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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스마 님의 서재입니다.

웰컴 투 하드보일드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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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스마
작품등록일 :
2023.05.12 00:35
최근연재일 :
2023.06.0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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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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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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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글자수 :
163,981

작성
23.06.0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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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라파엘 장군과 만나다

DUMMY

“자네가 무웅?”


“네, 접니다.”


뉴욕주 웨스트포인트의 한 작고 허름한 카페에서 무웅은 라파엘 교수와 마주 앉았다.


라파엘 교수에게는 무웅이 처음이지만 무웅에게는 10년 전 미래에서 헤어진 반가운 상관이다.


라파엘 장군은 적에게 쫓기는 다급한 상황에서 무웅을 과거로 보내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건 앞으로 60년 후의 일이다.


“자네가 보낸 편지와 자료들 잘 보았네. 터무니 없어 보이지만 안 믿기도 힘들군.”


라파엘 교수는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군과 군수 산업체의 결탁을 비난하다 4성을 달지 못하고 반강제 예편을 당한 라파엘 장군으로서는 무웅의 말이 새삼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이 미래의 강력한 독재 세력이 된다는 말은 그를 분노케 했다.


무웅은 정말 오랜만에 길고 긴 보고를 했다.


그동안 홀로 외롭게 결정하고 행동해야 했던 것들, 고민과 갈등이 마치 한꺼번에 해소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라파엘 교수는 미래의 사건들과 지금까지 무웅의 해온 일들을 진지하게 들었다.


어슴프레 했던 카페 밖 거리는 이제 칠흙같이 어두워져 있었다.


무웅은 처음부터 라파엘 교수를 만나 상의하면서 작전을 짰다면 일이 훨씬 수월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미래의 라파엘 장군은 이를 불안해 했었다. 과거의 자신을 만나는 것이 자칫 미래를 크게 뒤틀어 놓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무웅은 지난 수년 동안의 경험으로 보았을 때 그렇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어차피 더 나빠질 것도 없었다.


미래의 사령부는 수십 년을 끌어온 게릴라 전에서 참패하기 직전이었다.


무웅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당장 라파엘 교수의 도움을 받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면 미래를 바꾸려는 무웅의 작전들이 더 빨리 진행될 가능성이 크리라.


어차피 미래의 라파엘 장군으로부터 제대로 전략적 명령을 받을 수 없다면 과거의 그로부터 도움을 받는 게 차선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라파엘 교수는 신중했다.


“너무 놀랍고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지금 당장 내가 자네를 100% 믿을 수 없다는 거는 이해하겠지?”


“물론입니다. 앞으로 바뀔 미래는 몰라도 근미래는 다소 예측이 가능합니다. 이걸 보시죠.”


무웅은 미래를 예측 가능하다는 능력을 수치로 입증하기 위해 몇몇 금융 시장 지수와 스포츠 경기 결과들을 적은 쪽지를 건넸다.


“내일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


“이금호 회장 사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토마스 부통령이 긴급회의를 소집했어.”


무웅은 밤새 차를 몰고 워싱턴에 도착하자마자 해리슨과 만났다. 그는 아직 잠에서 덜 깬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이 회장의 병이 너무 진행돼 있었어. 신기술로도 역부족이었던 거지. 토마스는 이 문제로 혹시 [그들]이 크게 동요할지 걱정하는 거 같아.”


이 회장의 사망은 무웅도 예상하지 못했다. 사망 시기가 앞당겨졌기 때문이다.


무웅의 기억으로 이 회장은 분명히 10년은 더 살 수 있었다.


‘이 회장이 더 빨리 치료를 받았다면 살 수 있지 않았을까?’


무웅은 아무래도 자신이 역사를 바꾸는 데 크게 일조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어슨과 앤더슨이 계속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더라면, 다이치 영감이 아직 살아 있다면, 이 회장도 빨리 치료를 받고 회복됐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덕분에 한가지 크게 달라진 것은 이지원 부회장이 드디어 그룹의 전면에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회장의 형제의 아들들을 제치고 사촌의 자식, 즉 오촌 자격으로 그룹을 통째로 물려받게 될 터라 가문 내 갈등도 만만치 않을 게 틀림없다고 무웅은 생각했다.


“이 회장의 사망은 [그들]을 불안하게 만든 게 틀림없어.”


해리슨이 졸린 눈을 비비며 말했다.


“사실 그들의 목적은 생명 연장일 텐데 이 회장도 무기력하게 죽는 걸 알았으니 새로운 지배자 자리에 오른 토마스를 의심할 가능성이 크지.”


마침 일본 측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다이치 영감도 연구소에서 사망했다.


물론, 이는 무웅이 암살한 것이지만 대외적으로는 치료받다 사망한 것으로 돼 있다.


일본과 한국의 [그들]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주요 인사 두 명이 갑자기 목숨을 잃은 것이다.


그들의 생명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거액을 투자한 의미가 없어진다.


“그 회의에 자네도 들어갈 수 있나?”


“아마도···. 내게 시킬 일이 있으면 부르겠지.”


