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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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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조회수 :
6,914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4.01.3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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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외전3-221(완). 등교(登校)- 엄마와 딸 사이 (2)

DUMMY

순간 중앙건물 복도에 뻗어 누워있는 선아의 팔을 잡고 선아를 일으키는 사람이 있었다.


깜짝 놀란 선아가 황급히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그 곳엔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면서 울고 있는 주은이가 보였다.


그리고 그 뒤로 윤선이와 민서가 어쩔 줄을 모른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윤선이와 민서 두 사람 역시 주은이처럼 눈물 콧물을 질질 짜고 있었다.


선아가 옅은 미소를 지은 채, 주은이를 향해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야! 여긴 왜 왔어? 위험한데 뭐하러 오냐?”


주은이가 줄줄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선아에게 짜증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너 죽었을까봐 왔다! 왜? 이젠 나랑 친구 안 할거냐? 나쁜 년!”


“잘 왔네! 나 엄청 배고파! 밥 좀 사줘! 내가 마침 지갑도 없이 와서... 흐흐...”


배를 통통 쳐대며 배가 고프다는 선아의 말에 주은이가 ‘빼액’ 소리 지르다 말고 어이가 없다는 듯이 환하게 웃어 보였다.


선아 역시 '씽긋' 웃어 보이고는 주은이의 손에 이끌려 천천히 바닥에서 몸을 일으켜 현대문방구 아주머니에게로 다가갔다.


선아는 현대문방구 아주머니 아니 은영이의 어머니에게 다가가 여전히 서럽게도 울고있는 그녀를 따스히 안아 주었다.




***





역시나 오늘 아침도 잠결에 코 끝에 서린 향 냄새가 진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지긋지긋한 향 냄새에 선아는 또다시 신경질적으로 자신의 두 팔을 들어올려 눈을 가렸다.


- 역시나... 사람이 어디 바뀌나... 에휴... 지겨워... 지겨워!


옅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벌떡 일으킨 선아가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어보니 역시나 거실 바닥 가운데 작은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된장찌개인 것 같아보이는 것이 담긴 뚝배기에서는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고슬고슬 윤기가 흐르는 하얀 쌀밥이 가득 담겨 있는 밥그릇 역시 뿌연 연기를 내뿜고 있는 것을 보면 엄마가 밥상을 차린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은 듯 했다.


- 에휴...


혀를 차던 선아가 몸을 틀어 화장실로 향하려던 순간이었다.


선아는 갑자기 입술을 한대빨 삐죽 내밀고는 그대로 거실 바닥에 엉덩이를 ‘털썩’ 주저앉아 밥상 위에 놓인 숟가락을 들어 올렸다.


숟가락으로 크게 밥을 한숟갈 떠 입 안에 우겨넣고, 된장찌개가 담긴 뚝배기 냄비에 숟가락을 ‘푹’하고 담가 입안에 우겨 넣는 선아였다.


선아는 그렇게 몇 년만에 엄마가 차려준 아침 밥상을 먹었다.


선아는 밥상에 놓인 물컵에 담긴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는, 가방에 넣어 두었던 은장도를 꺼내 밥상 위에 살포시 내려 놓았다.


은장도를 보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웃어 보이던 선아는 서둘러 씻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다.


어느 새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고 준비를 마친 선아가 학교로 가기 위해 집 밖으로 나서려는 순간이었다.


선아의 등 뒤에서 떨리는 듯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는 분명 떨고 있었다.


“미... 미안.. 미안해! 미안해! 선아야! 엄마가 정말 미안했다...잘못했다. 정말 미안해...”


엄마가 자신에게 처음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것을 들은 선아는 그대로 발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집 앞마당에 서 있었다.


“한 번 더 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조용히 선아가 말하자 엄마가 다시한번 말했다.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선아가 말 끝을 살짝 떨며 다시 말했다.


“한번 더!”


“엄마가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한번 더 해!”


“미안해!”


순간 선아가 엄청난 속도로 몸을 돌려 엄마에게 다가가 엄마를 와락 껴 안았다. 부서져라 세게 엄마를 끌어안은 선아는 소리내 '엉엉'울고 있었다.


그렇게 아무 말도 없이 서로 껴안은 채 펑펑 울어대던 선아와 엄마는 고개를 들어 올려 서로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지금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둘은 그저 서로를 바라보고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조용한 적막을 깨고, 먼저 씽긋하고 웃어보인 것은 선아였다.


“엄마! 된장찌개 좀 짜다! 다음부터는 물 조금 더 부어! 맛은 있더라?”


선아는 민망하다는 듯이 자신의 콧등을 긁적이고는 종종 걸음으로 잽싸게 집 밖으로 나섰다.


그래, 모녀 사이란 그런 것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필요가 있을까. 무슨 설명을 더 할 것인가.


선아는 알고 있었다.


엄마는 하나 뿐인 딸을 버릴 뻔 했다는 죄책감에 홀로 외로이 그 죄를 멍에처럼 짊어지고 살았을 것이다.


