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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님의 서재입니다.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별별조니
그림/삽화
조니
작품등록일 :
2018.05.03 08:29
최근연재일 :
2020.01.03 13:00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82,429
추천수 :
345
글자수 :
882,289

작성
19.01.18 23:02
조회
166
추천
1
글자
11쪽

131.갑자년 통신사(3)-나고야의 밤

DUMMY

굽이굽이 육로를 따라서 부산까지 일천리가 넘는 거리를 이동했다. 그리고 배를 이용해서 대마도를 거쳐서 첨벙첨벙 바닷길로 오사카까지 도착했다.


“어이고! 여기가 대판(오사카)라고? 일본에 이렇게나 번화한 도시가 있었다니!”

“세상에 저기 있는 성 좀 봐! 이야! 완전 크기가 어마어마한데?”

“저도 처음에 보고 깜짝 놀랐었습니다. 엄청나게 크고 화려한 성이니까요. 이 성은 풍신수길(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세운 성입니다. 그런데 지난 번 통신사 때는 전투로 인해서 성의 천수각부분이 불타 있었는데 다시 천수각을 세우고 있네요?”

“비롯 성의 일부가 무너져 있지만 그 풍신수길의 야망이 충분히 느껴지는 구나.”

“그런 놈이 조선을 침략했는데 어떻게 잘 막아내서 다행이지.”


조선통신사는 오사카성의 위용에 깜짝 놀랐다. 지난번에는 오사카 전투로 인해서 성의 천수각 부분이 소실되고 성곽 주변이 망가진 부분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찌 된 영문인지 오사카성의 재건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지난번 정사(1619년)년 회답사 때는 오사카성이 불타있었던 거 같은데 다시 재건을 하고 있군요. 성의 새로운 주인이 생긴 겁니까?」

「아, 예. 우리 일본 사정에 대해서 어느 정도 예리하게 잘 알고 계시군요. 도요토미 가문이 멸족되고 난 다음부터 오사카성은 도쿠가와 가문의 휘하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도쿠가와 히데타다 님의 명령에 의해서 재건 공사가 진행 중이고 현 쇼군이신 도쿠가와 이에미쓰 님께서도 계속해서 오사카성 재건을 추진하시고 계십니다.」

「아하, 그렇군요.」

“뭐라고 하느냐?”

“풍신수길의 가문이 멸족당하고 현재 덕천가문이 대판성을 소유하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덕천가문이 대판성 수리를 진행하도록 명했다고 하는군요.”


하루는 일본인 수행관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를 사자관 나리들에게 전해주었다. 오사카성은 도쿠가와 가문의 손에 들어와서 다시 새 주인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러던 중


「내 아들! 내 아들 어디 있어! 내 아들!」

“뭐야? 이 노인네가 미쳤나!”

“아이고 깜짝이야! 이 노망난 여인은 도대체 누구더냐?”

「조선! 조선 사람들이다!」

「이 바보같은 년이! 감히 조선에서 온 귀한 사신들한테 들이 닥치느냐! 썩 물러가지 못할까!」

「조선! 조선! 아들!」

「그냥 물러가겠느냐 아니면 한 대 맞고 물러나겠느냐! 썩 꺼지 거라!」


일본인수행원은 조선통신사 일행에게 달려오는 한 정신 나간 노파를 밀쳐서 쫓아냈다. 머리칼이 심하게 엉켜있고 때가 가득한 옷을 입고 있는 한 늙은 여인이었다. 일본인수행원은 통신사 쪽으로 미친 여인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길을 가로막았고 하루는 그 노파를 바라보다가 일행을 따라 계속 앞으로 전진 해 나갔다.


「하하, 죄송합니다. 그냥 이 동네 미친 여자인 거 같습니다. 기분이 상하셨다면 사과드리죠.」

“아닙니다. 뭐, 조선이라고 해서 저런 사람들이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럴 수도 있죠.”

「아이, 몇 주 전에도 이 동네에서 아들을 외쳐대면서 난장판을 만들었는데 또 저러네요.」

“아들이 도대체 부모한테 무슨 짓을 했기에 어머니가 저리 되었는지 원. 아무튼 계속 가던 길 갑시다.”


사자관 나리는 궁금해서 옆에 있던 다른 일본인수행원에게 물어봤다. 아들과 관련된 문제로 정신이 이상해 진 것 같은 여인이었다. 이상한 일을 접하고도 통신사 일행은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 동쪽의 에도를 향해서 나아갔다.


통신사 여정이 시작된 지 몇 달이 지났을까? 드디어 하루가 원하던 도시인 나고야에 도착했다!


“오호! 이곳이 명고옥(나고야)! 명고옥도 나름대로 번화한 도시이구나! 그런데 대판이 너무 멋있어서 그냥 그렇게 보이네.”

