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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남DuNam 님의 서재입니다.

로또 맞은 헤드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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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남DuNam
작품등록일 :
2020.10.0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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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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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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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4화

dunam




DUMMY

4화


ㅡ몰랐다. 판돈이 얼마인지를ㅡ



왼손 바닥에 스마트폰을 올려놓고 오른손 검지로 메일을 확인했다.



‘투자해서 대박 좀 쳐보자. 몇 천 만원 날리면 어때. 스타트업 투자는 원래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이야.’


스타트업에 투자해서 주주가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애니멀그린에서 보낸 답신 이메일을 읽어내려갔다.


‘귀하께서 제안하신 소중한 의견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만 폐사의 성장을 위한 내부 결론에 따라 이번 귀하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귀하의 건승을 기원하며 다음에 더욱 좋은 기회로···’



···


말 그래도 쩜쩜쩜이었다.


명석의 입이 순간 약간 벌어졌다.

멍해지는 기분이다.



‘투자하겠다는데 거절을 해?’


이유라도 알면 좋을텐데, 그럴 필요는 없었다.

명석이 헤드헌터로 일하며 내린 결론이다.


상대방이 먼저 상세한 거절의 이유를 밝히지 않는다면,

다시 물어봐야 상대방은 결국 원론적인 답변만 한다는 것을.


이번 애니멀그린 담당자의 답장 또한 거절이다.

명석의 투자 제안을 거절한 답장.


결론은 명석이 투자할 회사는 아니라는 뜻.



저쪽에서 왜 투자제안을 거절했는지는 명석 스스로 알아내는 수밖에 없다.


투자하겠다는 단위가 너무 작았나?

1억을 쏴주려고 했는데.


아님 내가 개인이라서?

하긴. 엔젤투자협회에서 인증하는 ‘적격엔젤투자자’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아니면 뭐지.



명석이 로또 1등 당첨 후 처음 추진한 계획이 지워지는 순간이다.



“여기만 회사인가. 다른 곳을 찾아보자.”


스타트업 관련 뉴스들 찾기 위해 플래텀 사이트에 들어갔다.


‘애니멀그린 200억원 투자 유치. 소프트방코스코리아, KOL인베스트먼트 공동 투자’



‘헉’


명석의 숨이 막혔다.


그리고 부끄러웠다.


단돈 1억을 투자하겠다고 하면 애니멀그린에서 고마워할 것으로 착각한 것을 생각하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맥북을 펼쳤다.

애니멀그린 담당자에게 정중하게 답장을 보내자.



‘안녕하세요. 귀사에 투자를 희망했던 김명석입니다. 귀사의 무궁한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투자유치 소식을 들었습니다.


..중략···


유니콘으로 우뚝 서기 위한 귀사의 담대한 도전이 위대한 여정으로 마무리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감사합니다.

김명석 올림.’



판돈이 이렇게 큰 곳인 줄은 몰랐다.


200억 Vs. 1억.

게임은 끝났다.


다른 걸 찾아보자.

꼭 투자가 아니어도 좋으니.





ㅡ나만 힘든 것이 아니다ㅡ


‘호로록, 꿀꺽’


이태리 포도주는 언제 마셔도 일품이다.


지난번 애니멀그린 투자 계획이 물거품이 된 것은 이미 지워졌다.

명석 머릿속의 지우개가 지웠다.


그것 말고도 할 일이 많았기에 여러 구상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하루 24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이럴 때일수록 잘 먹어야지.’



명석은 지금 압구정동에 있는 이태리 식당에서 느긋하게 점심을 먹는 중이다.

이태리 시칠리아 출신 요리사가 오너셰프이다.


이곳 웨이트레스가 추천해준 포도주는

‘몬테풀치아노 다브루쪼, 일 비노 달 트랄체또 리제르바’

빈티지는 2013년.


와인앱 비비노에서도 평이 좋은 포도주이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다.


명석에게 이 정도는 그야말로 껌값이다.




혼자 한 병을 다 마셨다.

약간의 취기가 올라와서 얼굴에 약간 붉은기가 돈다.


