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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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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조회수 :
6,925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4.01.2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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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외전3-215. 등교(登校)- 친구라는 존재 (2)

DUMMY

선아가 교실 뒷문을 열고 들어서자 웅성거리며 한참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반 친구들이 돌연 조용해졌다.


분명 평상시 아침 교실 공기와는 조금 달랐다. 분명 학생들은 무언가 어색하고 초조하며 겁에 질린 듯한 분위기였다.


조금 더 무겁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보아컨대, 분명 방금 전까지 친구들 사이에서 무겁고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 확실했다.


순간 선아가 자리에 조심스럽게 책가방을 책상 고리에 걸며 칠판 앞쪽을 바라보자 잔뜩 화가 난 모양인지 시뻘개진 얼굴로 씩씩 거리며 나타난 윤선이와 민서가 보였다.


한껏 화가 나서 시뻘건 얼굴로 윤선이가 선아의 얼굴을 향해 물컵에 담긴 물을 뿌렸다.


‘팟’ 하고 물컵에 담긴 물이 선아에게 뿌려져 선아의 얼굴을 적셨다.


교실 안쪽에서는 웅성거리며 수군거리는 친구들이 그런 선아와 민서 그리고 윤선이를 둘러싸고 그 광경을 흥미롭게 구경하기 시작했다.


“이게 다 너 무당년 너 때문이잖아!”


선아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들어 올려 둘을 바라보자 둘은 화가 난 것 같기도 했고, 무언가 잔뜩 겁게 질려 초조해 보이기도 했다.


순간 선아의 눈에 들어온 것은 엄지손가락에 붕대를 칭칭 동여매고 있는 민서와 윤선이의 손가락 모습이었다.


“너... 너희 손가락이...”


선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둘을 바라보자 민서와 윤선이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말하기 시작했다.


“진짜야... 진짜라고! 진짜 연꽃 그림 귀신이 있었어! 우리가 봤어! 우리가 봤다고! 자고 일어나니까 우리 손톱이 다 뽑혀있었어!”


민서가 덜덜 떨면서 말하고 있었고, 윤선이는 두려운 듯이 양팔을 감싸쥐고는 민서처럼 벌벌 떨며 서 있었다.


“너희 어젯 밤에... 기어이 연꽃 그림 앞에서 귀신 부르는 놀이를 한거야? 그러게! 내가 하지 말랬잖아!”


선아가 화난 목소리로 말하자 윤선이가 선아를 향해 손바닥을 들어 올려 선아의 뺨을 후려 갈기려는 모양새를 취했다.


순간 지금까지 윤선이와 민서에게 순순히 괴로힘을 당해주던 것과 달리 선아가 재빠른 몸놀림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윤선이의 손목을 낚아채고는 말했다.


“혹시... 혹시 거기 주은이도 같이 있었어? 야! 말해! 주은이도 같이 했냐?”


선아의 입에서 주은이라는 이름이 튀어나오자 마자 윤선이와 민서의 몸이 흠칫하고 굳었다.


선아는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는 사실에 한숨을 한번 길게 내쉬었다.


사실 선아는 아주 오래 전부터 주은이가 귀신에 관련된 일이라면 사족을 못 쓸 정도로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남들은 무당의 딸이라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무서워하거나 혹은 꺼림칙하기도 했지만 주은이만은 달랐다. 주은이는 오히려 자신에게 친절하게 다가와 제일 친한 친구가 되었던 것이다.


그것이 사실 귀신에 관련된 것이라면 좋아 죽는 주은이의 호기심 때문이라는 것쯤은 선아도 일찌감치 눈치채 알고 있었다.


- 그래서... 그래서 나 때문이라고? 하지만... 하지만 내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렸는데!


선아는 어금니를 깨물며 윤선이와 민서의 양 손목을 거칠게 붙잡고 둘을 교실 밖으로 끌고 나갔다. 선아의 거친 행동에 당황한 둘은 그렇게 선아의 손에 이끌려 교실 밖 복도로 끌려 갈 수 밖에 없었다.


