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그 정도 벌었으면 차를 사야지!
“도탄아! 너 차는 안 사냐?”
여기는 클럽하우스 피트니스 센터. 나은태 팀장님을 만나고 돌아와서 운동을 하는데, 남개천(22세, MF) 형이 갑자기 차 이야기를 꺼낸다.
차라······. 사실 그렇게 차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택시를 타거나, 나은태 팀장님이 태워주니까. 그런데······.
“남자는 차가 생명이야! 기동력! 어? 그래야 여자도 만나고! 어?!”
“얌마, 남개천! 그러다 니가 신문에 난 거 아냐?!”
김두울(33세, DF) 형이 남개천 형에게 면박을 주며 이야기에 끼어든다.
“아, 형! 그래서 결혼하잖아요! 걸그룹 출신이랑! 그럼 된 거 아닙니까?”
“짜식이 입은 살아가지고! 야, 난 그게 제일 미스터리다. 유도탄처럼 잘생긴 것도 아닌데, 어떻게 만난 거냐? 생긴 걸로 보면 너 나랑 비슷하게 생겼잖아?”
“에?! 무슨 소리예요! 뭐, 어쨌든 차가 큰 도움이 되긴 했죠.”
“너 무슨 차 타더라?”
“다른 거 타고 싶었는데, 여친 아니 마님 때문에 지퍼 로니게이드 타요.”
“오~ 그거 이쁘게 생겼잖아. 좋냐?”
“아, 그럼요!”
남개천 형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조금은 차가 사고 싶어졌다. 안 그래도 바쁜 일정 중에 갑자기 시간이 났을 때 민주를 보려면······. 응? 여기서 왜 민주가 생각난 거지?
“유도탄! 네가 돈이 없으면 모르겠는데, 돈도 많잖아. 한 5억 벌었나?”
이번엔 백수빈(27세, DF) 형이 참전했다. 수빈 형은 왜 갑자기 돈 이야기를 꺼내는 거야? 룸메이트 수호(21세, MF) 형의 눈이 커진다.
“우와~ 벌써?!”
“아니, 더 벌었을걸? 광고도 찍었잖아? 인터넷 피자 광고.”
“맞네. 그것도 있었네.”
부주장 박순민(27세, DF) 형도 관심을 보인다. 뭐야, 다들 운동 안 할 거야?
“차는 크기랑 디자인으로 사는 거야. 형이 딱 찍어줄게. 예산만 말해.”
“무슨 소리! 기능으로 사야지! 실속있게, 풀옵션으로!”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크기&디자인파 백수빈 형과 기능&실속파 박순민 형이 열띤 토론을 한다.
“비싼 차 사면, 어차피 기능은 거기서 거기야! 남자가 여자 앞에서 폼 좀 내려면 크기랑 디자인으로 승부 봐야지!”
“그러다 헛돈 쓴다니까? 유도탄이 뭐 지금 당장 결혼할 거야? 적당한 크기면 돼. 그리고 어차피 혼자 타고 다닐 일이 더 많은데, 운전자를 편하게 해주고 안전하게 해주는 기능이 중요하지!”
“그래서 너희들은 무슨 차를 추천하는데?”
주장 김준재(28세, DF) 형까지 나선다. 축구선수들이 아니라 자동차 동호회인 줄 알겠네. 어쨌든 크기&디자인파 백수빈 형의 추천 차량은.
“음······. 그래 크기는 내가 좀 양보해서, 디자인으로만 보면 베라리 GTV 어때? 디자인 죽인다니까!”
“허억! 형! 가, 가격이······.”
금세 가격을 검색해 본 수호 형의 눈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다. 슬쩍 보니 디자인은 예쁘네. 가격은 도대체 얼만데? 어라. 4억 원! 이건 짚고 넘어가야겠다.
“수빈 형! 차 가격이 4억 원이나 하는데요?”
“어. 너 5억 원 넘게 벌었잖아. 거기다 더 벌 거잖아?”
뭐야, 저 당연하다는 말투와 표정은? 5억 원을 벌어서 4억 원을 차 사는데 쓰라고? 그러니까 대한민국에 카푸어 인구가!
“유도탄이 뭐 자동차 경주할 일 있어? 게다가 차체가 낮으면 방지턱 넘다가 덜컹덜컹 차 수리비가 더 나와!”
박순민 형의 반박이 솔깃하다. 그래서 기능&실속파 박순민 형의 추천 차량은 뭔가요?
“내가 추천하는 차량은 발바 CX60이지. 차량 안전해. 디자인도 괜찮아요. 기능 좋아. 어때?”
