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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님의 서재입니다.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별별조니
그림/삽화
조니
작품등록일 :
2018.05.03 08:29
최근연재일 :
2020.01.03 13:00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82,423
추천수 :
345
글자수 :
882,289

작성
19.01.09 06:00
조회
194
추천
1
글자
12쪽

123.금가는 명나라(3)

DUMMY

[1621년 음력12월 22일 누르하치가 모문룡의 압송을 요구했다. 이듬해 1622년 광해군 14년 음력1월 4일 평안도 감사에게 모문룡이 해도로 숨도록 타이르라고 명했다. -광해군 일기-]


〖조선 놈들 이제는 하다하다 조선 땅에 명나라 군대를 배치시켜! 여봐라!〗

〖예!〗

〖지금 당장 그 모문룡이라는 장수를 우리 금나라로 압송하라고 해라! 그런 대역 죄인을 차마 살려둘 수가 없다!〗

〖명을 수행 하겠나이다!〗


누르하치의 귀까지 조선에 모문룡이 와서 주둔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들어왔다. 누르하치의 쭈글쭈글한 나이든 손에 힘줄이 팟 섰고 지금 당장이라도 모문룡을 찢어 죽일 듯 송곳니를 들어 내 보였다. 누르하치는 조선에 지금 당장 모문룡을 압송하라는 문서를 보냈다.


“뭐라? 노이합적(누르하치)이 모도독을 자신에게로 압송하라고 했단 말이더냐?”

“그렇사옵니다. 아무래도 명나라 군졸들이 조선에 군영을 세운 것에 대해서 단단히 화가 난 듯싶사옵니다.”

“어허,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경들의 생각은 어떻소?”


모문룡을 금나라로 압송하라는 소식이 전달된 조선 조정은 난감한 현실에 부딪혔다. 광해군과 신하들은 이 난감한 소식을 전해 듣고선 모두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술렁거렸다.


“전하, 조선에서 감히 어떻게 명나라를 배신할 수 있겠나이까? 저들의 목적은 조선과 명나라 사이의 관계를 틀어지게 하는 것에 있을 것이옵니다.”

“그렇사옵니다. 이것은 오랑캐들이 우리 조선을 업신여기는 행동입니다!”

“그들이 명나라 군대가 조선에 있으니 두려워서 그러는 것이옵니다. 즉, 명나라 군대가 조선에 있는 것이 적들로 하여금 조선 땅을 침범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죠. 이는 오히려 조선에서 모문룡 도독을 지원해야 옳은 줄 아뢰옵니다.”

“오호, 과연.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구려. 과인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소. 허나 노이합적이 저렇게 심히 화가 났으므로 혹시라도 모를 여진족의 공격을 대비해서 평안도 감사에게 모도독을 해도로 진영을 옮기도록 교서를 내리겠소.”


조선 왕실은 오히려 더욱 공격적으로 나오는 금나라와 누르하치 때문에 걱정을 하고 있었고 때문에 명나라 군대가 조선에 상주하는 것을 중요시 여겼다. 지난 심하전투에서의 충격과 명나라로 향하던 조선 사신들에 대한 처형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나 돌아왔다.』

『아버지, 이번에는 저번에 길을 떠나셨을 때보다 더 늦게 오셨군요.』

『그래, 살펴봐야 될 것이 많아서 말이야.』

『살펴봐야 될 것이요? 도대체 아버지께서는 어떤 비밀업무를 하시기에 아들에게 까지 꼼꼼 숨겨두면서 다니시는 겁니까?』

『정 궁금하다면 다음번에 평안도 북쪽으로 올라갈 때 너와 손자 녀석도 함께 데려가마. 그 녀석이 행동을 통해서 너를 깨닫게 만들어주고 싶은 것이 있단다.』

『저를 깨닫게 만들어 주신다고요? 도대체 조선에서 뭘 깨닫게 만들어 주신다는 것인지 원.』


만능통역사는 평안도를 돌아다니다가 돌아오기를 작년부터 반복하고 있었다. 그의 아들 어드는 아버지가 도대체 무슨 비밀업무를 하시고 계시기에 자식에게도 꽁꽁 숨겨놓고 돌아다니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몇 번이나 물어봐도 우물쭈물 답변하기 주저하던 아버지께서 다음번에는 자신이 일하는 장소로 끌고 가겠다고 하시기에 드디어 비밀이 풀리는구나하면서도 위험하거나 무서운 일을 하고 계신 것은 아닌지 두려움도 생겨났다.


