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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스마 님의 서재입니다.

웰컴 투 하드보일드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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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스마
작품등록일 :
2023.05.12 00:35
최근연재일 :
2023.06.0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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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4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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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전쟁의 기운

DUMMY

“새끼들! 코카 잎이나 계속 쳐 팔지 왜 우리 커피에 눈독을 들여.”


실바는 장부에서 눈을 떼지 않고 내뱉듯 말했다. 옆에는 정보를 가져다준 꼬요떼가 서 있었다.


“치노. 아무래도 또 전쟁이 다가오는 것 같다.”


무웅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올 게 오고 있었다.


북쪽 산 넘어 작은 카르텔 [까바따]는 FARC 게릴라가 정부군에 쫓겨 위축되자 병사들 일부를 받아들여 세력을 키우고 있었다.


문제는 커피 원두 국제 시세가 폭등한 것이었다.


주로 코카 잎을 밀매하는 까바따의 사업보다 고급 커피 원두(스페셜티)를 파는 라 빠스의 사업 규모가 훨씬 더 커지고 말았다.


합법적 사업으로 돈을 긁어모으는 실바의 조직을 까바따가 그냥 두고 볼 리 없었다.


이젠 칼을 던지지 않고 매일 회계장부만 들여다보는 실바 사장은 무웅을 불렀다.


“자네, 이걸 알고 대비하고 있던거지?”


“...”


“우리가 선빵을 날려야 하나?”


“아니야. 가급적 전쟁은 피하고 외교나 사업으로 해결해보자고.”


“그게 가능할까···.”


무웅은 달러를 주고 꼬요떼들을 스파이로 활용하고 있었다. 이미 까바따 조직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었다.


그들은 조직원 수는 많아도 무기나 병사들의 훈련 수준은 무웅의 부하들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무웅은 또다시 전쟁으로 많은 피를 흘리고 그동안 쌓은 전력이 훼손되는 것이 싫었다.


“내게 생각이 있어 2만 달러만 주고 좀 기다려봐.”


실바는 짧은 한숨을 쉬고 금고 열쇠를 꺼내며 말했다.


“영수증 다 챙겨와.”


...


무웅은 부하 중 손과 눈이 빠른 청년 한 명을 데리고 수도 보고타로 향했다.


마약 전쟁이 끝나고 보고타는 미국의 투자가 몰리면서 본격적인 개발붐이 일어나고 있었다.


‘아파트를 한 채 사두면 꽤 벌 텐데···.’


무웅은 곧 피식 웃었다. 어차피 근 미래에 초토화가 될 걸 생각하니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


먼저 양복점에 들러 부하와 고급 양복을 골라 입고 2천 달러를 지불했다.


시내 중심가 최신 고급 빌딩의 한 사무실로 안내받아 올라갔다.


갈레노의 부하였던 호세의 사무실이었다.


호세는 갈레노의 아들 엔리께를 부추겨 무웅과 실바를 죽이러 보낸 후 갈레노의 재산을 가로채고 그 부인까지 데리고 살고 있었다.


즉, 엔리께의 양 아빠가 된 것이다.


‘양아치 새끼.’


무웅은 중국에서 온 무역업자라고 말하고 미리 약속을 잡아두었다.


그러나 호세는 무웅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었고, 무웅도 이를 알고 있었다.


스파이 짓을 하는 꼬요떼들은 대부분 이중 스파이였다. 돈만 되면 어디든 붙었다. 무웅은 한 꼬요떼가 자신의 정체를 호세에게 꼰지른 사실을 알고 있었다.


...


“하하, 멀리 중국에서 오셨다고요.”


말쑥한 차림의 호세가 사람 좋아 보이는 표정을 짓고 두 손으로 악수를 하며 무웅을 반갑게 맞았다.


건물에 들어선 후 호세의 사무실에 도달하기까지 세 차례나 몸수색을 받았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연기 잘하는군.’


무웅도 일단 연기로 받았다.