그래서 일까. 어느 순간부터인가 엄마는 선아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미안하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어 사과를 하기는 커녕 딸 선아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던 것은 그 한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가슴을 짓눌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실 상대방에게 너무나도 미안하면 차마 미안하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법이었다.


선아는 자신의 엄마가 선아 자신에게 왜 그리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지 못했는지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마음으로는 인정할 수 없었다. 지금 와서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사과를 받고서야 선아는 그동안 마음 한구석을 짓누르는 커다란 돌 바위 하나가 사라진 느낌이었다.


엄마의 직업은 무당. 그러니 다른 사람들을 도와 구제중생하는 직업이기에 가족을 버리고 다른 이들을 보살펴야한다는 것도 어린 선아는 중학생 무렵 철이 들고 사리분별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서 깨달았다.


자신의 엄마를 한 명의 여자로서, 그리고 무당으로서, 누군가의 엄마로서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이해하고 있는 것은 딸 선아였다.


선아 자신만 힘들었던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자신 스스로 아버지라고 밝히지 않았던 악사(樂士) 종식 아재나, 평생 그 사실을 숨기며 자신을 고아원에 버리려했던 엄마나 두 사람 나름대로 힘든 것은 매한가지였다.


운명의 굴레는 그렇게 모두를 힘들게 했다.


그래서일까, 선아는 나이를 먹을수록 엄마를 원망하는 마음보다 이해하는 마음이 점점 더 커졌만 갔던 터였다.


나이가 어렸을 때야, 얼음물 깨고 들어가서 기도하며 험한 산 속에 들어가서 목숨을 걸고 치성을 드리는데 정말로 신성한 신령님이 있다면 엄마가 모시는 신은 왜 종식 아재, 아니 자신의 아버지를 죽게 만들었을까 생각했지만 이제 선아는 개의치 않았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자신의 운명은 자신이 개척해야한다고 믿게 된 선아는 이제부터 그 누구도 원망하거나 미워하고 싶지 않았다. 하루하루 소중히 웃고 지내기에도 자신은 하루가 짧았다.


선아가 대문 앞에서 잠시 멈칫하고는 엄마를 향해 말했다.


“나는 엄마가 무당이든 아니든 아무 상관 없어! 엄마가 해야 한다고 그렇게 믿고 스스로 결정한 길이면 적어도 사람답게 사는 모습을 보여줘! 적어도 자식한테는 당당하게 살아! 오늘 이후로는 나한테 절대로 미안하다는 말 하지 마! 그리고 그 은장도... 종식 아재... 아니다 아부지가 준거지? 아부지한테 나 지켜줘서 고맙다고 꼭 전해줘!”


선아의 말을 들은 엄마의 눈이 깜짝 놀라 커졌다.


선아는 이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 누구보다 영특하고 영민하며 속이 깊은 딸이었다.


엄마에게 자신의 가슴 속에 숨겨 두었던 마지막 말을 모두 꺼낸 선아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선아는 당장이라도 '두둥실' 공중에 떠올라 하늘을 날 수 있을 것만 같이 발걸음 하나 하나가 가볍기만 했다.


그렇게 선아가 집 어귀 골목 길을 막 돌아서는 순간이었다.


어떤 젊은 여자 하나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와중에 그만 '콰당'하고 선아와 부딪히고야 말았다.


그 젊은 여자는 주변 무당집들이 마냥 신기한 듯이 여기저기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구경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선아를 미처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아이 샤발! 이런 거지발싸개같은!! 아침 댓바람부터 이게 무슨 개지랄이야!”


재빠르게 걸죽하게 시원한 욕지거리를 내뱉은 선아를 보면서 젊은 여자는 그만 말문이 막힌 모양인지 멍하니 선아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그 젊은 여자가 깜짝 놀란 눈으로 아무 대답 없이 선아를 쳐다보자 선아는 그녀를 향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뭘 봐!”


어이없다는 듯이 황당한 표정을 짓는 젊은 여자를 향해 매서운 눈초리로 한참을 노려 보다가 선아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왼팔에 뭘 달고 다니는 거야. 아침부터 재수 없게! 에이 퉷!”


젊은 여자의 발바닥을 향해 침을 뱉고는 늦었다는 듯이 황급히 백팩을 메고 뛰어가는 선아의 옆구리에 순식간에 누군가 팔을 집어 넣었다.


“아, 깜짝이야! 아오, 귀신인 줄 알고 한 대 칠 뻔 했네!”


화들짝 놀란 선아가 옆을 바라보자 어느새 뛰어 온 주은이와 윤선이 그리고 민서가 보였다.


셋 다 조금 민망하고 겸연쩍은 표정으로 선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염치가 없는 모양새인지 쭈뼛대면서도 선아의 옆구리에 손을 집어넣은 주은이는 선아를 향해 살짝 웃어보였다. 주은이 뿐만 아니라 민서와 윤선이 역시 미안함이 잔뜩 묻어나는 표정으로 베시시 웃고 있었다,


그런 셋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는 듯이 선아가 활짝 웃어 보이며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 열라리 졸라리 배고프다! 배고파 뒤지겠네! 야! 우리 떡볶이 먹을까? 현대문방구 떡볶이 콜?”


