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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남DuNam 님의 서재입니다.

로또 맞은 헤드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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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남DuNam
작품등록일 :
2020.10.07 11:02
최근연재일 :
2020.12.0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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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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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5화

dunam




DUMMY

5화



ㅡ라방의 힘ㅡ


“저는 목요일 오후가 좋습니다. 3시에 어떠신가요?”


“저도 좋습니다. 라이브C 사무실로 찾아 뵈면 될까요?


고객사와의 미팅 장소는 보통 고객 사무실로 정한다.

명석 역시 라이브C 사무실로 가려고 한다.


사무실을 가보면 그 회사의 분위기가 어떤지 파악이 가능하다.

사람들의 옷차림, 인테리어 등등.


또 구성원들의 표정을 보면 그들의 업무 만족도를 알 수 있다.


“네. 전화 끊고 문자로 이곳 주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목요일에 뵙겠습니다.”




명석이 만나기로 한 ‘라이브C’는 흔히 ‘라방’이라고 하는 라이브방송 커머스 유명기업니다.

중국 라이브영상 기반 모바일 커머스 분야에서 가입자 기준 5위 안에 드는 벤처기업이다.



명석이 고객사에 대한 정보 확인과 비즈니스 지향점을 파악하기 위해 포털에서 라이브C에 대해서 검색을 시작했다.


한국 포털사이트는 물론이고 중국의 구글이라고 불리는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서 라이브C 관련 뉴스와 블로그, 주식 투자 카페 사이트의 글을 모두 찾아보기로 했다.



헤드헌터와 고객사와의 첫 미팅은 매우 중요하다.

딱 잘라 말해서 헤드헌터의 수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 업계에서 갑 오브 갑은 고객사이다.

어느 분야나 고객 또는 고객회사가 갑이지만, 여기 헤드헌팅 쪽은 특히 심하다.


그 이유는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다.


헤드헌터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명석에게 돈이 들어온다는 것은 그가 추천한 사람이(후보자) 고객사의 채용 잡포지션에 합격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 합격은 누가 결정하는가?

바로 고객사이다.


그러면 그 합격을 좌우하는 변수는 무엇인가?

최종면접이다.


물론 후보자의 이력서를 검토하는 1차 서류 전형까지는 헤드헌터의 인재 서칭 능력이 결정적 요인이다.

하지만 1차를 통과하여 면접까지 간 후보자가 최종 합격하는 것은 면접관의 결정이자 고유권한이다.


이 단계에는 헤드헌터가 끼어들 자리가 없다.


오로지 고객사의 '예스신호'만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돈을 벌 수 있다.



명석은 이것이 답답했던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게 없는 직업’

이것이 헤드헌터로 일하면서 항상 아쉬웠던 부분이다.


결정적으로 후보자가 합격 후 헤드헌터가 받는 돈 즉 ‘수수료율'의 수준 역시 고객사가 희망하는 수준으로 맞춰준다.


원래 헤드헌팅 회사에서 권장하는 헤드헌팅 계약서에는 후보자 연봉의 20%를 고객사로부터 받기로 되어있다.


그러나 이것은 말 그대로 권장사항이기에 강제 효력이 없다.


고객사가

‘너무 높네요.’

라고 하면 헤드헌터가 알아서 내려야 한다.


더군다나 고객사와의 만남에서 헤드헌터가 어떤 실수를 한다든지 아니면 고객사 정보 파악 부족으로 미팅에서 질질 끌려다니면 실력없는 헤드헌터라는 낙인이 찍힌다.


그리고 수수료 역시 낮아진다.




그런 이유로 헤드헌터와 고객사와의 첫 미팅을 앞두고 명석이 철저한 준비를 하는 중이다.




우선 뉴스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명석이 인터넷에서 찾은 라이브C 관련 소식은 모두 2백 30만개에 달했다.


뉴스 제목을 종합해보면 보편적인 라이브방송이 아니라 한국화장품과 디저트, 건강식품 같은 특화된 것에 집중하는 회사였다.