“그래도 일본에서 이정도면 굉장히 번화한 성 중 하나입니다.”

“아이고, 드디어 다리 뻗고 좀 쉴 수 있겠네. 빨리 일정이 끝나고 숙소에 들어가서 밥먹고 자야지.”

“그러게 말이야. 나도 피로가 이만 저만이 아니야. 하루 자네도 나이가 많은데 힘들지는 않은가?”

“저야 뭐, 괜찮습니다. 힘들긴 한데 이제 곧 있으면 제가 만나고 싶어 하는 여인과 재회를 하게 되니까요!”

“아차! 그 사랑하는 여인이 있는 곳이 명고옥 이었구먼! 잘 만나고 오게!”


하루는 공식 일정이 끝나기가 무섭게 숙소에 짐만 던져 놓고 하나가 살고 있던 곳으로 달려갔다. 수십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하나를 향한 마음은 나가시노 성에 있었던 열다섯 소년의 마음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욱 설레고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어디였지 이 주변이었던 것 같은데? 맞다! 저기 저 이상한 꽃 봉우리 문양이 있는 집이었어!”


하루는 기억을 더듬어 가면서 하나가 지내고 있던 집을 찾아냈다. 하루는 벅차오르는 숨결을 가다듬은 다음에 안에 있는 사람을 불러냈다.


「안에 누구 없습니까?」

「누구세요?」


안에서는 하루가 그토록 기대하고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려왔고 문이 서서히 열렸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자신이 오랫동안 보고 싶었던 여인이 눈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오빠! 세상에!」

「잘 있었어? 하나야?」


둘은 서로를 와락 껴안았다. 아무말 없이 오랫동안 서로를 따뜻하게 끌어안았다. 단순히 말없이 끌어안는 행위만으로도 이들은 서로 지난 세월 간 얼마나 서로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아직도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있는지를 숨결과 체온과 느껴지는 심장의 고동으로 알아챌 수 있었다.


포옹이 끝난 다음에는 방안에 들어 간 다음에 서로 바라보며 한 없이 웃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들의 주변에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오직 서로의 모습만이 눈에 보일 뿐이었다.


한 가지 씁슬한 점이 있었다면 이제 곧 있음 쉰 살이 되는 하루의 머리카락은 절반 가까이 흰 머리로 바뀌어져 있었고 눈가의 주름과 이마의 주름 세 가닥이 선명해져 있었다는 것이다. 사십대 중반이 된 하나 역시 피부가 많이 거칠어졌고 약간의 검버섯이 올라와 있었으며 입가에 팔자주름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서로는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는 진하고 뜨거운 서로를 향한 사랑의 감정이 변함없다는 아니 더욱 성숙해져가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좋았다. 너무나도 좋았다.


「나는 오빠가 반드시 일본으로 돌아올 거라고 믿었어!」

「당연하지 이 오빠가 어떤 오빠인데? 오빠가 일본에 돌아오지 않는 동안 힘든 일은 없었어? 맞아 그 성질 더러운 사무라이 녀석은 어떻게 되었어?」


하나의 남편 사무라이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시작되었다. 하루의 불안하고 당장 그 나쁜 녀석을 심판하고 싶은 마음과 달리 하나는 매우 편안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간의 사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나갔다.


「그 사무라이님은 이제 없어. 갑자기 심한 병에 걸리셔서 시름시름 앓다가 돌아가셨어.」

「그 나쁜 놈 분명히 우리 하나를 괴롭힌 벌을 받은 거야! 꼴 좋다! 꼴 좋아!」

「그래, 그래서 요즘은 그 사무라이님의 장남과 차남 되시는 분들에게 조언과 그분들의 손님 접대를 도와주는 정도로만 활동하고 있지. 그래서 요즘은 마음이 편해. 더 이상 몸도 마음도 아플 일이 없으니까.」

「그거 정말 다행이야. 우리 하나가 아직까지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면 내가 확 그냥 돌덩이로 그 녀석의 머리통을 터뜨리려고 했다고!」


하늘의 벌을 받은 것인지 원래 몸에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지만 원치 않은 혼인을 했던 하나를 못살게 굴었던 그 사무라이는 몇 년 전에 병을 얻고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했다. 무사로 싸우다가 죽은 것도 아니고 주군을 위해 죽은 것도 아닌 그저 급작스러운 병 때문에 삶을 마감했다.


이 말은 전해들은 하루는 하나의 삶이 이전 보다는 많이 나아졌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하나의 얼굴에는 이전에는 없는 여유가 느껴지고 있었고 완전히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지금의 삶에 불만은 없는 듯이 보였다.