『내가 일하는 곳으로 떠나게 된다면 평양성에 다시 올 일이 없을지도 모르니 그 평양성 지인들이랑 할 일이 있음 마무리 져라.』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떠나기 전에 선물이라도 주고 와야겠군요.』

『그리고 날씨가 많이 쌀쌀하니까 옷도 두껍게 잔뜩 챙겨놓고. 혹시 모르니 말린 떡도 챙겨 놔라. 손자 녀석 단단히 입히고.』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만능통역사는 평양성 관리에게 할 말이 있는지 어드에게 당부를 한 다음 바로 방을 나셨다. 어드는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니 떠나기 전에 소우스케와 켄타, 마루네 집에 들러서 선물을 두고 가려고 했다.


“어이고, 어이고. 하루 종일 그렇게 쪽쪽 거리고만 있을 거야? 저거, 내가 청혼자리 마련하지 않았으면 결혼도 못하고 어떻게 살았을까 몰라.”

“그러게요. 우리 젊었을 때보다 더 한 거 같아.”

“아이! 왜 때려요!”

“이 녀석이 하루 종일 새아가랑 놀 생각만 하고 아버지는 농기구 손보고 있는데 말이야! 아주 버릇이 잘못 들었어!”

“그렇지만, 너무나 좋은 걸 어떻게 해요!”


가람이는 보미와 하루 종일 붙어 있었다. 마치 녹아내린 엿이 바닥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가람이와 보미가 그랬다.


마루는 그런 아들을 보면서 계속 징그럽다고 혀를 찼지만 그래도 아들이 잘 혼인을 해서 이렇게 즐겁고 화목한 삶을 살게 되었다는 것에 만족했다.


“계십니까?”

“누구시죠? 어? 어이구 우리 천하의 모든 언어를 구사하실 수 있는 통역사님 아니십니까?”

“형님들, 떠나기 전에 한 번 뵙고 갈려고 왔습니다.”

“추운데 어서 들어와. 여보마누라! 손님한테 찐 토란이랑 시원한 동치미국물 좀 가져와주소!”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 토란과 함께 살얼음이 동동 떠있는 시원한 동치미국물이 어드 앞에 놓였다.


“이거, 우리 명나라 통역관 같은 분께는 비싼 차를 대접해야 하는데 우리 집에 그 정도의 여력은 없어서. 그래도 우리 집 동치미 맛있으니까 함 먹어봐.”

“알았어. 쓰으읍. 오, 지금까지 조선에 있으면서 이렇게 칼칼하고 시원한 김칫국물은 마셔본 적이 없는 걸? 형수님 요리 솜씨가 아주 대단하십니다!”

“뭘요. 이것도 다 어머님한테 배운 건데요.”


칭찬과 기본적인 대화가 오고갔다. 시원한 동치미국물과 따뜻한 토란을 번갈아가며 먹으며 말이다.


“아이고, 저 아들이라는 놈은 며느리랑 매일 저렇게 붙어있는 거야?”

“그렇다니까! 아주 올 농사준비 하는 것도 하나도 안도와주고 지 마누라만 바라본다고.”

“그런데 무슨 일로 온 거야?”

“음, 조만간 평양성을 떠나게 될 거 같아서 떠나기 전에 만나러 온 거야. 그리고 예전에 자식들 결혼선물 준다고 그랬잖아?”

“아하, 그래서 찾아왔구나. 다른 친구들 집은?”

“다른 형님들 집에는 벌써 다녀왔어, 선물도 나눠줬고 말이야.”


