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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남DuNam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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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남Du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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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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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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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8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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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dunam




DUMMY

12화


‘회계장부열람권”

상법 제466조의 소수주주가 회사에게 장부의 열람과 등사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


기업 경영 관련 정보와 자료를 최대한으로 많이 확보할 필요가 있을 때 제기한다.


이 등사 청구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바로 현 대표이사 해임과 기업 경영권 확보, 이것이다.



“일단 회사에서 봐. 자세한 건 이따 말해줘.”


허연희가 CFO와 통화를 길게 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얼른 변호사에게 연락을 취하는 수밖에.


“틱 틱 티딕 틱”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급한 상황에선 인사고 나발이고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야 한다.


“제가 좀 급해서요. 회계장부열람등사라는게 들어왔는데요, 어떤식으로 대응해야 할까요?”


허연희 앞에서 지나가는 차들이 모두 멈췄다.

바로 앞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에 멈춘 것인데,

마치 모든 운전자가 허연희 자신을 쳐다보는 것 같았다.


어딜가나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고

뭔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부끄럽고 두려워서 피하고 싶지만

어디에도 피할 곳은 없다.


지금 허연희와 변호사의 대화 내용도 그러하다.


“물론 대표이사가 거부할 수 있어요.”


“그래요? 그냥 공개할 수 없다라고 하면 되나요?”


“그런데 대표이사가 거부하면 소송을 걸꺼예요. 그 내용을 까서 보겠다는.”



허연희의 뇌가 정지한 듯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우선 그 주주와 얘기를 잘 해보세요. 대표님이 불리해질 수 있는 것들이 없으면 원만하게 해결해보시는 것도 좋아요.”


변호사가 말한 ‘불리해질 수 있는 것들이 없으면’

이 대목에서 허연희는 무너졌다.


떳떳하지 못한 자가 스스로 아파하는 고통,

남이 아닌 내가 나를 찌르는 고통으로 무너졌다.


멍하니 걷다보니 어느덧 사무실에 도착한 허연희.


“김명석은 오늘 뭐래?”


“몰라.”


“회계장부 열어보겠다는 얘기는?”


“없었어. 전혀.”


“진짜 뭐야 이게. 날벼락도 유분수지.”


“모르겠다.”


“야, 모르겠다니? 네가 좀 알아서 해봐.”


“내가 뭘?”


“돈은 네가 다 썼잖아.”



회사가 분해되는 균열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뭐? 너 무슨 소리야?”


“솔직히 우린 네가 하라는대로 했잖아.”


“그럼 말렸어야지 시킨다고 다 하냐?”


“이제와서 누구 핑계야?”


“핑계라니? 네가 나한테 먼저 그랬잖아!”


“네가 시켰다고!”



끝이다.

이 회사는.


성장가도를 달리는 회사가 아닌

이제 막 시작한 구멍가게 수준의 사무실에서 이런 파열음이 난다는 것은 앞으로 좋아질 가망이 없다는 것이다.


“변호사한테 전화해봤어?”


“어.”


“뭐래?”


“여기서 내가 거부하면 그 다음은 소송이래.”


“하 미치겠네 미치겠어.”


“지금 잔고는 얼마야?”


“거의 안남았지. 다 썼어.”


“후..”



이 문제는 어쩌면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흔한 실수라고나 할까?


당당하게 나가서 회사를 위한 지출이었다고 하면 될 일이었다.


웃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의 돈이었다.

그러나 사업을 해본 적이 없는 초보자들에게는 누군가로부터 ‘청구’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해지는 법.


허연희가 쓴 것들을 들여다보면

회사에 필요한 물건들 좀 사고 아는 사람들 만나서 저녁 먹은 정도였다.

애초에 투자 받은 투자금 규모가 뒤로 빼돌릴 만한 금액도 아니었고,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급한대로 그 돈을 쓴 것이었다.


이 모든 반응은 명석이 예상했던 그대로다.


재무, 회계 등의 개념이 없는 사람들은 돈을 어떻게 써야하는지도 모르기에, 그저 한 번 찔러보면 알아서 두 손을 들고 항복한다.