‘라이브C, 한국 기초 화장품 라이브커머스 시작’

‘베이징 외국기업경영자협회와 라이브C, 야근 근로자들을 위한 디저트 배송 계약 체결’

‘승천하는 용의 몸부림과 같은 라이브C의 폭발 성장’




2016년 사드 배치 문제가 터지고 생겨난 소위 ‘한한령’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그래도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의 인기는 여전했다.


지난 11월 11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날에는 한국 기초 화장품 주문액이 전년도 대비 28퍼센트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심각해지면서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니 색조화장 보다는 기초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다보니까 피부에 주름이 가는 것을 방지해주는 화장품이 인기를 주도했다.


마스크를 쓰다보니 다른 사람에게 내 맨얼굴을 보여줄 일이 없어서 색조화장을 아예 하지 않는 사람도 늘었기에 색조화장품 매출은 줄어들었다.


라이브C는 베이징의 명동으로 불리는 ‘왕푸징’과 서울의 무역센터와 같은 ‘궈마오’ 지역의 고급 백화점 및 한국화장품 전문 매장들에서 라방을 통한 커머스를 시작했다.



요즘은 한국이나 중국이나 사람들이 검색을 할때는 영상에서 정보를 많이 얻는다.

화장품 역시 단순히 글로 되어있는 후기보다는 영상과 함께 실제 사용하는 비디오가 올라온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라이브C가 이런 수요를 건드린 것이다.

반응은 그야말로 역대급이었다.


중국에서는 과거 우리나라에서 ‘딸 아들 구별말고 하나만 낳아서 잘 기르자’라고 했던 캠페인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펼쳤다.


그 영향으로 소황제라고 불리는 80년대생과 90년대생들이 자기 중심 만족을 위한 소비를 하고 있다.


물론 얼마 전에 이런 산아제한 정책을 사실상 폐지되었지만, 아직 그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이 소비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들이다.


이들은 한국이나 일본, 유럽 여행을 다니며 경험한 외국 브랜드들에 대한 강한 구매욕구를 갖고 있다.


이중에서 여성들은 한국 화장품을 유난히 좋아한다.


가성비가 좋기 때문이다.


유럽의 화장품들은 당연히 세계 최고급 브랜드라는 것을 이들도 알고있다.


그러나 보통 젊은이의 월급으로는 쉽게 구매하기 힘들기에 그보다 저렴한 한국 화장품을 선호한다.


중국의 인민대 취업연구소와 온라인 구직 사이트 즈롄자오핀(智聯招聘)은 2020년 7월에 전국 도시별 신입사원 월급을 조사했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같은 1선 도시 신입사원의 평균 월급은 한국돈으로 약 140만원이었다.


이 월급으로 유럽제 고가 화장품을 구입하는 것은 빈털터리가 되는 지름길이다.


이 젊은이들이 가성비를 따지는 것은 당연하다.


더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으로 아름다워질 수 있게 해준다는 게 한국 화장품의 경쟁력이다.


아름다워지려는 욕구을 채워주는 경쟁력.




명석은 라이브C 뉴스를 계속 검색했다.


한국화장품 라방 소식과 함께 베이징에 있는 외국기업들에게 전속으로 디저트를 배송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디저트?


‘디저트하면 떠오르는 나라?’

명석이 혼자 이렇게 질문했다.


‘당연히 프랑스와 이태리 아닌가.’


순간 명석이 무릎을 쳤다.


다음 뉴스를 보고 놀랐기 때문이다.



‘유럽 출신 파티셰들이 직접 출연하는 디저트 라방, 싼리툰에서 시작한다.’


싼리툰은 베이징의 이태원 같은 곳이다. 외국대사관과 레스토랑, 카페, Bar가 이어져 있는 동네이다.


외국대사관이 밀집한 지역이기에 베이징에서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물론 외국물을 먹은 중국사람들도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명석 역시 베이징에서 공부할 때 이곳의 술집과 카페를 수없이 드나들었다.


싼리툰에 있는 카페들이 인기인 이유는 유럽 본토의 맛을 경험할 수 있어서다.

유럽여행을 다녀온 중국인이나 유럽 출신 베이징 거주 외국인들이 본토 디저트를 먹고 싶을때는 여기로 온다.



그래서 명석은 라이브C의 이런 전략에 놀랐다.


