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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90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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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90
그림/삽화
RISing
작품등록일 :
2023.12.18 21:27
최근연재일 :
2024.05.21 22:00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4,535
추천수 :
267
글자수 :
693,464

작성
24.04.03 22:00
조회
13
추천
1
글자
12쪽

#84

DUMMY

크리스는 그곳에 없었던 매튜를 제외하곤 모두를 데리고 술집으로 향했다. 아름다운 여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것이라 생각하고 기분이 좋았던 크리스의 기분이 상하는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레이가 가지고 있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레이가 휴대폰을 쳐다보자 발신인은 표시가 안되어 있었다. 레이의 번호를 아는 이들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그 번호를 아는 사람은 대부분이 같이 있고, 매튜가 굳이 발신인을 제한할 필요는 없었다. 아마도 정체를 드러낼 수 없는 프레디의 충실한 그림자 기사일 것이라 생각한 레이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저는 황실 그림자 기사단 소속 기사입니다. 지금부터 모든 조원들을 데리고 신속히 황궁 알현실로 오시기 바랍니다.”


그남자는 말을 마치자마자 끊어버렸다. 무언가 물어볼 틈도 없이 그냥 끊어버리자, 레이는 별수 없다는 표정으로 모두에게 이야기한다. 특히 그중에 가장 들뜬 표정을 하고 있던 크리스에게 말을 한다.


“저··· 형? 미안한데, 우리는 그만 가봐야겠는데? 황제가 우리를 호출했다네.”


청천벽력과도 같은 슬픈 소식에 크리스는 물에 빠진 생쥐와도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황제의 호출이라는 말에 협상의 여지가 아예없었다. 아마도 황제가 아니었다면, 크리스는 대충대충을 외치며 무시하라고 이야기했을 것이다. 크리스는 아쉬운 표정으로 말한다.


“레이··· 빨리 돌아와라. 혹시 오늘안에 끝날 일이라면 꼭꼭 연락주고!!”


“어··· 알겠어.”


“두 레이디, 오늘은 불가피하게 상황이 이렇게 됐지만, 조만간 다시 볼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크리스의 말에 라일라와 이블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황제의 부름이라는 말에 적지 않게 긴장을 한 모양이다. 레이와 일행들은 다시 서둘러 황궁으로 향했다. 가는길에 레이는 매튜에게 전화해서 합류할 장소를 정했다. 그렇게 모든 이들이 황제의 알현실 앞에 도착했다. 레이가 문 앞에 대기중인 비서로 보이는 사람에게 말을 걸자 그가 인터폰에 대고 말한다.


“폐하, 레이 라일리와 그 일행들이 도착하였습니다.”


그러자 인터폰에서 프레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라 해라.”


“예, 알겠습니다.”


비서로 보이는 남자는 프레디의 승인을 받고 다시 레이를 쳐다보며 말을 한다.


“들어 가시지요.”


비서가 말하자 알현실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몇번이나 본 장면들이지만, 오늘따라 유독 긴장되었다. 레이와 일행들이 드러서자 프레디가 근엄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모두 프레디 앞에서 예의를 갖추어 한쪽 무릎을 꿇고 앉는다. 프레디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황궁에서의 생활은 할만한가?”


프레디의 물음에 레이가 대표로 대답한다.


“신경써주신 덕분에 잘들 지내고 있습니다.”


“새로운 신분도 생겼고, 지구에는 즐길 것들이 많다. 그동안 억압된 생활을 하였으니 편하게 놀법도 한데, 외출은 거의하지 않더군.”


프레디의 질문에 이번에는 라일라가 대표로 대답한다.


“신경써주신 것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으나, 기사로써 항상 정진하는 것이 익숙해졌습니다. 다만, 소소하게 외출하여 외식을 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즐기고 있습니다.”


프레디는 인자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이번에는 매튜를 향해 묻는다.


“매튜, 그대가 만든 무기와 갑옷의 품질이 아주 좋다고 들었다. 계속해서 지원을 해줄테니 더욱 더 강한 무기와 우수한 갑옷들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감사합니다. 폐하.”


