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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님의 서재입니다.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별별조니
그림/삽화
조니
작품등록일 :
2018.05.03 08:29
최근연재일 :
2020.01.03 13:00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82,434
추천수 :
345
글자수 :
882,289

작성
19.02.09 22:10
조회
191
추천
2
글자
11쪽

143.편안히 돌아가시다.

DUMMY

짹깍짹깍 끼리리릭

땡, 대, 대, 틱, 틱, 틱, 땡, 땡


마루네 집에 자명종이 울려 퍼졌다. 가족들은 아침의 종소리를 듣고 다들 기지개를 켜면서 새로운 하루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아이고, 잘 잤다. 오늘도 열심히 일해야겠지?”

“그러게, 근데 저 시계는 고칠 수 없는 거야? 종소리가 이상해 진지 꽤 오래 되었는데 말이야.”

“에이, 어드가 시계태엽 돌리는 방법만 가르쳐 줬지 안에서 망가진 걸 고치는 법을 가르쳐 준 적이 있어? 그냥 저렇게 망가진 채로 사는 거지 뭘.”

“뭐, 고장은 났어도 아직까진 요긴하게 쓰이니까 말이야.”


어드가 준 자명종시계를 보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하루와 마루는 다른 가족들 보다 먼저 일어나서 가족들을 하나둘씩 깨우기 시작했다. 어드가 준 자명종시계는 금나라 병사들이 쓸모없는 물건이라고 생각해 방바닥에 집어던지고 나간 뒤부터 작동을 하긴 하지만 여덟 번의 맑은 종소리 중 3번만이 정확하게 들리게 되었다.


“아이고, 다들 왜 이렇게 잠들이 많아! 빨리들 일어나야 밭일도 하고 논도 갈고 해야 될 거 아니야!”

“으그그, 아버지 왜 이렇게 일찍 깨우세요.”

“일찍은? 벌써 종소리가 울린 것도 몰랐냐? 빨리 일어나! 가서 세수하고! 너도 일어나! 장가갔으면 너도 열심히 일해서 가정을 더욱 번성하게 할 생각을 해야지 아직까지 네가 젊은 총각인 줄 알아?”

“예, 일어납니다! 일어나요! 자명종이야 아버지 방에 있지 건너편에 있는 제 방까지 그 종소리가 들립니까?”


마루네 가족들은 엄청나게 거대해져 있었다. 4대가 모여 사는 만큼 집도 하나가 늘어났고 셋째 딸과 막내아들 까지 다 시집장가를 갔기 때문에 아침에 움직이는 어른들만 열 명이 넘었다. 물론 정묘년 초에 여진족 기병대가 삶의 터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가긴 했지만 남들과 달리 멀쩡하게 살아남았고 빠르게 회복에 들어가고 있었다.


아들들이 일어나고 세수를 마치자 마루는 재빨리 온돌이 따뜻하게 잘 올라오는 작은방에 계신 두 어머니를 모시고 나오도록 아들들과 함께 이동을 했다.


“어머니, 이만 일어나세요. 해가 벌써 저만큼 높이 떠올라 있습니다. 아이고, 왜 이렇게 오래 주무시지? 얘, 가서 네 할머니 좀 깨우고 와라.”

“예, 알겠습니다. 할머니! 일어나세요, 할머니! 아이고, 하루 할머니는 먼저 깨어나 계셨네. 고모 할머니, 할머니 빨리 깨우시고 같이 진지 잡수시러 나오세요.”

“......”

“아니, 왜 가만히 할머니를 보고만 계세요? 어서 같이 나오시지? 우차! 할머니! 할머니! 그만 일어나셔, 벌써... 어? 어....”

“에이그, 뭘 그렇게 우물쭈물 거려! 그냥 할머니 몸 살살 일으켜 세워드리면....”

“세상에... 이럴 수가....”


어머니가 너무나도 일어나지 않자 직접 방안으로 들어간 마루는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사람이 죽었을 때만 느껴지는 서늘하고 영혼이 떨리는 그런 오묘한 기분. 50년을 넘게 살아온 마루는 살면서 여러 죽음의 경우를 봤기에 직감적으로 어머니가 돌아가셨음을 알 수 있었다.방안에 들어온 마루는 묵묵히 눈물을 훔치고 있는 하루의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친어머니가 돌아가셨음을 확신할 수 있었고 그 자리에서 맥이 풀린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뒤늦게 불길함을 눈치 챈 마루는 조용히 곁으로 와서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두 눈으로 확인한 다음에 조용히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줬다.


평소같이 활기차게 시작했던 집안의 분위기는 한 순간에 어둡고 칙칙한 상황으로 바뀌었다. 가족들은 모두 묵묵부답으로 조용히 어머니의 장례를 진행했으며 그녀의 손자들이 마루의 친구들과 근처 동네 어르신들께 이 사실을 전해 드렸다.


