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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 안의 엑스트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현대판타지

김문서
작품등록일 :
2020.10.16 00:57
최근연재일 :
2020.11.13 08:00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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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60
추천수 :
72
글자수 :
156,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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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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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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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조령대첩(鳥嶺大捷)

DUMMY

한편, 신립이 이끄는 조선군의 별동대는 왜군의 본영으로 진격하고 있었다.

이들 중 대부분이 신립과 김여물이 북방을 돌면서부터 지휘해온 기병과 보병들이 섞여있었기 때문에 사기는 충천해 있었고, 신립은 마치 기름에 불을 붓듯 더욱 더 병사들을 북돋우기 위해 진격을 하는 내내 외쳤다.


“이대로 조금만 더! 전력을 향해 달려라! 조선의 국토와 백성들을 짓밟은 왜적들은 바로 너희들 눈앞에 있으니!”

“와아아앗!”


현우는 몇 년 전 사극을 찍을 때 말을 탈 기수가 한 명 빠진 덕에 승마 경험이 있긴 했지만 제대로 말을 탈 리 없었다.


‘정말 대단하다. 사람이랑 말이 한 몸 같아!’


거의 말 목에 매달리다시피한 채 달리며 그는 조선군의 놀라운 기마솜씨를 목격할 수 있었다.


허벅지를 안장에 밀착시킨 채 활에 화살을 재고있는 병사들이 있는가 하면 뒤에 달려오는 병사들을 독려하기 위해 연신 뒤를 돌아보며 칼을 치켜드는 군관들의 모습.


언젠가 '잊혀진 몽골족의 전사들'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온 몽골인들의 말타는 솜씨를 오히려 뛰어넘는 조선 기병들의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50명이 이 정돈데 더 모이면 얼마나 대단할까?’


그런 생각을 하니 자못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그렇게 현우가 생각을 하는 사이 조선군은 왜군의 병영에 도착했다.


그 흔한 나무 방책조차 없는 왜군의 진영.

몇몇은 밥을 지어먹다가 조선군의 기습에 놀랐는지 혼비백산 도망쳤고, 그나마 몇몇 창 든 병사가 기병을 막아세우려했지만 조선군은 이번에도 눈부신 기마술을 발휘해 창을 피하며 그들을 거듭 쓰러뜨렸다.


- 크, 크흑!

- 조, 조선군이다! 기습이다!


왜군들은 수천의 기마병을 끌고 신립을 쫓아간 고니시와 두 장수를 이끌고 나간 아리마를 믿고 방심하고 있었다.


두 군데의 조선군 외에는 자신들을 공격할 부대는 없다고 생각했는지 아리마가 잠시 본영을 맡겨든 장수는 밥까지 지어먹는 여유까지 부렸는데 반나절이 지나면서 천천히 내려온 노을 때문인지 조선군은 더욱 은밀하게 왜군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 타앗!


김여물은 기다렸다는 듯이 앞장서며 왜군을 쓰러뜨리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기마군들이 천막을 쓰러뜨리며 진영 안을 교란했다.


뒤늦게 왜군 장교들과 병사들이 창칼을 들고 막아섰지만 그들은 뒤이어 도착한 조선의 노련한 보병들에게 기세에서 밀린 채 학살당하듯 쓰러질 뿐이었다.


“칙쇼! 이게 도대체 뭐란 말인가? 고니시 장군은 도대체 어디 계신 거야?”

“설마 장군께서 당하신 건 아닌지···.”

“불길한 소리는 집어쳐라. 일단 후퇴, 후퇴한다!”

“어디로 말입니까?”


아리마의 후임으로 본영을 맡은 장수의 이름은 기무라. 이름부터 흔한 그는 잠시 갈등하다가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병사 수에서는 밀릴 게 없었지만 이미 조선의 기병들에게 정면이 뚫리면서 패배는 그저 시간의 흐름에 달려있을 뿐이었다. 최대한 빨리 도망치는 것이 전국시대를 경험한 기무라에게는 최선의 선택이라 여겨졌다.