이제는 헤드헌터로서 경험했던 초조함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다.

대낮에 혼자 이태리 요리와 포도주를 헤치울 정도로 여유가 있다.



시칠리아 출신 주인장은 주방에서 이태리말과 한국말을 섞어가며 직원들에게 지시한다. 쉴새없이.


여기 직원들은 한국인과 이태리인 비율이 5:5이다.

외국인 직원들은 한국어 소통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훈련이 되어있다.




명석이 이태리 직원들 중에 한 명과 눈이 마주쳤다.


명석이 먼저 외쳤다.

“Perfetto! 정말 맛있어요.”


직원도 외친다.

“Grazie mille! 코맙슴니다.”


“Grazie.”


로마에 있는 단테 알리기에리 어학원에서 1년 동안 배운 이태리어 실력을 발휘했다.



나와 짧은 말을 주고 받은 직원은 밀라노 패션쇼에서 바로 서울로 순간이동을 한 것 같은 미녀이다.


실제로는 명석이 좋아하는 로마 출신이지만.


유럽사람이 중국이나 일본도 아닌 한국에 정착하게 된 계기가 있겠지. 아주 특별한 계기가.



이 식당에 두 번 왔는데, 올 때마다 우연하게도 이 미인이 명석 서빙 담당이었다.



서빙을 받으면서 이태리어로 서로 말을 몇 마디 나누면서 알았는데, 이 미인은 원래 일본 도쿄에서 자리를 잡으려고 했단다.


고향 로마에 진출한 일본 식품 무역회사에서 4년을 일하고 일본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고 했다.


도쿄에 있는 이태리 명품샵에서 세일즈 직원으로 일하는 것을 목표로 일본어도 열심히 배웠다면서.


그런데 관광객으로서의 외국인은 일본인들이 환영을 해주었지만, 막상 일자리를 찾을때는 일본인들이 경쟁자로 여겨서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당연히 명품샵 근처에도 못 가보고 1:1 이태리어 과외 수업을 하다가 한국으로 왔다고 한다.


인천공항행 비행기 티켓을 구입하기 전까지 한국어는 물론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그래도 산입에 거미줄 치라는 법은 없다고 이 미인도 경희대 어학당에서 1년동안 한국어를 배우면서 한국 가정에서 베이비시터 알바도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어학당을 수료하고 바로 이 식당에서 일자리를 잡았다면서 자신을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일본어와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이태리 사람은 많지 않아요. 지금 당장 제 고향으로 돌아가도 저는 일자리 걱정을 안해요.”


그럴만도 했다.

아무리 COVID-19 이 퍼진다고 해도, 교역 상대국의 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필요하니까.



“한국에 올 때 지갑에 20만 엔 밖에 없었어요.”

로마 아가씨가 말했다.



20만 엔.

한국돈으로 약 200만원.


‘나보단 부자였네. 큭’


명석이 혼자 웃었다.


불과 며칠 전 자신은 통장에 17만원 밖에 없어서 피골이 상접할 각오를 했었는데.




그래.

지금 나는 최소한 배를 굶지 않아도 되니까

내 인생을 제대로 설계해보자.


낯선 외국땅에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있는데, 장충동에 사는 내가 뭘 못하겠어.


이렇게 다짐하며 식당을 나왔다.






ㅡ돈이 돈을 벌도록ㅡ



‘이 로또 1등 먹은 돈이 평생 남아있을리는 없어.

은행에 넣어봐야 이자 몇 푼밖에 못받아.

돈이 돈을 만드는 일을 해보자.’


마치 책 ‘부의 추월차선’에 나오는 표현처럼

돈이 돈을 벌어다 주는 그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명석이 뼈저리게 느끼는 바이다.


헤드헌터로서 너무 처참한 수입을 올렸기에 그랬다.

더군다나 나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없는 일,

오직 고객사의 예스 신호만 기다려야 하는 일.


이것이 그를 더욱 미치게 했다.



‘내 장점이 뭘까.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진짜 뭘까.’


