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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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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조회수 :
6,922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4.01.2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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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외전3-216. 등교(登校)- 현대문방구 아줌마 (1)

DUMMY

선아가 터벅터벅 힘겨운 발걸음으로 집 안에 들어오자 때마침 손님이 나가는지 어떤 아주머니 세 명이 한껏 이야기 꽃을 피우며 마당에 나서는 모습이 보였다.


“이야! 이 집 진짜 용하네! 난 또 집도 허름하고 뭐 간판도 없고 해서 그냥 사짜무당인 줄 알았어!”


“여기 진짜 용해. 저기 미용실 아줌마 아들도 여기 점 보고 산 거잖아! 안 그랬으면 그 집 아들래미 초상 치렀을 껄?”


“어머, 진짜? 나중에 또 와야 겠다!”


서로 손사레질을 치며 이야기를 나누느라 미처 선아를 보지 못한 것인지 선아와 부딪힐 뻔 한 아줌마 하나가 ‘어머!’하고 깜짝 놀란 소리를 하며 선아를 바라 보았다.


선아가 고개를 반쯤 숙이며 옆으로 빠져 주자 아주머니들이 교복을 입은 선아를 흘끗 쳐다보고는 종종 걸음으로 대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갔다.


“딸인가보지?”


“엄마 팔자 물려 받아 무당되려나.. 에구... 교복을 보아하니 딱 봐도 어려 보이는데..”


“쉿, 애 듣겠어!”


“어머? 우리가 뭐 못할 말 했나?”


선아는 자신의 귀가 밝은 것이 죄라면 죄겠거니 싶어 무표정한 얼굴로 재빨리 자신의 방으로 '쏙' 들어갔다.


자신의 방문 닫는 소리를 들은 것인지 어느 새 엄마가 신당에서 나와 슬며시 자신의 방문 앞에 서 있는 것을 선아는 느낄 수 있었다.


선아는 신경질적으로 교복을 벗으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정말로 아이들의 괴담처럼 연꽃 그림 안에 귀신이 있는 것이라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선아는 지금 머리가 복잡해서 머리가 폭발해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다.


그 때였다.


엄마와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눈 것인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선아 자신을 향해 엄마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선아야... 너 무슨 일하고 다니는 거니? 왜 이상한 기운이... 이상한 기운이 잔뜩 묻어 있어?”


자신을 향해 정말 오랜만에 내뱉은 첫마디가 귀신 기운 이야기라니 선아는 그만 맥이 빠져 자신도 모르게 날카로운 목소리로 힘껏 소리질렀다.


“몰라! 상관하지마!”


바락바락 악을 지르다시피 내뱉는 자신의 말에 엄마는 잠시 아무 말도 없었다.


‘스르륵’하고 한복 치마가 거실 바닥을 스쳐 지나가는 소리와 함께 엄마의 옅은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선아는 그만 눈을 질끈 감고 자신의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만 바라 보았다.




***




다음 날, 아침 역시 주은이는 자신을 마중나오지 않았다.


혼자서 털래털래 학교를 가는 길은 유독 멀고도 멀게만 느껴지는 선아였다.


선아가 교실로 들어서자 선아의 책상 자리 위에는 매직으로 써놓은 갖가지 욕들이 즐비했다.


‘무당딸년, 저주받은 년, 귀신부리는 나쁜 년’은 비교적 양반이었다.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외설적인 욕부터 시작해서 쌍스러운 욕들이 선아의 책상 위에 가득 적혀 있었다.


어깨에 맨 가방을 내려놓지도 못한 채, 잠시 그것들을 바라보던 선아는 익숙하다는 듯이 가방 오른쪽 주머니에 넣어둔 알코옴 솜티슈를 꺼내 그것들을 박박 문질러 닦기 시작했다.


“와... 독하다, 진짜!”


“저렇게 독하니까 무당 딸년인데도 학교를 다니지!”


선아의 귓가에 자신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숨 죽여 지켜보던 반 친구들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선아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은 채, 책상을 닦고 의자에 앉았다.


선아가 수업 준비를 위해 교과서를 꺼내고 있을 때였다.