선아가 당장이라도 붉은 레이저가 뿜어져 나올 것 같은 매서운 눈빛으로 둘을 쏘아보며 말했다.


“차분히 말해 봐! 처음부터! 빨리!”


선아의 목소리는 칼날처럼 서늘하고 매서웠다.


“그... 그게... 주은이가 해 보자고.... 궁금한 게 많다면서....”


겁에 잔뜩 질린 민서는 그렇게 천천히 어젯 밤 셋이서 학교에 숨어들어 연꽃 그림 귀신을 소환한 과정에 대해 선아에게 이야기해주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수업을 알리는 수업종소리가 울려 퍼지자 민서와 윤선이는 재빨리 교실 안쪽으로 '쏙'하고 들어 가버렸다.


선아 역시 입술을 굳게 닫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둘을 쫓아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교실 문을 잡고 닫으며 교실로 들어서는 선아의 교복 상의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에서 ‘우웅’하면서 진동이 느껴졌다.


핸드폰을 들어올려 보니 주은이에게서 카톡이 하나 와 있었다.


- 이게 다 너 때문이야!


그리고 주은이가 보내온 사진 한 장에는 붉은 피를 뿜어내며 빨간 속살을 드러낸 주은이의 엄지손가락 하나가 보였다.


손톱이 뽑힌 것인지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손가락은 한눈에 보기에도 흉측하고 징그러웠다.


선아의 눈을 공포와 충격으로 일그러졌다.


분명 민서와 윤선이 그리고 주은이까지 세 명 모두 엄지손가락 손톱이 뽑혔다.


학생들 사이에서 떠도는 낭설 내지 괴담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심한 모습이었다. 웃어 넘길 해프닝 수준이 아니었다.


선아는 곰곰이 생각했다.


정말로 자신의 학교를 둘러싼 소문이 진실일까.


보통 학교에서는 학생들 사이에 떠도는 전설 내지 괴담이 전해 내려오기 마련이었다.


가장 흔한 것이 나중에 사실 알고 보니 학교 터가 옛날에 공동묘지였다느니, 화장터였다느니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실제로 충청남도 공주의 공주대학교 부지는 결핵 병원이기도 했고, 실제로 공동묘지나 화장터의 경우 땅값이 싼 산중턱에 위치한 경우가 많았으니 그 땅을 국가가 사들여 관공서를 지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유가 어찌 되었던 간에 괴담의 경우 사실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한국이나 일본, 그리고 중국과 동남아 일대에서 전해지는 학교 괴담에는 몇 가지 공통점들이 있었다.


흔히 한국에서 ‘빨간종이 파란종이’라고 알려진 이야기가 일본에서는 ‘화장실의 하나코상’이라는 이야기과 일맥상통했다.


그 밖에도 학교에 세워진 동상이 움직였다느니, 교실 안에 빈 책상을 이유없이 깔아두지 말라는 금기 등은 각국에서 공통적으로 전해내려오는 것을 보면 그것들이 마냥 낭설은 아닌 모양이다.


선아는 입술을 깨물며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윤선이와 민서 그리고 주은이... 아니 친구들을 살려야만 했다.




***




하루종일 학교 수업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선아였다.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아이들은 저마다 맡은 구역을 청소하기 위해 흩어졌지만 선아는 재빨리 가방을 챙겨 미친 듯이 학교 밖으로 빠져 나갔다.


선아가 교문 밖을 막 나서서 주은이의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갑자기 선아의 등 뒤로 중년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얘! 너 단짝 친구는 어디 갔니?”


선아가 멈칫 하며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주은이가 죽고 못사는 단골 떡볶이 집 아니 현대문방구의 주인 아주머니가 선아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그녀는 연신 철판 위에 가득 담긴 떡볶이를 주걱으로 휘저으면서도 선아를 바라보는 눈빛만큼은 차갑고 서늘했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주은이는 왜 물어보세요? 주은이.... 오늘... 아파서 학교 못 나왔어요!”


선아가 조금은 신경질적으로 외치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문방구집 아주머니가 말했다.