“조령, 조령으로 피신한다. 아리마 장군께 가자.”

“하잇!”


본영을 지키던 왜군의 숫자는 대략 2천여 명. 기습을 한 조선군의 숫자가 천여 명을 조금 넘었으니 이것은 두 배의 적을 물리치니 대승이라 할 수 있었다.


신립은 계속해서 병사들을 독려하며 전장터를 휘저었고, 기병과 보병으로 이루어진 조선군은 미처 후퇴하는 아군을 따라가지 못한 왜군의 목을 따라가 베며 그동안의 울분을 풀었다.


“장군! 적이 모두 후퇴하였습니다!”

“적의 병장기를 모아 불태우고, 쓸만한 물자들을 확보하라.”

“옛!”


신립의 명령에 김여물이 살짝 들뜬 얼굴로 답했다. 그 때, 지금까지 전장터에서 물러나있던 현우가 신립에게 달려와 말했다.


“장군!”

“오, 아해, 아니 현우로구나. 잘했다. 잘했어.”


자신을 이제 아이가 아닌 현우라고 불러주는 신립을 보며 현우는 남몰래 피식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네 말대로 적을 분멸시키는데 성공하였다. 네 공이 크니 이제부터 너를···.”

“그게 아닙니다. 이 곳을 태우는 것은 재고하여 주십시오.”


‘불멸의 이순신’에서 북방의 이일에게 달려간 이순신이 녹둔도에 원군을 요청하며 짓던 비장한 표정처럼, 현우는 신립에게 말하고 있었다.


“무어라? 대체 왜···?”


적을 쓰러뜨리면 전리품을 챙기고 적들의 본영을 불태우는 것은 일종의 룰(Rule)과 같았다.


병사들 역시 바로 이 순간을 위해 최선을 다해 적을 물리친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하지 말라니? 신립은 당연하기만 한 승전의 예식을 멈추는 현우가 이해되지 않았다.


“장군, 아직 끝이 아닙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최후의 승리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들에게 이 곳을 다시 넘겨주어야 합니다.”

“도대체 무슨 말이냐? 최후의 승리라니? 그렇다면 조령의 조선군이 패하기라도 할 것이란 말이냐?”

“당연히 그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무엇이냐? 대체 왜?”

“장군께서는 전장에서 가장 큰 전리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전리품? 그거야 당연히···.”

“바로 그것입니다. 지금은 우리가 최후의 전리품을 수확하기 위한 씨를 뿌려두는 겁니다.”

“수확··· 씨앗이라···.”


조용히 승전을 즐기던 신립 그리고 조선군의 첫 번째 승리에 흥분해있던 김여물이나 모두가 이해되지 않는 말이었다.


하지만 현우는 분명 알고 있었다. 2000년 작품인 드라마 '태조왕건'에서 후백제의 견훤이 이런 식으로 적의 장수 수달을 유인해서 승리를 거뒀다는 걸. 그리고 사로잡힌 수달은···.



“아리마 장군, 적의 저항이 잦아들었습니다.”

“그래. 예상했던 바다. 계속 전진하라.”

“옛!”


조선군의 저항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골짜기의 입구로 전진한 아리마와 왜군 2군은 어려움 없이 조령으로 진입하는데 성공했고, 그 사이 조선군의 화살이 간간히 날아오긴 했지만 뒤늦게 방패병들이 선두에 서자 더 이상의 무의미한 공격이라고 생각했는지 공격이 멈췄다.


“요시토시, 후진을 살펴!”

“옙!”


아리마와 계급은 같았지만 요시토시는 토를 달지 않고 그의 명령에 따랐다.

조선군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 위기의식을 느꼈지만 막상 그의 말대로 골짜기 안으로 돌진을 하자 적의 반응은 잦아들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승기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아리마의 명령을 따라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리마는 마츠우라와 계속해서 골짜기 안으로 말을 달렸다. 1만 5천의 병사들 대부분이 들어오자 조령의 좁은 길은 이내 쉽게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빽빽히 들어찼다.