“아, 그리고.” 해리슨이 잠이 깼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좀 전에 안드레스에게 보고받았는데 이츠키가 파나마로 갔다는군.”


“파나마?”


무웅은 라파엘 장군을 만나느라 노트북으로 이츠키의 행방을 확인하지 못했다.


“음. 요주의 인물이 근거지인 브라질을 떠나 중국의 중남미 근거지인 파나마로 갔다는 게 심상치 않지?”


“누구를 만날까? 자네 감시 팀을 붙일 수 있나?”


“이미 지시했지. 그런데 거기 지금 누가 있는지 아나?”


“?”


“장민 장군이야.”


“음···.”


“자네가 죽인 마타오의 후임인 장민 장군이 파나마에 완전히 자리를 잡고 조직을 추스르고 있어. 예전보다 더 강화하고 있더군.”


“혹시 둘이 만나는지 감시해주게.”


라빠스에서 도주한 이츠키가 브라질에 숨어 있지 않고 곧장 파나마로 갔다는 사실은 무언가 중요한 일이 진행 중이라는 증거일 수 있었다.


이츠키만 잘 감시하면 장민도 추적이 가능하고 제거할 수 있으리라고 무웅은 생각했다.


장민은 주위라는 부하를 보내 무웅 중위를 납치하고 손을 자르려고 했다.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무웅은 빨리 알고 싶었다.


...


잠시 눈을 붙인 무웅이 다시 몇 시간 동안 운전해서 라파엘 장군과 만나기로 한 카페에 도착하자 상태창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설마?!]


무웅이 카페 안으로 들어가자 아무도 없었다.


‘함정이군!’


주방에서 고릴라 같은 남자 네 명이 나왔다. 그들은 총이 아니라 호신봉을 들고 있었다.


‘테스트군.’


무웅은 마음이 놓였다. 암살범은 아니었다.


그는 남자들을 조심스럽게 다루려 했다.


라파엘 장군의 부하들일 수 있어서 크게 다치지 않게 신경 썼다.


라파엘의 부하라면 보나 마나 군 출신 요원들일 것이고, 그들의 호신술은 무웅에게 너무나 익숙한 것이었다.


상태창의 도움이 없어도 남자들의 공격을 처리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억!]


하지만, 아니었다.


남자들의 공격은 놀랄 만큼 빨랐다.


옆의 남자가 호신봉을 휘두를 것을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무웅은 이를 제대로 피하지 못했다.


오른쪽 옆구리가 시큰거렸다.


‘시바! 아프잖아!’


정신이 확 든 무웅은 몸을 공중으로 날려 포위망에서 벗어나 남자들을 개별적으로 공격했다.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은 민첩했다.


반사신경이 매우 빨랐고 파괴력이 강했다.


무웅이라도 한 대 제대로 맞으면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속도와 유연성이 보통 아닌데!’


무웅은 덩치 큰 백인 남자가 이렇게 몸동작이 부드럽고 빠른 건 처음 봤다.


무웅은 생각을 바꾸고 전력을 다해 공격했다. 자칫하면 자신이 중상을 입을 지경이었다.


무웅이 앞질러 타격하기 시작하자 남자들은 한 명씩 쓰러져갔다.


무웅은 남자들이 주먹이나 발을 움직일 때, 동시에 이를 차단하고 반격했다.


마지막 남자의 귀를 손칼로 연달아 내리치자 그 때 라파엘이 소리쳤다.


“이제 그만!”


무웅은 축 늘어지는 남자를 조심스레 바닥에 누이고 의자에 앉았다.


라파엘이 주방에서 맥주병을 들고 나왔다.


남자들이 비틀거리며 나가자 라파엘이 사과했다.


“미안하네. 확인 절차는 거쳐야 했어.”


“압니다. 이제 합격인가요?”


무웅이 숨을 가쁘게 쉬면서 물었다.


“물론! 굉장히 인상적이군. 빠른 정도가 아니야. 상대방의 움직임을 한 발 앞서 미리 알고 있군!”


라파엘 장군이 입꼬리 한쪽을 올리면서 썩소를 지어보였다.


‘바로 저거야!’


무웅은 라파엘 장군의 낯익은 표정을 오랜만에 보고 반가웠다. 매우 만족스러울 때 짓는 표정이었다.


“그나저나 저들에게 무슨 짓을 한 거지요? 보통 사람들로 안 보이는데요.”


“자네가 말했던 신경세포 강화.”


“그건 아직 실험단계 아닌가요?”


“일부 실전 적용이 시작됐네. 물론 정규군에게는 아니지만.”


“장군님은 이제 현역이 아니잖습니까? 그걸 어떻게 아시죠? 저들은 누굽니까?”


“퇴역했지만 나 지금 민간 군사 용병회사 자문이야. 지분도 있지. 저들은 우리 회사의 베테랑 요원들이네.”


“?!”


무웅은 놀랐다. 처음 듣는 소리였다.


“용병 회사를 운영하신다고요?”


“전술 자문을 하고 있어. 최근 들어 이런 회사가 많아졌는데 선후배들의 도와달라는 요청을 거부하지 못했네. 물론 이것도 짭짤하고.”