또 다시 나타난 윤선이와 민서가 선아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순식간에 민서가 손바닥을 들어올려 선아의 뺨을 후려갈겼다. 이윽고 질 수 없다는 듯이 윤선이가 선아의 뒷통수를 갈겼다.


뺨을 맞은데다가 뒷통수까지 얻어맞은 선아는 고통스러운 신음은 커녕 굳게 입을 닫고 둘을 쳐다보았다.


정작 친구들에게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하고 맞기 까지 한 것은 선아였지만 울고 있는 것은 윤선이와 민서였다.


“왜? 오늘도 손톱 빠졌냐?”


심드렁한 표정으로 묻는 선아를 향해 민서가 소리질렀다.


“그래! 오늘도 빠졌다! 분명 밤에 잠들기 전까지는 멀쩡한데 자고 일어나면 이래!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윤선이가 소리치자 민서 역시 손을 벌벌 떨며 선아의 얼굴에 자신의 오른쪽 손가락을 가져다대고 보여주었다. 역시나 하룻밤이 지나자 두 번째 검지 손가락의 손톱이 엄지손톱처럼 빠져 있었다.


붕대를 칭칭 동여맨 것은 윤선이와 민서 둘 다 똑같았다.


“웃겨 죽겠네! 내가 가라고 등 떠밀었냐? 내가 시킨거야? 왜 내 탓이래?”


선아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되묻자 윤선이가 크게 소리 질렀다.


“우리 엄마가 용하다는 무당 선생님한테 가서 물어봤는데! 학교에 나쁜 무당 딸이 있어서 그렇대!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내 몸에서 무당 냄새 난대잖아! 너한테 냄새 묻어서 그런거 아냐? 다 너 때문이야!”


그 말을 들은 선아는 기가 차다는 듯이 말했다.


“야, 언제는 무당 딸년이니 어쩌니 하더니 이제는 지 목숨 달린 일이라고 무당 선생님이라네? 야... 신기하다. 인간이란 동물 참 신기해. 그리고 그게 다 나 때문이라고? 너희가 부른 귀신 때문이 아니라? 웃기네, 진짜!”


선아의 말에 윤선이와 민서가 주춤거렸다.


사실 선아의 말이 틀린 것이 하나 없었기 때문이었다.


“왜? 아직 손톱 8개 남았잖아? 8일 동안 곰곰이 생각해보면서 여기저기 들쑤시고 알아봐! 혹시 아냐? 그 전에 살 방도가 있을지?”


선아는 자신의 앞을 가로 막고 있는 윤선이와 민서를 째려보며 말했다.


윤선이와 민서가 선아에게 무언가 더 말하려는 찰나, 이내 수업 종소리가 울리며 1교시 수학과목 선생님이 교실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둘은 그대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그 날 역시 주은이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장기간 병결이라도 낸 것인지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학교를 나오지 않고 있었다.


선아는 자신을 흘겨보거나 째려보는 반 친구들은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주은이의 텅 빈 책상은 계속해서 신경이 쓰였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선아는 또 다시 혼자서 털래털래 집으로 돌아갔다.


그 날은 하루종일 엄마가 어디로 간 것인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슬그머니 주방으로 들어가 냄비에 물을 담고 라면을 끓이면서 선아는 굳게 닫힌 엄마의 방을 바라 보았다.


- 신당을 들어가봐야하나... 가서 뭐 부적이나 무구(巫具)라도 쌔벼서 가져가 봐...? 에이... 그랬다가 괜히 신령님 노하시면 일만 더 복잡해져...


선아는 입에 우겨넣은 젓가락을 질겅이며, 라면이 담긴 냄비를 들고 그대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선아는 허기짐에 라면을 먹으며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검색을 하고 있었다.


그림에 얽매인 귀신이라면 지박령의 한 종류일 것이다. 지박령이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테니 학교에서 죽은 선배가 있는지 정보를 찾아보는 편이 좋았다.