“자, 마츠우라. 다섯 개 중대 정도를 빼서 언덕 주위를 살펴라. 이 길을 지나가기만 하면 우리의 승리는 더욱 확실해진다.”


자신의 명령을 충실히 따르는 요시토시와 마츠우라. 처음에 조선군의 저항을 받자 살짝 불안했던 아리마의 기분도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바로 그 때였다.


“자, 장군!”

“뭐냐? 이, 이런!”


1만 5천의 왜군이 산골짜기 중간을 들어서자 갑자기 공중에서 날아드는 바윗덩어리.

크고 작은 바위들이 왜군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잠시 멈췄던 화살의 공격이 다시금 시작됐다.


“커헉!”


선두에서 방패를 들었던 병사들을 쥐포로 만들어 버리는 바위. 뒤이어 더 이상 방패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병사들은 날아든 작은 바위들과 화살에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왜군의 시련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장군, 뭔가 이상합니다.”

“그게 무슨··· 아니, 이건?”


계속해서 떨어지는 바윗덩어리와 화살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냄새.


“이, 이건 기름이다. 그리고 유황! 유황이 떨어지고 있다!”

“으악! 부, 불화살이다. 화살이 쏟아진다!”

“커헉!”


바위는 근처의 파여진 다른 돌들을 이용해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바위에 묻혀지거나 주머니 안에 가득 들어찬 채 떨어졌던 기름은 조령의 땅바닥을 가득 적셨고, 뒤이어 정확한 조선군의 사수들이 쏘아댄 불화살은 숨어있던 왜군의 몸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커헉! 컥!”

“기름, 기름을 꺼라!”

“하지만 장군···.”


몸에 불이 붙은 병사들은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난동을 부렸고, 그 덕분에 아직 불이 붙지 않은 기름이 있는 곳까지 불이 붙으며 왜군의 사상자는 더욱 늘어났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조선군이 가진 기름이나 화살의 양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순식간에 2천이 넘는 병사들이 죽어나갔지만 아직 왜군에겐 여력이 남아있었다.


“당황하지 마라! 방종하는 자는 죽인다!”


아리마는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몸에 불이 붙어 난동을 부리던 왜군의 목을 베어버렸다. 순간 왜군 병사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맴돌았고, 다행스럽게도 진정되기 시작했다.


“조총병들은 조선군을 향해 대응사격을 하라! 그리고 남은 병사들은 사상자를 챙겨라. 천천히 후퇴한다.”


조총병들은 아리마의 지시대로 조령의 산기슭을 향해 총을 발사했고, 계속해서 이어지던 조선군의 공격은 차츰 멈춰지고 있었다.


아리마는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전군 후퇴 명령을 내렸다. 왜군들은 도망병 포함 3천여 명의 피해만 입은 채 완벽한 궤멸 직전의 조령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고니시는 3각을 더 지체하고 나서야 갈대밭의 습지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는 갑옷에 묻은 진흙들을 털어내며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듯 외쳤다.


“빌어먹을! 칙쇼! 이게 뭐란 말인가! 조선군, 신립은 도대체 어딜 간 것이냐!”

“장군, 신립과 조선군은 보이지 않습니다. 후퇴한 것이 분명합니다.”


고니시는 너무 어이가 없어 부하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말했다.


“그게 자랑이냐? 잠깐, 본영. 본영을 살펴라!”

“장군, 사실 아까 전 보고를 드리지 않은 것이 있는데···.”

“무언데 그리 뜸을 들이느냐 말해봐라!”

“아까 전 아리마 장군께서 전령을 보내 조령으로 진격한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뭐라구? 이런 멍청이 같으니! 그래서 본영에는 몇이 남았느냐?”

“2천이 조금 넘게 남았습니다. 나머지 병력은 아리마 장군이 모두 이끌고 조령으로···.”

