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조니 님의 서재입니다.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별별조니
그림/삽화
조니
작품등록일 :
2018.05.03 08:29
최근연재일 :
2020.01.03 13:00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82,431
추천수 :
345
글자수 :
882,289

작성
19.01.08 07:57
조회
184
추천
1
글자
12쪽

122.자식들의 혼인(4)

DUMMY

가을 철 수확이 다 끝나고 겨울이 되었다. 올해는 쌀 농사가 잘 되어서 품삯으로 받은 쌀도 꽤 많았고 무엇보다도 텃밭에 심은 부가농작물 특히 담뱃잎이 돈을 많이 가져다 줬다.


하지만 더 기쁜 소식은 따로 있었는데 바로 입김이 호호 나오기 시작하는 겨울에 자식들의 혼인식이 진행된다는 것이었다.


“모이시오! 모이시오! 오늘 낮에 평화군과 소미양이 또 가람군과 보미양이 혼인이 있습니다!”

“뭐야. 같은 날에 혼인을 두 부부가 하는 거야?”

“같은 날에 두 부부가 생겨난다니 이런 경사도 없습니다! 다들 와서 국수라도 한 그릇 잡수시고 가세요!”


가람이의 동생들은 평양성 안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형들의 결혼식을 알렸다. 동네 사람들은 하나 둘씩 결혼식에 관심을 갖고 마루와 소우스케의 집으로 이동을 했다.


“여기가 오늘 혼인을 한다는 곳이야?”

“아? 여기 그 집이잖아. 그 일본에서 귀화한 아저씨가 살고 계신 집?”

“어이구, 평소에도 친하게 지내더니만 이제 자식들까지 결연을 맺어 버렸구먼 그래?”

“그래도 쟤들 네 친구처럼 평생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가족처럼 지낸 이웃은 없잖아?”


사람들이 도대체 어떤 가족이 자녀들이 혼인하는 것이 궁금했는지 본격적인 혼인식이 진행되기도 전에 모여서 웅성거렸다. 고을 주민들은 다들 아, 그 항상 붙어 다니며 일했던 조선인 아저씨와 일본에서 귀화한 3명의 아저씨들? 이라 하면서 그들의 자식들까지 결혼하는 것을 거리낌 없이 여겼다.


마루와 소우스케네 집에는 벌써부터 닭 삶는 냄새와 맛있게 우러나고 있는 국수의 육수냄새가 뭉게뭉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맛있는 냄새가 나는 연기가 뭉게뭉게 퍼져나가고 있을 때 혼인식을 대기하고 있던 두 청년과 두 부부는 어느 때보다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고, 우리 딸들 이번에 새로 사준 옷이 아주 잘 어울리는 구나 마음에 드니?”

“예, 아버지 살면서 제가 비단옷을 입어보는 날이 다 있네요.”

“감사합니다, 아버지.”

“그래, 난 우리 딸들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오늘 처음 알았다.”


소우스케는 시집을 보낼 두 딸들을 보면서 시원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소우스케의 집사람은 딸들을 바라보지 못하며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아이고, 왜 이렇게 시끌시끌한 가 했더니만 형님네 자식들 결혼하는 거였수?”

“어? 어드야, 아직 중국으로 안돌아갔니? 우리 어드 아들내미도 잘 지내고 있었고?”

“우리야 뭐, 평양성 관청에서 따뜻하고 배부르게 잘 지냈으니까. 아이, 우리 아버지는 뭐 비밀업무가 있다면서 평양성과 평안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시는데 도대체 무슨 일인지 가르쳐주시지도 않아.”

“아하, 그렇구나.”

“아무튼 축하한다. 너희들? 이 중국에서 온 아저씨가 너희들에게 뭐 해줄 건 없지만 명나라에 온 선교사로부터 받은 신기한 기계나 물건들을 선물로 줄 테니까 나중에 아저씨 있는 곳으로 찾아오렴.”

“감사합니다, 아저씨.”