라파엘 장군은 손가락으로 지폐를 비비는 제스쳐를 했다.


“그럼 이제 저를 도와주실 겁니까?”


“자네 말이 다 사실이라면 자네가 나를 돕고 있는 거 아니었나? 그게 숙명이라면 말이지.”


라파엘 장군은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혼자서 굉장히 많은 일을 하고 있군.”


“그래서 도움이 필요합니다. 제가 다 챙기기에는 역부족이에요. 사태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네가 어제 들려준 얘기 중에 제일 마음에 걸리는 건 마타오 장군을 죽인 거야.”


라파엘 장군의 얼굴이 순식간에 진지해졌다. 역시 무웅에게 매우 익숙한 표정이었다.


“미래의 강력한 적을 아주 일찍 죽이는 데 성공하고 그걸 미래의 나에게 알리려 했다는 거지?”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했죠.”


“글쎄···. 그 후임으로 왔다는 장민 장군은 보통 인물이 아니야. 내가 알기로는 마타오보다 더 무섭네. 어쩌면 자네가 [그들]의 세대교체를 앞당기고 있어. 사태가 빠르게 흘러간다는 느낌이 드는 건 그 때문인지 모르네.”


무웅도 그 점을 고민하고 있었다. 라파엘이 아주 정확하게 짚었다.


앤더슨과 피어슨, 마타오, 다이치, 이금호 회장 등이 죽거나 물러나고 순식간에 토마스 부통령에게 권력이 넘어갔다.


“이금호 회장이 예상보다 빨리 죽은 것이라면 이지원 부회장의 권력이 예정보다 더 앞당겨 강화되겠지. 그건 태자당도 마찬가지야. 중국의 [그들] 세력에서 장민을 대표로 하는 젊은 세대들의 발언권이 강해지고 구세력이 일찍 물러날 거야.”


“그게 우리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요?”


“모르지. 지금까지로 봐서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


무웅은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어쩌면 전략적 고민이 크게 부족했을 수 있었다. 일단 나타나는 적들을 무턱대고 처단하는 데만 집중했다. 자신은 수십년 동안 명령 받는대로 적을 처단하는 병사였을 뿐이다.


“인물 한두 명 죽인다고 적들이 다 섬멸되는 게 아니야. 오히려 더 강화될 수 있지. 과거처럼 영웅 한 명이 전쟁을 좌우하는 게 아니니까. 문제는 시스템이야.”


“제가 미래 사령부와 제대로 협의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전략이라는게 없었습니다. 그걸 좀 도와주세요.”


무웅은 솔직하게 약점을 인정했다.


“우리가 미래에서 지고 있다고 했지? 어쩌면 그걸 막지 못할지도 몰라. 적들이 너무 많고 강해. 그리고 시간은 부족하네. 자네 혼자 적을 한 명씩 죽여도 한도 끝도 없을 거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무웅은 너무 늦게 라파엘 장군을 찾아왔다고 후회했다.


라파엘이 피곤한 표정으로 한 숨을 쉬며 뱉어내듯 말했다. “생각할 시간을 좀 주게. 나도 어제 한숨도 못 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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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파국의 현장 23.06.02 12 1 12쪽
» 라파엘 장군과 만나다 23.06.01 16 1 12쪽
29 내 손을 달라고? 23.05.31 17 1 11쪽
28 교환 조건 23.05.30 17 1 12쪽
27 호출 당한 무웅 중위 23.05.29 19 1 12쪽
26 괴물같은 노인 23.05.28 19 1 12쪽
25 드러나는 뒷 배경 23.05.27 22 1 12쪽
24 무웅의 함정 23.05.26 21 1 11쪽
23 벌어질 일은 벌어진다 23.05.25 23 1 12쪽
22 이츠키의 등장 23.05.24 28 1 12쪽
21 배후의 거물 23.05.23 29 1 11쪽
20 첫 번째 목표를 제거하다 23.05.23 32 1 11쪽
19 쌍둥이 형제 23.05.22 31 1 11쪽
18 전투에 뛰어들다 23.05.22 32 1 12쪽
17 나다. 23.05.21 34 1 12쪽
16 그들이 움직인다 23.05.20 36 1 12쪽
15 실바, 중앙 정치 무대로 23.05.19 35 1 12쪽
14 중국인들의 등장 23.05.19 35 0 12쪽
13 Y2K의 공포 23.05.18 38 0 13쪽
12 드디어 상태창 작동 23.05.18 41 0 11쪽
11 달려라 무웅 23.05.17 36 0 13쪽
10 미래에서 온 남자 23.05.17 44 0 11쪽
9 날아간 데이터 +1 23.05.16 47 0 12쪽
8 미래에서 온 메시지 23.05.16 45 0 11쪽
7 마이클의 미래는 없다 23.05.15 49 0 12쪽
6 또 다른 나 23.05.15 53 0 12쪽
5 세기말 23.05.14 46 0 11쪽
4 또 다른 전쟁의 기운 +1 23.05.14 55 1 11쪽
3 꼰도르 특공대의 등장 23.05.13 64 1 12쪽
2 세력을 구축해야 한다 23.05.13 8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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