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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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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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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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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86,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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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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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외전2-197. 출가(出家)- 안반데기 꼭대기 마을 (1)

DUMMY

예로부터 ‘강령술(降靈術)’이라 함은 영혼을 인간 세계에 내려오게 하는 무속적인 비술로 전해온다.


그런데 한국 전통 신앙에서는 이 강령술이 매우 위험한 행동이기에 가급적 시도하지 말라는 말 또한 함께 전해 내려온다.


하지만 미지의 영역인 신(神)을 불러낸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많은 이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자극하는 모양이다.


그렇기에 여전히 ‘나홀로 숨바꼭질’이나 ‘분신사바’. ‘여우창문’ 등과 같은 강령술은 현대에 이르러서도 종종 실행되고, 젊은 세대의 사람들은 더 나아가 심지어 이를 즐기기도 한다.


유대교나 그리스도교에서는 이 강령술을 금기라 할 정도로 매우 경계하는데 이는 죽은 자를 깨우고 세상에 불러낸다는 것이 하늘의 섭리에 어긋하는 불길한 행동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강령술을 시행한 이들은 흔히 정신줄을 놓고 미쳤다거나 심할 경우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 후폭풍이 엄청나다.


무언가 정말로 소환된 것일지도 모르지만,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고 예민한 사람의 경우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다.





*** 외전2. 출가(出家)





해발 1100미터에 위치해 하늘과 꼭 맞닿을 것 같은 높이의 산에는 몽근하게 하얀색 구름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너무나 높고 험준해 구름도 쉬어가는 곳이라는 구름 위의 땅, 이곳은 ‘꼭대기 마을’이라 불리는 강릉 대기리(里)였다.


사람 한명 보지 못할 말큼 무지막지한 산골 마을 대기리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찾아오기 시작했으니 그들은 여름 배추를 수확하기 위해 타지에서 흘러 들어온 일꾼들이었다.


한여름 무더운 폭염이 지나가면 대기리 마을 사람들은 김장용 배추 수확을 맞아 모두가 정신이 없었다.


이 곳은 여름철 평균 기온이 20도 내외로 서늘한데다가 밤낮의 일교차가 커서 고랭지 농업에 적합했다. 그래서일까. 대기리에서 자란 배추는 다른 지역 배추보다 당도가 높고 싱싱해 씹었을 때, 아삭아삭한 식감으로 유명하다.


안반데기에서 가장 너른 밭에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곳은 마을 이장 댁 순옥의 집이었다.


영길은 구불구불 좁은 산길을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너른 흙길 옆으로 이름 모를 들꽃들이 무성히 자라 있었고, 고개를 돌려 바라본 아래쪽에는 조각보처럼 조각조각 쪼개진 밭들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그래서 얼핏 보아서는 짙은 초록빛으로 끝없이 펼쳐진 드넓은 초원인 것만 같았다.


영길의 바로 발 옆에 있는 엉겅퀴 꽃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는 나비가 보였고, 다른 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젖힌 상태로 배를 내밀고 있었다.


- 영자 이 녀석은... 어휴... 그저 순옥이네만 갔다 하면 감감무소식이라니까! 으이구!


영길은 서둘러 자신의 여동생 영자를 찾아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동생 영자는 그의 동무 순옥이와 만났다하면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부모님께 혼구녕이 나기 전에 얼른 데리고 와야 했다.


부모님은 타지에서 외지인들이 배추 수확을 위해 일자리를 얻으러 마을을 찾을 때면, 유독 까칠하고 예민하게 구셨다.


저녁 어스름이 지면서 초승달이 낮게 뜬 것을 보니 조금 있으면 칠흑같은 밤이 찾아올 터였다.


부지런히 걸음을 옮긴 탓일까, 어느 새 언덕길의 왼쪽을 따라 납작한 돌들로 쌓아올린 돌담이 보였고 영길의 눈에 이내 익숙한 마을 이장님 댁 지붕이 보였다.