특히 중국기업이 아닌 ‘베이징 외국기업경영자협회’와 손을 잡은 것이 신의 한 수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평등이고 수평이고 자율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회사 사장이 지시하면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은 따르게 되어 있다.


여기 베이징에 진출한 외국기업 역시 지사장과 법인장 등 C레벨 최고경영자가 지시를 하면 그것을 따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그 C레벨 인사들은 대부분이 외국인이거나 외국물을 먹은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모인 협회와 함께 싼리툰의 디저트를 라방으로 배송한다면 디저트를 파는 카페가 유명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라방을 해주는 라이브C의 인지도도 올라간다.


기업경영자들과 그 회사 직원들이 모두 라이브C라는 이름을 알게 되고 그러면 디저트 뿐 아니라 다른 물건들도 여기에서 구매할 것이다.


기가 막힌 전략이었다.




‘라이브C 한국 법인장도 강적이겠군.’


명석이 계속 맥북에서 라이브C 뉴스를 검색했다.






ㅡ첫 투자ㅡ

라이브C에 대한 공부는 우선은 여기까지 하기로 했다.


맥북에서 다른 회사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역시 이 회사 사장과 만나기로 했기에 준비를 해야한다.

K컬처클럽 허연희 사장과의 만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유럽에 한국의 멋을 알리고 있다. 한복과 김치 외에 다른 매력을 전파하려는 사람들이 모인 회사다.


신생 스타트업이라 회사 정보가 거의 없다시피했지만 이유불문하고 최대한 많은 것을 찾아야 한다.


사장과의 만남이기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한다.

더군다나 이곳은 내가 투자할 곳이 아닌가.





다음 날 아침 5시 30분에 울리는 오리 소리 알람으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명석이 좋아하는 알람 소리이다.


2시 30분에 K컬처클럽 허연희 사장과 만나기로 했다.


정확히 9시간이 남았다.


시간이 금이라는 생각으로 1층으로 내려가서 부엌으로 들어갔다.


냉장고 문을 열려고 했는데 시스템점검이 필요하다는 알림이 냉장고 액정화면에 떴다.


‘모든 시스템을 체크하세요.’


명석이 냉장고 디스플레이 옆에 있는 시스템체크 버튼을 눌렀다.


냉장고 스스로 몇 가지 시스템을 확인한 후 바로 문제가 없다는 글자가 액정화면에 떴다.


오래된 냉장고여서 그렇다고 생각하며 오른쪽 냉장칸 문을 열어서 무화과를 꺼냈다.


다시 문을 닫았는데, 문에 있는 수많은 흠집이 눈에 들어왔다.


세월의 흔적이 보였다.


30년이 된 냉장고였다.

고장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


‘나도 이런 인간이 되어야지.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인간..’


명석이 이렇게 다짐하고 일리 캡슐 커피 에스프레소 한 잔을 입에 털어넣었다.



다시 방으로 올라가 K컬처클럽과 사장인 허연희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역시 나오는 것은 거의 없다.


헤드헌터 아니, 투자자라면 이런 제한된 정보와 자료를 갖고도 이 기업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어야 한다.

창업 9개월 된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로 했으니 더욱 그랬다.


이 세상 모든 것의 시작은 초라하고 작기 마련이다.

인간이나 회사나 모두 이 단계를 지나야 한다.

처음부터 창대한 것은 없다.


명석의 인생도 그러하다.





12시 30분이 되자 명석이 화장실에서 양치를 하고 가방에 맥북과 노트, 볼펜 등을 집어넣었다.


약속 장소로 출발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가방에 손소독제와 마스크 보관용 파우치도 집어넣었다.


이제 출발하자.


명석은 언제나 약속 장소에 30분 먼저 도착한다.

상대보다 무조건 일찍 가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아니다.


상대를 편하게 만나기 위해서다.


처음 가보는 장소에 약속 시간에 맞춰서 급하게 나가면 땀을 식힐 시간도 없다.

명석은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이라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난다.


처음 보는 상대방에게 내 젖은 셔츠와 땀이 흐르는 얼굴을 보여주는 건 실례라고 생각한 명석이다.