「오빠는 조선에서 잘 지내고 있었어?」

「아이고 말도 마. 조선은 임금이 반정을 일으켜서 선왕의 자리를 빼앗았어. 그리고 내가 조선인 친구랑 같이 북쪽의 여진족이랑 전투를 하기 위해서 올라갔다가 패배해가지고 포로가 되었지. 그러다가 어떨 결에 탈출을 했는데 여기 봐봐 왼쪽 팔에 화살을 맞았었어.」

「세상에, 오빠 아프지 않았어?」

「뭐, 이정도 가지고는. 엄청나게 무거운 물건을 오랫동안 들고 나를 때는 아프고 쉽게 지치긴 한데 평상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하루는 자신의 조선에 살면서 겪었던 일들을 하나에게 차례대로 이야기 해주었다. 반정으로 새로운 임금이 세워진 이야기, 여진족과 전투를 한 이야기, 명나라 친구에게 받은 선물 이야기, 친구들의 자식들이 혼인한 이야기 등등 한 편의 장편소설 같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야! 오빠는 조선에 살면서 정말로 많은 일을 겪었구나.」

「그렇지? 그리고 이것 봐라! 짠 오빠가 선물도 사가지고 왔지!」

「아니, 이렇게나 많은 선물을?」

「요즘 조선에서 친구들이랑 남령초 농사를 짓고 있어. 그 남령초가 조선에서는 엄청 비싸게 거래되고 있거든? 수요가 계속 늘어나니까 가격이 줄기는커녕 계속 유지되고 있단 말이야. 그 남령초 농사에 성공해서 매년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지!」


하루는 자신의 남령초 농사에 성공해서 돈을 많이 모았음을 자랑하면서 하나에게 주려고 조선에서 사온 여러 가지 조선의 장신구들을 나열해서 보여줬다. 하나는 각종 옥과 은장식들을 보면서 하루의 대단함에 감탄을 했다.


「오빠! 정말로 대단해! 나도 오빠 주려고 만들고 있는 선물이 있는데, 아직 솜씨가 모자라서 다 완성하지는 못했어. 연습중이라....」

「괜찮아. 괜찮아. 오빠는 언제까지나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우리 하나가 주는 선물이라면 뭐든지 행복하게 받을 거야!」

「정말? 헤헤, 좋았어! 오빠가 에도에 갔다가 돌아올 때까지 반드시 완성시키겠어!」

「그래? 좋아! 오빠가 기대하고 멋진 선물 기대하고 있을게!」


하루는 하나가 자신에게 줄 선물을 만들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나서 어떤 선물을 준비하고 있을지 상상을 하며 흐뭇해했다. 어떤 선물이 되었든지 하나가 자신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만들어 준 선물이라면 은자 백만 냥을 가져다준다 할지라도 팔지 못할 값진 선물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 사무라이님도 이제 더 이상 계시지 않는데 걱정하지 말고 오늘은 늦게까지 있다가 가. 함께 밥도 먹고, 전문가가 된 내 샤미센 연주소리도 들어보라고?」

「그래? 그러면 나야 좋지! 그 사무라이 녀석이 사라지고 나니까 정말로 행복한 걸!」


하루와 하나는 나고야 성의 한 집안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화려하게 차려진 음식은 아니었지만 조선통신사에게 대접해준 최고급 요리들보다 훨씬 꿀맛 같았다. 그리고 하늘에서 은은하게 연주하는 것과 같은 하나의 샤미센 연주소리를 들으면서 하루와 하나는 나고야에서 하룻밤을 달콤하게 녹여 내렸다.


작가의말

어제 오늘 기숙사 퇴사때문에 짐정리와 집에 내려오느라 늦게 연재했습니다.

독자님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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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139.정묘호란(3) 19.01.28 124 1 12쪽
138 138.정묘호란(2) 19.01.26 143 1 12쪽
137 137.정묘호란(1) 19.01.25 154 1 12쪽
136 136.누르하치의 최후(2) 19.01.24 191 1 11쪽
135 135.누르하치의 최후(1) 19.01.23 154 1 11쪽
134 134.갑자년 통신사(6) 19.01.22 236 1 12쪽
133 133.갑자년 통신사(5) 19.01.21 145 1 11쪽
132 132.갑자년 통신사(4)-행방불명 19.01.19 155 1 12쪽
» 131.갑자년 통신사(3)-나고야의 밤 +1 19.01.18 167 1 11쪽
130 130.갑자년 통신사(2) 19.01.17 165 1 11쪽
129 129.갑자년 통신사(1) 19.01.16 208 1 12쪽
128 128.이괄의 난 19.01.15 176 1 11쪽
127 127.인조반정(4)-왕이 된 인조 19.01.14 17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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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124.금가는 명나라(4) 19.01.10 18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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