“하하, 만나서 반갑다. 나 스페인어 서툼.”


“...”


“나 갖고 왔다. 좋은 비즈니스 기회.”


호세는 더 못참겠다는 듯 피식 웃더니 뒤로 물러나 책상 뒤로 가서 거대한 의자에 몸을 던졌다.


“연기가 서투네. 야! 치노. 무슨 수작으로 여기까지 기어왔어?”


순식간에 비열한 표정으로 바뀐 호세는 거만하게 무웅을 올려다보았다.


“수년 동안 죽이려 기회를 보고 있었는데 직접 걸어오다니, 배짱이 좋군.”


무웅은 눈알을 굴려 주위를 다시 파악했다.


사무실에는 호세 외에 일곱 명의 부하들이 무웅 일행을 에워싸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은 무웅의 부하 뒤에 서 있었다.


무웅은 사무실 크기를 미리 파악해 뒀기 때문에 작업이 쉬울 것을 알고 있었다.


경호원들과의 거리가 다 좁았다.


무웅은 호세 앞 책상 위의 사진 액자를 눈여겨 봐 뒀다.  ‘저 액자 사진에는 누가 있을까?’


“그래 시간 절약하자. 너 까바따 애들에게 우리 치라고 했지? 그거 취소하고 좋게 말할 때 멀리 도망가라. 그럼 살려는 드릴게.”


호세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미친 치노가.”


“너 인종 차별하냐. 나 치노 아니거든. 그리고 여기 1만 7천 500달러 줄게. 이거 갖고 대신 네 금고 비밀번호 내놔.”


호세의 눈꼬리가 위로 확 올라가며 흥분하는 것이 보였다.


이때 무웅 뒤에서 기회를 노리던 덩치가 무웅의 어깨를 내리치려 했다.


그러나 덩치의 손동작은 무웅에게는 슬로모션으로 보일 정도로 느렸다.


아니, 무웅의 눈이 그만큼 빨랐다.


신경 반응 속도 강화 시술을 받았던 무웅은 원래 빨랐던 운동 신경이 더 강화됐다. 다행히 그 능력은 타임 슬립 이후에도 남아 있었다. 한 번 숨을 깊이 들이쉬고 마음을 먹으면 신경이 곤두선다.


어깨를 살짝 뒤틀어 덩치의 주먹을 피한 무웅은 오른손으로 책상 위의 만년필을 들어 덩치의 눈에 꽂았다.


동시에 왼손은 액자를 잡아 모퉁이로 왼쪽 뒤에 서 있던 다른 덩치의 눈을 찔렀다.


오른쪽에 있던 덩치가 허리에서 권총을 꺼내는 모습이 보였다. 무웅을 이를 재빨리 가로채면서 사타구니를 걷어찼다.


그의 비명이 끝나기도 전에 무웅은 권총을 발사해 왼쪽과 앞에 있던 두 명의 덩치들을 처치했다.


모두 정확히 목에 총을 맞아 비명을 제대로 지르지도 못했다.


이어 사타구니를 움켜잡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오른쪽 덩치에게 총을 발사하려다 무웅은 생각했다.


‘4발 남았지.’


무웅은 마음을 고쳐먹고 개머리판으로 뒤통수를 후려쳐 쓰러뜨렸다.


놀란 호세가 상체를 굽혀 책상 아래 숨겨둔 권총을 집으려 했지만, 무웅이 먼저 책상을 건너뛰며 발로 호세의 안경 낀 얼굴을 걷어찼다.


그 사이 무웅의 부하는 자신의 뒤에 서 있던 덩치의 사타구니를 뒷발로 차고 연달아 주먹으로 턱을 올려 쳐 기절시켰다.


‘제법 잘하는군. 일주일 동안 연습시킨 효과가 있네.’


무웅은 깨진 렌즈 조각이 박혀 피범벅이 된 호세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


“금고 번호.”


호세가 신음만 내고 반응이 없자 무웅은 주저하지 않고 권총으로 허벅지를 쐈다.