“영자야! 얼른 가자! 영자야!”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는 영길은 미간을 찌푸리며 싸리나무 울타리 너머를 힐끗 쳐다 보았다.


그러자 이윽고 집 안쪽에서 부스럭 거리며 옷바느질 소리와 함께 깔깔대며 웃어대는 여자들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박영자!”


다시 한번 있는 힘껏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영길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가득 실려 있었다.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영길이가 울타리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사랑방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인상을 쓰면서 나오고 있는 동생 영자의 모습이 보였다.


까무잡잡하고, 키가 작은 영자는 볼살이 통통했다.


가늘게 찢어진 작은 눈을 자신을 향해 째려보며 한껏 튀어나온 입술로 뭐라고 중얼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야! 너는 심부름 다녀오면 바로 와야지! 부모님 걱정하신다!”


동생 영자를 나무라면서 영길은 슬쩍 사랑방 안에 있을 순옥의 얼굴을 보려고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으이구! 그래서 순옥이 얼굴이 보이냐? 그냥 아예 방에 들어가보지 그러냐?”


오빠 영길이 자신의 동무 순옥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일찍이 눈치채고 알고 있었던 동생 영자는 영길을 놀리듯이 비아냥거리면서 고무신을 신고 털래털래 밖으로 나왔다.


“오라버니 오셨어요!”


사랑방 안에서 앉은 채, 얼굴을 빼곰히 내밀고 자신에게 인사를 하는 것은 동생 영자와 달리 뽀얀 얼굴로 곱게 머리를 땋아내린 순옥이었다.


“어? 어! 순옥아! 저녁은 먹었어?”


동생 영자를 향한 목소리와는 정반대로 다정다감하고 친절한 말투로 말하는 오빠 영길을 흘끗 째려본 영자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친구 순옥이를 향해 손을 흔든 뒤, 영길의 팔을 이끌고 서둘러 대문 밖으로 나갔다.


“내가 어련히 알아서 갈까 봐!”


“정신차려, 이 년아! 요즘 외지인들 많아서 동네 어르신들 신경 날카로운 거 몰라? 알아서 몸 사려야지! 젊은 년이 함부로 밤늦게 다니다가 남정네들한테 안 좋은 일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그래!”


영길은 거칠게 말하고 있었지만, 그의 말 속에는 동생 영자를 걱정하는 마음이 가득 묻어나 있었다.


“으이구! 오빠! 나같은 얼굴을 누가 좋아한다고 그러슈? 순옥이같이 이쁜 가시나면 몰라도!”


자기 스스로의 외모를 잘 알고 있다는 듯이 씁쓸한 말투로 말하는 동생 영자의 이마를 가볍게 한 대 콩 쥐어박은 영길은 서둘러 동생 영자의 얼굴을 들어 올려 하늘을 보게 했다.


“네가 뭐가 어때서 그래! 이상한 소리 그만 하고, 저기 하늘이나 봐라!”


“칫! 지도 순옥이한테 홀랑 빠진 주제에! 흥!”


동생 영자의 말에 귓가가 바알갛게 물든 영길이 헛기침을 하며 저녁 하늘을 바라 보았다.


하늘에 가까운 높은 안반데기 꼭대기 마을에서는 저녁 8시만 되어도 밤하늘의 은하수가 바다처럼 드넓게 펼쳐졌다. 그것은 가히 그림과도 같은 장관이었다.


“캬하! 풍경 한번 좋고!”


동생 영자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어렸을 적부터 지겹도록 봐온 밤하늘의 별 풍경을 흘끗 쳐다보고는 총총 걸음으로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그녀의 뒤에서 머리 뒤로 팔짱을 낀 채 휘파람을 불면서 영길이 천천히 걷고 있었다.


“아니, 그래서 최씨네 큰 아들은 기어코 온대요? 여기 뭐 얻어먹을 거 있다고... 참나....”


어두운 밤을 호롱불 하나에 의지한 채, 헤진 옷들을 바늘로 기우고 있는 영길 엄마는 자신의 남편을 향해 물었다.