잠시 뒤에 동네 놀이꾼들이 나타나서 태평소를 불고 꽹과리를 쳐대기 시작했다. 혼인식이 시작하기 전부터 흥이 흥얼흥얼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 곳 소우스케네 집으로 가서 맞절을 하고 술을 나눠 마셔야 될 평화와 가람이는 괜히 입술이 사막처럼 마르고 식은땀이 등에서 주르륵 흐르기 시작했다.


“다들 왜 이렇게 축 쳐졌어? 그런 모습을 보고 신부들이 좋아 하겠냐?”

“자! 허리 쫙 세우고 가슴 펴고!”

“아야! 하루삼촌 때리지 마세요!”

“그래, 지금 그 자세로 딱 들어가야 새색시들이 좋아할 거 아니야!”


하루는 잔뜩 긴장한 평화와 가람이의 등을 짝짝 때려서 가슴을 활짝 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들어 줬다.


“자! 신랑 입장!”

“어이고? 신부만 예쁜 줄 알았더니 신랑들도 다 잘생겼잖아?”

“이야, 이건 뭐 그냥 부부끼리 운명적인 만남인가보다!”


신랑들이 소우스케네 집으로 들어갔다. 주변에서는 흥겨운 가락이 계속해서 들려왔고 사람들은 깔끔한 새옷을 입고 등장한 신랑들을 보면서 다들 웅성거렸다. 너도나도 신랑신부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 고개를 이리저리 쑥쑥 내밀었고 제자리에서 위로 뛰는 사람들도 있었다.


“자자, 조용조용. 이제부터 본격적인 혼례식이 거행되겠습니다.”


주례를 맞아보는 한 아저씨가 주변 사람들과 놀이꾼들이 연주를 조용히 만들었다. 주변에는 나무로 된 기러기 두 마리가 놓여 있었는데 마루와 켄타는 아들들에게 나무 기러기를 쥐어주면서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이번에 결혼하게 되는 평화군과 가람군은 시댁 아버지가 되시는 소수쾌? 아아 소우스케 어르신과 그의 부인 윤씨에게 기러기 한 쌍씩을 바치고 큰 절을 올리시오!”

“아버님 어머님, 만수무강하십쇼.”

“이렇게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님 어머닙.

“그래, 너희들도 우리 딸내미랑 평생을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이제 피로 섞인 한 가족이니까 힘든 일 있으면 아저씨한테도 찾아오고?”


평화와 가람이는 기러기를 소우스케와 그의 집사람에게 받치고 큰 절을 올렸다. 소우스케는 이들의 어깨를 토닥여 주면서 덕담을 해주었다. 눈물을 훔치고 있던 그의 집사람도 눈물을 그치고 이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자, 이제 신부는 식장으로 나와 주시오! 신부 소미양 입장! 신부 보미양 입장!”


곱게 차려입은 두 여인이 방안에서 마당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어렴풋이 보이는 새색시의 얼굴을 본 평화와 가람이는 저절로 얼굴이 붉어졌다.


“자, 새신랑들은 이쪽에 스시고, 새신부들은 저쪽에 스시오. 예예, 신랑은 동쪽에 신부는 서쪽에 서는 것이 맞습니다.”


새 부부가 될 사람들은 서로 마주보고 섰다.


“자, 그러면 새신랑과 새신부들은 서로 손을 깨끗하게 씻으시고 정결해진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서시오!”


평화와 가람이가 먼저 손을 깨끗하게 씻었고, 남편들이 씻고 난 대야에 손을 담가 소미와 보미가 손을 씻었다. 정결해진 몸과 마음을 이끌고 새 부부가 될 사람들은 서로 마주보았다.


“지금부터 새 부부가 맞절을 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그럼 우선 장남 평화군과 장녀 소미양 서로 맞절! 신부 먼저 2번 절을 하시오! 신랑은 신부에 대한 답배를 1번 하시오! 신부 다시 두 번의 절을 하시오! 신랑은 다시 신부에 대한 답배를 1번 하시오!”