이런 물음표가 하루에도 수만번씩 명석의 머리를 때렸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리던

‘네가 잘하는 것을 찾아라’ 라는 말이

이제는 실체적 진실에 가까웠다.


이유가 있다.


주머니에 땡전 한 푼 없을때는 당장 배가 고파서 내가 누구이고 내가 뭘 잘하는지 알수 없었다.

지금 주린 배를 채울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만지는 것이 먼저니까.


허나 지금은 로또 1등 당첨금이라는 든든한 현금이 있다.


이제야말로 내가 누군이고 뭘 잘하는지 곰곰히 생각해야 한다.


인생 100세 시대에 더 높은 곳을 향해 도약하기 위해 땅을 치고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그래야 하기 때문에.







‘엘리자베스 홈즈 테라노스 창업자, 여자 스티브잡스가 아닌 사기꾼으로 들통나’

‘니콜라 CEO사퇴시키고 사기 의심 수법 파헤친 공매도 투자기업 인턴뷰’


명석이 모바일 앱에서 스크랩 해두었던 뉴스 제목을 친구에게 보여주었다.

유니콘으로 올라가려던 기업들의 추락을 분석한 기사들의 제목이었다.



“야, 자칭 혁신 기업들의 실체가 있긴 한거야? 20년 전 닷컴버블처럼 되는 거 아니냐?”


명석이 중학교 동창 한철민과 고량주를 마신다.



“일부 문제를 일으키는 피라미들은 어디에나 있어.”



철민과 명석은 중학교 졸업 후에 중국 북경사범대학에서 우연히 만나 같이 어학연수를 하였다.

두 사람 모두 중국 역사와 음식을 좋아했고 중국에서 인생을 바꿔보려는 꿈도 꿨었다.


북경에 있을때는 한 개에 우리돈으로 220원하는 양꼬치를 씹어 먹으며 거의 매일 고량주와 칭다오 맥주를 마시던 사이였다.




“넌 벤처캐피털회사에서 있었으니까 이쪽 잘 알지? 4차산업혁명이 있긴 한거냐?”


“4차산업혁명은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에서 즐겨쓰는 표현이고, 정작 그 말이 나온 서양에선 그냥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해.

마치 언어표현의 인플레이션처럼 기존 비즈니스에서 조금만이라도 모바일이나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되면 무조건 4차산업혁명이라고 부기도 해.”


“그래서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자.”


“미친놈. 한 잔해”


연태고량주를 틀이키니 목이 뜨뜻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너 퇴사하고 보자보자 하면서 이제야 보네”


“그러게. 코비드인지 코브라인지 이게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어.”


철민은 벤처투자자 VC로 일하다가 올해 초 1월 중순에 퇴사했다. 모아논 돈을 갖고 두 달 동안 서유럽과 중국, 미국 실리콘밸리를 돌면서 창업 아이디어를 얻을 요량이었다.



“얼마 전에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다가 빠꾸 먹었어.”


“그래? 어디에?”


“그린 애니멀. 아니 아니. 애니멀그린.”


“거기 펀딩 크게 받았던데. 200억인가”


“어 거기야.”


“근데 왜?”


“몰라 나도. 이메일로 제휴 담당자한테 내가 너희 회사에 투자하고 싶다고 메일을 보냈는데, 차였어.”


“유명 VC 두 곳에서 투자 받기 직전이라 몸을 사렸을 수도 있어. 요즘 같은 시기에는 어떤 소문이든 전해지는 과정에서 와전될 수 있으니까.”



철민이 담담하게 말했다.


명석이 다시 얘기한다.

“아무튼 난 헤드헌팅은 부업으로 하기로 했다.”


“왜?”


“씨발. 기다리다 지치는 직업이야. 좀 더 스케일 큰 일을 해야지 원.”


“응. 그쪽 일하는 내용이 좀 그렇긴 하지. 오히려 네가 이런 얘기 하니까 내가 편하다.”


철민이 말을 이었다.


“너처럼 세상을 들었다 놨다 하려고 했던 사람이, 기업 인사팀장을 고객사로 모시고 그 사람 입만 바라보는 일을 어떻게 참을까 싶었어.”