개인적으로 쓴 것 같다는 걱정 때문에.


“이제 어떻게 하지?”


“김명석한테 전화해봐 먼저.”


“걸어서 뭐라고 해?”


“그러게..”


“에초에 욕심 부린게 잘못이었나봐. 그냥 자그마한 사무실 차려서 여행 중계나 할 걸.. 괜히 크게 벌여갖고..”


“엎질러진 물이야.”


“알아. 안다고..”


허연희 패거리가 김명석에게 대들 일은 없다.

K컬처클럽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김명석 마음이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서울과 파리의 시차는 8시간이다.

현재 서울 기준 밤 12시 정각.

파리는 오후 4시.


구글미트로 서로 얼굴을 보며 명석과 장불파 두 사람이 얘기를 하고 있다.


“좀 잠잠해지나 했는데 유럽은 다시 번지네?”


“어. 그거 때문에 요즘 걱정이다. 가게 장사 안되는 것도 걱정인데, 그보다 사람들이 너무 불쌍해.”


“저녁엔 아직 통금이지?”


“응. 밤 9시부터 아침 6시까지 밖에 못나가. 그래도 하루에 수천에서 수만 명씩 걸린다.”


“너도 불안하겠다.”


“일단 매출이 너무 줄었는데, 그나마 배달 오토바이가 많아져서 그럭저럭 버티고 있다. 뭘 하든 살아남아야지.”


“내가 너한테서 힘을 많이 받으려고 했는데, 그렇게 했다간 남아있는 기를 다 가져갈 것 같아서 참는다.”


“미친 새끼. 그래도 된다. 남아있는 건 이 몸가죽 밖에 없으니.”


“지난 번 포럼은 네 덕에 잘 마쳤어. 장 루윅 연결해줘서.”


“어. 그 사람 괜찮은 인간이야. 사업 수완도 있고. 일 좀 크게 별려봐라. 내가 좀 들어가게.”


“알았다. 또 연락할게.”



EnterParis 장 루윅 CEO가 갔었던 수제비집을 운영하는 김명석의 친구의 이름은 장불파다.


장張

불佛

파派


장씨 성을 가진 불란서에 미친 인간이란 뜻이다.

물론 개명한 이름이다.


이 장불파가 명석이 구상하는 비즈니스에 큰 도움을 주어서 허연희도 날려버릴 수 있었다.


만약 장 루윅과 직접적인 컨택이 불가능했다면 허연희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이래서 인맥이 중요하다고 하는 거다.


이름도 특이한 장불파와 화상통화를 마치고 이제는 장 루윅과 통화해야 한다.


장 루윅은 한국말이 유창하기에 명석이 언어 장벽 걱정 없이 편하게 말할 수 있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안녕하세요. 저는 잘 지냅니다. 지난 번 포럼에서 워낙 한국말로 잘 설명해주셔서 많은 사람이 아주 기절할 뻔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한류 관련 비즈니스를 하는데 당연하죠.”


“지금 당장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물리적인 교류가 안되지만 이럴 때야말로 기발한 아이디어로 뭔가 새로운 것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겠죠.”


“그럼요. 최근 프랑스에서는 야간 통행금지 정책이 있는데도 하루에 많게는 몇만 명씩 확진자가 나와요. 그래서 비대면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를 꼭 해야합니다.”


“포럼에서 보여주신 AR, VR 기술로 가상 콘서트를 계속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네 저도 그런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온라인 콘서트로 더 부자가 될거라고 생각해요.

보통 콘서트장에는 5만명 정도의 사람이 들어오는데, 온라인에서는 몇 십만 명도 콘서트를 볼 수 있으니까요.”


“빨리 보고 싶네요. EnterParis와 K컬처클럽의 콜라보레이션을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이메일로 먼저 보내드린 대본대로 해보시죠.”


“아, 아주 좋았어요. 자연스럽게 제가 그 친구분의 수제비 식당에서 한식을 먹으면서 한류 팬들과 이야기하는 거요.”


“네. 유튜브에 올리실 때 한국 아이돌과 관련된 키워드만 잘 넣어도 조회수는 금방 올라갈 겁니다.”