하지만 선아의 예상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학교 홈페이지에 사건, 사고가 있을리 만무했고, 인터넷 신문 기사나 뉴스를 찾아보아도 딱히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순간 입 속에 들어있던 라면을 삼키며 선아는 깨달았다는 듯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 그래! 현대 문방구 아줌마!


선아는 학교 선배나 친구들 혹은 학교 선생님들에게 정보를 묻는 것보다 학교 앞에서 오랜 시간동안 장사를 해온 문방구 아주머니에게 관련된 이야기를 듣는 것이 더 빠르지 않을까 생각했다.


- 내일 가보자! 시간이 없어... 빨리 알아내야 해!


분명 아까 교실에서 윤선이와 민서를 향해 차갑게 독설을 내뱉은 선아였지만 선아는 내심 세 명의 친구들을 살리고 싶은 마음에 초조해져만 갔다.


선아는 한숨을 깊게 내쉬며 라면 국물을 들이켰다.


다음날 아침, 선아는 무엇이 그리 급한지 젖은 머리를 채 말리지도 못한 채 미친 듯이 학교 앞으로 내달렸다.


등교시간까지는 한참 이른 시간이었지만 선아는 당장이라도 학교를 쳐들어 갈 기세였다.


선아는 숨을 헐떡이며 교문 앞에 있는 두 문방구를 바라보았다.


역시나 일찍 찾아온 탓일까. 두 문방구 모두 초록색 천막이 쳐진 채,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선아는 가방을 어깨에 맨 채, 괜스레 운동화로 땅을 차며 발장난을 하고 있었다.


그러길 삼십분 쯤 지났을까. 헛기침을 하며 문을 여는 것은 교문 오른쪽 편에 있는 대왕 문구방 주인 아저씨였다.


주로 빵과 우유를 파는 곳이어서 그런가, 새벽 일찍 배달온 초록색 플라스틱 바구니에 들어있는 흰 우유와 딸기 우유를 정성스럽게 가판대 위에 올려놓는 아저씨를 향해 선아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저기 아저씨...”


“왜? 빵이나 우유 사게? 뭐 줘?”


빵이나 우유를 사가려는 학생인 줄 알았던 아저씨가 반갑게 웃으며 말하자 선아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아뇨, 저 그게 아니라... 아저씨... 혹시요... 저희 학교에서 죽은 선배 있어요? 아니면 사건 사고로 죽은 선배나...”


선아의 말에 갑자기 표정이 확 돌변하여 마치 못 볼 것을 보았다는 듯이 인상을 쓰며 아저씨가 거칠게 빈 우유 바스켓 통을 바닥에 던져 버렸다.


“에잇! 아침부터 재수없게! 난 몰라! 빵이나 우유 살 거 아니면 그냥 가라! 아침부터 재수없게 그딴 걸 묻고 있어!”


신경질적으로 외치며 자신을 향해 손바닥을 휘휘 저어대는 주인 아저씨를 바라보며 선아는 입을 굳게 닫고는 털래털래 문방구 밖으로 빠져 나왔다.


이제 마지막 남은 곳은 현대문방구였다.


하기사 아침 댓바람부터 사람이 죽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니 장사 초반부터 재수없고 불길하다고 여길만도 했다. 아저씨 입장을 이해하며 선아는 입을 ‘쩝’다시고는 다시 현대문방구 앞으로 조심스럽게 걸어 가고 있었다.


초록색 천막을 기웃거리며 현대문방구 아줌마가 안에 있나 살피던 선아의 등 뒤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거기 뭐 있어?”


선아가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뒤를 돌아보자 장바구니 안에 파와 어묵, 그리고 기다란 떡볶이 떡을 한가득 담은 현대문방구 주인 아주머니가 보였다.


그녀는 선아와 똑같은 자세로 자신이 운영하는 현대문방구 안쪽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선아에게 묻고 있었다.


“아뇨... 아... 죄송해요. 그게 아니라...”


“니 옆에 있던 그 나쁜 기집애 때문이지? 귀신 부르다가 손톱 빠졌니?”


아무렇지 않은 듯 심드렁한 표정으로 천막을 열며 현대문방구 아주머니가 말했다.


순간 닫힌 셔터문을 올리는 문방구 아주머니를 향해 선아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질렀다.