“그러게, 왜 그런 장난을 쳐! 내가 진작에 걔랑 놀지 말랬지! 이제 9일 남았다... 어쩔 거니! 어휴!”


문방구 아주머니의 말에 선아는 도대체 아주머니가 지금 자신에게 무슨 소리를 하는지 통 알지 못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목례를 하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일단은 주은이를 먼저 만나봐야 했다. 주은이의 상태가 더 중요했다.


가방을 어깨에 반쯤 걸친 채, 내달리고 있는 선아를 바라보며 문방구 아주머니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혀를 끌끌 차고 있었다.


선아가 오늘 아침에 찾아갔던 주은이의 집 앞에 서서 숨을 고르며 현관문 벨을 누르자 또다시 주은이가 소리쳤다.


“오지 말래두! 너 끔찍해! 진짜 싫다, 너! 꼴도 보기 싫어!”


주은이의 목소리는 생전 처음 듣는 날카롭고도 짜증섞인 목소리였다. 단 한번도 선아 자신에게 그렇게 서슬퍼런 신경질적이고 짜증섞인 목소리를 낸 적 없는 주은이었다.


“주은아...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는데... 일단 얼굴 좀 보여 줘! 걱정이 돼서 그래!”


굳게 닫힌 현관문 안쪽에서 순간 주은이가 멈칫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선아는 다시한번 큰 목소리로 말했다.


“니 말대로... 내가 무당 엄마 딸이니까 혹시 내가 해결하거나 도와줄 수도 있잖아! 그러니까 문 좀 열어봐, 응? 그러게 내가 위험한 일은 하지 말랬잖아! 기어코 어젯밤에 연꽃그림 앞에서 귀신 불러낸거야?”


무당의 딸이니 도움이 되거나 해결할 수 있지 않겠냐는 자신의 말에 주은이가 슬며시 문을 열었다.


선아가 재빨리 살짝 열린 현관문에 손을 넣고 문을 열려는 순간 주은이가 현관문을 '꽝'하고 닫아버렸다.


“으악!”


현관문에 그만 손이 끼여 찧고만 선아가 주춤거리며 뒷걸음질치자 다시 현관문이 쾅하고 닫히고는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알았냐? 그 동안 무당 딸년 친구라고 옆에 있어주는 척 하느라 졸라 힘들었네! 이제 연기 좀 그만해야겠다. 지겹네 재미도 없고... 야! 이선아! 잘 들어! 내가 그동안 너가 좋아서 옆에 붙어 있었는지 알아? 다 너 괴롭히면서 너 힘든 거 보려고 그런 거야! 병신같은 년!”


주은이의 말에 선아는 그대로 땅바닥에 주저 앉았다.


멍하니 넋을 놓고 현관문을 바라보는 선아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줄줄 흘러 나왔다.


집 안쪽에서 무언가 더 할말이 있는지 소리치려는 주은이에게 선아가 천천히 말했다.


“나도 알아. 너가 애들 시켜서 나 괴롭히고 그런거... 사실... 나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


선아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 주은이가 순간 멈칫하며 말을 멈추고, 아파트 복도에서는 고요한 정적만이 가득했다.


“알았다고? 내가 그런 거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어떻게? 어떻게 알았어?”


살짝씩 떨리는 목소리로 주은이가 말하자 선아가 서글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끝까지 모른 척 하면서 니 옆에 친구로 있고 싶었는데... 니가 니 입으로 말했으니까 나도 더는 숨기기 힘들겠다... 주은아. 나는 니가 전부터 나 못 괴롭혀서 안달인거 다 알고 있었어. 근데 그냥 모른 척 한거야. 그렇게라도 너랑 친구하고 싶어서....”


입술을 꽉 다문 채, 선아가 어느 새 아파트 복도에서 일어나 치마를 툴툴 털어내며 가방을 고쳐 어깨에 멨다.


선아는 굳은 표정으로 현관문 안쪽에 서 있는 주은이를 향해 말했다.


