.”


“천원 여기있어.”


“네, 오늘도 잘 먹고 잘 마시고 가요.”


“그려, 또 와.”



‘찰랑’


편의점에서 명석과 한민이 음료를 하나씩 계산하고 나왔다.

명석이 로또 1등 먹은 그 편의점이다.



“오늘은 풀코스냐? 음료수까지 사주고.”


“어. 앞으로 좋은 일만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래야지, 그래야지.”


“너 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게 뭔지 아냐?”


“다이아몬드.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라는 말도 있잖아.”


“다이아? 그것도 그렇네.

그런데 그건 모든 건 변한다는 사실이래.”


“모든게 변한다.. 그래. 맞는 말이다.”


“너나 나나 지금 이런 모습으로 살거라고 상상한 적 없지?

내가 어딜 감히 투자자로 나설 수 있었겠냐?”


“넌 어디 꿍쳐논 돈을 꺼냈는지 모르지만, 난 그런 거 없다.”


“나도 그래요. 나도. 얼마 전까지 너한테 술 사달라고 징징대던 그지 새끼였는데.”


“너 정말 무슨 돈벼락 맞았냐?”


“돈 벼락? 이제 좀 맞아보려고 한다.”


“무슨 동문서답이야.”


“아무튼 네 신세 좀 앞으로 져야겠다.”


“신세는 무슨. 전화해라, 필요하면. 간다.”


“그래.”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여보세요, 편집장님. 김명석입니다.”


“저 지금 포럼사이트에 접속했어요.”


“네, 이 기조연설이 끝나면 바로 K컬처클럽 사장이 패널로 나오는 세션 순서입니다.”


“알겠어요. 사람이 어떤지 좀 봐야죠. 비록 랜선이지만.”


“그쵸.”





한-불 IT기업 온라인비즈니스 포럼이 열리는 날.


벤처기업부 장관의 기조연설이 끝나고 메인 행사인 제1 섹션에 K컬처클럽 허연희와 파리 현지의 EnterParis의 장 루윅이 온라인 대담을 펼일 예정이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불 IT기업 온라인비즈니스 포럼의 사회를 맡은 허나경입니다. 반갑습니다.

이번에는 메인 행사인 한-불 기업인들의 온라인 대담이 있겠습니다.”


여기에 허연희가 나온다.


오늘 오후부터 바로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에 K컬처클럽과 허연희.

이 두 이름이 뜰것이다.


명석의 투자금이 불어나는 계기가 될 포럼이다.


“그럼 한국측 대담자이신 K컬처클럽의 허연희 사장님을 큰 박수로 맞아주세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허연희입니다.

이런 자리에 초대해주셔서 영광···.~~~~~”


“첫 인사말은 짧게 하라고 했지 내가.”

명석이 지루해졌다.


“이것으로 저희 회사 소개를 마치기로 하고요,”


명석이 속으로 말했다.

‘그래 이제 끝이군. 다음은 바로 EnterParis 루윅이 나오겠지. 그래 그래 좋아. 한류 좀 더 띄어봐라 이것들아. 쩐 좀 벌어보자!’


“저희 회사 소개를 마치기로 하고요, 제 자랑 좀 하려고 합니다. 지금 화상으로 연결되어 있는 프랑스 신사가 보이시죠 여러분? 이 분은 제 친한 친구이면서 제가 프랑스에서 사업을 구상할 때 같이 한류의 사업화를 고민하던 제 절친입니다. ~~~”


‘그래 잘한다. 내가 소개만 시켜줬다고 하면 별로잖아.’


“또한 얼마 후에 프랑스로 수출하기로한 ‘갓을 쓴 한국 아이돌 인형’의 사업화를 도와 준 친구이기도 합니다.”


순간 명석이 귀를 의심했다.


‘갓 쓴 한류 아이돌 인형’

“이건 내 아이디어야! 허연희 네 것이 아니라고.

그리고 뭐? 루윅이 네 친구라고?”


이거 완전 도둑년이었잖아!

아, 시팔. 내 돈도 먹고 튈 년인가?


“아, 안녕하세요. 장관님. 김명석입니다. 한류 사업에 대해 말씀 드릴 게 있어서요.”

그래. 나는 한 차원 더 높은 곳에서 널 찍어 버릴거야.

어딜 감히 건방지게 나한테 치고 들어와?


두고보자.



***11화에서 계속




du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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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20.11.24 76 1 15쪽
22 22화 20.11.23 82 1 18쪽
21 21화 20.11.21 83 1 15쪽
20 20화 20.11.19 92 1 16쪽
19 19화 20.11.16 81 1 16쪽
18 18화 20.11.14 98 2 17쪽
17 17화 +2 20.11.12 116 2 16쪽
16 16화 +1 20.11.04 126 2 15쪽
15 15화 +1 20.11.03 147 2 17쪽
14 14화 +1 20.10.30 148 2 16쪽
13 13화 +1 20.10.29 170 2 14쪽
12 12화 +2 20.10.28 189 3 20쪽
11 11화 +1 20.10.27 213 4 20쪽
» 10화 +1 20.10.17 258 4 21쪽
9 9화 +1 20.10.16 254 2 20쪽
8 8화 +3 20.10.15 268 2 20쪽
7 7화 +2 20.10.14 298 3 22쪽
6 6화 +1 20.10.11 363 3 24쪽
5 5화 +1 20.10.10 398 3 21쪽
4 4화 +3 20.10.10 566 5 20쪽
3 3화 +1 20.10.08 787 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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