아랫목에 비스듬히 누워 피곤한 듯이 자신의 뒷목을 주무르며 목을 좌우로 꺾어대던 영길의 아버지 박씨는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온다면 오는 거지 뭐! 그게 대수라고...”


심드렁하게 무뚝뚝한 말투로 말하는 그를 향해 영길의 어머니는 한숨을 작게 내쉬고는 쥐고있던 옷가지들을 잠시 무릎에 놓은 채 그를 향해 말했다.


그들의 목소리를 안방문을 넘어서 대청마루에까지 들릴 정도로 이상하리만치 컸다.


여동생 영자를 데리러 다녀온 영길은 영자와 함께 나란히 대문 앞 싸리울타리 옆에 서서 부모님의 대화를 유심히 듣고 있었다.


“자기 고향 찾아오는 건 뭐라 할 게 아닌데... 거 서울 올라가서 무슨 운동인가 한다면서요? 괜히... 마을에 분란만 일으키는 거 아닌지 몰라!”


“뗵! 재수없게 이상한 소리 하덜 말어!”


한껏 인상을 쓰며 혀를 차는 박씨를 향해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그녀는 다시 옷가지를 들어 바느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멀찍이서 흘끗 쳐다본 박씨 역시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매한가지였다.


자신들의 큰 목소리가 싸리나무 울타리 밖으로 새어나갈까 싶어 박씨는 자신의 아내 입에서 ‘운동’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서둘러 아내의 입단속을 했다.


최씨 형님 집안은 대대로 산에서 자란 약초를 다루는 약방(藥房)을 운영하는 집이었다.


높은 고지대 산골마을에서 병원은 커녕 의원 역시 흔치 않았던 시절이었다. 그러니 대부분 경험과 오랜 세월에 의존해 조상들이 남겨준 지식에 따라 약을 먹거나 바르는 것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던 시절이었다.


박씨는 어렸을 적 돌 무렵 갑자기 찾아온 열병(熱病)에 의해 죽다 살아났다.


그 때 박씨를 살려준 것은 최씨 형님의 아버지였다.


최씨는 몇 가지 약재를 달여 먹이며 자신을 살려냈지만 결국 자신은 왼쪽 청력을 잃고야 말았다.


잔뜩 물먹은 솜을 왼쪽 귓 구멍 안에 쑤셔 넣은 것처럼 묵직하고 먹먹한 상태로 평생을 살았다. 잘 듣지 못하는 자신을 위해 한글을 알려주며 말하는 방법 역시 손수 알려준 사람은 최씨 형님이었다.


대기리 꼭대기마을에서 평생을 자고 나란 박씨는 어느새 최씨를 자신의 친형님처럼 모시게 되었다.


그토록 영길의 아버지 박씨가 믿고 의지하며 따르던 최씨 형님은 갑자기 서울로 상경해 한동안 소식이 끊겼다.


최씨 집은 비워져 있었지만 틈틈이 박씨가 가서 쓸고 닦아 사람 사는 구색은 갖추어두었다. 그런 박씨를 보며 마을 사람들은 참으로 지극정성이라며 혀를 찼다.


이삼년에 한 번씩 잠깐 와서 머물다 가는 최씨 형님과 그의 식솔들은 그런 박씨를 향해 고마워했지만 박씨는 자신의 유년 시절 최씨 집안의 도움과 보살핌을 은혜라 여기며 최씨 형님 댁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마다치 않고 발 벗고 나섰다.


“그나저나 석규 녀석도 많이 컸겠구먼.”


박씨가 말하는 석규 역시 최씨 형님의 하나뿐인 외아들로 못본지가 어느새 햇수로 6년이 넘었다.


영길 엄마는 남편을 향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바느질에 열중했다. 입술을 꽉 다물고 묵묵히 바느질을 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이마는 살짝 찡그러진 채 수심이 깊은 얼굴이었다.


어느새 집에 도착한 영길과 영자는 대청마루에 앉아 부모님의 대화를 유심히 듣고 있었다.