“친구니까... 친구니까 정말로 너가 걱정되서 온거야! 진짜로 너희가 귀신을 불러낸 거면... 어떻게든 귀신을 막아야 해. 너한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게 뻔하거든... 혹시나 내 도움이 필요하면 우리집으로 와. 주은아... 그동안 나랑 놀아줘서 고마웠다! 주은아... 잘 지내...”


선아는 그대로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 1층 버튼을 눌렀다.


한동안 고요한 정적만이 가득한 복도에서 도어락 소리가 들리며 주은이가 빼꼼히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지만 선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주은이가 슬픈 표정으로 잠시 서있었지만 주은이의 등 뒤로 천장에 닿을 듯한 기괴한 검은 그림자가 서있다는 사실을 주은이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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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우리들의 벽사일기를 끝마치며 24.01.31 15 2 7쪽
221 외전3-221(완). 등교(登校)- 엄마와 딸 사이 (2) 24.01.31 13 1 11쪽
220 외전3-220. 등교(登校)- 엄마와 딸 사이 (1) 24.01.31 11 1 11쪽
219 외전3-219. 등교(登校)- 아버지의 은장도 (2) 24.01.30 11 1 11쪽
218 외전3-218. 등교(登校)- 아버지의 은장도 (1) 24.01.30 10 1 12쪽
217 외전3-217. 등교(登校)- 현대문방구 아줌마 (2) 24.01.29 10 1 12쪽
216 외전3-216. 등교(登校)- 현대문방구 아줌마 (1) 24.01.29 12 1 12쪽
» 외전3-215. 등교(登校)- 친구라는 존재 (2) 24.01.28 10 1 12쪽
214 외전3-214. 등교(登校)- 친구라는 존재 (1) 24.01.28 14 1 12쪽
213 외전3-213. 등교(登校)- 학교괴담 13개의 계단 (2) 24.01.27 13 1 12쪽
212 외전3-212. 등교(登校)- 학교괴담 13개의 계단 (1) 24.01.27 10 1 11쪽
211 외전3-211. 등교(登校)- 무당의 딸 (2) 24.01.26 13 1 11쪽
210 외전3-210. 등교(登校)- 무당의 딸 (1) 24.01.26 10 1 11쪽
209 외전2-209(완). 출가(出家)- 출가(出家) (3) 24.01.25 14 1 14쪽
208 외전2-208. 출가(出家)- 출가(出家) (2) 24.01.25 10 1 12쪽
207 외전2-207. 출가(出家)- 출가(出家) (1) 24.01.24 12 1 12쪽
206 외전2-206. 출가(出家)- 천불천탑(千佛千塔) (3) 24.01.24 14 1 11쪽
205 외전2-205. 출가(出家)- 천불천탑(千佛千塔) (2) 24.01.23 14 1 12쪽
204 외전2-204. 출가(出家)- 천불천탑(千佛千塔) (1) 24.01.23 10 1 12쪽
203 외전2-203. 출가(出家)- 춘향이 놀이 (2) 24.01.22 14 1 11쪽
202 외전2-202. 출가(出家)- 춘향이 놀이 (1) 24.01.22 14 1 11쪽
201 외전2-201. 출가(出家)- 민주화 운동 (2) 24.01.21 14 1 12쪽
200 외전2-200. 출가(出家)- 민주화 운동 (1) 24.01.21 14 1 12쪽
199 외전2-199. 출가(出家)- 안반데기 꼭대기 마을 (3) 24.01.20 17 1 11쪽
198 외전2-198. 출가(出家)- 안반데기 꼭대기 마을 (2) 24.01.20 18 1 12쪽
197 외전2-197. 출가(出家)- 안반데기 꼭대기 마을 (1) 24.01.19 17 1 11쪽
196 외전1-196(완). 신병(神病)- 여래아(黎崍阿) (4) 24.01.19 16 1 17쪽
195 외전1-195. 신병(神病)- 여래아(黎崍阿) (3) 24.01.18 19 1 12쪽
194 외전1-194. 신병(神病)- 여래아(黎崍阿) (2) 24.01.18 1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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