‘3발 남았다.’


대동맥이 터져 큰 핏줄기가 터져나왔다.


“흐억!”


무웅이 다른 다리를 겨누며 건조한 말투로 물었다.


“금고 번호?”


무웅은 호세가 중얼거리는 소리에 집중했다.


“비밀번호는 네 자리만 하지 귀찮게 여섯 자리라니.”


무웅은 짜증을 냈다.


금고에서 서류 뭉치와 플로피 디스크를 빼낸 무웅은 호세에게 나직이 말했다.


“1분 30초 정도면 영원히 의식을 잃을 거다. 빨리 죽지 말고 네 잘못된 인생을 후회하면서 가라.”


깨진 액자도 챙긴 무웅은 옆 사무실로 갔다.


중년으로 보이는 여비서가 덜덜 떨고 있었다.


무웅이 액자 속 사진의 호세 옆 남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 남자는 누구야?”


“내...내무장관.”


“엔리께는 어디 있어?”


“미...미국으로 갔어요.”


“이 돈 엔리께 엄마에게 주고 빨리 미국으로 도망가라고 해.”


무웅이 1만7천500달러가 들은 봉투를 던지고 부하와 복도로 나오자 두 명의 덩치가 뛰어오고 있었다.


모두 권총으로 쉽게 쓰러뜨리고 무웅과 부하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 남은 총알 한 발을 마저 사용해 입구의 경비도 제거했다.


...


피가 묻은 양복 윗도리를 벗어 던지고 무웅은 보고타 시내 뒷골목을 천천히 걸었다.


다시 30대가 되어 육탄전을 벌일 때마다 무웅은 잔잔한 쾌감을 느꼈다. 거침 숨소리, 땀, 튀는 핏방울 등 원초적 느낌이 너무 좋았다. 기술이 발달한 후 무웅은 온 몸에 덕지덕지 각종 첨단 기계장비를 붙이고 전투를 하게 됐다. 근미래에서 전투는 누가 더 몸에 첨단장비를 많이 붙이고 있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됐다.


간만에 순수하게 근육운동을 마친 무웅은 죽은 적에게는 미안했지만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실바의 영향인지 아주 약간 미안한 감정도 들었다. 호세를 경호하다 죽은 녀석들도 가족이 있고 자신들도 조금이라도 돈을 벌자고 호세 밑으로 들어갔겠지.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문제의 씨앗은 가능한 없애는 게 상책이었다. 100년 인생으로 터득한 진리 중에 하나였다.


해는 뜨겁고 거리 분위기는 밝았다.


확실히 전과 달리 사람들의 표정은 밝아져 있었다. 마약 전쟁과 내전이 끝나고 이제 희망찬 시대가 시작될 것으로 믿는 듯했다.


무웅은 잠시 후 전자 상가에 도착해 노상 진열대를 둘러보았다.


가게 주인들은 모두 중국인이었다.


무웅은 주머니에서 남은 500달러를 꺼내 한국에서 [삐삐]라고 부르던 무선 호출기 몇 대를 구매했다.



무표정하고 말이 별로 없는 중국인 사장에게 무웅이 말했다.


“아저씨, 영수증 주세요.”


···


실바는 사업이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한 손에 마체떼(벌목용 큰 칼), 다른 손에 우지를 들고 인디오 전사처럼 숲을 누비던 이 아저씨는 이제 후덕한 인상을 가진 시골 중소기업 사장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는 부지런히 커피나무 농장과 주민의 집단 거주촌, 사무실, 전사들 훈련장, 그리고 병원과 학교를 운영했다.


무웅은 병사들 훈련과 경계를 맡았다. 그리고 똘똘해 보이는 청년들 몇 몇을 모아 작은 정보부를 만들고 스파이 교육을 했다.


라 빠스는 나라 외곽 접경지대의 고립된 마을이었기 때문에 바깥 소식을 빨리 접하기 어려웠다.