왼쪽 귀가 들리지 않는 자신의 아버지를 위해 식구들은 큰 목소리로 외치다 시피 말해야 했다.


아버지 역시 왼쪽 귀가 들리지 않아 자신의 목소리 크기를 가늠할 수 없어서일까 평상시에 조용히 대화하는 목소리 크기 역시 남들이 듣기에는 이상하리만큼 컸다.


그러니 지금 싸리울타리 너머로 부모님의 대화소리가 쩌렁쩌렁 들리는 것이 다른 마을 사람들 눈에는 영 이상한 일일지도 몰랐지만 영길의 식구들에게 있어서는 무척이나 당연한 일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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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우리들의 벽사일기를 끝마치며 24.01.31 15 2 7쪽
221 외전3-221(완). 등교(登校)- 엄마와 딸 사이 (2) 24.01.31 13 1 11쪽
220 외전3-220. 등교(登校)- 엄마와 딸 사이 (1) 24.01.31 11 1 11쪽
219 외전3-219. 등교(登校)- 아버지의 은장도 (2) 24.01.30 11 1 11쪽
218 외전3-218. 등교(登校)- 아버지의 은장도 (1) 24.01.30 10 1 12쪽
217 외전3-217. 등교(登校)- 현대문방구 아줌마 (2) 24.01.29 10 1 12쪽
216 외전3-216. 등교(登校)- 현대문방구 아줌마 (1) 24.01.29 11 1 12쪽
215 외전3-215. 등교(登校)- 친구라는 존재 (2) 24.01.28 9 1 12쪽
214 외전3-214. 등교(登校)- 친구라는 존재 (1) 24.01.28 14 1 12쪽
213 외전3-213. 등교(登校)- 학교괴담 13개의 계단 (2) 24.01.27 13 1 12쪽
212 외전3-212. 등교(登校)- 학교괴담 13개의 계단 (1) 24.01.27 10 1 11쪽
211 외전3-211. 등교(登校)- 무당의 딸 (2) 24.01.26 13 1 11쪽
210 외전3-210. 등교(登校)- 무당의 딸 (1) 24.01.26 10 1 11쪽
209 외전2-209(완). 출가(出家)- 출가(出家) (3) 24.01.25 13 1 14쪽
208 외전2-208. 출가(出家)- 출가(出家) (2) 24.01.25 10 1 12쪽
207 외전2-207. 출가(出家)- 출가(出家) (1) 24.01.24 12 1 12쪽
206 외전2-206. 출가(出家)- 천불천탑(千佛千塔) (3) 24.01.24 14 1 11쪽
205 외전2-205. 출가(出家)- 천불천탑(千佛千塔) (2) 24.01.23 14 1 12쪽
204 외전2-204. 출가(出家)- 천불천탑(千佛千塔) (1) 24.01.23 9 1 12쪽
203 외전2-203. 출가(出家)- 춘향이 놀이 (2) 24.01.22 14 1 11쪽
202 외전2-202. 출가(出家)- 춘향이 놀이 (1) 24.01.22 14 1 11쪽
201 외전2-201. 출가(出家)- 민주화 운동 (2) 24.01.21 14 1 12쪽
200 외전2-200. 출가(出家)- 민주화 운동 (1) 24.01.21 13 1 12쪽
199 외전2-199. 출가(出家)- 안반데기 꼭대기 마을 (3) 24.01.20 17 1 11쪽
198 외전2-198. 출가(出家)- 안반데기 꼭대기 마을 (2) 24.01.20 17 1 12쪽
» 외전2-197. 출가(出家)- 안반데기 꼭대기 마을 (1) 24.01.19 17 1 11쪽
196 외전1-196(완). 신병(神病)- 여래아(黎崍阿) (4) 24.01.19 16 1 17쪽
195 외전1-195. 신병(神病)- 여래아(黎崍阿) (3) 24.01.18 18 1 12쪽
194 외전1-194. 신병(神病)- 여래아(黎崍阿) (2) 24.01.18 1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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