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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하하

전장 안의 엑스트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현대판타지

김문서
작품등록일 :
2020.10.16 00:57
최근연재일 :
2020.11.13 08:0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4,548
추천수 :
72
글자수 :
156,145

작성
20.10.1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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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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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6쪽

여긴 어디? 나는 누구?(1)

DUMMY

“와아아!”

“컥! 후, 후퇴! 후퇴하라!”

“으윽! 사, 살려줘! 나도 데리고 가··· 줘. 제발···.”


분명히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감겼던 눈이 천천히 떠지면서 현우의 눈앞에는 기괴한 광경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 이게 뭐야? 벌써 촬영이 시작된 건가?’


이상하다기보다 잔혹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광경들.

피를 흘리며 도망치는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눈을 뜬 현우의 눈앞에는 주변의 쓰러진 사람들이 보였다. 하지만 남자 시체의 수염에 잔뜩 묻은 피를 보며 현우는 생각했다.


‘오늘은 최코디 컨디션이 좋은갑네? 본드로 붙인 게 저 정도 퀄리티라니. 잡아당기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단 말이야. 헤헤. 염치불구하고.’


촬영장에 늦게 나온만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덮고 지나갈 필요가 있었다. 현우는 카메라 앵글의 각도를 예상하며 천천히 시체가 있는 쪽으로 몸을 굴렀다.


‘헤헤. 요놈~ 처음 보는 놈이네. 헤헤. 반장님 손맛 좀 봐랏! 앵? 어, 어라···?’


남자 시체의 수염을 잡아당긴 현우는 깜짝 놀라 기절할 뻔 했다.

좀처럼 뽑히지 않는 수염. 그것은 진짜였다.

놀란 그는 뜬 체로 죽어있는 시체의 눈동자 앞을 손으로 휘휘 저어보았다. 미동조차 없는 시체의 눈동자.

죽은 것이··· 확실했다.


“으악!”


정말로 시체였다니.


‘이, 이게 뭐야?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


눈앞에 펼쳐진 모습들은 너무나 익숙한 광경들이었다.

피난을 가는 행렬을 분장한 수레들과 천에 쌓인 짐덩어리들. 그리고 도망가다 죽은 백성들의 시체들.

모든 것이 사극에서 전쟁씬을 찍을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현우는 그제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본 것들은 드라마의 한 장면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으아악!”

“흑흑··· 엄무이··· 아부지···.”


간신히 진정을 하고 몸을 일으킨 현우의 눈앞에 쓰러진 사람들과 비슷한 복장을 한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도망치듯 쫓겨오는 모습이 보였다. 현우는 달려가서 그들 중 한 사람을 잡고 물었다.


“여기가 도대체 어디죠? 지금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묻지마쇼. 당신도 빨리 도망치라구!”

“······?”

“지금 왜놈들한테 다 죽게 생겼소. 얼른 도망치라구. 다리가 붙어있을 때 최대한 달리슈. 안 그러면··· 컥! 커헉!”

“이, 이봐요···.”


초라한 행색의 사내. 그는 현우에게 연신 도망치라는 말을 해주다가 뒤에서 날아온 무언가에 맞아 앞서 현우가 봤던 시체의 꼴이 되고 말았다.

지금까지와의 광경보다 어쩌면 더 익숙한 그 무언가.


“여, 여기서··· 윽! 여기서 죽으면···.”

- 탕! 타탕!

“이봐요··· 컥!”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현우가 쓰러진 사내를 들어올리려했을 때 멀리서 탕 소리와 함께 날아온 총알에 사내의 머리는 박살이 나고 말았다.

순간 현우의 얼굴에 엄청난 양의 피가 튀고 말았고, 현우는 망연자실한 채 자리에 다시금 주저앉고 말았다.


‘도대체 왜 내가 여기에··· 그리고 사람이··· 사람이 죽었어!’


사람들이 도망쳐 온 방향에서는 뒤이어 몇몇 사람들이 무기를 든 채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현우는 그들의 복장과 들고있는 창과 칼, 그리고 총의 모양을 한 모기들을 보는 순간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


‘혹시 부, 불멸의 이순신?’