“2천. 흐음···.”


그 정도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50여기의 조선군. 물론 그 이상의 적이 있을테지만 고니시 자신을 아무리 밖으로 끌어냈다하더라도 조총병이 포함된 2천의 본영 군사를 조선군이 물리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내가 발끈해서 움직일 것을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


한 부대의 총대장은 좀처럼 선두에 서지 않는 법이다. 하물며 왜군의 1군이자 조선으로 출병한 선봉부대의 총대장인 고니시는 후진에서 군을 이끄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신립이라는 적의 대장은 마치 일대일의 승부를 원하는 듯이 눈빛만으로 고니시를 도발했고, 그는 무언가에 끌린 듯 천여 명의 대부대를 이끌고 그를 쫓았었다.


‘신립···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녀석이다. 조선군에도 저런 장수가 있었단 말인가···.’


문득 부산성에서 자신과 맞붙은 정발과 동래성의 송상현이 생각났다.

병사들이 헤이한탓에 반나절만에 점령을 하긴 했지만 장수로서의 자존심을 끝까지 지킨 부산성의 정발. 그리고 과거 자신과 인연이 있었지만 그것에 기대어 목숨을 구걸하기보다 명예로운 죽음을 선택한 송상현.


그들의 마지막을 모두 눈앞에서 목격했던 고니시였기에 조선 장수의 기개만큼은 인정하고 있었고, 이번에는 자신에게 패배를 안겨주기까지한 신립에 대한 경계심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일기 시작했다.


무언가 예감이 심상치 않았다.

전장의 장수로써가 아닌 과거 상인으로써 여전히 지니고 있는 '이해득실'에 관한 감각이 이제는 지금의 전쟁으로 번졌고 어느새 갈등으로 변해 다시금 고니시의 내부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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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시작합니다(수정) 20.10.17 127 0 -
28 이순신을 찾아서(1) 20.11.13 58 0 12쪽
27 용인 전투, 두 번째(4) 20.11.11 63 0 15쪽
26 용인 전투, 두 번째(3) 20.11.10 63 0 13쪽
25 용인 전투, 두 번째(2) 20.11.07 76 0 14쪽
24 용인 전투, 두 번째(1) 20.11.06 88 1 14쪽
23 팔문둔갑(八門遁甲)(2) 20.11.05 97 1 12쪽
22 팔문둔갑(八門遁甲)(1) 20.11.04 110 2 12쪽
21 홍의장군(紅衣將軍)(5) 20.11.03 114 1 12쪽
20 홍의장군(紅衣將軍)(4) 20.11.01 117 1 11쪽
19 홍의장군(紅衣將軍)(3) 20.10.31 127 3 12쪽
18 홍의장군(紅衣將軍)(2) 20.10.30 131 3 13쪽
17 홍의장군(紅衣將軍)(1) 20.10.29 136 2 11쪽
16 익호장군(翼虎將軍)(3) 20.10.28 138 3 13쪽
15 익호장군(翼虎將軍)(2) 20.10.27 151 3 13쪽
14 익호장군(翼虎將軍)(1) 20.10.26 169 4 12쪽
13 용렬한 군주 20.10.25 181 4 12쪽
12 용인 전투 20.10.24 180 4 12쪽
11 고니시(3) 20.10.23 187 3 12쪽
10 고니시(2) 20.10.22 191 5 13쪽
9 고니시(1) 20.10.21 199 4 12쪽
» 조령대첩(鳥嶺大捷) 20.10.20 211 4 12쪽
7 모래바람(2) 20.10.19 204 2 12쪽
6 모래바람(1) 20.10.18 223 3 13쪽
5 첩자(2) 20.10.17 229 5 10쪽
4 첩자(1) 20.10.16 242 4 13쪽
3 여긴 어디? 나는 누구?(2) 20.10.16 252 4 12쪽
2 여긴 어디? 나는 누구?(1) 20.10.16 288 3 16쪽
1 김반장 20.10.16 335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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