허연희 사장이 알려준 사무실 주소로 가보니 미국의 유명 공유오피스가 들어와 있는 건물이었다.



‘아쭈, 비싼곳에 사무실을 차렸네.’


혼잣말을 하며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비록 15년이 된 차이지만 BMW 530i이다.

밟는대로 나가는 총알 같은 차다.


명석은 이왕이면 지하주차장에서는 맨 아래 층에 차를 세우는 편이다.


왜냐하면 약속장소로 올라갈 때도 내가 있는 맨 아래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 층이라도 위에 주차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면 사람들 틈으로 비집고 들어가야 해서 싫었다.



그렇게 맨 아래층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약속 장소로 올라갔다.


역시 공유오피스 입구에서 프론트 직원들이 체온을 확인했다.

그리고 카카오 QR코드를 스캔하고 명석을 들여보내 줬다.



“안녕하세요. 저희 입주사와 약속 잡으셨나요?

오피스매니저가 먼저 물었다.


“네 맞습니다. K컬처클럽의 허연희 사장님을 뵈러 왔습니다.”



따라락, 따라락.


오피스매니저의 왼손 검지 손가락이 마우스를 스크롤 하고 있다.


가슴에 꼼데가르송 로고가 있는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빨간 하트 로고.


시계는 태그호이어, 오른손으로 잡고있는 전화기는 아이폰 11.

마우스 옆에 있는 케이크, 그 옆에 구겨져 있는 포장지는 ‘딘 앤 델루카’였다.


모두 명석도 좋아하는 브랜드이다.


“네, 확인했습니다. 여기 모니터에 성함이 나오면 확인 버튼만 눌러주세요.”



‘삑’


명석의 이름과 방문 일시, 만나는 사람과 입주사명이 떴다. 그 아래에 있는 확인 버튼을 누르자 명석의 전화로 문자가 왔다.



‘환영합니다. 이 곳에서 여러분이 원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길!’




지랄한다.



아직도 ‘꿈 팔이’들이 있단 말인가.



암튼 명석이 라운지로 들어가서 3인석 테이블에 가방을 올려놓고 고개를 돌려서 한 번 둘러보았다.



커피머신, 정수기, 자판기, 탁구대, 가죽소파 등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의 복장은 해변가에 놀러온 관광객들의 차림새와 비슷했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입주 회사가 많아서겠지.




시계를 보니 2시 25분이다.


명석이 가방 앞주머니에서 아이폰XS를 꺼내서 허연희 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김명석입니다.”


“도착하셨어요? 바로 내려가겠습니다.”



지금이 쉬는 시간이었는지 허사장은 아주 편안한 말투로 대답했다.


지난 번 통화에서도 허 사장의 목소리에서 어떤 떨림이나 흥분은 느낄 수 없었다.


투자자를 만나기로 한 사장 같지가 않았다.



“안녕하세요. 허연희 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키는 160센티 초반에 숏커트 헤어, 머리색은 빨간색, 신발은 덴마크 브랜드 에코 스니커즈, 물 빠진 청바지, 랄프로렌 폴로 셔츠.


상대의 차림과 표정을 순식간에 읽는 것이 습관이 되었던 명석이다.


“안녕하세요. 김명석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 아주 짧은 인사말만 오고 갔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 분위기이다.


명석은 이런 것을 선호한다.


“저희 회사에 얼마 정도 투자하실 수 있나요?”


보통의 스타트업 사장들은 이런 질문을 안한다. 아니, 감히 투자자 앞에서 이렇게 액수를 밝히라는 질문을 할 생각조차 못 한다.



“1억원입니다.”


“무엇보다 저희 회사와 서비스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는 아직 작은 회사입니다. 시작한지 1년도 안되었구요.”


“9개월 되었죠.”


“네. 아마 인터넷에 정보도 많지 않을 거예요. 베타서비스도 지난 주에 시작해서요.”


“왜 유럽인가요?”


“네?”


“공략하시는 시장이요. 미국이나 중국, 일본이 아닌 왜 유럽인지 궁금해서요.”


“제 개인적인 경험의 영향이에요. 프랑스 파리에서 살다 왔거든요.”


“유학하셨어요?”