2004년 KBS에서 촬영한 드라마. 제대를 한 뒤 잠시 갓(백)수로 지내던 현우는 아는 엑스트라 형의 소개로 이 드라마를 찍을 수 있었다.

무려 104부작의 대작으로 2005년까지 촬영을 한 덕분에 하루도 빼놓지 않고 촬영장에서 숙박가지 하면서 돈을 모았던 현우는 작지만 여의도 변두리의 쪽방에 전세로 들어갈 수 있는 돈을 마련했었다.


‘저건 와카자카의 복장인데···.’


선두에 선 사람의 복장은 불멸의 이순신에 나온 와카자카 그대로였다.

제법 큰 키에 긴 칼을 든 사내의 복장. 화려한 색채의 왜군 장교의 복장과 앞머리를 면도한 듯 밀어버린 그의 얼굴에는 살기가 넘쳐보였다.

명품 배우 김명수야 말로 와카자카와 싱크로율 100%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피에 굶주린 채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사내의 모습은 김명수 배우 이상의 살벌함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대로 있다간 그가 자신의 목에 칼을 꽂아넣을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본능적으로 머릿속에 번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어쩌면 죽음을 앞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원초적인 살기였다.


‘시, 시발··· 드라마가 아니었어! 일단 도망쳐야 돼!’


일단 사람들이 도망친 방향으로 달리기로 했다.

다행히 촬영장에서 반장을 하며 뛰어다닌 덕분에 체력은 좋았고, 원체 운동신경이 좋은 현우였기에 도망치는 사람들의 뒤를 따라잡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도망치는 사람들의 대열은 아이와 여자들이 섞여있어서 느린 편이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현우에게 따라잡힌 사람들은 머지않아 뒤를 쫓은 왜군 복장의 사람들에게도 어렵지 않게 따라잡히고 있었다.


‘시발. 이러다가 다 죽는 거 아냐?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구! 빌어먹을···.’


흉악한 복장을 한 총을 든 사내들은 맹렬한 기세로 현우와 백성들을 쫓고 있었다.


‘어? 저건 포졸? 관군이다!’


도망치는 대열 중 일부는 사극에서 봤던 병졸 복장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무기조차 들고 있지 않았지만 그나마 현우 정도의 덩치를 가진 사람들이 간간히 보이는 무리.


‘일단은 군인들 사이에 숨는 게 가장 안전할 거다.’


힘없이 도망치는 백성들보다는 무기를 들지 않았더라도 그들과 함께 가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했던 현우는 머리를 감싸쥐고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컥. 으윽!”


앞장서 달리던 장군 복장을 한 사내 한 명이 쓰러졌다. 발이 접질린 모양이었다.

무리들 중 키가 큰 데다 곱게 얼굴에 수염을 기른 사내. 하지만 무리들 중 누구도 그를 부축할 생각은 없는 듯 했다. 얼떨결에 현우가 그를 부축해서 일으켰다.


“저기, 괜찮으세요?”

“어서! 어서 나를 부축해라! 적들··· 왜적들이 쫓아오고 있단 말이다! 어서!”

“왜적? 왜적이라면 설마 일본···?”


현우가 장군 복장을 한 사내를 부축하는 사이 순식간에 왜적들이 도착해 현우와 사내를 둘러쌌다. 칼을 든 채로 두 사람을 겨누고 있는 왜군 복장을 한 너댓 명의 사내들. 현우는 점점 더 머릿속이 복잡해져왔다.


“이··· 이놈들아···. 내가 바로 순변사(巡邊使) 이일이다! 으윽!”


다리를 다쳤지만 기세 좋게 그들을 향해 검을 휘두른 장군 복장의 사내. 현우는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듣자 더욱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일? 이일이라구? 탄금대 전투의 그 이일?’


임진왜란 당시 갑작스럽게 쳐들어온 왜군을 막기 위해 도순변사 신립과 함께 병사를 끌고 탄금대에서 전투를 벌였던 이일.

현우에게 있어 ‘일생의 역작’인 ‘불멸의 이순신’에서는 영화배우 이일재씨가 그 역할을 맡았었다.

