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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님의 서재입니다.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별별조니
그림/삽화
조니
작품등록일 :
2018.05.03 08:29
최근연재일 :
2020.01.03 13:00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82,424
추천수 :
345
글자수 :
882,289

작성
19.01.12 08:00
조회
168
추천
1
글자
12쪽

126.인조반정(3)-막으려난 자. 일으키려는 자

DUMMY

[그러나 광해군은 1622년 음력12월 24일 양사에서 이귀와 김자점을 잡아 가둬 추국할 것을 청했으나 풍문만으로 옥사를 일으킬 수 없다며 광해군은 양사의 청을 물렸다. 이듬해인 1623년 음력1월 4일 전 평산 부사 이귀가 상소해 대간들과 대질시켜달라고 청했고 대간들이 반정에 대한 무고를 주장한 이귀를 비난했다. -광해군일기-]


다음날 창덕궁 인정전에서 엄중한 분위기 속에 광해군이 입장했다. 아무래도 반정과 관련된 사건이 논의 될 것이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분위기가 낮고 무거웠다.


“주상전하 듭시오!”


광해군은 천천히 정전으로 들어왔고 신하들은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가장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는 자들은 분위기와 소문을 통해서 반정이 들통 나게 생긴 자들, 즉 반정을 모의하고 있는 서인세력 관료들이었다. 반면에 가장 진중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들은 대사헌가 대사간을 비롯한 사헌부와 사간원의 핵심관료들 이었다.


광해군은 자리에 앉았고 관료들을 천천히 살펴본 다음에 입을 열었다.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과인을 끌어내리고 능양군을 왕으로 세우려고 하는 세력들이 있다고 들었소.”

“전하, 그것이 무슨 말도 안되는....”

“그런 자들이 있다니 지금 당장이라도 옥에 가둬 죄를 묻고 처형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조선 왕실과 조정의 기강을 바로 새울 수 있사옵니다.”

“그러하옵니다. 지금 당장 그 자들의 목을 치소서!”


반정세력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들은 관료들은 깜짝 놀랐고 한 나라의 왕을 노리는 자들이 있다는 것은 필히 대역죄에 속하는 일이었다. 때문에 관료들은 지금 당장이라도 그 자들을 처벌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자자, 일단 진정들 하시오. 사헌부에서는 이 일에 대해서 어찌 생각하시오?”

“전하, 반정세력은 실존합니다. 이미 확인된 바로는 1년 이상 그들이 능양군대감과 은밀한 소통을 나눴고 반정을 일으키기 위한 핵심 인물이 수십 명이고 심지어 이괄이라는 자는 수많은 사병조직을 모집했다는 것이 확인되었사옵니다. 이 일은 무척이나 시급한 일이니 전하께서는 부디 올바른 판단을 하셔서 후한을 대비하시옵소서.”

“그게 무슨 해괴한 말씀이시오 대사헌 영감!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주상전하를 향해 그런 몹쓸 짓을 한단 말입니까? 증거 있습니까?”

“몇몇 관료들이 비정상적인 활동과 대규모 사병조직을 꾸리고 있는데 이 어찌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있습니까?”


서인세력의 관료들은 대사헌이 말을 뚝 끊고 잔뜩 고조된 목소리로 반문을 했다. 하지만 이미 반정을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대사헌 남근은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전하, 이 일은 사헌부에서만 살펴본 일이 아니옵니다. 이미 사간원에서도 반정이 일어날 것 같은 상황을 파악했고 양사에서 조사하고 추론해본 결과 겹치는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옵니다.”

“대사간? 그것이 정녕 사실이오?”

“예, 그렇사옵니다. 소신을 비롯한 사간원의 여러 관료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서 살펴본 결과 전하를 위협하고자 하는 반정세력은 필히 존재하옵니다. 하오니 전하께서는 늦기 전에 대비를 해 주시옵소서.”

“전하, 사헌부와 사간원 양사에서 오랫동안 논의하고 확실한 전황들이 포착된 적이 한 둘이 아닙니다. 신 대사헌 남근 전하께 강력히 청하오건데 지금 당장 이번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이귀와 김자점을 추포하고 그들을 신문하고, 그들의 자택을 조사할 수 있도록 윤허하여주시옵소서.”


대사헌 남근은 광해군에게 지금 즉시 수상한 자들을 체포하고 조사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길 진심으로 요청했다. 혹시라도 잘못되면 광해군이 반정을 당해버릴 수 있는 다급한 상황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해군은 이를 윤허하지 않았다.


“그리할 수 없소.”

“전하, 어찌하여 그러시 온지....”

“과인이 생각하기에는 아직 확실한 증거도 없는데 너무 과하게 반응을 하는 것 같소. 과인은 이번 사건이 10년 전 계축년에 일어난 옥사처럼 번져버릴까 그것이 두려워서 그렇소.”

“하오나 전하, 이번 사건은 계축년의 옥사와는 다릅니다. 지금당장 대역죄인들을 추포해야 하옵니다. 전하의 안위를 위협하는 자들이옵니다. 속히, 속히 조사를 해봐야 하는 일이옵니다.”