“자, 이번에는 장남 가람군과 차녀 보미양 서로 맞절! 신부 먼저 2번 절을 하시오! 신랑은 신부에 대한 답배를 1번....”


새 부부는 서로를 마주보고 절을 주고받았다. 다들 긴장을 해서 앉았다 일어날 때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그래도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맞절을 잘 주고받았다.


“자, 그러면 이번에는 서로가 부부가 되는 의미에서 술을 주고받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평과군과 소미양 부터! 표주박에 술을 따라서 서로 주고받으시오! 예, 쪼개졌던 두 표주박이 하나가 된 것처럼 이제 두 부부는 평생을 둘이 하나처럼 행복하게 사셔야 됩니다. 자 이제는 술잔에 술을 따라서 서로 주고받으시오! 예, 좋습니다.”

“이번에는 가람군과 보미양! 표주박에 술을 따라서 서로 주고받으시오! 예,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쪼개졌던....”


새부부는 서로가 술을 주고받으면서 부부의 결연을 맺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였다. 그렇게 정신없었던 혼인식은 어느 덧 막바지에 다다랐다.


“자! 마지막으로 성혼례를 하겠습니다! 이제 오늘 혼례식을 거행한 두 부부는 완벽한 하나가 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끝으로 신랑과 신부는 부모님과 이렇게 귀한 자리를 찾아주신 하객여러분께 큰 절을 올리겠습니다! 신랑신부 부모님께 큰 절! 신랑신부 하객분들께도 큰절! 자 이것으로 신랑 평화군과 신부 소미양 그리고 신랑 가람군과 신부 보미양의 혼례식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긴긴 혼례가 끝이 났다. 주변에서는 새 부부들을 향해서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거, 오늘 우리집안이 터지겠는 걸? 신부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되는데 딸들이 다 시집을 갔으니 말이야.”

“소우스케 집이 좁을 거 같으면 우리 집에 와서 자도 괜찮아. 우리 집은 나랑 집사람밖에 없으니까.”

“에이, 그래도 그렇지 좋은 볼거리가 있을 텐데 켄타집에가서 자라고?”

“하기야, 나도 궁금하긴 하네!”


새 부부가 된 평화와 소미부부 그리고 가람이와 보미부부는 하객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잔치국수와 닭고기를 대접했다. 혼례식에 찾아온 하객들은 다들 뜨거운 김을 호호 불면서 후루룩후루룩 국수를 먹고 시원한 국물을 뚝딱 마셨다. 막걸리 역시 칼칼하게 한잔씩들 걸치고 새 부부를 축하해 준 다음 하나 둘씩 하객들이 떠나갔다.


“이야, 이번 혼례식은 우리가 혼인했을 때보다 더 화려하게 한 거 같아? 악공들도 부르고 말이야?”

“이게 가능했던 게 다 남령초 농사 덕분 아니겠냐? 은자를 열 냥씩이나 갑자기 벌어드렸으니 가능한 일이지!”

“아이고, 이제 저 말썽꾸러기 장가보내는 걱정 다 끝났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사돈어른?”

“하하, 그렇죠, 그렇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사돈어른.”

“오늘 하루 아주 고생 많았습니다, 사돈어른!”


마루, 소우스케와 켄타는 서로 이제 한 가족이 된 것을 기념하면서 인사말을 주고받았다. 평양성에서 그것도 이국에서 온 친구들 사이에 이렇게 거대하고 화목한 대가족이 만들어 진 것은 아마 하늘에서 이어준 운명일 것이다.


하루는 멀리서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 그리고 그 어느 때 보다도 다정하게 서 있는 그들의 자녀들의 모습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 홀로 잠시 물러났다.


하루는 조용히 터벅터벅 걸어서 언덕 위로 올라갔다.


“어디보자. 오랜만에 찾으려고 하니까 잘 찾을 수가 없군.”


하루는 차갑지만 맑고 깨끗한 한 겨울의 밤하늘을 보며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고개를 천천히 움직이며 눈동자를 천천히 굴리며 원하는 별을 찾아 나섰다. 그렇게 별을 찾기를 한 참을 한 다음 드디어 원하는 별을 찾아냈다.