“아! TV에서 연예인들이 타는 거 봤어요! 주로 여자 연예인들이 타는 것 같던데?”
수호 형이 아는 척을 한다. 그러면서 또 재빠르게 휴대폰 검색. 나도 좀 보자. 하얀색이 예뻐 보이는 차다. 그런데 가격이 8천 500백만 원?! 내가 번 돈의 1/5를 자동차 사는데 태워?
“베라리 GTV!”
“무슨 소리! 발바 CX60이면 충분해! 그럼 네가 사던가!”
“야! 내가 무슨 돈이 있어서 사냐?! 돈 잘 버는 유도탄이 사면 좀 만져라도 보고 싶다고!”
백수빈 형의 말에 김두울 형이 뭔가 아련한 표정을 짓는다. 왜요? 무슨 말을 하려고요?
“하긴, 그렇게 생각하니까 나도 그 차 앞에서 사진 한번 찍어보고 싶다. 난 뭐, 평생 살 일 있겠냐? 나처럼 아이 아빠가 되면 승합차 인생이지. 운전기사라니까 완전.”
“그래! 우리의 희망, 유도탄! 네가 사야 한다!”
“어, 마로니치가 이번 계약 때 좀 받지 않았어? 차 뭐 타지?”
주장 김준재 형이 마로니치(27세, FW)를 언급해서 한숨 돌리게 됐다. 휴. 나도 궁금하네. 마로니치가 벤치 프레스를 하다 말고 일어나 앉아 땀을 닦는다. 그리고.
“나, 돈, 집에 보낸다. 우리 가족, 많다. 돈, 마니 필요하다. 나 차 없어도 된다.”
헐. 이건 예상 밖인데······. 외국인 공격수가 저런 말을 하다니. 밀리토(27세, MF)와 패터슨(27세, MF)은?
“오스트리아 엄마가 아파. 병원비 마니 들어. 차 없다.”
“오스트레일리아에 땅 샀다. 나 농장 할 거다. 차 경차 탄다.”
뭐야, 이 분위기?! 결국 모두가 날 바라보고 있잖아?! 어쩌라고?
“그럼 유도탄밖에 없네. 도탄아! 유부남, 아니 애 아빠 되기 전에 로망을 실현해야 해!”
“그래! 지금이 너 스스로를 위해 돈을 쓸 수 있는 황금 같은 시기다!”
“유도탄! 차 사라! 유도탄! 차 사라! 유도탄! 차 사라!”
뭐야. 이게 뭐라고 다들 나한테 왜 이래? 아! 사긴 살 건데, 조금 더 적당한 차는 없을까? 아! 일단 그걸 말해야겠다.
“저기······. 제가 아직 운전면허가 없습니다.”
“뭐어?!”
“운전면허가 없어?”
다들 황당한 표정. 조금은 체념한 표정. 아쉬워하는 기색도 있고. 이렇게 정리되는 건가? 다행이다.
“잘됐네.”
어라? 이태신(26세, MF) 형이다. 이 형은 피트니스 센터에서 닭다리를 먹고 있어. 운동을 하러 온 거야, 먹으러 온 거야?
“도탄아. 운전면허 따는 거, 내가 속성으로 도와줄게. 그리고 어떤 차를 사든 이 형이 책임지고 베스트 드라이버 만들어 준다! 걱정하지 마라!”
“오~~~~”
“저러면서 지도 좀 타보려고.”
이건 생각 못했다. 형들이 하이에나 떼처럼 다시 슬금슬금 모여든다.
“유도탄! 차 사라! 유도탄! 차 사라! 유도탄! 차 사라!”
***
클럽하우스 감독실.
최일성 코치가 들어오는데, 동수찬 과장이 일어나며 인사를 했다.
“최 코치님. 안녕하세요.”
“아이고, 동 과장님이 어쩐 일로?”
“감독님이랑 할 이야기가 좀 있어서요.”
“아, 그럼 제가 조금 있다가 와야겠네요?”
“아닙니다. 끝나고 지금 나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럼 말씀 나누세요.”
“잘 가요, 동 과장.”
“네!”
동수찬 과장이 나가자 최일성 코치가 문이 잘 닫혔는지 확인했다. 최일성 코치는 여기만 오면 그렇게 문이 잘 닫혔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형! 동 과장이랑 무슨 이야기 한 거야?”
“무슨 이야기는······. 유도탄 이야기지.”
“어? 재계약 제안할 거래?”
“그렇지. 그런 애를 놓치면 되나. 나도 꼭 잡아달라고 했어. 그런데······.”