“그동안 일반 기사단의 무기를 담당하던 대장장이들의 실력이 나쁜건 아니었는데, 참으로 좋은 일이다. 이참에 그대를 기사보다는 황궁 대장장이로 임명할까하는데 그대 생각은 어떻지?”


프레디의 제안에 매튜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맡겨만 주신다면 더욱 더 정진하겠습니다!!”


프레디는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내 미리 모든 것을 준비해 놓았으니, 자세한건 나갈때 비서에게 이야기를 듣도록 해라.”


“예, 감사합니다. 폐하!!”


매튜의 대답에는 힘이 실려있었고, 무척이나 기쁜듯해 보였다. 이제는 황제의 전폭적인 지원이 들어갈 예정이니 그럴만도 하였다.


“그럼 남은 조원들의 수는 이제 셋 뿐이로군. 내가 너희들에게 새로운 신분을 준 이유는 너희들을 위로해주고자 하는 것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프레디는 물을 마셔 목을 축인 뒤 말을 이어간다.


“너희들을 필두로 새로운 기사단을 만들겠다.”


프레디의 말에 레이가 고개를 들어 프레디를 쳐다본다. 프레디는 무슨 질문을 할지 알고있다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질문이 있는 표정을 하는 자가 있군. 질문을 허락하겠다. 레이 라일리.”


“제가 속한 기사단에 들어온 이유와 폐하께서 해주신 약조와도 일치하는 기사단 인지 궁금합니다.”


“걱정할 것 없다. 기사단의 목적은 크리퍼를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것이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그 전문가중의 최강이 내 앞에 있군.”


“두번째로, 새로운 기사단의 규모는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인원을 늘려나갈지가 궁금합니다.”


“최소 4개 기사단 규모를 생각하고 있다. 크리퍼가 침입했을 때, 하나의 몸으로 움직이는 것이 나을 것 같더군. 다른 기사단들도 이제 하나 둘 통합할 예정이다만, 그 시작은 너희들이 될 것이다.”


“한가지 우려되는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지?”


“저희들의 기술은 대외비였습니다. 이것을 공개해도 되는지와 그 출처를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첫번째는 대답하기 쉬우니 먼저 말하겠다. 공개되어도 된다. 짐을 노리는 불한당들 역시 같은 기술을 사용하니, 나를 보호하는 이들 역시 그것에 익숙해지면 좋은 일이지.”


프레디는 턱수염을 매만지며 말한다.


“너희들은 비밀리에 훈련된 정예 기사로 소개할 예정이다. 그정도 이야기면 충분할 것이다. 혹시 더 좋은 의견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해도 좋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자 프레디는 약간의 미소를 지으며 라일라에게 묻는다.


“듣자하니 라일라 다니엘스 그대는 최근에 소중한 사람이 생겼다고 들었는데, 맞는가?”


프레디의 질문에 라일라와 레이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갔다. 그리고, 그모습을 보며 프레디는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호탕하게 웃으며 아무런말도 하지 않는 라일라에게 말한다.


“그저 궁금해서 물은 것이니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대가 아끼는 그자가 누군지 무척이나 궁금하군.”


프레디는 말을 하면서 레이를 쳐다본다.


“부디, 잘 이어지길 바라네.”


라일라는 어쩔 줄 몰라하며 대답한다.


“가··· 감사합니다.”


라일라는 당황한 탓에 딸국질을 하였고, 프레디는 웃으며 이들을 물러가라 지시하였다. 그리고, 나가는 내내 이블린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레이는 나오면서 프레디의 의중을 알 수 없었다. 평소같으면 프레디의 비서가 직접 연락을 하였다. 그런데 오늘은 특이하게도 그의 그림자가 직접 연락을 취하였다. 프레디는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지만,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자 할때는 그림자를 통해 연락을 하였고, 그렇지 않을때는 비서를 통해 연락을 하였다. 프레디 역시 무의식중에 나오는 버릇같은 것이었다. 레이는 우연히 생각하던 도중 공통점을 발견하였다. 그래서, 오늘의 논제는 아주 무거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늘 했던 대화는 생각보다 무겁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레이의 주관에 의한 판단이지만, 레이는 찜찜함을 잊기 힘들었다. 하지만, 레이는 지금은 알지 못했다. 프레디는 중요한 이야기를 하였고, 원하는 대답을 얻어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그 진실은 명시적이지 않았고, 대화의 이면에 감춰져 있었다.