“그대들은 왜 그렇게 서두르고 있는 것이오? 혹여 그대들의 붕당에서 없애고 싶어 하는 상대들이 것이오?”

“그것이 아닙니다. 정말 사실이기 때문이옵니다. 전하, 신들을 제발 믿어 주시옵소서. 신들이 만약 전하께 거짓을 고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 목이라도 내놓겠사옵니다.”

“어허, 이 일은 너무 조급하게 처리하지 말고 차차 지켜보도록 합시다. 사헌부와 사간원의 관료들은 앞으로의 전황을 살펴본 다음 나중에 보고토록 하시오. 지금 당장은 명나라와의 친분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하면 여진족을 회유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것이 우선이오.”


광해군이 조사를 거부한 이유는 계축년의 옥사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계축년 옥사로 가장 피해를 본 사람들은 대북세력이 아닌 자들과 왕실 친인척과 가족들이었다. 그리고 계축옥사로 가장 이득을 본 사람은 당연 대북세력이었다.


계축옥사 뒤에 광해군은 붕당세력의 정점을 찍은 대북세력들 때문에 자신의 힘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던 적이 종종 있었다. 광해군은 이번 사건도 대북세력이 자신들의 입지를 다시 세우고 키워나가기 위해서 꾸려낸 거짓보고일지도 모르겠다는 의심을 품게 되어서 재빨리 결정을 내리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아울러 광해군은 이번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또 다시 폭군이 될까 그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이러한 광해군의 결정은 심각하게 잘못된 결정이었으니 실제로 반정세력은 존재했기 때문이다.


“주상전하께서 반정세력에 대한 소식을 양사로부터 전해 들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하오나 걱정하지 마세요, 능양군대감. 전하께서는 계축년 옥사가 생각나셨는지 그 때의 흉악했던 전하의 모습으로 돌아가시길 꺼려하며 양사의 조사를 윤허하지 않으셨습니다.”

“허나, 전하께서 언제 우리를 조사할지 모른다는 소리 아닙니까? 사헌부와 사간원에서 우릴 계속 추적해 온다면 지금 당장은 전하께서 가만히 계셔도 언젠가는 우리들의 죄를 물으실 것 아니오?”

“그러니까 빨리 반정을 준비해야지요. 이미 저희들이 지난 15년 동안의 전하의 잘못을 다 정리해 놨습니다. 대의명분은 이미 다 섰습니다. 남은 것은 시일을 정하고 능양군 대감께서 큰 결단을 내리는 것뿐입니다.”


임금에게 반정을 일으킬 대역죄인들이 있다는 사실이 전달되었다는 것에 능양군은 일이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하지만 이귀와 김자점은 능양군을 달래면서 절대로 이번 반정이 실패할 이유가 없음을 설명했다.


같은 시간에 사헌부에서는 반정을 알고도 막아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답답해하고 있었다.


“전하의 안위를 위협하는 자들을 반드시 막아야 됩니다.”

“그렇습니다. 대사헌 영감, 계속해서 전하께 상소를 올려서 이귀와 김자점을 비롯한 대역죄인들을 추포하고 심문할 것을 요청하십쇼.”

“나도 노력은 하고 있네만 전하께서 이 일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우리가 상소를 수백 장 써서 올리고, 전하께 계속 장계를 올려 이 사건을 보고한다 할지라도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을 걸세. 전하께서는 반정세력도 의심하고 계시지만 동시에 이번 사건을 보고한 우리들도 의심하고 계셔.”

“그럼, 이번 사건을 어찌 처리해야 합니까. 이대로 가다가는 진짜 몇 달 내에 반정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지. 부디 전하께서 하루라도 빨리 올바른 판단을 내리시길 기다릴 뿐.”


1623년 광해군 즉위 15년차 반정을 일으키려는 세력과 반정을 막으려는 쪽은 치열하게 다투기 시작했고 점점 거친 말과 행보를 보이면서 어떻게 하든지 한쪽은 반정을 성사시키려 한쪽은 임금의 자리를 지켜내려 했다.


“전하! 대역죄인 이귀를 지금 당장 처단하시옵소서! 그 자는 이 나라 왕실과 조정을 심히 어지럽혔습니다!”

“그렇습니다. 어떻게 대역죄인이 괘씸하게 자신은 죄가 없으니 사간원에 직접 대질해 달라는 무례한 요구를 할 수 있사옵니까? 그자는 대질할 대상이 아니라 심문하고 심판해야 될 대상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아직 죄를 지었는지 여부도 파악되지 않은 이귀를 죄인으로 몰고 가는 것입니까? 그대들은 그러고도 사간원의 관료들이라 할 수 있는 겝니까?”

“그러면 죄인을 죄인이라고 하지 뭐라고 불러야 합니까? 능양군대감의 집에 다녀가는 모습만 포착하기를 수백 번, 여러 관료들과 수상한 서신을 주고받은 전황도 포착되었는데 이게 죄인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전하, 저들은 지금 자신들의 이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결백한 이귀를 죄인으로 몰아가고 있사옵니다.”