“보는 눈은 있군 그래.”




술잔들이 부딪히는 소리 바로 다음에


“캬! 좋다”


소리가 양꼬치집에 울려 퍼졌다.



“다음은 패션이랑 교육이다.”


“무슨 다음?”


“투자 대상 말이야. 내가 돈 쏴줄 회사.”


“응. 근데 너 무슨 돈벼락 맞았냐? 갑자기 왜 투자, 투자라고 노래를 불러대냐?”


“다른 돈은 아껴도 이런 건 과감하게 질러야지.”


“투자라. 좋지. 나도 여유 있으면 그렇게 살고 싶다.”


순간 철민의 고개가 양꼬치집 바닥으로 추락하는 것 같았다.



철민으로서는 그럴만도 했다.


이전까지는 VC회사에 다니면서 회사 돈으로 유망 기업에 투자하는 일을 했지만, 지금은 그런 결정을 내릴만큰의 돈이 없었으니까.



지나간 좋은 세월을 떠올리며 달빛 아래 술잔을 기울이는 백전노장 같은 모습이었다.



“돈이 돈을 벌어다 주는 일을 해야겠어.”


명석의 말에 철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투자 밖에 없다. 나로서는”


“넌 예전부터 신문 읽는 걸 좋아했으니까 정보도 많겠다.”


“너만 하겠냐 내가. 넌 VC업계에 있었고 나는 서당개가 풍월을 읊는 흉내내는 정도인데.”


“그럼 넌 개새끼네. 난 훈장이고.”


“그러게”



둘은 다시 술을 마셨다.



시계를 보니 23시 27분.


블랙 콜택시를 불렀다.

고급이지만 지금 이 시간대에는 비싼 돈 주는 것이 집에 빨리 가는 길이다.


“잘 가라.”


“어. 또 보자.”



명석과 철민이 헤어졌다.






ㅡ결정의 순간ㅡ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다.


이젠 당당하게 엔젤투자자로 활동할 수 있는 자격도 얻었다.




‘짐승새끼들 다루는 회사로부터 물먹은 모욕을 잊지 않을 것이다.’

애니멀그린 말이다.



명석이 이런 각오를 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는 것은 바뀌지 않았다.


나태해지지 않도록 평소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대문에 걸쳐있는 종합일간지와 경제신문을 집어 들었다.


식탁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과 코르네띠 한 개를 곁들인 아침 식사를 했다.



방으로 올라가서 맥북을 열었다.


매일 받아보는 IT업계 동향과 주요국 증시 지수 소식을 확인했다.




여전히 미국 증시는 상승세다.


유럽은 코로나와 독감이 겹치는 트윈데믹 우려로 프랑스, 독일, 이태리, 영국의 증시가 하락세다.


이상하다.


미국이나 유럽이나 코로나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이유는 명확했다.


미국은 세계의 기축통화 즉 달러를 찍어내는 발권국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고 자본주의 천국 미국의 정부와 연준FED는 실업수당 지원과 양적완화 정책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다.


몇 개 나라의 GDP를 합친 것보다 많은 돈을..



돈의 위력을 다시 실감했다.


미국 증시가 상승세인 이유가 또 있다.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하는 테크기업들이 포스트-코로나를 이끌고 있어서다.


그전에는 말로만 듣던 무인배송, 자율자동차, 사물인터넷 등 미래 산업의 핵심인 AI와 데이터관리를 기반으로 한 응용산업에서도 미국기업들이 리더가 되었다.


다른 나라 기업들은 미국의 테크 기업들을 벤치마킹하려고 난리다.



명석의 화살을 바로 여기를 조준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비대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와 소비환경의 변화로 관련 기업들이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와 관련된 기업들에 투자를 하려고 한다.




오늘도 명석은 투자 대상 기업 리스트의 칸을 늘리는 중이다.


30개의 기업을 우선 채우려고 한다.


지금까지는 17개 기업. 앞으로 13개 기업만 더 찾자.


그 중에서 실제 투자할 기업을 추리면 5개 내외 일 것이다.


