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 과연 누가 쏠 것인가?
나은태 팀장님에게 전화를 하려는 순간! 벨레레레레.
나은태 팀장님의 전화가 걸려 왔다.
이심전심, 마음이 통한 것일까?
“여보세요? 팀장님?”
“어, 그래. 도탄아. 지금 바쁘니?”
“아닙니다. 말씀하시죠.”
“그래. 사실, 너 재계약 관련해서 최신 버전의 네 생각을 알아야 나도 대응을 하지 않겠니? 그래서 말인데, 네 방향성이 일단 궁금하구나. 여전히 발롱도르가 목표니? 아니면 금액적인 부분에 가중치가 조금 더 생겼을까?”
“······.”
“아직 고민 중이니?”
“여전히 발롱도르가 목표입니다.”
“아, 그래?”
“그리고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비공식적으로 올림픽 대표팀 제안을 받았습니다.”
“뭐어?!!!”
감독님, 코치님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전달했다.
그러자 나은태 팀장님이 흥분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고 통화를 끝냈다.
“모든 계약 관련 이야기는 올림픽 대표팀 선발 공식 발표, 그리고 일본과의 평가전 이후로 미루겠다! 지금은 때가 아니야! 유입을 더 끌어올린 후 결정한다! 오케이?!”
그리고 얼마 후 일본과의 평가전을 위한 올림픽대표팀 명단이 발표되었다.
***
[유도탄! 일본 평가전 올림픽대표팀 명단 27명 포함!]
-국대는 거절하고 올림픽팀은 간다?
-어디서 많이 보던 그림인데?
-군대 면제 받으려는 인성 무엇?
-유도탄 군 면제임!
-왜? 부동시임?
[틀린스만과 홍선 감독의 차이! 유도탄 선발 성공!]
-유도탄 선발로 감독의 차이를 봄?
-둘의 차이는 웃냐, 안 웃냐
-국대는 안 가고 올림픽팀은 왜 감?
-감독이랑 뭐가 있는 듯
-어차피 메달은 못 딸 듯
[일본전 비밀무기, K리그 2 유도탄!]
-기자 어그로 오짐
-그래봤자 2부 리그
-일본 최정예 1군 나오면 끝임
-네, 다음 아시안컵 8강팀
-수원 그리폰 FC에서 2명이나 뽑혔네?
***
주경훈 감독님 사무실.
감독님이 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된 두 명의 선수를 불렀다.
나와 남개천 형이었다.
“우리 팀에서 올림픽대표팀 선수가 2명 나왔구나. 자랑스럽다. 사실 예전에 우리 수원 그리폰 FC는 국가대표팀의 산실이었지. 막 나 때는 경기를 할 수가 없어. 다 국대 가버려서. 외국인 선수도 지네 나라 국가대표 하러 가고. 난리도 아니었지. 어쨌든 둘 다 잘하리라 믿는다.”
“네!”
주경훈 감독님에 이어 최일성 코치님이 나서더니 나와 남개천 형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거기 가면 너희 둘이 서로 돕고 살아야 해. 이번 한 번만 올림픽대표팀 할 거 아니잖아?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좋은 모습 보여서 파리까지 가야지?”
“네!”
“그래. 다들 기다린다. 밥 먹으러 가렴.”
“네!”
유도탄과 남개천이 나가고 나자 주경훈 감독이 한숨을 쉬었다.
스승으로서 제자의 앞길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프로팀의 감독으로서 팀의 성적에 대한 고민이 뒤섞인 한숨이었다.
“남개천은 정말 생각도 못했다.”
“그러게요. 백코치가 남개천 얘기는 안 했는데······.”
“쟤네 둘 없이 리그 5경기를 어떻게 치루지?”
“마로니치 있잖아요.”
“언제 또 다칠 줄 알고!”
“그럼 어쩔 수 없어요. 일단 쟤네 빠지기 전에 최대한 승점 쌓고 가야죠.”
“그래. 하······. FA컵은 어쩌다 또 계속 이겨가지고 머리 아프네.”
K5리그부터 K리그 1팀까지 참여하는 대회, FA컵.
지금은 코리아컵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수원 그리폰 FC는 2라운드부터 참여했는데, 운 좋게 상대로 K4리그 팀이 걸리면서, 유도탄을 비롯해 주전을 거의 다 뺀 2군을 내보냈었다.