“아줌마! 그걸 어떻게 아세요?”


“아이고 귀청이야. 아줌마 귀 안 먹었거든? 아침부터 너는 기운도 좋다! 잠깐만 기다려! 너 아침 안 먹었지? 아줌마가 대충 차려 줄게!”


문방구 주인 아주머니는 선아의 물음에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은 채, 재빨리 주방으로 들어가 음식을 차리느라 분주했다.


선아의 눈에 비친 문방구 아주머니의 몸놀림은 왜인지 알 수 없었지만 묘하게도 어딘가 신나보이고 들떠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 아주머니는 아침 밥상을 차리면서 무엇이 흥겨운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아는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그 모습을 지켜만 보고 서 있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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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우리들의 벽사일기를 끝마치며 24.01.31 15 2 7쪽
221 외전3-221(완). 등교(登校)- 엄마와 딸 사이 (2) 24.01.31 13 1 11쪽
220 외전3-220. 등교(登校)- 엄마와 딸 사이 (1) 24.01.31 11 1 11쪽
219 외전3-219. 등교(登校)- 아버지의 은장도 (2) 24.01.30 11 1 11쪽
218 외전3-218. 등교(登校)- 아버지의 은장도 (1) 24.01.30 10 1 12쪽
217 외전3-217. 등교(登校)- 현대문방구 아줌마 (2) 24.01.29 10 1 12쪽
» 외전3-216. 등교(登校)- 현대문방구 아줌마 (1) 24.01.29 12 1 12쪽
215 외전3-215. 등교(登校)- 친구라는 존재 (2) 24.01.28 9 1 12쪽
214 외전3-214. 등교(登校)- 친구라는 존재 (1) 24.01.28 14 1 12쪽
213 외전3-213. 등교(登校)- 학교괴담 13개의 계단 (2) 24.01.27 13 1 12쪽
212 외전3-212. 등교(登校)- 학교괴담 13개의 계단 (1) 24.01.27 10 1 11쪽
211 외전3-211. 등교(登校)- 무당의 딸 (2) 24.01.26 13 1 11쪽
210 외전3-210. 등교(登校)- 무당의 딸 (1) 24.01.26 10 1 11쪽
209 외전2-209(완). 출가(出家)- 출가(出家) (3) 24.01.25 14 1 14쪽
208 외전2-208. 출가(出家)- 출가(出家) (2) 24.01.25 10 1 12쪽
207 외전2-207. 출가(出家)- 출가(出家) (1) 24.01.24 12 1 12쪽
206 외전2-206. 출가(出家)- 천불천탑(千佛千塔) (3) 24.01.24 14 1 11쪽
205 외전2-205. 출가(出家)- 천불천탑(千佛千塔) (2) 24.01.23 14 1 12쪽
204 외전2-204. 출가(出家)- 천불천탑(千佛千塔) (1) 24.01.23 9 1 12쪽
203 외전2-203. 출가(出家)- 춘향이 놀이 (2) 24.01.22 14 1 11쪽
202 외전2-202. 출가(出家)- 춘향이 놀이 (1) 24.01.22 14 1 11쪽
201 외전2-201. 출가(出家)- 민주화 운동 (2) 24.01.21 14 1 12쪽
200 외전2-200. 출가(出家)- 민주화 운동 (1) 24.01.21 13 1 12쪽
199 외전2-199. 출가(出家)- 안반데기 꼭대기 마을 (3) 24.01.20 17 1 11쪽
198 외전2-198. 출가(出家)- 안반데기 꼭대기 마을 (2) 24.01.20 18 1 12쪽
197 외전2-197. 출가(出家)- 안반데기 꼭대기 마을 (1) 24.01.19 17 1 11쪽
196 외전1-196(완). 신병(神病)- 여래아(黎崍阿) (4) 24.01.19 16 1 17쪽
195 외전1-195. 신병(神病)- 여래아(黎崍阿) (3) 24.01.18 19 1 12쪽
194 외전1-194. 신병(神病)- 여래아(黎崍阿) (2) 24.01.18 1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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