“그런데?”
“알잖아. 유도탄 몸값 미쳐 날뛰는 거. 여기저기서 입질이 오는 눈치래. 오늘 저녁에 유도탄 에이전트 있잖아. 나 팀장. 거기 사무실 가서 2차 협상할 거란다.”
“아하······. 중국이나 중동에서 냄새 맡으면 쉽지 않겠다.”
“말도 마라. 일본에서도 찔러보는 중인가 보더라.”
“일본? 어디?”
“이건 비밀이다. 에이셀 고베.”
“정말?! 이야. 유도탄 곧 가겠구만.”
“아이씨, 안 되는데. 올 시즌만 아니, 승격 확정만이라도 되고 가면 좋겠는데······.”
현재 수원 그리폰 FC의 17R까지 리그 성적은 경기가 없었던 12R을 빼고 11승 4무 1패. 승점 37점으로 1위였다. 지난 시즌 우승팀인 김천 피닉스 상무는 22승 5무 9패, 승점 71점으로 다이렉트 승격을 했었다. 당시 2위와는 겨우 1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었다.
“총 36라운드 중에서 17라운드까지 한 거니까, 약 반 정도 지난 건데······. 약 33점, 그러니까 11승은 더 필요하다는 소리야.”
“그러게. 부산이랑 김포랑 전남의 기세가 무서워.”
“에이. 모르겠다. 나는 뭐 되는 대로 최선을 다하는 거지. 근데 너는 왜 왔냐?”
“아니 그냥 나도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어서······.”
“뭐? 탈모?”
“그거 말고. 그거야 뭐 포기했지.”
“그럼?”
“조카 때문에.”
“어? 그 뭐냐 웹소설 쓴다는 애?”
“어! 걔가 헛바람이 들어서 사고를 쳤어.”
“뭐?”
최일성 코치는 생각만 해도 답답한지, 평소에는 절대 벗지 않는 모자를 벗어 내려놓았다. 조명에 빛나는 그의 머리 때문에 주경훈 감독은 잠시 눈을 찡그렸다.
“아니, 걔가 얌전히 웹소설 잘 쓰고 있었거든? 그런데 뭐라더라. 아! 추천글! 그게 달렸나 봐.”
“그게 뭔데?”
“뭐, 그런 거지. 이 글 재밌어요. 님들도 한 번 보세요. 뭐 이런 거.”
“어, 그런데?”
“그게 붙으면 조회수도 늘고. 뭐 운 좋으면 떡상하기도 하나 봐.”
“아, 그래? 그래서 떡상했어?”
“아니. 뭐, 조금 오르긴 했나 봐. 그런데 이 녀석이 자기 이제 됐다고! 대박 작가 된다고! 분위기 좋다고!”
“어?! 그래서?”
“차를 샀네. 할부로. 돈도 없는 놈이”
“뭐? 무슨 차를 샀는데?”
“심지어 외제차를 샀어요. 그것도 WBM 차를.”
“캬! 짜식이 통 크네. 카푸어로 인생 하드 모드에 도전을 하고 말이야.”
“그래서 누나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야. 한참을 통화했다.”
“그거 뭐 환불 안 되나?”
“환불은커녕. 벌써 긁었어.”
“긁어? 스크래치 생겼다고?”
“어. 걔 장롱면허거든.”
***
남자의 자동차에 관한 이야기를 형들에게 한참이나 들은 후에야 겨우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7월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뜨거운 기운이 느껴지는 초여름이었다. 그러고 보니, 민주도 차를 샀다고 했지? 경차를 샀다고 하던데. 역시 현명하다. 민주는 관상부터가 똘똘해 보였어.
“지금 뭐 하는지 궁금하네. 전화나 한번 해볼까?”
벨레레레레레. 어? 모르는 번호잖아? 누가 나한테 전화를 한 거지?
“여보세요?”
“어머! 받네? 안녕하세요! 유도탄 선수 맞나요?”
“네? 그런데요? 누구시죠?”
“먼저 사과할게요. 갑자기 이렇게 전화해서. 저는 채수지라고 해요.”
“네? 그게 누구······.”
“어머나. 저 모르세요? 아이돌 하다가 연기하는 채수지요!”
“아, 아?!”
뭐야. 그 채수지라고? 아니 내 번호를 어떻게 알고? 아니 그 전에 왜 나한테 전화를? 뭐지 이 황당한 상황은?!
- 작가의말
이제부터는 매 화마다 기록경신입니다!
200화 이상 완결까지 열심히 달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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