평소에 좋아하던 배우라서 당시 ‘이일 역할에 이일재?’라는 썰렁한 드립을 치던 기억이 있어서 그는 이런 생각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순변사’라는 직함은 이일의 이름 앞에 항상 붙는 명칭이었기에 현우는 어렵지 않게 그를 기억해낼 수 있었다. 국사책에 나오는 대표적인 패전지장(敗軍之將) 이일.

비겁한 장수의 대표적인 인물이랄 수 있는 그가 바로 눈앞에 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겨지지 않았다.

이일은 그래도 장수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상당히 현란한 칼솜씨륿 보여주었다.

비록 사극의 무술 엑스트라 정도는 아니지만 큰 칼을 휘두르며 왜군들 사이에 뛰어들었고, 심지어 다리를 다친 상태에서 한 명을 베기까지 했다.

하지만 처음의 기세와는 달리 이일은 다리 때문에 왜군들을 상대할 수 없었고, 결국 검까지 놓친 채 다시금 현우의 옆에 쓰러지고 말았다.


‘시발. 이걸 어째?’


동료의 죽음을 본 왜군들의 기세는 살벌하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글들이 들고 있는 칼과 창은 조잡해 보였지만 나름 형태는 갖추고 있었고, 특히 칼의 모습은 일본 무사들이 쓰는 일본도와 거의 비슷한 모습이었다. 길게 뻗은 반달형의 장검.

이일이 쓰러지자 그때까지 현우를 본체만체하던 왜군들이 입맛을 다시며 천천히 그에게 다가왔다.

장군 복장을 한 이일은 생포하고 옆에서 걸리적거리는 현우를 베어버리겠다는 속셈인 것 같았다.

본능적으로 그들의 살기를 눈치 챈 현우는 버벅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도망을 치기 위해서라도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으니까.

150cm가 채 되지 않아 보이는 왜군들은 자신들보다 머리 하나가 더 있는 현우를 보며 조금씩 긴장을 시작했고, 섣불리 앞으로 다가서지 못했다. 그러다가 창을 든 왜군 하나가 틈을 노려 현우를 뒤에서 기습을 해왔다.


“야롯!”


빈틈없이 찔러오는 창.

분명 실전을 통해 익혀진 경험에 따른 공격이었지만 아무런 형식이 없다보니 그저 찌르기에만 집중한 공격이었고, 이미 자리에서 일어설 때부터 기습을 대비했던 현우는 어렵지 않게 창을 쳐내며 그의 복부를 발로 걷어찰 수 있었다. 자신을 ‘길게’ 낳아준 부모님께 감사하는 순간이었다.


“컥!”


생각지도 못한 기습을 받은 창병은 멀찌감치 날아가 바닥에 쳐박히고 말았다. 순간 움츠러드는 다른 왜병들의 모습을 보자 현우는 마음속에 은근한 쾌감이 일었다. 내가 적을 쓰러뜨렸다!


“@#$&#$. @#$@@&”

“%&$%#! @#$@!”


동료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자 왜병들은 조금 더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대치를 하는 사이 두어 명의 왜병이 달려와 포위병에 합류를 했다.


“하앗!”


다시금 찔러오는 일본도의 기습.

이번에도 현우는 공격을 피했지만 그들은 그것을 예상했는지 사각지대에서 다시 칼을 휘두르며 현우를 기습해왔다. 순간 칼이 스치며 현우의 팔을 가볍게 베었다.


‘뭐야? 피, 피가···. 역시 드라마가 아닌 현실이었던 거야···.’


반신반의한 상태에서 왜병의 공격을 받던 현우.

앞선 공격에서 창병을 걷어찰 때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마지막에 힘을 뺐던 현우는 자신을 향해 휘두르는 그들의 칼이 진검이라는 사실을 알자 경악했다.

아직 진검은 물론이고, 사람을 찔러본 경험조차 없는 현우. 하지만 상황은 심각했다.

