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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하하

전장 안의 엑스트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현대판타지

김문서
작품등록일 :
2020.10.16 00:57
최근연재일 :
2020.11.13 08:0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4,555
추천수 :
72
글자수 :
156,145

작성
20.10.16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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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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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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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김반장

DUMMY

“컷! 잠깐 쉬었다 합시다~!”

"휴..."


촬영장의 분위기는 언제나 긴장이 넘치곤 했다.

오늘 촬영하는 드라마는 ‘임진왜란 2020’.


새롭게 MBC에서 런칭하는 드라마로 총 100화의 대작이다. 감독인 정성훈PD는 오랫동안 드라마를 찍어온 베태랑으로 최근 여러 케이블TV의 스카웃 제의를 거절하고 MBC에 남은 의리파였고, 김수인 작가는 ‘광개토태왕’, ‘의자왕의 전설’ 같은 역대급 사극을 써온 최고의 작가였다.


두 사람의 조합은 사극계에 있어선 역대급 투톱의 합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엄청난 캐스팅이라 볼 수 있었다.

최근 시청률이 떨어지면서 위기에 몰린 MBC는 편당 30억의 제작비를 써가면서 사활을 걸었고, 그 덕에 가장 노나는 사람은 바로 우리 같은 엑스트라다.


“저 사람 왜 반지꼈어?! 시팔! 촬영 중엔 반지 빼라고 했잖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뭐야? 백두예술에서 온 사람이었어? 반장! 김반장 어딨어?!”


병졸역으로 나오는 백두예술의 엑스트라 하나가 잘못을 한 모양이었다. 아마도 카메라 렌즈에 엑스트라가 낀 금반지가 빛을 받은 거겠지.

전장터에 나와 죽어가는 조선 병사가 금반지라니... 물론 임진왜란 당시에 정말로 이런 일이 있었더라면 왜군들이 제일 좋아했겠지만.


“반장님, 다른 예술 반장님들은 다 어디갔어요?”

“아, 일단 식사시간이라 제가 잠시 통솔하는 걸로...”

“내가 미쳐! 통제 안 해요? 통제?”

“죄송합니다···.”


이번 드라마는 워낙 대작이다 보니 인력회사 하나로는 수급이 안 돼서 세 군데나 되는 종합예술회사들이 이 작업에 참여했다.


여의도에서 제일 오래된 백두예술을 필두로 영원한 2인자 타이틀을 갖고있는 한라예술 그리고 새롭게 떠오르는 누리예술까지.


그래도 반장들끼리는 안면이 있었다. 어릴적 엑스트라를 하다가 우연찮게 만난 사람들이니 다들 형동생하면서 지내는 사이였고.


“이봐! 내가 반지 빼라고 했지? 빛에 반사되면 번쩍거리는 건 촬영 전엔 무조건 빼란 말이야! 아휴 씨발 진짜···.”

“뭐? 씨발? 당신 지금 말 다했어?”


반장에게 욕을 먹던 백두예술 엑스트라 옆에 있던 덩치 큰 사람 하나가 갑자기 화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라? 당신은 뭔데? 왜 화를 내는데?”

“나? 씨발, 니가 말하는 엑스트라다. 이 개새끼야!”

“이봐요. 그만해요. 촬영 중에 웬 쌍욕이야. 그만그만!”

“내가 참게 생겼소? 다짜고짜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한테 욕부터 박고있는데.”

“아휴... 일단 촬영 잠깐 쉬고 다시 시작합시다. 담배타임!”


버럭 소리를 지르는 감독의 언짢은 기분을 눈치챘는지 엑스트라 반장은 몇 번이나 고함을 지르면서 자기 사람들을 몰아세웠지만 그 중에 끼어있는 타 회사의 엑스트라들까지 욕한 엑스트라의 행동에 동조하면서 촬영은 결국 그 상태로 중단되고 말았다.


“빌어먹을 새끼들. 씨발, 이래서 현장엔 메인 회사 하나로 돌아가야 된다고 그렇게 말을 했건만.”


백두예술의 반장인 김현우는 담배개비를 입에 물며 투덜거렸다.

2000년 MBC 미니시리즈 ‘비밀’의 보조출연으로 시작해 이제는 한국에서 가장 큰 보조출연 회사의 반장이 된 그는 올해 마흔 살의 아재였다.


‘씨발, 다들 미쳐돌아가고 있어. 엑스트라 새끼가 욕 좀 먹었다고 바로 게기구 말이야.’


‘라떼’는 반장이 눈만 조금 부라려도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김현우는 현장의 그런 변화가 항상 불만이었다. 그리고 불현듯 떠오르는 1지부 본부장 남미정의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귓가에 속삭이는 듯 했다.


[김 반장이 이번 촬영 좀 제대로 해줘~. 이번 건만 잘 해주면 자긴 이제 부장이야. 내가 장담해! 그동안 김 반장도 고생 많이 했잖아? 호호. 이제 편안하게 살자구. 응?]


엑스트라를 제공하는 보조출연 전문회사의 시스템은 일종의 피라미드와 같다.

맨 위의 회장 그리고 맨 밑의 반장.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가장 꿀을 빠는 (지)부장.


여러 명의 반장이 현장에 가서 뺑이를 치고나면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부장이 된다.

1지부, 2지부, 3지부···.

몇 개의 지부가 있고, 그 지부의 부장이 되면 전화를 받아서 어느 촬영장에 몇 명의 엑스트라를 집어넣느냐를 전날 스태프에게 전달받은대로 모집해서 충원하면 된다.