“조회수 높이는 건 저희가 전문이니깐 걱정 마세요.”


“그럼 잘 해보시고요, 자주 연락하시죠.”



장 루윅은 얼마 전까도 허연희와 사업 전략을 논의했지만 이제는 명석과 하고있다.

처음에는 투자자가 직접 나선다는게 의외였지만 오히려 말이 더 잘 통하는 명석이었다. 돈 냄새를 더 잘 맡는달까?


장 루윅에게는 돈이 더 중요했다.


일주일만 기다리면 명석과 루윅이 말한 것들이 4K UHD 화질의 영상으로 유튜브에 올라올 것이다.


프랑스에서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회사 중 유일하게 VR와 AR 기술을 활용해서 한국 걸그룹과 보이밴드들의 콘서트를 온라인에서 중계해 줄 수 있는 회사의 CEO 장 루윅.


이 사람의 이름이 유튜브에서 전 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유명해지는 날이 일주일 남았다.


명석도 루윅과 마찬가지로 유명해질 것이다.

소셜미디어,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려야 거물이 된다는 것을 둘을 잘 알고 있다.


두 사람 다 미디어의 힘을 잘 알고있다.


특히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콘텐츠가 널리 퍼질수록 더 그렇다.


유튜브, 포털, 소셜미디어에서는 사용자들의 관심사와 기존 클릭 콘텐츠를 분석하여 그와 유사한 것들을 추천해준다.

사용자들은 계속 자신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보게된다.

몇 시간이고 계속.



요 며칠 사이에 명석의 이름이 한국 포털 뉴스에 자주 나온다.


뉴스 제목들은 모두 다르지만, 그 내용들은 똑같다.

‘K컬처클럽을 알아본 선구안

또는

유럽에서 한국을 알리는 사명감으로 투자한다

등의 내용이다.


곽구용의 힘 덕분이다.

언론사 사장들과 편집장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을 수 있는 남자.

미디어 업계의 최고 실력자 곽구용.


이런 사람을 삼촌으로 모시고 있다는 건 행운을 넘어 축복이다.


그 덕에 며칠동안 계속 명석의 이름이 인터넷에 오르내리고 있다.


명석은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 이름을 알게 되는지 궁금했다.

홍한민에게 부탁해서 김명석 이름 석 자와 연관되는 키워드들을 알아보았다.


“어디 보자. 네 이름이랑 많이 걸려서 나오는 키워드는 창업, 스타트업, 한류, 유럽, 엔젤투자 이렇게야.

너한테 딱 맞는 것들이네.”


“그러게말야. 내가 원하는 것들인데.

사람들 유입은 어디서 많이 들어왔어?”


“네이버에서 제일 많이 들어왔고 그 다음이 구글이랑 유튜브, 소셜미디어 순서야.”


“유입경로 말고도 다른 것도 찾아보니까, 네 이름이 뉴스에 뜨고 나서 사람들이 K컬처클럽, VR, AR, 굿즈 이런 것들을 많이 찾더라.”


“내가 원하는 모양이 나오는데.”


“그럴거야. 이쪽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통의 관심사일테니까.”


“나, 뉴스에 나오니까 좀 멋있지 않냐.”


“지랄하네. 야, 요즘엔 이런 인기검색어는 널렸어.

그리고 넌 인기인도 아니야. 착각하지마.”


“알았다. 알았어.”


“근데 너 정말 이상해. 요즘 무슨 돈벼락을 맞았는지 아니면 나 몰래 사업해서 돈 벼락을 맞았는지 말야.

왜 이렇게 설쳐대냐?”


“설치는게 아니라, 100세 인생 설계 아니겠냐.

이게 다 노후대비 플랜이라고.”


“그건 알지 아는데, 그럴 실탄이 어디서 났냐 이게 궁금하다는거지.”


“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느니라고 옛 선현들이 말씀하셨지.”


“관두자.”


“야 그건 그렇고, 이렇게 사람들이 나를 찾게되면 그 사람들이 나랑 연관된 다른 뉴스들도 계속 보는거지?”