유일하게 아군이라고 볼 수 있는 이일은 바닥에 쓰러져 헤롱대고 있었고, 사실상 그의 도움을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찌를 수는 없었다. 찰나의 순간동안 현우는 깊은 고민을 했고, 결국 현우는 이일이 검을 뽑으며 바닥에 내팽개친 칼집을 쥐어들었다.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인데···.’


장군의 칼답게 잘 만들어진 칼집이었다. 그것을 오른손에 거머쥔 현우는 자세를 바로잡았다. 하지만 그 모습에 더욱 긴장을 했는지 왜병들은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던 이일이 여전히 바닥에 쓰러진 채로 현우를 향해 외쳤다.


“어서 나를 일으켜라. 내가 저 놈들을 무찌를터이니. 으윽.”

‘그래도 장수라고 기백은 살아있네?’


드라마나 책에서만 보던 비겁한 장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이일이 다시 바닥에 쓰러졌고, 그렇게 현우의 경계심이 흐트러진 사이 왜병 하나가 다시금 칼을 휘두르며 쳐들어왔다.


“타앗!”

“허억?!”


현우는 순간적으로 그의 칼을 진검으로 쳐서 막아내고 칼집으로 왜병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퍽- 하는 수박 깨지는 소리가 울려퍼지며 현우를 기습한 왜병은 그 자리에 쓰러져 정신을 잃고 말았다.

자신이 봐도 놀라웠다. 도대체 내가 어떻게 저 병사를?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해가 됐다. 팔이나 다리의 길이가 150cm의 왜군보다 월등한 현우의 몸.

게다가 근육의 양도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살육을 직업으로 살아왔을 왜군의 야수성이 현대인인 현우보다 월등하긴 하지만 그래도 영양상태나 신체조건의 차이는 확실히 현우가 앞서있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긴 칼보다 조금 더 긴 칼집은 긴 현우의 팔 길이와 어울려 작은 왜군의 시선으로 볼 때 창과도 같은 느낌을 주었다.


“하앗!”

“하아압!”


동료가 쓰러지자 그것에 자극받았는지 잠시 주춤했던 왜병들은 동시에 현우를 향해 다가왔다.

하나같이 일본도를 머리 위로 치켜든 채 달려오는 왜병들, 그들 중 창병들은 칼을 든 병사들의 뒤에서 자세를 잡고 있었다.


‘이대로 가는 건가···. 여자도 사귀지 못하고···.’


억울했다.

가끔 사극에 여자 엑스트라들이 출현하는 일이 있었다.

물론 백성 역할을 맡는 아줌마들이나 할머니가 많아서 예쁜 여자는 드물었지만 가끔씩 궁녀 역할이나 시녀 역할을 맡는 엑스트라들 중에 현우의 마음에 드는 아가씨들이 있긴 했다.

하지만 촬영장에는 여자들을 담당하는 여자 반장이 따로 있었기 때문에 현우는 대부분의 경우 말도 붙이지 못하고 멀찌감치에서 구경만 해야 했다.

게다가 그놈에 돈···.

간혹 남자 엑스트라들이 그런 여자 엑스트라들과 어울려 촬영을 마친 새벽에 술을 마시러 가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지만 드라마 한 편을 찍는 내내 모은 돈으로 방을 마련해야 했던 현우로서는 그런 자리에 어울리는 것도 어려웠다.

반장이 되고나서는 더 힘들어졌다.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었다. 게다가 반장이 여자한테 집적거린다는 소문이 나면 자신이 바라던 지부장의 꿈도 끝장난다고 생각했다.

외로운 촬영장에서의 밤이 찾아올 때면 이를 악물고 두루마기 휴지를 든 채 아무도 모르게 화장실로 향해야 했던 비참한 나날들.

이렇게 여자 한 명 사귀지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곳에서 일본놈의 칼에 죽어야하는 자신의 운명이 너무나 가련하기만 했다.

일본도를 머리 위로 쳐들고 달려오는 왜적. 현우는 칼집을 들어 그것을 막는 포즈를 취하며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끄흐으으윽!”

“야로오옷!”


바로 그 순간이었다.


-퍽! 퍼퍽! 퍼퍼퍽!