어드는 자신이 이곳에 찾아온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하루와 마루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잔뜩 묻어났다. 하지만 한 나라의 사신이 때가 되면 돌아가야 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자, 받아라. 이것이 중국에서 온 아저씨의 선물이다.”

“이게 뭐에요? 이상하게 생겼고 딱딱한데?”

“그건 서양에서 만들어진 시계란다. 서양 선교사로부터 선물받았어.”

“아니 저 나무상자가 시계라고? 앙부일구 같은 해시계나 궁궐에 있는 물시계가 아니라?”

“아, 그렇다니까? 지금이 몇 시냐... 58분? 곧 있으면 소리도 날 테니 한 번 기다려봐.”


어드는 자신이 가져온 선물을 보여주었다. 뭔 이상한 나무상자에 똑딱똑딱 소리, 방에 있던 사람들은 그리고 큰 바늘 하나와 작은 바늘 하나가 있는 것이 도대체 어딜 봐서 시계인지 궁금해 했다. 똑딱똑딱 태엽이 움직이고 나자 잠시 뒤...


땡! 땡! 땡! 땡! 땡! 땡! 땡! 땡!

“아이고 깜짝이야! 어디서 종소리가 나는 거야?”

“어디긴 어디야? 이 상자 안에서 나는 소리지. 지금 7시가 되었다고 알려주는 소리야.”

“우와, 서양 시계는 별 요상한 기능도 다 있네?”

“이게, 여기 있는 태엽을 하루에 한 번씩 돌려줘야해. 여러 개의 태엽이 맞물려서 돌아가는 시계거든. 그리고 짧은 바늘이 시침, 긴 바늘이 분침이야.”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어....”

“하하하, 그냥 이것만 알면 되. 이렇게 시침과 분침이 모두 ‘VII’이렇게 쓰여 진 곳에 가면 낮에는 정오가 되는 거고, 밤에는 자정이 되는 거야. 그리고 매일 아침 7시와 저녁 7시에 종소리가 울릴 테니까 거기에 맞춰서 일하러 나가고 집에서 저녁 먹고 쉬면 될 거야.”

“아하, 그러니까. 이렇게 되면 낮에는 정오고, 밤에는 자정? 그리고 아침과 저녁에 한 번씩 지금처럼 종소리가 울린다는 거지?”

“그렇지, 역시 하루 형님이 이해력은 제일 빠르단 말이야?”


어드가 명나라에서 가지고 온 선물은 다름 아닌 서양의 자명종이었다. 아직 진자시계가 아닌 태엽을 돌려서 사용하는 자명종이었지만 난생 이런 시계를 처음 본 하루와 가족들은 신기할 따름이었다. 어드는 친절하게 시계 사용법을 가르쳐줬고 시계를 새롭게 잘 맞춰줬다. 배우는 것이 빠른 하루는 쉽게 이해를 했지만 마루는 아직도 뭔 소리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건 서양 종교의 서적이야.”

“아아, 그거라면 나 본적이 있어. 주군이었던 고니시 유키나가공이 읽던 걸 본적이 있지.”

“이게 뭐야. 글씨가 직선이나 점이 아니라 왜 이렇게 꾸불꾸불 해? 크기도 작고. 읽지도 못하는 걸 가져다 줬어.”

“비록 구라파(유럽)의 글자라 읽지는 못하겠지만 신의 경전을 가지고 있으면 하느님께서 형님네 가족을 보우하실 거야.”

“이거, 선교까지 하러 왔구먼. 이제 아침마다 기도하라고 하겠어?”

“믿고 안 믿고, 기도하고 안하고는 자유지만, 난 그저 형님들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들고 왔어. 아마 하루형님이 잘 알고 있는 듯싶으니까 다른 가족들에게도 설명해 주면 되겠네.”


어드는 자신의 선물을 다 전해준 다음에 마지막 남아있던 동치미국물을 들이켰다. 그리고 나서 자리를 천천히 일어나면서 작별할 준비를 시작했다.