“아니옵니다. 저들은 지금 거짓을 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귀뿐만이 아닙니다. 지금 확인된 바로는 김자점, 최명길, 심기원 등 반정을 주도하는 관료만 수십이옵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이제라도 이들을 추포하고 심문해야 전하의 안위를 보전하실 수 있사옵니다. 당신들은 지금 남인세력들까지 포섭해서 주상전하를 몰아내려고 하고 있지 않는가? 어디 죄인들이 이렇게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단 말이오!”

“우리가 언제 그랬단 말이야! 한 나라의 사간원 관료들이 이렇게 잘못된 판단을 하니까 나라가 어지러워지고 있는 것 아닌가?”


대신들 사이의 싸움은 점점 더 크게 번져나갔고 이를 계속 듣고 있던 광해군은 도대체 누가 참된 말을 하고 있는지 누가 거짓을 보고하고 있는지 단 한 가지도 구분하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그만! 그만 하시오!”

“전하, 부디 신중한 판단을 내려 주시옵소서. 만일 이번 사건이 반정모의가 거짓이라면 소신을 비롯한 사간원의 모든 관료들이 목을 내놓겠사옵니다.”

“저들은 지금 거짓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전하 이귀가 무고하다는 사실에 소신의 목숨을 걸겠사옵니다. 저들을 믿지 마시옵소서.”

“시끄럽소! 그만 좀 괴롭히시오! 왜 다들 과인을 이렇게 힘들게 만드는 것이오? 지금 반정모의를 제외하고도 처리해야 될 이 나라의 업무들이 얼마나 많이 쌓여있는 줄 아시오? 항상 치고받고 싸우니 하루도 조정안이 평온할 날이 없소!”

“전하....부디....”

“오늘은 여기서 그만 두겠소! 다들 물러나 보시오!”


광해군은 계속된 당파싸움에 지쳐서 자리를 박차고 머리를 주무르면서 대전 밖으로 빠져나왔다. 반정을 막으려는 자들은 왕의 판단에 가슴을 팡팡 치면서 답답해했고 반정을 일으키려는 세력은 한숨을 쉬면서 하루빨리 반정을 성사시켜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능양군대감 더 이상 시간이 없습니다. 서둘러 결단하시죠.”

“허나.... 지금 어떻게 삼촌을....”

“대감 왕이 되고 싶으시지 않습니까? 언제까지 이러고 사실 겁니까?”

“그래도....”

“대감! 역사에서 대감을 높게 평가할 것입니다! 지금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올바른 정사를 돌볼 성군이 자격을 갖춘 사람은 대감밖에 없습니다! 굳세게 일어나서 왕권을 세우소서!”


반정세력들은 능양군의 마지막 결단을 재촉했다. 능양군은 눈을 꼭 감고 있다가 지난 몇 년간 반정을 위해 노력했던, 왕이 되기 위해 준비했던, 그리고 왕이 되고 싶은 자신의 욕망. 모든 것을 되새긴 다음 악의가 가득 찬 어둠의 눈을 떴다. 그의 눈앞에는 조선의 임금이 된 자신의 모습이 펼쳐져 있었다.


“좋소! 지금당장 반정을 일으킵시다!”


작가의말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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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140.정묘호란(4) 19.01.29 127 1 12쪽
139 139.정묘호란(3) 19.01.28 124 1 12쪽
138 138.정묘호란(2) 19.01.26 143 1 12쪽
137 137.정묘호란(1) 19.01.25 154 1 12쪽
136 136.누르하치의 최후(2) 19.01.24 191 1 11쪽
135 135.누르하치의 최후(1) 19.01.23 154 1 11쪽
134 134.갑자년 통신사(6) 19.01.22 236 1 12쪽
133 133.갑자년 통신사(5) 19.01.21 145 1 11쪽
132 132.갑자년 통신사(4)-행방불명 19.01.19 155 1 12쪽
131 131.갑자년 통신사(3)-나고야의 밤 +1 19.01.18 166 1 11쪽
130 130.갑자년 통신사(2) 19.01.17 165 1 11쪽
129 129.갑자년 통신사(1) 19.01.16 208 1 12쪽
128 128.이괄의 난 19.01.15 175 1 11쪽
127 127.인조반정(4)-왕이 된 인조 19.01.14 178 1 12쪽
» 126.인조반정(3)-막으려난 자. 일으키려는 자 19.01.12 169 1 12쪽
125 125.인조반정(2)-수상한 낌새 19.01.11 156 1 11쪽
124 124.금가는 명나라(4) 19.01.10 183 1 13쪽
123 123.금가는 명나라(3) 19.01.09 195 1 12쪽
122 122.자식들의 혼인(4) 19.01.08 184 1 12쪽
121 121.자식들의 혼인(3) 19.01.07 203 1 13쪽
120 120.자식들의 혼인(2) 19.01.05 168 1 12쪽
119 119.자식들의 혼인(1) 19.01.04 196 1 12쪽
118 118.금가는 명나라(2) 19.01.03 26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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