부장이 집에서 대기 중이거나 다른 촬영장에 나가있는 엑스트라들에게 이 촬영장으로 가라고 전화를 하면 엑스트라는 자신의 신상명세를 적은 표를 현장의 반장에게 전달하고 촬영이 무사히 끝나면 돈을 받게된다.


물론 돈을 곧바로 받는 경우보다 한 달 후에 월급으로 받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촬영한 날수와 시간에 따라 급여는 다르다.

확실히 현장보다 이런 관리직은 개꿀을 빠는 자리라고 불릴만 했고, 현우는 그 개꿀빠는 직업인 부장이 너무도 되고싶었다.


현장에서 날라다니는 반장과 달리 전화를 하면서 인사관리만 하면 되는 부장.

물론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거나 엑스트라 모집을 하는 사무직원 역시 편한 일이지만 부장은 그야말로 엑스트라 직종의 꽃과 같다. 모집한 만큼 인센티브까지 받게 되니까.


그래서인지 오래 전부터, 아니 엑스트라를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김현우의 목표는 백두예술의 부장이 되는 거였다. 그야말로 개꿀빠는 인생의 정점에 있는 엑스트라 지부장! 어쩌면 그것이 현재 마흔 살이 된 아재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고···.


“자자, 우리 다시 달려봅시다. 유민씨, 아까는 미안했어. 욕부터 나가서. 이게 버릇이라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구. 이따 촬영 끝나고 쏘주라도 한 잔 살게. 미안해.”

“반장님, 아무리 그래도 다짜고짜 쌍욕부터 박으시면 어떡합니까. 저 정말로 기차 탈 뻔 했다구요.”

“알았어. 알았어.”


‘기차탄다’는 엑스트라들 사이에만 있는 은어와 같다.

촬영을 때려치우겠다는 말을 엑스트라들은 기차타야겠다는 말로 대신한다. 보통 군대에서 말하는 ‘점프뛴다’와는 다른 개념으로 사극 촬영에서 주로 쓰이는 말이다.

김현우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것을 꾹꾹 눌러 참으려 애를 썼다.


‘개새끼, 넌 내가 부장되면 일자리 주나 봐라. 한 달도 못 돼서 딴 지부로 옮겨달라고 내 발목을 잡고 사정하게 될 거다. 흐흐.’


김현우가 소심하게 속으로 욕을 하는 사이 촬영은 다행히 잘 진행되었고, 첫날 촬영은 한 씬이 전부라는 감독의 악명과는 달리 16개의 씬이 오케이 싸인을 받으며 끝이 났다.


“김 반장님.”

“네?”


연출부 막내FD인 변유철이 촬영이 종료될 시간이 되자 김현우를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불렀다.


“내일 새벽부터 촬영이 있는데 혹시 보출 스무 명쯤 가능할까요?”

“보조출연 스무 명요? 일단 물어볼게요.”


다행히 생각보다 촬영이 할 만했는지 50여명의 엑스트라들 중에 서른 명이 넘게 남겠다는 의사를 보였고, 현우는 이들 중에 유민을 포함한 스무 명을 남겼다.


“반장님.”

“왜? 유민씨.”

“감사해요.”

“뭐가?”

“아까 제가 그렇게 꼬라지를 냈는데...”

“됐어. 돈 많이 벌어서 포장마차라도 내야지. 얼른 잠이나 자.”


그래도 한사코 고맙다며 시앗이된 맥주 한 캔을 건내는 유민에게 웃어보이며 김현우는 원샷에 캔을 비워낸 뒤 구석탱이에 가서 잠을 청했다. 조금 피곤한 하루였다.


작가의말

연재 시작합니다ㄱ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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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시작합니다(수정) 20.10.17 127 0 -
28 이순신을 찾아서(1) 20.11.13 58 0 12쪽
27 용인 전투, 두 번째(4) 20.11.11 62 0 15쪽
26 용인 전투, 두 번째(3) 20.11.10 63 0 13쪽
25 용인 전투, 두 번째(2) 20.11.07 76 0 14쪽
24 용인 전투, 두 번째(1) 20.11.06 88 1 14쪽
23 팔문둔갑(八門遁甲)(2) 20.11.05 97 1 12쪽
22 팔문둔갑(八門遁甲)(1) 20.11.04 110 2 12쪽
21 홍의장군(紅衣將軍)(5) 20.11.03 114 1 12쪽
20 홍의장군(紅衣將軍)(4) 20.11.01 117 1 11쪽
19 홍의장군(紅衣將軍)(3) 20.10.31 127 3 12쪽
18 홍의장군(紅衣將軍)(2) 20.10.30 130 3 13쪽
17 홍의장군(紅衣將軍)(1) 20.10.29 136 2 11쪽
16 익호장군(翼虎將軍)(3) 20.10.28 138 3 13쪽
15 익호장군(翼虎將軍)(2) 20.10.27 151 3 13쪽
14 익호장군(翼虎將軍)(1) 20.10.26 169 4 12쪽
13 용렬한 군주 20.10.25 181 4 12쪽
12 용인 전투 20.10.24 180 4 12쪽
11 고니시(3) 20.10.23 187 3 12쪽
10 고니시(2) 20.10.22 191 5 13쪽
9 고니시(1) 20.10.21 199 4 12쪽
8 조령대첩(鳥嶺大捷) 20.10.20 210 4 12쪽
7 모래바람(2) 20.10.19 204 2 12쪽
6 모래바람(1) 20.10.18 222 3 13쪽
5 첩자(2) 20.10.17 229 5 10쪽
4 첩자(1) 20.10.16 242 4 13쪽
3 여긴 어디? 나는 누구?(2) 20.10.16 251 4 12쪽
2 여긴 어디? 나는 누구?(1) 20.10.16 288 3 16쪽
» 김반장 20.10.16 335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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