사실 엄마가 차려준 아침 밥상을 깨끗하게도 '싹싹' 비워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오늘따라 현대 문방구 아줌마의 떡볶이가 먹고 싶은 선아였다.


“우... 우리가 쏠게!”


선아와 주은이 뒤에서 조심스럽게 따라 걷던 윤선이와 민서가 선아를 향해 말했다.


선아가 아무 말 없이 둘을 쳐다보며 ‘씨익’ 웃어 보이자 주은이가 말했다.


“나 거기 주인 아줌마한테 뒤지게 혼나서 이제 가기 싫은데... 알고 보니까 그 문방구 아줌마가 그 동안 선아 너한테 뭐라고 한게 아니라 나한테 경고한 거더라고... 너 그만 괴롭히고 선아 너랑 어울리지 말라고 한 거였대! 나 그래서 그 아줌마 보면 무서워! 우리 그냥 옆에 대왕문방구 가서 빵이랑 우유 사 먹자? 응? 선아야! 나 그 아줌마한테 또 혼날까봐 무서워!”


주은이가 선아에게 살살 애교를 부리며 조르듯이 말하자 선아가 대답했다.


“지랄!”


선아의 욕지거리에 뒤에서 걷던 민서와 윤선이가 무엇이 웃긴지 깔깔대며 웃고 있었다.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지 네 여학생은 하늘이 떠나가라 웃고 있었다.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웃을 나이 아니던가. 사이 좋게 팔짱을 낀 선아와 주은, 민서와 윤선이는 그렇게 학교로 향하고 있었다.


모두가 즐겁고도 행복한 등교를 하고 있었다.




<외전3. 등교- 선아의 이야기> 완.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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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우리들의 벽사일기를 끝마치며 24.01.31 14 2 7쪽
» 외전3-221(완). 등교(登校)- 엄마와 딸 사이 (2) 24.01.31 13 1 11쪽
220 외전3-220. 등교(登校)- 엄마와 딸 사이 (1) 24.01.31 11 1 11쪽
219 외전3-219. 등교(登校)- 아버지의 은장도 (2) 24.01.30 11 1 11쪽
218 외전3-218. 등교(登校)- 아버지의 은장도 (1) 24.01.30 9 1 12쪽
217 외전3-217. 등교(登校)- 현대문방구 아줌마 (2) 24.01.29 10 1 12쪽
216 외전3-216. 등교(登校)- 현대문방구 아줌마 (1) 24.01.29 11 1 12쪽
215 외전3-215. 등교(登校)- 친구라는 존재 (2) 24.01.28 9 1 12쪽
214 외전3-214. 등교(登校)- 친구라는 존재 (1) 24.01.28 14 1 12쪽
213 외전3-213. 등교(登校)- 학교괴담 13개의 계단 (2) 24.01.27 12 1 12쪽
212 외전3-212. 등교(登校)- 학교괴담 13개의 계단 (1) 24.01.27 10 1 11쪽
211 외전3-211. 등교(登校)- 무당의 딸 (2) 24.01.26 13 1 11쪽
210 외전3-210. 등교(登校)- 무당의 딸 (1) 24.01.26 10 1 11쪽
209 외전2-209(완). 출가(出家)- 출가(出家) (3) 24.01.25 13 1 14쪽
208 외전2-208. 출가(出家)- 출가(出家) (2) 24.01.25 10 1 12쪽
207 외전2-207. 출가(出家)- 출가(出家) (1) 24.01.24 12 1 12쪽
206 외전2-206. 출가(出家)- 천불천탑(千佛千塔) (3) 24.01.24 14 1 11쪽
205 외전2-205. 출가(出家)- 천불천탑(千佛千塔) (2) 24.01.23 14 1 12쪽
204 외전2-204. 출가(出家)- 천불천탑(千佛千塔) (1) 24.01.23 9 1 12쪽
203 외전2-203. 출가(出家)- 춘향이 놀이 (2) 24.01.22 14 1 11쪽
202 외전2-202. 출가(出家)- 춘향이 놀이 (1) 24.01.22 14 1 11쪽
201 외전2-201. 출가(出家)- 민주화 운동 (2) 24.01.21 14 1 12쪽
200 외전2-200. 출가(出家)- 민주화 운동 (1) 24.01.21 13 1 12쪽
199 외전2-199. 출가(出家)- 안반데기 꼭대기 마을 (3) 24.01.20 17 1 11쪽
198 외전2-198. 출가(出家)- 안반데기 꼭대기 마을 (2) 24.01.20 17 1 12쪽
197 외전2-197. 출가(出家)- 안반데기 꼭대기 마을 (1) 24.01.19 16 1 11쪽
196 외전1-196(완). 신병(神病)- 여래아(黎崍阿) (4) 24.01.19 16 1 17쪽
195 외전1-195. 신병(神病)- 여래아(黎崍阿) (3) 24.01.18 18 1 12쪽
194 외전1-194. 신병(神病)- 여래아(黎崍阿) (2) 24.01.18 1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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