사실 주경훈 감독은 승격에 집중하기 위해 FA컵은 포기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2:0으로 이기면서 3라운드에 진출했고, 3라운드에서도 K3리그 팀이 걸리면서 다시 한번 2군으로 나섰다.
그리고 결과는 1:0 승리.
현재 수원 그리폰 FC는 FA컵 16강전에 진출했고, 상대는 김천 피닉스 상무였다.
날짜는 6월 19일 수요일.
게다가 4일 전인 6월 15일 토요일에는 17R 경남 군함조 FC와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일본과 하는 평가전이 언제라고 했지?”
“6월 12일 수요일이요.”
“하······. 유도탄은 일본전에 100% 나가겠지?”
“남개천은 몰라도 유도탄은 그럴걸요? 그러니까 백코치가 저한테 확인까지 하면서 뽑았겠죠.”
“그럼 12일에 올림픽팀 경기 뛰고, 15일에 리그 경기 뛰고 19일에는 FA컵 뛰고. 이게 되나?”
“형? FA컵은 포기한다며?”
“그렇지? 포기해야겠지? 그렇긴 한데······.”
16강에 진출했으니, 4번만 이기면 ACL에 나갈 수도 있는 상황.
주경훈은 감독으로서 욕심이 슬슬 나기 시작했다.
***
클럽하우스 식당.
나와 남개천 형이 밥을 먹으러 들어가자 이미 밥을 먹고 있던 동료 선수들이 모두 박수를 쳤다.
“축하한다!”
“유도탄은 몰라도 남개천 너는 어떻게 뽑혔냐?”
“도탄아! 동메달 따서 군 면제 가자!”
“태신이 형! 도탄이는 이미 군 면제예요.”
룸메이트 정수호 형이 빠르게 나와 관련된 정보를 정정해주었다.
이태신 선배 외에도 몇몇은 아직 몰랐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아, 그래?”
“이야, 좋겠다.”
“그런데 올림픽대표팀에는 왜 가는 거지? 군대도 면제라며?”
“국위선양! 어? 나라를 위해! 어? 짜식들이 애국심이 없어! 도탄아, 애국자 되고 와라!”
“이야! 두울 선배! 기분 좋은 거 너무 티 난다!”
응?
김두울 선배가 무슨 좋은 일이 생긴 거지?
혹시 둘째 소식이?
“혹시 둘째 생기셨어요?”
“얘는 뭐래냐? 그게 아니고! 이 형님이 1년 재계약을 했다 이 말이지.”
“와! 축하드려요! 형!”
“다, 네 덕분이다. 도탄아. 네가 빡시게 어시스트 해줘서 내가 득점 좀 쌓았잖냐? 그게 어필된 모양이야.”
정말 다행이다.
두울 형 계약 기간이 이번 달 말까지라서 걱정이었는데, 조금 더 함께 뛸 수 있겠어!
“뭐야. 그럼 두울 형이 튀긴 치킨은? 못 먹는 거예요? 빨리 먹고 싶었는데!”
“이 자식은 말을 해도!”
김두울 선배가 남개천 형에게 헤드락을 걸며 정수리를 주먹으로 비벼댔다.
“아, 아파요! 형처럼 머리 탈모 된다니까!”
“탈모 되라고 하지 살찌라고 하냐? 야! 올림픽대표팀이 된 니들이 쏴라, 치킨!”
“맞다! 치킨 쏴라!”
“치킨! 치킨! 치킨!”
“네, 저희가 살게요.”
“어? 나는 동의 안 했는데?”
남개천 형이 이 와중에도 빠져나가려고 하자, 김두울 선배가 쐐기를 박았다.
“야! 올림픽대표팀은 둘이 됐는데, 유도탄 혼자 쏘냐?”
“그럼 두울 형도 같이 쏴요!”
“내가 왜?”
“재계약했잖아요! 재계약 빵!”
“같이 쏴! 같이 쏴!”
“아무나 쏴라!”
그렇게 분위기가 나와 남개천 형, 김두울 선배까지 셋이서 함께 치킨을 쏘는 것으로 정리되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남개천 형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된 거 몰빵해요!”
“몰빵? 몰아 주기로 하자고?”
“네! 1/3씩 하지 말고 1명이 다 내는 걸로!”
“야, 나는 그런 거 잘 못 하는데······.”