“자, 그러면 우리 먼저 어머니를 닦아드리고 절을 올리자고.”


자식들이 나간 사이에 마루와 하루는 언젠가는 이런 사건이 일어날 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어머니의 몸을 깨끗한 물을 천에 묻혀서 깔끔하고 정결하게 닦아드린 다음 살아생전 어머니가 가장 즐겨 입으셨던 옷을 입혀 드렸다. 그리고 깨끗한 천으로 망자를 잘 감싸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례가 진행되었고 조문객들이 찾아와 절을 올렸다. 깨끗한 천으로 감싸져 있는 망자의 영혼은 조문객들의 인사를 받고 이승에서의 역사를 정리해 나갔다.


“아이고, 그래도 일흔 넷이나 사셨으면 오래 사신거지.”

“그러게 임진년, 정유년의 왜놈들과의 전쟁과 올해 정묘년 오랑캐들과의 전쟁에서도 큰 피해 입지 않으시고 잘 사셨으니까 말이야.”

“게다가 저기 있는 일본인 총각이랑 아들덕분에 면천도 돼서 노비에서 양인이 되셨지 않은가 이정도면 최고의 인생을 잘 살다가 가셨다고 할 수 있지.”

“호상이야, 호상. 요즘 같은 난국에 이렇게만 살다간다면 지상에서 모든 복을 다 누리고 가신 거지.”


조문객들은 망자를 향해 절을 올린다음에 하나같이 호상이라고 외쳤다. 호상 누가 봐도 호상이었다. 젊어서는 노비로서 고통 받고 결혼하고 나서는 임진왜란이 발생해서 고통 받고 늙어서는 부귀를 누렸지만 정묘호란이 일어나서 또 잠시 동안 고통을 받으셨다.


하지만 그 고통은 당시 평범한 백성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고, 가족들과 함께 그 고통을 이겨나가며 항상 더 번성한 가족을 이룬 마루네 어머니 옥매는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왔다. 하나뿐인 아들 마루가 걱정을 많이 끼치긴 했지만 늦게나마 철이 들어서 효도까지 잘 했고 증손자까지 봤으니 호상도 이런 호상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장례식의 분위기는 무겁기는 했지만 슬픈 분위기는 없었다. 오직 가족들만이 약간 눈물을 훔쳤을 뿐이다. 그렇게 3일간의 장례가 흘러갔다.


“아이고, 우리 윗세대들도 거의 다 떠나셨군 그래.”

“그럼, 우리 나이가 벌써 오십이 넘었어.”

“에이, 말이 오십이지 몸은 삼십 같은 걸! 봐봐!”

“장난 그만하고 일찍 자자, 아침 일찍 일어나서 어머니를 아버지 곁에 묻어드려야 하니 말이야.”


마루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일찌감치 방으로 들어갔다. 하루와 친구들도 마루를 따라 일찍 잠자기 위해 헤어졌다.


그들이 이 장례식에서 느낀 점 중에 하나는 그들도 이제 나이가 오십이 넘었다는 것. 지천명이 넘은 그들은 자신들도 이제 삶이 길어야 20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음을 마루네 어머니의 장례를 통해서 직접적으로 느꼈다.


“자, 그러면 할머니 보내드리러 가자.”

“아버지 제가 대신 상여를 들겠습니다.”

“아니다, 그래도 아직 아빠가 막내 너보다는 힘 잘 쓰지 않냐? 그리고 내 어머니 인데, 마지막까지 잘 보내드려야지. 청년이었을 때 무관이 되겠다고 어머니 속을 오랫동안 썩여왔는데 말이야.”


마루는 자신의 왼쪽 어깨에 상여를 올렸고 하루는 자신의 오른쪽 어깨에 상여를 올렸다. 마루의 막내를 제외한 두 아들들이 상여의 뒤쪽을 각각 어깨에 올렸고 마루네 아버지가 묻혀계신 산소로 걸어 나갔다.


상여는 그렇게 무겁지 않았다. 그녀의 70여년 인생만큼의 무게가 빠져나가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그녀의 몸무게가 가벼워서 그런 것인가. 이유가 어찌 되었건 끙끙거리는 소리 하나 없이 4명에서 수천 보를 상여를 메고 잘 걸어 나갔다.


얼마나 호상이었으면 곡소리조차 심각하게 우울하지도 않았고 그저 의미 없는 아이고 소리만 작게 들려왔다. 아버지의 산소에 도착하자 먼저 도착해 있던 소우스케와 켄타가 나무로 된 깔끔한 관을 준비해 놓았다.


“자, 할머니를 관에 넣어드리고 잘 묻어드리자. 아버지와 다시 저승에서 100년 가약을 맺으라고 말이다.”

“예, 아버지.”

“자, 조심해서 넣어드리고.”

“웃차, 관 잘 덮여졌다. 이제 흙 뿌려도 좋아!”