“아뇨. 그냥 살다왔어요. 프랑스가 좋아서요.”


그냥 살다왔다. 유럽에.


“부모님이 현지 주재원으로 가신 건가요?


“저 혼자 살다 왔어요. 그냥 직업 없이요.”



직업도 없이 프랑스에서 혼자 살았다?


둘 중 하나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확실한 스폰서 남자가 있거나, 먹고 사는 걱정이 없는 집안의 딸이거나.


허 사장이 말을 이었다.


“프랑스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한국으로 와서 바로 창업했어요. 제 사회 생활 첫 시작이 이 회사 창업이에요.”


‘이제 알겠다. 돈이 좀 있는 집안이군.’


이렇게 생각하며 명석 역시 말을 이어갔다.


“센느 강 유람선을 타고 가다가 보이는 건물들도 아름다웠지만, 강변에 앉아서 책을 읽고 와인 한 잔 하는 사람들이 더 보기 좋더라고요.”


“제가 그것 때문에 프랑스에 푹 빠졌었죠.”


명석이 에스프레소를 한 모금 들이키며 다시 말했다.

“사장님은 COVID-19 때문에 특히 더 힘드시겠어요.”


“네 맞아요. 이 사업도 유럽 베이스이거든요. 잘 아시겠지만요. 유럽은 문화와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잖아요. 그래서 관광 대국이기도 하고요. 저 역시 그런것들에 끌려서 살다왔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한국음악이 들리고 한국어 간판이 점점 늘어나더라고요.”


허 사장의 말도 맞는다.


아이돌 보이밴드가 이끄는 K-pop 열풍이 한국을 알리고 있었다. 더군다나 이태리에서는 BTS라는 잡지도 나왔다.



“김치랑 한복이 전부는 아니죠, 한국이.”


“그럼요. 제가 프랑스에서 살면서 답답했던 게 그런 거였죠. 한국의 자랑거리하면 많은 사람이 이 두가지를 꼽아요.

다른 것들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서요. 다행히 아이돌밴드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한국으로 여행을 많이 왔죠. 코로나 전까지는.”



“랜선 사업도 준비하시는거죠?”


“그럼요.”


이 두 사람은 투자자와 투자유치 기업 대표 사이가 아니라,

사업파트너 같았다.


서로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랜선으로 유명 아이돌 밴드의 고향, 단골 음식점, 소속회사 연습실 등을 영상으로 찍어서 인터넷에 올릴 거예요. “


“돈이 될까요?”


“모두가 움츠리는 이런 때에 투자를 해야죠. 인류 역사에서 이런 힘든 시기는 언제나 인간들을 주눅들게 했지만 그 공포가 끝난 뒤에는 사람들이 다시 용수철처럼 튀어올랐어요.

억압수요라는 Pent-Up Demand는 여행 비즈니스에서 특히 미친 듯이 폭발할거예요.”


억압수요.

그렇다. 평소 하던 것을 못 해서 눌려있는 소비 본능이 한 순간 폭발하는 것.

허 사장은 이것을 기다리며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IR을 하셨나요? 회사 운영비는 어디서 충당하셨나요?


“제 돈으로 버티고 있어요.”


“직원이 몇 명이죠?”


“저까지 6명이고 외주 개발자 2명이 다음 달에 정직원으로 합류할 예정입니다.”


직원 8명.

창업 9개월.

섹터는 여행업.

주무대는 유럽과 한국.


망하기 딱 좋은 조건이다.



코로나 터지고 여행사들이 줄도산을 이어가며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도 고갈 직전이다.

심지어 대형 항공사 두 곳은 국민연금 납부예외 신청을 했다.


이런 판에 버티면서 수요가 폭발하기 기다린다니.

뭔가 있다.



“싸인하시죠.”


“네?”


허 사장이 오늘 처음으로 놀란 표정으로 나를 봤다.


“투자계약서요.”



명석은 숫자 뒤에 있는 것을 보고 이 회사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신념을 갖고 버티는 회사를 이끄는 사람.

이런 사람이야말로 매출이라는 숫자 뒤에 있는 중요한 회사 자산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공증을 받았다.