한 곳에 1억 씩이면 총 5억.

미래의 대박을 상상하면 충분히 견딜 수 있는 금액이다.



정리를 완료한 17개 기업들의 뉴스를 먼저 검색해본다.


국내외 포털과 미국 경제매체, 유럽 뉴스를 모두 본다.

그렇게 해야 이 기업이 속한 산업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한국에서만 특정 기업이 잘 나간다면, 외국에선 왜 안 먹히는지도 알아야 한다.


소비자 demand, 통신 인프라, 정부 정책, 관련 법규 등 연관된 모든 것을 찾아보고 결론을 내려야 한다.



이것만 하는데도 하루 시간이 부족하다.



투자 대상 기업 30개를 채우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이다.




‘한글 수강생 폭발적 증가’


유럽 상황을 전해주는 인터넷 소식지의 헤드라인이다.


현재 유럽에서 K-pop 열풍으로 한국아이돌 가수들의 화상콘서트 티켓 매출이 기하 급수적으로 늘고 있으며, 이와 함께 한국어 교육콘텐츠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명석도 예전에 ‘뉴키즈 온 더 블록(NKOTB)’이라는 미국 보이밴드 내한공연을 보러 갈 정도로 팝음악에 미친 적이 있었다.


NKOTB는 미국팀이었다. 자연히 미국 문화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아니, 미국 문화가 멋있어 보이고 호감이 갔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미국이라고 하면 일단은 반은 먹고 들어갔다.



지금 유럽에서의 한국문화도 마찬가지일 게다.



한글을 먼저 배워서 한국문화를 좋아한다기 보다는, 한국문화에 대한 호감과 관심이 한글로 전달되었겠지.


이런 관심 사이클이 계속된다면 한국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관심 역시 올라가겠지.

그럼 여기에 관련된 기업들의 가치가 올라가겠지.




명석이 투자 기업대상 리스트를 살펴본다.


애플 트랙패드에서 손가락을 위 아래로 움직이며 정리를 한다.



‘K컬처클럽’


명석의 눈에 들어온 회사다.



“여기다.”


아이디어 제안을 할 수 있는 담당자 이메일 주소로 메일을 보냈다.





[투자 관련 미팅 요청] 엔젤투자자 김명석





K컬처클럽은 창업한지 9개월 된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메이저 언론사에는 나온 적이 없다.

벤처 기업 관련 뉴스를 전하는 온라인 매체에만 세 번 정도 나온 것이 전부다.


아주 소박한 제목과 함께.


‘K컬처클럽, 유럽에 한국인의 문화 에너지 전해요.’

‘김치, 한복에서 벗어난 한국문화를 알려요.’



K컬처클럽이라는 회사는 한국의 숨겨진 핫플레이스와 스토리를 유럽인들에게 전달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한복과 김치 외에도 넘치는 한국의 멋을 제대로 알리겠다는 것이 이 회사의 목표이다.

그래서 한-유럽 간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기업 비전을 세웠다.



예를 들어서 유럽 K-pop 팬들이 좋아하는 보이밴드의 멤버들의 고향, 좋아하는 음식, 연습생 시절 지냈던 숙소와 연습실, 자주 가던 식당을 한데 묶어서 패키지 상품으로 파는 식이다.


마치 엘비스 프레슬리가 살던 그레이스랜드를 투어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여행 산업이 직격탄을 맞아서 관련 업체들이 줄도산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여행이라는 것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진화와 혁신을 통한 새로운 생존의 길을 모색할 것이 당연하다.


지금 여기 K컬처클럽도 그런 회사 중에 한 곳이다.





명석이 보낸 메일을 담당자가 바로 수신확인했다.


‘역시 스타트업 답게 확인이 빠르군.’



명석의 애플워치가 떨린다.

전화가 왔다.


처음 보는 번호이다.

다만 앞자리는 K컬처클럽의 대표 번호와 같다.


왔다.

물었다.

이겼다.




“김명석입니다.”


“안녕하세요. 김명석님. K컬처클럽의 허연희입니다. 보내주신 메일 확인하고 연락 드렸습니다.”