요원들에게 커피 원두 샘플을 맡겨 전국 곳곳과 인접 국가들을 방문하게 했다.


특히 학교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안타깝지만 마을에는 고아가 많았다. 전쟁의 여파로 아버지를 잃은 아이들이 수백 명에 달했다. 무웅과 실바는 이들을 거두어 과부들에게 공동 육아와 교육을 맡겼다.


무웅은 똑똑해 보이는 아이들은 특별히 관리하게 하고 일부는 보고타로 유학을 보내는 실험을 했다. 보고타에 영업 사무실과 안가를 마련하고 수십 명의 아이들을 중산층 거주 지역의 학교에 보냈다. 무웅은 우수 학생들은 미국 대학으로 유학 보낼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아주 조금이라도 자신의 죄가 씻어지면 여한이 없을 것이라고 무웅은 생각했다. 많은 고아의 아버지들이 그의 손에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


“반갑습니다. 해리슨이라고 해요.”


“여기는 제 파트너 치노입니다.”


실바가 미국에서 온 커피 중개상을 무웅에게 소개했다.


거래가 커지는 중요한 고객인데 커피 농장과 마을의 운영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해서 특별히 실바가 무웅을 소개하기로 한 것이다.


사실 무웅은 마을 사업의 전면에 전혀 나서지 않고 있었다. 모든 대외 활동은 실바의 몫이었다.


그러나 무웅은 해리슨을 한번 보고 싶었다.


커피 사업이 커질수록 접촉하는 외국인이 늘어나고 있는데, 무웅은 그 중 스파이가 반드시 섞여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가장 강력한 후보가 이 해리슨이었다.


어투로 보아 미국 동부 출신의 고등 교육을 받은 티가 났다. 옷을 대충 입고 털털한 사업가 행세를 하고 있지만, 지적이고 영민한 성격을 완전히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DEA는 절대 아니고 CIA가 맞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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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파국의 현장 23.06.02 12 1 12쪽
30 라파엘 장군과 만나다 23.06.01 15 1 12쪽
29 내 손을 달라고? 23.05.31 17 1 11쪽
28 교환 조건 23.05.30 17 1 12쪽
27 호출 당한 무웅 중위 23.05.29 19 1 12쪽
26 괴물같은 노인 23.05.28 19 1 12쪽
25 드러나는 뒷 배경 23.05.27 22 1 12쪽
24 무웅의 함정 23.05.26 20 1 11쪽
23 벌어질 일은 벌어진다 23.05.25 23 1 12쪽
22 이츠키의 등장 23.05.24 28 1 12쪽
21 배후의 거물 23.05.23 29 1 11쪽
20 첫 번째 목표를 제거하다 23.05.23 32 1 11쪽
19 쌍둥이 형제 23.05.22 31 1 11쪽
18 전투에 뛰어들다 23.05.22 32 1 12쪽
17 나다. 23.05.21 34 1 12쪽
16 그들이 움직인다 23.05.20 35 1 12쪽
15 실바, 중앙 정치 무대로 23.05.19 35 1 12쪽
14 중국인들의 등장 23.05.19 35 0 12쪽
13 Y2K의 공포 23.05.18 38 0 13쪽
12 드디어 상태창 작동 23.05.18 41 0 11쪽
11 달려라 무웅 23.05.17 36 0 13쪽
10 미래에서 온 남자 23.05.17 44 0 11쪽
9 날아간 데이터 +1 23.05.16 47 0 12쪽
8 미래에서 온 메시지 23.05.16 45 0 11쪽
7 마이클의 미래는 없다 23.05.15 49 0 12쪽
6 또 다른 나 23.05.15 53 0 12쪽
5 세기말 23.05.14 46 0 11쪽
» 또 다른 전쟁의 기운 +1 23.05.14 55 1 11쪽
3 꼰도르 특공대의 등장 23.05.13 64 1 12쪽
2 세력을 구축해야 한다 23.05.13 8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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