“아! 저기 있었구나! 하루별! 하나별! 저 별을 헤아렸을 때가 벌써 30년이 넘었군. 그런데도 저 별들은 그 자리 그대로 있으니 말이야.”


하루는 힘들었던 나날을 회상하며 한줄기 굵은 눈물을 흘렸다. 하루의 입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고 새하얀 입김이 흘러나왔고 그의 눈동자는 밤하늘의 별들로 가득 찼다. 눈동자의 배경에는 희미하게 일본 나가시노에서 하나와 함께 즐겁게 지냈던 순간들, 통신사로 일본에 갔을 때 나고야성에서 하나와 재회했던 순간들이 하늘에서 흘러가는 별들과 함께 스쳐지나갔다.


하루는 눈물을 닦아낸 다음에 밤하늘을 하나별을 향해 주먹을 뻗으면서 소리쳤다.


“하나야! 많이 늦었지만 꼭 기다려! 내가 죽기 전에 반드시 너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줄게! 반드시 죽기 전에 너한테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어줄게! 그러니 너도 힘들겠지만 잘 참고 기다려줘!”


하루는 하늘을 향해서 맹세했다. 죽기 전에 반드시 하나에게 최고의 행복을 선사해 주겠다며 말이다.


친구 자식들의 혼인식은 그렇게 하루에게 다시 한 번 굳은 다짐을 하게 만들어줬다.


밤하늘의 하나별은 평양성의 하루를 바라보며 천천히 흘러갔다.


작가의말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6 146.대기근과 고난(1)-병정대기근 극복 19.02.23 128 1 12쪽
145 145.부모에서 자식으로 19.02.16 125 1 12쪽
144 144.명나라 마지막 황제 19.02.13 177 1 12쪽
143 143.편안히 돌아가시다. 19.02.09 191 2 11쪽
142 142.붉은 머리의 서양인 19.01.31 173 1 12쪽
141 141.정묘호란 이후... 19.01.30 171 1 12쪽
140 140.정묘호란(4) 19.01.29 127 1 12쪽
139 139.정묘호란(3) 19.01.28 124 1 12쪽
138 138.정묘호란(2) 19.01.26 143 1 12쪽
137 137.정묘호란(1) 19.01.25 154 1 12쪽
136 136.누르하치의 최후(2) 19.01.24 191 1 11쪽
135 135.누르하치의 최후(1) 19.01.23 154 1 11쪽
134 134.갑자년 통신사(6) 19.01.22 236 1 12쪽
133 133.갑자년 통신사(5) 19.01.21 145 1 11쪽
132 132.갑자년 통신사(4)-행방불명 19.01.19 155 1 12쪽
131 131.갑자년 통신사(3)-나고야의 밤 +1 19.01.18 167 1 11쪽
130 130.갑자년 통신사(2) 19.01.17 165 1 11쪽
129 129.갑자년 통신사(1) 19.01.16 208 1 12쪽
128 128.이괄의 난 19.01.15 176 1 11쪽
127 127.인조반정(4)-왕이 된 인조 19.01.14 178 1 12쪽
126 126.인조반정(3)-막으려난 자. 일으키려는 자 19.01.12 169 1 12쪽
125 125.인조반정(2)-수상한 낌새 19.01.11 156 1 11쪽
124 124.금가는 명나라(4) 19.01.10 183 1 13쪽
123 123.금가는 명나라(3) 19.01.09 195 1 12쪽
» 122.자식들의 혼인(4) 19.01.08 185 1 12쪽
121 121.자식들의 혼인(3) 19.01.07 203 1 13쪽
120 120.자식들의 혼인(2) 19.01.05 168 1 12쪽
119 119.자식들의 혼인(1) 19.01.04 196 1 12쪽
118 118.금가는 명나라(2) 19.01.03 269 1 12쪽
117 117.금가는 명나라(1) 19.01.02 180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