관 안에는 어머니께서 살아생전 사용하셨던 물건들이 함께 담겨졌고 무거운 관 덮개는 천천히 닫혔다. 이승과 저승과의 경계처럼 말이다.


가족들은 어머니께, 할머니께 흙으로 이불을 덮어드렸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덮어드리는 흙 이불이 불편하시지는 않을까 정성스럽고 따뜻하게 덮여드렸다.


마루네 어머니와 아버지는 다시 한 이불을 덮게 되셨다. 수 년 간 만날 수 없었지만 다시 화목한 세월이 시작되었다.


“웃차! 웃차! 잘 밟아!”

“잘 밟고 있어! 잔디나 깨끗하게 심어 놓으라고!”

“에이, 잔디는 자기들이 알아서 잘 자라.”

“자자, 그 정도면 완벽하다. 이제 마지막으로 할머니께 절 드리고 돌아가자고.”


가족들은 어머니가, 할머니가 다시 만나신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저곳에서도 행복하게 잘 지내시라고 마지막으로 큰 절을 올려드렸다. 그리고 난 다음 다들 아무런 말없이 새롭게 잘 만들어진 산소의 모습을 보고 뒤돌아봄 없이 집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다들 수고 많았다. 분명 할머니께서도 좋아 하실거야.”

“그럼요. 마지막까지 편안하게 잘 보내드렸으니 말이에요.”

“고모 할머니, 왜 갑자기 눈물을 흘리세요?”

“친구가... 친구가...”

「네, 어머니?」

「죽기 직전에 생긴 하나밖에 없는 조선친구가 사라졌으니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가나 서글퍼져서....」

“조선친구가 사라지셔서 그렇데....”

“아하,”

“에이! 고모 할머니! 걱정 마세요! 저희들이 더 즐겁게 해드릴 테니까 말이에요!”

“으이그 무슨 즐겁게 해드려. 마누라랑 손자들만 붙잡고 쪽쪽거리는 놈들이!”

“아버지도 참! 저희도 하면 한다고요!”

「헤헤헤, 드디어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네.」

“맞아요. 어머니, 드디어 원래 우리 대가족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집에 돌아온 가족들은 모두 온화한 모습을 하며 서로 대화를 했고 언제 장례식을 치뤘냐는 듯 금세 화목하게 돌아왔다.


“새아가 밥 좀 내 오렴? 아 돌아가신 분은 돌아가신 거고. 살아있는 사람들은 먹어야 살지? 안 그렇겠어?”

“에이, 여보는 오자마자 밥이 그렇게 넘어가요?”

“그럼, 넘어가지! 난 저녁밥을 세 그릇이나 먹을 건데?”

“어휴, 저희들은 밥 생각 나지도 않았는데 아버지는 어떻게 그렇게 밥을 좋아하시는지!”

“밥 좋지 이놈아! 나는 밥 없으면 일부터 하기 싫어져.”

“어이구, 제가 봤을 때 아버지는 식성도 좋고 기력도 좋으셔서 100살까지는 무난하게 사실 겁니다!”

“암! 고손자까지 보고 죽을 꺼다! 빨리 밥 가지고 와! 곧 있으면 종소리 울릴 텐데!”


끼리리리리릭!

땡, 대, 대, 틱, 틱, 틱, 땡, 땡


저녁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망자의 시계는 멈췄지만 살아있는 사람들의 시간은 앞으로 계속 흘러나갔다. 다들 고장 난 자명종시계처럼 어딘가에 크고 작은 문제가 있는 시계가 움직이고 있지만 시계가 최후의 종착점에 도착해서 멈추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삶의 시간은 흘러 나갈 것이다.


앞으로 이들에게는 어떤 삶의 시간이 남아있을 것인가?


작가의말

사람에게 시간이란 무엇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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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140.정묘호란(4) 19.01.29 127 1 12쪽
139 139.정묘호란(3) 19.01.28 124 1 12쪽
138 138.정묘호란(2) 19.01.26 143 1 12쪽
137 137.정묘호란(1) 19.01.25 154 1 12쪽
136 136.누르하치의 최후(2) 19.01.24 191 1 11쪽
135 135.누르하치의 최후(1) 19.01.23 15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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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133.갑자년 통신사(5) 19.01.21 145 1 11쪽
132 132.갑자년 통신사(4)-행방불명 19.01.19 155 1 12쪽
131 131.갑자년 통신사(3)-나고야의 밤 +1 19.01.18 167 1 11쪽
130 130.갑자년 통신사(2) 19.01.17 165 1 11쪽
129 129.갑자년 통신사(1) 19.01.16 208 1 12쪽
128 128.이괄의 난 19.01.15 17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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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125.인조반정(2)-수상한 낌새 19.01.11 156 1 11쪽
124 124.금가는 명나라(4) 19.01.10 18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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