“그런데 회사 이름에 컬처클럽이 들어간게 혹시 보이조지가 노래 불렀던 영국밴드 컬처클럽의 영향인가요?”


“어머, 네 맞아요. 제가 보이조지가 노래 부를 때 나오는 목소리를 정말 좋아해서요.”


‘보이조지를 알 정도면 나이가 나랑 비슷해야 하는데, 이 사람은 나보다 11살이 어리단 말야. 약간 올드한 것을 좋아하는 것일 수도.’




투자계약서에 싸인을 하고 헤어지면서 명석은 ‘불비불명’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불비불명(不飛不鳴).

삼년 동안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 새가 한번 날기 시작하면 천지를 요동치며 날아오른다는 뜻이다.


훗날 큰일을 도모하는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허 사장. 물건이네.”






ㅡ새 차를 뽑다ㅡ


“걱정 하실 필요 없습니다. 전혀요 고객님.”


볼보 자동차 신사동 전시장이다.

명석은 새차를 뽑으려고 한다.


아니, 이미 결정했다.

볼보 S60, 이 차로.


“다 좋은데 전시차여서 문제가 생길까봐 걱정 되서요.”


“저희 전시장에만 있던 차입니다. 보신 것과 같이 주행거리도 9킬로미터이고 제조년월일도 다섯 달 전입니다.”


명석이 가진 돈으로는 BMW나 메르세데스벤츠를 타도 문제가 없었다.

지금 이 볼보는 독일 브랜드에 비해 한 등급 아래이다.

가격도 더 싸고.


그래도 명석이 볼보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


반자율주행기술이 들어간 차를 운전하고 싶어서다.

운전? 운전보다는 그런 차를 갖고 싶어서다.


아직 명석 주위에는 반자율주행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다.

허나 신문이나 뉴스에는 매일 매일 반자율주행기술 관련한 것들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의 테슬라라는 전기차 메이커가 이런 기능은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그런데 충전소 인프라가 마음에 걸렸다.


테슬라 다음으로 반자율주행기능이 우수한 브랜드가 볼보였다.



“출고는 언제 가능하다고요?”


“다음 달 첫번째 주입니다. 월요일에 바로 가능합니다.”



이 자동차 영업사원과는 한 달째 거의 매일 통화하고 만나면서 상담했다.


“차량 가격 전액을 오늘 입금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객님. 정식 계약서와 입금 후에 필요한 것들 정리해서 출력해오겠습니다. 잠시만요.”




15년 된 BMW 530i는 그냥 갖고 있기로 했다.

팔아봐야 돈도 안되는 차니까.


또 명석이 힘들 때 발이 되어준 차여서 뭔가 오랜 친구같은 차이기도 했다. 친구를 버릴 수는 없지.

그럼.


차도 새로 생기고 투자한 회사도 있으니 명석은 최근에 30대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았다.


활력소들이 명석의 뇌와 몸의 활성화 세포들을 자극시키는 것 같았다.


지난 주에는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중국의 유니콘인 라이브C의 한국법인장 황춘생과의 특별한 미팅도 있었다.


오늘 이 시각까지는 잘 굴러가고 있다.

명석의 인생이.



***6화에서 계속




du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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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20.11.21 83 1 15쪽
20 20화 20.11.19 92 1 16쪽
19 19화 20.11.16 80 1 16쪽
18 18화 20.11.14 98 2 17쪽
17 17화 +2 20.11.12 115 2 16쪽
16 16화 +1 20.11.04 125 2 15쪽
15 15화 +1 20.11.03 146 2 17쪽
14 14화 +1 20.10.30 147 2 16쪽
13 13화 +1 20.10.29 169 2 14쪽
12 12화 +2 20.10.28 188 3 20쪽
11 11화 +1 20.10.27 213 4 20쪽
10 10화 +1 20.10.17 256 4 21쪽
9 9화 +1 20.10.16 254 2 20쪽
8 8화 +3 20.10.15 268 2 20쪽
7 7화 +2 20.10.14 297 3 22쪽
6 6화 +1 20.10.11 363 3 24쪽
» 5화 +1 20.10.10 398 3 21쪽
4 4화 +3 20.10.10 563 5 20쪽
3 3화 +1 20.10.08 785 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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