“어. 요즘은 다 맞춤형이어서 유튜브랑 포털 알고리즘이 관련된 것들을 위주로 내보내줘.

그래서 네 이름 몇 번만 검색하면서 인터넷 돌아다니면 너랑 조금이라도 관련있는 것들을 보여주지.”


“또 한명의 스타가 탄생하는건가.”


“스타가 되고 싶으셔?”


“글로벌 스타.”


“글로벌은 모르지만 국내 스타는 만들어드릴 수 있지.”


“네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평소에 잘해 새끼야.”


“그래. 술 자주 사줄게.”


“포장마차 말고 제대로 된거 좀 사라.”


“그럼 물론이지.”


“일단 난 네가 보내준 키워드들 위주로 분석 좀 더 해볼테니까, 다 완료되면 다시 전화할게. 기다려봐봐.”


“며칠 걸릴 거 같냐?”


“글쎄, 한 이틀?”


“오케이. 땡큐.”



미디어의 힘을 절감한 명석은 이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인터넷 유명세를 타보기로 했다.


명석 개인이 유명해지는 것과 함께 K컬처클럽의 투자자라는 것을 널리 알리며 글로벌 투자자들과의 네트워킹으로 한국 창업문화를 이끄는 젊은 투자자로 자신을 브랜딩하려고 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안색이 좋지 않네요. 이럴 수록 힘내세요.

그래야 다음에 잘하죠.”


“네.”


다음에 잘하죠 라는 명석의 말이 허연희의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지금이 아닌 다음이라면, 지금 이 일은 어떻게 되는건가.


“앞으로 제가 뭘 어떻게 하면 될까요?”


“당분간은 차분히 계시는게 회사를 돕는겁니다.”


“차분히라면.. 구체적으로 무슨 말씀인지···”


“명목상의 대표이사 자리는 버리지 마시되

언론에는 노출되지 않도록 하세요.”


“제가 할 일은요?”


“얼마 전에 터진 문제가 더 커지지 않게만 하세요.”


얼마 전에 터진 문제.

회계장부열람등사.


“근데 왜 그러셨어요?..”


“뭐가요?”


“저희 회사 장부 열람 청구요.”


“주주로서 당연한 거죠.”


이 말에 허연희는 할 말이 없었다.


그랬다.

명석이 딱히 법적 소송으로 일을 키운 것도 아니었다.


상법에 있는 그대로 열람을 요구한 것 뿐이었다.

그런데도 허연희는 겁이 난 것이다.


“아, 간혹 경영권 분쟁 시에 일부 투자자가 이렇게 하기도 하죠.

그리고 다른 문제가 있을 때도요.”


“다른 문제요?”


“대표이사 해임 시도요.”


허연희의 목과 고개가 하나가 되어 뒤로 넘어갈 뻔 했다.


‘김명석이 나를 내보낼수도 있구나.’


명석이 귀에 꽂은 무선 이어폰을 만지며 말을 했다.

“투자금을 유용, 배임 또는 횡령을 한 사람은 대가를 치러야 하거든요.

그런 사람이 회사에서 계속 대표 노릇하고 있으면 되겠습니까?”


‘내 얘기잖아.’


“네 그럼요. 저도 동의합니다.”


‘순진한 것. 저렇게 겁을 먹다니.’

명석이 속으로 허연희를 비웃었다.


“그동안 K컬처클럽과 해외 투자자, 관련 기업들과의 네트워킹을 위해 뛰면서 유능한 경영자를 많이 만났습니다.

세상을 바꾸겠다라든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은 실체가 없는 꿈같은 일을 하려고 하더군요.”


허연희는 명석의 말을 계속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아름다운 동화 같은 이야기보다는

지금 당장 어떻게 돈을 벌겠다라고 말하면서 규모는 작지만 구체적인 플랜과 프로토타입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더 믿을만 했습니다.

아직 시작도 안한 것을 가지고 투자금을 받으러 다니는 사람은 없었어요. 적어도 저와 5분 이상 대화한 사람들 중에는요.”


이건 그야말로 저격이었고 압살이었다.

명석이 허연희의 뻥, 그 허언증을 공격하는 중이다.