그렇게 레이는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로 향하였다. 동료들고 어깨를 나란히 하며 평화로운 황궁을 걸어갔다. 이전까지 느끼지 못했던 자유로움을 느끼며 말이다. 레이와 이블린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지구에서의 밤하늘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공해라는 것이 완전히 사라진 작금의 밤하늘은 별빛이 밝게 빛났고, 달빛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이들이 있었던 주둔지의 하늘과는 딴판이었다. 그곳은 관광지로도 쓸 수 없을 만큼 척박했다. 하지만 지금 이들이 밟고 있는 지구에서는 지평선에 넓게 펼쳐진 꽃밭과 그 위에 떠 있는 달의 형상은 이들이 감상에 빠지게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이들이 걷고 있을 때 어느새 남남 여여 끼리 걷고 있었다. 라일라 옆에서 걷고 있었던 이블린은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다.


“저기··· 미안해···”


워낙 작게 말한 탓에 듣지 못한 라일라가 묻는다.


“응? 뭐라고?”


“지난번에 막말한거 미안하다고···”


이블린의 표정에서 진실된 미안함을 본 라일라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괜찮아. 다 잊었어. 이제 겨우 새삶을 찾았는데, 과거에 연연하기에는 시간이 아깝잖니.”


라일라가 쿨하게 용서하자 이블린은 고마움을 느낀다. 하지만, 이런 낯간지러운 분위기를 참지 못했는지 다소 새침한 말투로 말한다.


“용서해줘서 고맙지만. 그래도 레이는 내꺼야!”


이블린은 이렇게 말한 뒤, 종종걸음으로 빠르게 앞으로 걸어갔다. 그런 이블린의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는지 라일라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라일라에게 왠지 오늘은 기분좋은 하루였다.


# 레이의 숙소


이넓은 황궁에는 수많은 건물들이 있고, 레이일행이 머물고 있는 건물에는 수많은 방들이 있다. 이 많은 방들을 놓고, 굳이 같이 쓸필요는 없기에 이들은 모두 각방을 쓰고 있었다. 매튜는 사실 방이 필요없었다. 포지에 살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기사가 아니기에 따로 나가서 살아도 되지만, 매튜는 그래도 집은 동료들과 함께 있는 곳이 좋다고 했다. 아무래도 혼자 있으면 세상에 혼자 떨어진 것 같다고 했다. 매튜라도 지금 상황이 마냥 편하지는 않아 보였다.


레이는 이제는 많이 나아졌지만, 종종 그날의 꿈을 꾸었다. 이제는 에이든이 죽었던 그 순간도 종종 떠오른다.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한번 꿈꾸기 시작하면 식은땀을 흘려가며 고통속에 몸부림을 쳤다. 이야기를 하지 않은 만큼 상처가 회복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레이는 단한순간도 그날을 잊은 적이 없었다. 레이는 언제나 꿈꾼다. 베라이엘을 제손으로 죽이고,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을 이루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레이가 잠에 들려고 할때, 밖에서 누군가 빠르게 뛰어 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살의는 없었지만, 이시간에 저렇게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사람은 없었다. 레이는 침대옆에 놓아둔 검을 들어 문을 향해 겨눈다. 그리고, 서클을 회전시켜 렉샤를 방출한다. 그렇게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레이는 힘을 뺀다. 들어온 자는 다름아닌 매튜였다. 막 들어온 매튜의 쉬지않고 달려왔는지 바람에 머리가 휘날린 그대로 굳어 있었다. 매튜는 말을 더듬으면서 레이에게 충격적인 뉴스를 전달한다.


“레··· 레이!! 바··· 방금 풀어냈어!!”


매튜의 호들갑에 레이는 덤덤히 대답하고, 탁자 위에 있는 물한컵을 입에 털어넣는다.


“뭐를?”


“여덞번째 서클의 실마리!!”


레이는 그대로 물을 뿜어냈다.


작가의말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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