“그럼, 형님들 잘 지내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보자고.”

“그래, 너도 아프지 말고 항상 건강해라. 추우니까 아들 감기 걸리지 않게 잘 챙겨 입히고 잘 먹여.”

“아차차, 우리도 너한테 선물을 주마. 자 열어봐.”

“이게 뭐야. 어? 이건, 남령초 아니야?”

“그래, 딱히 줄 건 없지만 돈이 되는 풀이니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 요긴하게 쓰일 거야.”

“하하, 그래. 고마워. 그럼. 형님들도 잘 있고. 거기 새 신랑, 신부님? 너무 쪽쪽 거리지 말고 아버지 어머니 잘 도와드려. 어머님, 할머님도 안녕히 계십쇼.”


하루와 마루는 어드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고 어드 역시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또 다시 이별이 이뤄졌다. 국경을 초월한 인연이라는 것은 때로는 매우 슬픈 헤어짐이 된다.


다음날


『자, 이제 출발 하자꾸나. 평양성 친구들이랑 관료들에게는 다 인사를 나눴느냐?』

『예, 아버지. 그런데 저희 어디로 가는 거예요?』

『평안도 해도로 갈 것이다.』

『해도요? 거기에 누구 만날 사람이 있습니까?』

『그래, 모문룡 도독을 만나러 갈 것이다. 조선 관료들은 내가 모문룡 도독 곁에서 통역을 하기위해 온 사람으로 알고 있지.』

『아하, 그러면 지금까지 모도독의 통역을 하시느라 바쁘게 왔다갔다, 하셨구나. 난 또 아버지께서 수상한 계략이라도 꾸미시는 줄 알았잖습니까?』

『이제, 이 아비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도독을 만나면 더 정확하게 알게 되겠지. 자, 날씨가 추우니 빨리 이동하자.』


어드는 아버지 만능통역사가 단순히 통역관 일을 하느라 바쁘게 활동하신 줄 알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만능통역사의 눈에는 아직도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찝찝한 눈빛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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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142.붉은 머리의 서양인 19.01.31 173 1 12쪽
141 141.정묘호란 이후... 19.01.30 170 1 12쪽
140 140.정묘호란(4) 19.01.29 127 1 12쪽
139 139.정묘호란(3) 19.01.28 124 1 12쪽
138 138.정묘호란(2) 19.01.26 143 1 12쪽
137 137.정묘호란(1) 19.01.25 154 1 12쪽
136 136.누르하치의 최후(2) 19.01.24 191 1 11쪽
135 135.누르하치의 최후(1) 19.01.23 15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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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133.갑자년 통신사(5) 19.01.21 145 1 11쪽
132 132.갑자년 통신사(4)-행방불명 19.01.19 155 1 12쪽
131 131.갑자년 통신사(3)-나고야의 밤 +1 19.01.18 166 1 11쪽
130 130.갑자년 통신사(2) 19.01.17 165 1 11쪽
129 129.갑자년 통신사(1) 19.01.16 208 1 12쪽
128 128.이괄의 난 19.01.15 175 1 11쪽
127 127.인조반정(4)-왕이 된 인조 19.01.14 178 1 12쪽
126 126.인조반정(3)-막으려난 자. 일으키려는 자 19.01.12 168 1 12쪽
125 125.인조반정(2)-수상한 낌새 19.01.11 156 1 11쪽
124 124.금가는 명나라(4) 19.01.10 183 1 13쪽
» 123.금가는 명나라(3) 19.01.09 195 1 12쪽
122 122.자식들의 혼인(4) 19.01.08 184 1 12쪽
121 121.자식들의 혼인(3) 19.01.07 203 1 13쪽
120 120.자식들의 혼인(2) 19.01.05 168 1 12쪽
119 119.자식들의 혼인(1) 19.01.04 196 1 12쪽
118 118.금가는 명나라(2) 19.01.03 269 1 12쪽
117 117.금가는 명나라(1) 19.01.02 18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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