공격은 이어진다.


“왜 그렇잖아요? 20년전의 닷컴버블 때에도 그런 회사들이 있었죠. 기억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어리셔서.

한국계 미국인이 세운 코즈모닷컴이라는 회사도 IT거품 대표기업이에요.”


“이름은 들어봤어요.”


“그 회사는 주문이 들어온 모든 물건을 1시간 내로 배송한다는 거였는데, 그게 말이 됩니까?

한국도 아니고 미국처럼 큰 나라에서. 그것도 요즘과 다르게 드론도 없었고요.”


“네 알아요. 기억나요. 그 회사. 인터넷에서 봤어요.”


“그냥 보기엔 환상적이죠.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원하는 서비스거든요. 뭐 아무튼 자세한 파산스토리는 인터넷에서 찾아보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이젠 뭘 하나요?”


“허 사장님, 지금까지 내말 이해하지 못했나요?”


“잘..”


“지금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를 고민해보세요.”


“제 경영권은 그럼 어떻게..”


“그대로죠.”


명석이 대표이사 해임까지는 가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신사업 추진이나 기존 사업 전략 수정 보다는 조직 관리에 힘을 더 쓰시는게 어떨까요.”


포, 차 다 빼고 그냥 앉아만 있으라는 메시지였다.


“조직 관리요? 그럼 인사 채용인가요?”


‘이렇게 답답해서 원..’

“인사 채용도 조직 관리이죠. 그것보다 더 근본적인 걸 고민해보세요. 인생 공부에 필요한 책을 읽으시든가요.”


이제야 허연희가 명석의 말을 이해했다.






아무것도 하지말고 까불지도 말고 아가리 닥치고 있어라.





한 순간의 나댐이 이렇게 큰 펀치로 돌아올 줄을 몰랐다.

스타트업 창업에 들어간 돈은 부모님에게서 빌렸다.


어느정도 먹고살 만한 집이었기에 회사 경영도 마음대로 했었다.

친한 사람만 데려다가 뽑아서 앉혀놓아서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이렇게 한 방 먹을 줄은 몰랐다.


“자 그럼 이만 끄겠습니다.”


화상미팅 종료를 알리는 소리가 나면서 화면 속에서 명석이 사라졌다.


‘아, 오늘은 직접 얼굴을 봤어야 하나? 비대면일수록 사람을 직접 만나는게 중요하다는데.

직접 얼굴을 보고 얘기했으면 달라졌을까?’


허연희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금 이 비참함을 달래고 싶었다.


회사 직원들에게 이런 처지를 자세하게 얘기할 수도 없었다.

대표로서의 권위가 사라지면 그걸로 끝이다.


“야, 나 이제 힘 없다. 그냥 김명석이 하라는대로 해야 해.”


“아휴 진짜 너 그냥 가만히 있었어?”


“그럴수 밖에 없었어. 하는 얘기가 틀리거나 사실과 다른 말이 없었어.”


“알았어. 그럼 출근은 안할거야?”


“출근은 하려고. 일주일만 쉬다 갈게.”


“그래 잘 생각했어.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응?”


“어 알았어.”


힘 빠진 허연희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친구인 CFO의 토닥임이었다.


이런 슬픈 토닥임과는 반대로 명석은 엔터회사들을 접촉하며 새로운 비즈니스를 구상하고 있다.


단순히 갓 쓴 한류아이돌 굿즈를 판매하는 수준이 아니라

디지털커머스 사업을 할 만한 비즈니스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어차피 당분간은 사람들끼리 만나서 먹고 마시고 노는 것은 안되니까 가상으로 이것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업들을 찾아보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인터넷 뉴스를 보며 명석이 주요 뉴스 제목을 소리내어 읽고있다.

소리내며 뉴스를 읽으면 아침 잠도 깰 수 있고 입도 풀고 일거양득이다.


“홀로그램으로 재탄생한 영화 촬영지에선 내가 주인공”


기사 본문을 보니 유명 영화 촬영지와 등장인물을 홀로그램으로 실물과 100% 똑같이 복제해서 그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였다.