허연희라면 K컬처클럽의 사장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더 작은 회사인가 보다.



“네 안녕하세요. 사장님. 여러 업무로 얼마나 바쁘신가요?”


“아닙니다. 이렇게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지요. 그럼 언제가 편하신가요?”


어라, 적극적이네.


“내일 오후 2시 30분 어떠신지요? 그 다음 날도 좋구요.”


“전 괜찮습니다. 내일 2시 반에 뵐까요? 어디서 뵙는게 편하신가요?”


“제가 K컬처클럽 사무실로 가겠습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저희 회사 주소를 문자로 남겨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아싸.




1억을 100억으로 만들어보자.



지금까지 정리한 17 곳 회사 중에서 첫 대면 미팅을 하게 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승이지만 지금 그걸 따질 게 아니다.


‘내 미래를 위해 내 돈을 불려야 한다.


내일 2시 30분에 내 삶을 변화시킬 계단을 밟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다시 인터넷 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K컬처클럽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다시 모으려고 한다.

창업자 약력, 기업 리뷰, 매출, 창업 경진 대회 참여 여부 등 모든 것을 다 찾아서 내일 미팅을 준비해야 한다.






‘따르릉’



전화벨이 또 울렸다.



명석이 모르는 번호다.


‘투자해달라는 전화인가’


아닌 것을 알면서 그냥 지껄여 봤다.


우선 전화를 받았다.



“닌하오. 진 셰셩마?(안녕하세요. 김 선생님이십니까?)”


중국어가 들렸다.



“스더. 워 스 진밍스(네. 김명석입니다.)”



중국인이 나한테 왜 전화를 했을까.


국제전화로 건 것도 아닌 것을 보니 한국에서 건 것이다.



“안녕하세요, 김 선생님. 저는 중국에서 온 왕춘생이라고 합니다. 중국회사 ‘라이브C’ 한국법인장입니다.”


‘라이브C. 요즘 중국에서 제일 뜨는 D2C 회사인데!

설마 투자를 해달라는 것은 아니겠지.

중국 본토 매출이 수천억인데.’


“네 안녕하세요. 법인장님. 평소 라이브C의 영상을 보면서 기발한 아이디어에 감탄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하.”


“법인장님께서 직접 저한테 전화를 하셨네요.”


“얼마 전에 재한(在韩)중국기업 모임에서 선생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저희가 이번에 사람들을 뽑아야 해서요.”


어라


이렇게 큰 떡이 굴러들어오다니.



명석을 기분이 좋아져서 입이 찢어질 뻔했다.



이 정도 규모 회사라면 최소 수십명의 인력을 채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 연봉을 4천만으로 잡아도 대략···..




로또 당첨으로 투자자로 변신하면서 동시에 부업으로 생각한 헤드헌티에서 몇 억을 벌 수 있겠다는 즐거운 상상을 하고있다.



“법인장님. 혹시 이번 주 목요일이나 금요일 오후 중에 시간 편하시다면 찾아 뵙겠습니다.”



일이 될려면 이렇게도 되는구나


명석의 얼굴의 주름이 모처럼 사라졌다.



***5화에서 계속




du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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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20.11.14 98 2 17쪽
17 17화 +2 20.11.12 116 2 16쪽
16 16화 +1 20.11.04 126 2 15쪽
15 15화 +1 20.11.03 147 2 17쪽
14 14화 +1 20.10.30 148 2 16쪽
13 13화 +1 20.10.29 170 2 14쪽
12 12화 +2 20.10.28 189 3 20쪽
11 11화 +1 20.10.27 213 4 20쪽
10 10화 +1 20.10.17 257 4 21쪽
9 9화 +1 20.10.16 254 2 20쪽
8 8화 +3 20.10.15 268 2 20쪽
7 7화 +2 20.10.14 298 3 22쪽
6 6화 +1 20.10.11 363 3 24쪽
5 5화 +1 20.10.10 398 3 21쪽
» 4화 +3 20.10.10 566 5 20쪽
3 3화 +1 20.10.08 787 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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