“으··· 응?”


화살이었다. 멀리서 날아온 화살 하나가 현우에게 달려오던 왜적의 이마에 정통으로 꽂혔다.


- 휙! 휙휙!


뒤이어 여러 대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화살은 하나하나 매우 정확한 편이었다. 하나하나 왜적의 심장에 꽂혀 즉사시키거나 허벅지나 팔에 정확히 박혀들어 그들의 무장을 해제시키는 임무를 수행해냈다.


“으음.”


조용히 토로하는 이일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장군!”


멀찌감치에서 달려오는 사람들. 아까 도망쳤던 조선군의 복장보다 조금 두꺼운 갑옷이나 철갑을 두른 사람들이 보였다.

화살을 든 사람들의 복장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편이었다. 그들 중 섞여있던 중무장의 장수가 이일에게 달려와 앞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장군, 괜찮으십니까?”

“김여물··· 인가?”

“예, 장군! 순변사 장군의 명을 수행하고 오다가 패잔병들의 보고를 듣고···. 어서 몸을 일으키시지요.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고맙네.”


이일은 사수(射手)들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 자는 누굽니까?”


후퇴하려던 김여물이 문득 현우를 보며 말했다. 의심이 거둬지지 않은 눈초리였다.


“모르겠네. 백성들 중 하나인가 보지. 내가 구했네. 얼른 피하세.”

‘뭐? 니가 날 구해?’

기가 찼다. 하지만 김여물은 아랑곳 없이 현우에게 다급히 말했다.

“예. 장군! 어서 우리 뒤를 따르라.”

“네? 예. 예예···.”


머지않아 왜적들이 또 다시 현우가 있던 곳으로 달려왔지만 멀찌감치부터 김여물과 부하들의 숫자를 발견해서인지 섣불리 달려들진 않았다. 그 덕분에 현우는 조선군에 섞여 전장에서 도망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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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 안의 엑스트라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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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시작합니다(수정) 20.10.17 126 0 -
28 이순신을 찾아서(1) 20.11.13 58 0 12쪽
27 용인 전투, 두 번째(4) 20.11.11 62 0 15쪽
26 용인 전투, 두 번째(3) 20.11.10 63 0 13쪽
25 용인 전투, 두 번째(2) 20.11.07 76 0 14쪽
24 용인 전투, 두 번째(1) 20.11.06 88 1 14쪽
23 팔문둔갑(八門遁甲)(2) 20.11.05 97 1 12쪽
22 팔문둔갑(八門遁甲)(1) 20.11.04 110 2 12쪽
21 홍의장군(紅衣將軍)(5) 20.11.03 114 1 12쪽
20 홍의장군(紅衣將軍)(4) 20.11.01 117 1 11쪽
19 홍의장군(紅衣將軍)(3) 20.10.31 127 3 12쪽
18 홍의장군(紅衣將軍)(2) 20.10.30 129 3 13쪽
17 홍의장군(紅衣將軍)(1) 20.10.29 136 2 11쪽
16 익호장군(翼虎將軍)(3) 20.10.28 137 3 13쪽
15 익호장군(翼虎將軍)(2) 20.10.27 151 3 13쪽
14 익호장군(翼虎將軍)(1) 20.10.26 169 4 12쪽
13 용렬한 군주 20.10.25 181 4 12쪽
12 용인 전투 20.10.24 180 4 12쪽
11 고니시(3) 20.10.23 187 3 12쪽
10 고니시(2) 20.10.22 190 5 13쪽
9 고니시(1) 20.10.21 199 4 12쪽
8 조령대첩(鳥嶺大捷) 20.10.20 210 4 12쪽
7 모래바람(2) 20.10.19 203 2 12쪽
6 모래바람(1) 20.10.18 222 3 13쪽
5 첩자(2) 20.10.17 229 5 10쪽
4 첩자(1) 20.10.16 241 4 13쪽
3 여긴 어디? 나는 누구?(2) 20.10.16 251 4 12쪽
» 여긴 어디? 나는 누구?(1) 20.10.16 287 3 16쪽
1 김반장 20.10.16 334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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