기업들은 홀로그램 세트장에 광고를 넣어서 사용자들에게 노출시킬 수 있었으며, 그 광고판을 터치하면 쇼핑까지도 가능했다.


인텔과 엔비디아, 삼성 반도체들을 합친 속도로 명석의 뇌가 돌아갔다.


지금 한국 시각 오전 6시 5분. 프랑스는 밤 10시 5분.

파리에 있는 장 루윅에게는 실례인 걸 알았지만

지금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ZOOM으로 루윅을 초대했더니 바로 접속해서 들어왔다.


“아이고, 이거 너무 늦은 시각에 죄송해요.”


“전혀요, 괜찮습니다. 기쁜 소식이길래 그러시겠죠?”


“물론입니다. 홀로그램을 활용한 VR과 AR 콘텐츠를 더 실감나게 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았습니다. 링크 보내드린거 확인해보세요.”


“음.. 네 지금 왔네요.”


“EnterParis랑 같이 해볼만한 콘텐츠가 나오지 않을까요?”


“이거는 글쎄요. 저희도 한 번 검토해보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장 루윅이 검토한다는 것은 두 가지 뜻이다.


하나는 이 기술이 별로라는 뜻.


다른 하나는 이 기술이 EnterParis의 기술보다 뛰어나기에 놀랐다는 것.


명석은 이 두 가지 모두 염두하고 ZOOM을 했다.


일명 조성된 위기라고 하는, 조직과 사람들에게 의도된 위기감을 불어넣는 방식이다.



K컬처클럽의 경험처럼 초반에 잡지 않으면 피곤해질 수 있기에 명석은 장 루윅과도 주고 받기를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동시에 이 환상적인 홀로그램 서비스를 출시한 한국 스타트업 대표와 미팅을 하려고 한다.


우선 대표 메일과 제휴문의 메일로 미팅 요청 이메일을 보낸다.


“ㅡㅡㅡㅡㅡ 중략

ㅡㅡㅡㅡㅡ

디지털 전환을 통한 혁신기에 새로운 서비스로 시장을 이끄시는 귀사의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고 싶습니다.”


이 정도 기술을 가진 회사라면 이미 다른 유명 투자회사들의 입질도 있었을 것이다.


명석 같은 소규모 자본의 엔젤투자자가 들어갈 자리가 없겠지만 그래도 들이대보는거다.


어차피 거절당하는 제안이라면, 일단 해보기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해보지도 않고 후회하는 것은 너무 멍청한 짓거리다.


명석의 머릿속에는 K컬처클럽의 사업을 여기 이 홀로그램과 엮어서 전세계를 공략하는 기획안이 넘쳐나고 있다.


마르지 않는 오아시스처럼 아이디어가 계속 쏟아진다.


K-pop 가수들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를 모두 홀로그램으로 변환해서 거기에 직접 팬들이 들어가서 체험하는 서비스.


거기에 기업들 광고를 넣고 커머스도 일어나게 한다면, 그 수수료만 해도 얼마인가?


생각만해도 입이 찢어지려고 한다.


화장품, 의류, 자동차, 식품, 지역 여행 상품 등 무궁무진하게 상품을 디자인할 수 있다.


“그래. 이번엔 여기랑 뭐 좀 해보자.”


코로나바이러스로 집에만 박혀있는 사람들의 욕구불만을 한 방에 해결해 줄 트래펑처럼 시원하게 속을 뻥 뚫어주는 신기술이다.


여기랑 무조건 손을 잡아야 한다.

무조건!!




***13화에 계속.




du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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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1 20.10.29 171 2 14쪽
» 12화 +2 20.10.28 190 3 20쪽
11 11화 +1 20.10.27 213 4 20쪽
10 10화 +1 20.10.17 260 4 21쪽
9 9화 +1 20.10.16 254 2 20쪽
8 8화 +3 20.10.15 268 2 20쪽
7 7화 +2 20.10.14 298 3 22쪽
6 6화 +1 20.10.11 365 3 24쪽
5 5화 +1 20.10.10 398 3 21쪽
4 4화 +3 20.10.10 568 5 20쪽
3 3화 +1 20.10.08 787 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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