“해요, 해! 1:1:1 닭싸움해서 가장 먼저 지는 사람이 다 뒤집어쓰기!”
“그래, 까짓거. 하자. 재밌잖아! 도탄아, 어때?”
“네, 좋아요.”
개천 형과 두울 선배가 닭싸움 자세를 취한다.
나까지 자세를 취하며 셋은 삼각형을 이루며 대치했다.
“두울 형. 근데 결혼하려니까 이것저것 돈이 많이 들더라고요.”
응?
뜬금없네?
남개천 형은 왜 갑자기 결혼 비용 얘기를 꺼내는 거지?
“야, 이제 시작이야. 애 낳아 봐라.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느낌이다.”
“그렇겠죠? 우리 같은 유부남의 무거운 어깨를 유도탄 같은 솔로는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자기만 챙기면 되니까.”
남개천 형이 말을 끝내면서 나를 가리킨다.
뭐지? 이 불길한 느낌은?
잠깐이지만, 남개천 형과 두울 형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은 것 같은데?
“심지어 돈도 잘 버는 솔로잖아?”
“맞아요! 광고까지 찍는 잘생긴 솔로!”
어라? 둘이 죽이 딱딱 맞네?
서로 가까이 붙으면서 나를 쳐다보잖아?
아뿔싸! 남개천 형의 술수에 빠졌구나!
몰빵하자고 말할 때부터 이러려고 했던 거였어!
“가자! 정의를 구현하러!”
“네, 형이 선공하면 제가 뒤따라갈게요!”
이 와중에도 김두울 선배를 먼저 보내는 남개천 형의 치밀함!
저 형은 삼국지 세상 속에 떨어지면 책사로 한자리할 형이다.
두울 선배가 돌진해 온다!
뒤에서 남개천 형이 호시탐탐 나를 노린다!
이런 불의가 판치는 대결에서는 절대로 질 수 없다! 집중!
시간이 느려진다!
아슬아슬하게 두울 선배의 돌진을 옆으로 피하며 슬쩍 밀었다.
균형을 잃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아직 남았다.
이 모든 일의 원흉! 닭싸움의 흑막, 남개천 형!
두울 선배가 쓰러지기 전에 남개천 형도 공격한다!
땅을 딛고 있는 왼쪽 다리에 힘을 준다.
점프하며 몸을 한 바퀴 돌린다!
닭싸움류 회전 니킥 공격!
회전하는 내 무릎이 남개천 형의 옆구리에 닿았다.
남개천 형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앗! 착지하며 나까지 균형을 잃었다!
집중이 풀리고 시간이 다시 흐른다!
우당탕! 동시에 셋 모두 넘어졌다.
김두울 선배는 앞으로 넘어지며 두 손으로 땅을 짚었고, 남개천 형은 옆으로 쓰러지며 몸을 틀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리고 나도 균형을 잃고 넘어지며 두 다리로 땅을 짚었다.
“누구냐?! 누가 제일 먼저 진 거야?!”
“남개천 아니야?”
“김두울 형 같은데?”
“도탄이가 두 다리로 먼저 섰어!”
지켜보는 이들마저 의견이 분분하다.
이렇게 된 거 사이좋게 나눠 낼까?
“그럼. 처음 얘기 했던 것처럼 셋이 나눠서 낼까요?”
“무슨 소리!!”
“헉!”
김두울 선배와 남개천 형뿐만 아니라, 나머지 형들도 험악한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어? 왜? 뭐?
아하! 그사이에 또 내기를 했구나?
누가 독박을 쓰는지?
남개천 형이 두 손으로 네모를 그린다.
“VAR, VAR 해요!”
이게 뭐라고 그렇게까지 해야 해?
“누구 이거 찍은 사람? 없어?”
“CCTV 있잖아요! CCTV 확인하면 될 것 같은데?”
말도 안 되지만, 결국 우리는 CCTV까지 확인했고, 치킨은 남개천 형이 사게 되었다.
“으아악! 정의가 졌어!”
“잘 먹을게, 개천아.”
“난 두 마리!”
“난 양념반 후라이드반.”
“형, 탄산도요!”
“감독님이랑 코치님 것도 사야 해요!”
“또 부를 사람 누구 없나?”
“친구들 부를까요?”
그리고 며칠 후, 나와 남개천 형은 일본과의 평가전을 준비하는 올림픽대표팀에 참가하기 위해 클럽하우스를 함께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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